200자 서평
‘달걀은 완전식품이다’,‘된장찌개는 암을 예방한다’,‘모든 김치는 암세포를 잡는 슈퍼 푸드다’ 등 속설로 떠도는 정보를 믿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항암 식품 상식들은 전부 틀렸다! 실험실에서 연구한‘실험 연구’뿐만 아니라 사람을 직접 조사한‘역학 연구’를 더하여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 지도를 다시 그렸다. 속설과 거짓 정보로부터, 암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지금 당장‘항암 식탁 프로젝트’에 동참하라!
대한암협회와 한국영양학회가 공동 기획하여 한국인이 많이 먹는 116가지 음식 중 암과 관련이 있는 33가지의 항암ㆍ발암 효과를 총정리했다. 국내 최고의 의학 및 영양학 전문가들이 3년간 450여 편의 국내외 역학 및 실험 연구를 바탕으로 33가지 음식과 암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혔다. 이를 통해 음식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처방전을 제시한다. 이 책은 주방에 갖춰 두고 요리와 식사할 때마다 참고하는‘항암 음식 백과사전’이다.
기사내용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뿌리가 같다)'의 오래된 생각 때문일까? '암 예방' 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음식부터 떠올린다. 마늘, 토마토, 된장, 녹황색 채소 등이 암을 예방하고, 반대로 육류나 가공식품은 암을 일으킨다고 소개하는 건강서적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특정 음식의 항암·발암 효과는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대한암협회(회장 안윤옥)가 한국인이 많이 먹는 116가지 음식 중 암과 관련성이 있는 33가지의 항암 및 발암 효과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총 정리해 '항암식탁 프로젝트(비타북스 刊)'를 발간했다. '항암식탁 프로젝트'의 내용은 보통 사람의 항암음식 상식과 너무 다르다. 예를 들어, 대표적 항암식품으로 알려진 마늘의 항암효과가 미약하며, 된장을 많이 먹으면 위암 발병률이 조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3가지 음식 중 10가지에 대한 평가를 간추려 소개한다.
1. 잡곡밥
잡곡밥과 암 발생과의 관계를 직접 연구한 결과는 없다. 잡곡밥의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식이섬유소가 장 내에서 발암물질을 희석하고 빨리 이동시켜 대장·직장암 발생을 낮출 것으로 짐작되지만,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는 않는다. 식이섬유소 중 채소 및 과일 섬유소가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는 역학연구 결과는 있으나 곡물 섬유소는 그런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한편 식이섬유소와 유방암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며, 난소암과도 관계가 없다.
①잡곡밥의 암 예방 효과는 증거불충분(I)
②곡물 섬유소의 대장·직장암 예방 효과는 '미약한 관련성(+)'
③곡물 섬유소와 유방암, 난소암과는 '관련성 없음(-)'
▷잡곡밥 자체가 암 발병을 억제하지는 않지만 혈당 강하 등 다른 효과가 있고, 쌀밥이 암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잡곡밥을 주식으로 권장한다.
2. 면류(라면, 자장면, 칼국수)
라면 스프 1봉당 2000㎎ 정도의 나트륨이 들어 있으며, 칼국수의 나트륨 함량은 3000㎎ 정도로 한국 음식 중 최고다. 염분의 과다 섭취는 비후두암 발병과 '충분한 관련성(+++)'이 있으며, 위암 발병과 '가능한 관련성(++)'이 있다. 기름에 튀긴 라면은 물론 튀기지 않은 라면에도 지방이 포함돼 있다. 자장면에는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포화지방산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병과 '미약한 관련성(+)'이 있다.
