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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4일 토요일

‘문재인 5년’의 각종 내로남불

문재인 5년’의 각종 내로남불 ② 국민의 ‘내로남불’ 비판을 ‘부정적 프레임’으로 치부한 문재인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 “국민생명·안전” 강조한 문재인… 해수부 공무원 피살 땐 뭐했나? ⊙ 낚싯배 전복 사고에는 ‘묵념’… 다른 사고 때는 같은 모습 안 보여 ⊙ 야당 때는 “靑의 ‘檢 인사’ 관여는 악습!”… 집권 후엔 “인사권자는 대통령!” ⊙ ‘4대강 예타 면제’ 공격… 집권 후 ‘예타 면제’ 금액 이명박의 2배 ⊙ 국회의 ‘시행령 통제’ 거부한 박근혜에게 “독재” 공격… 집권 후 시행령으로 야당 견제 피해 ⊙ ‘공군 女중사 성폭력 사건