①라면이나 칼국수를 통한 나트륨 과다 섭취는 비후두암, 위암 발병과 '충분한 관련성(+++)'
②자장면의 동물성 지방 및 포화지방산 섭취는 유방암 발병과 '미약한 관련성(+)'
▷라면이나 칼국수를 먹을 때 국물을 덜 마셔 나트륨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3. 된장국, 된장찌개
한국의 발효된장이 위암 위험도를 높인다는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가 있다. 된장을 평균보다 많이 먹는 사람은 평균보다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1.62배 높았다. 일본의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 미소된장은 폐암 위험도를 약 4배 높인다. 된장에는 염분과 질산염 등이 많이 들어 있으며,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곰팡이독)이 생길 수 있다. 질산염이 장 내에서 변형된 형태인 아질산염은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된장에는 이소플라본, 제니스테인, 다이드제인 등 암 예방 물질이 풍부하다. 이런 항암 효과는 된장국 형태로 가열해도 80~90% 유지된다.
①된장은 위암 발병과 '미약한 관련성(+)'
②된장의 여러 생리활성 물질의 암 예방 효과는 '가능한 관련성(++)'
▷된장은 암 예방 효과가 있어 권장하지만 과다 섭취할 경우 위암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당 570g이하, 하루 81g(된장 4큰술)이하가 좋다.
4. 순두부찌개
두부가 유방암과 폐암의 위험도를 낮춘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전립선암과 관련해선 상이한 역학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하와이 이주 일본인 남성들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역학 연구에서는 두부 섭취량과 전립선암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없었으나, 중국인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하루 두부 섭취가 34.5g 이상인 사람은 14.3g 이하인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의 위험도가 0.58배로 낮게 나타났다. 두부에 있는 식물성 단백질과 이소플라본 등의 물질은 암 발병 억제와 '가능한 관련성(++)'이 있다. 순두부는 항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없는 상태다.
①두부의 폐암 및 유방암 예방 효과는 '가능한 관련성(++)'
▷두부를 매주 4~5회 이상 먹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조리할 때 염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5. 달걀
세계암연구재단의 1997년 보고서는 달걀이 대장암 발생률을 높이며, 췌장암과 난소암 발생과의 관련성은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1998년 이후에 행해진 여러 역학 연구도 달걀이 대장암 발생을 높인다는 것이 일관된 결론이다. 그러나 유방암, 전립선암, 난소암 등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①달걀은 대장암 발병과 '충분한 관련성(+++)'
②달걀은 유방암, 전립선암, 난소암 발병과 '관련성 없음(-)'
▷고지방식은 암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달걀의 과다 섭취를 피한다.
6. 어류(조기 구이, 고등어 조림)
등푸른 생선에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역학연구 결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생선이 폐암과 자궁내막암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장암 예방 또는 발병과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유방암·전립선암과 관련해서는 연구결과가 서로 달라 결론내리기 어렵다. 실험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 등이 대장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지만, 역학적으로는 뒷받침되지 않는다.
특히 고온 직화(直火)에 생선을 구우면 위암·대장암 위험이 높아지고, 염장 생선은 발암물질인 N-니트로사민이 만들어진다.
①어류 섭취와 암 발병은 '증거불충분(I)'
②직화 생선구이나 염장생선은 위암이나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생선구이나 조림의 섭취를 적극 권장하지는 않는다. 생선을 직접 불에 구워 먹는 것을 피하고 염장 고등어는 되도록 삼간다.
7. 김치, 김치찌개
환자·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이 74~231%, 대장암은 80% 높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증거불충분(I)'으로 판정한다.
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를 10년간 지속적으로 먹은 사람은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낮고, 초기 전립선암 단계에서는 항암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 마늘 등 김치 부재료에는 비타민, 식이섬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며, 고춧가루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암 예방 효과가 있다.
또 김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과 유산균은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김치의 암 예방 효과와 관련해선 '가능한 관련성(++)'으로 분류한다.
①역학연구 결과 김치의 암 유발 관련성은 '증거불충분(I)'
②실험연구 결과 김치의 대장암 예방 효과는 '가능한 관련성(++)'
▷배추 자체는 암 예방을 억제하므로 권장하지만, 김치의 과다 섭취는 바람직하지 않다. 짠 김치보다 싱거운 김치를 권장한다.
8. 마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항암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실험실 연구에서 마늘이 대장암과 폐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늘의 알리신 성분은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하고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역학적으로는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 마늘 섭취와 대장·직장암 위험 감소는 '미약한 관련성(+)'이 있다. 마늘이 위암과 유방암을 감소시킨다는 환자·대조군 연구가 있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확인되지는 않았다.
마늘 섭취와 폐암 두경부암, 전립선암과는 관련성이 없다.
①마늘의 대장암 예방 효과는 '미약한 관련성(+)'
②마늘이 위암과 유방암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역학적으로 검증이 더 필요함.
▷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되므로 1일 생마늘 1쪽, 익힌 마늘 2~3쪽 섭취를 권장한다. 마늘을 가공한 보충제보다는 마늘을 직접 먹는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9. 커피
커피에 항암효과가 있는 물질이 일부 들어있다고 하나, 커피 섭취가 사람의 암을 예방하는 효과는 미약하다.
오히려 커피는 남성의 방광암 발생과 '가능한 관련성(++)'이 있으며, 반대로 여성의 방광암은 약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뜨거운 음료는 구강암과 식도암 발병과 '가능한 관련성'이 있다. 유방암, 위암, 췌장암, 전립선암의 발병과는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가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아직 근거가 미약하다.
커피가 남성의 식도암과 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환자·대조군 연구가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엔 더 많은 역학 연구가 필요하다.
①커피는 남성의 방광암 발생과 '가능한 관련성(++)'
②뜨거운 커피는 구강암·식도암 발생과 '가능한 관련성(++)'
③커피는 유방암, 위암, 췌장암, 전립선암 발생과 '관련성 없음(-)'
④커피의 대장암 예방 효과는 '증거불충분(I)'
▷남자는 방광염 예방을 위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한다. 커피를 포함해 모든 뜨거운 음료는 구강암과 식도암을 일으키므로 조심한다.
10. 우유
우유는 암을 일으키기도 하고 예방하기도 한다.
국내 여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조사에서 우유의 칼슘 성분은 전립선암을 높이는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1997년 WCRF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암 위험도 높인다.
반대로 우유의 칼슘 성분은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며 유방암 발생도 약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방광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환자·대조군 연구결과가 있으나 추가적인 역학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우유와 위암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①우유는 암을 일으키기도 하고 예방하기도 하므로 '충분한 관련성(+++)'
②우유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높이며, 신장암 위험도 다소 높인다.
③우유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며, 유방암과 난소암 예방에도 약간 도움이 된다,
▷남자는 전립선암 위험이 높아지므로 중년 이후 우유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자는 골다공증,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예방 차원에서 섭취를 적극 권장한다.
◆항암·발암 관계도
음식이 암을 일으키거나 예방하는 효과를 5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사람을 직접 조사한 '역학연구' 결과와 실험실에서 연구한 '실험연구' 결과가 상이한 경우에는 역학연구 결과에 더 큰 의미를 뒀다.
1. 충분한 관련성(+++): 음식과 암의 관련성에 관한 증거가 충분한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 대형 코호트 연구(예를 들어 1960년 ○○중 졸업생 등 통계상 공통 요인을 갖고 있는 집단을 오랜 기간에 걸쳐 추적·관찰하는 연구)와 환자·대조군 연구, 실험연구에서 일관된 관련성을 보여 인과관계가 확정적인 상태다.
2. 가능한 관련성(++): 식이 권고를 할 수 있을 만큼 암과 음식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상태다. 1~2개 대형 코호트 연구에서 일관된 관련성이 나타나고, 실험연구 결과가 일관되어 인과관계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3. 미약한 관련성(+): 암과 특정 음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지 모르지만, 식이권고를 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연구 결과들이 일관되지 않은 경우나, 역학 연구 결과는 없지만 실험 연구 결과가 매우 강력한 경우에도 '미약한 관련성'으로 분류한다.
4. 관련성 없음(-): 역학연구 및 실험연구 결과가 존재하지만 관련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경우다.
5. 증거불충분(I): 추정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판정을 내리기에 증거가 부족한 상태다.
/ 임호준 헬스조선 기자 hjlim@chosun.com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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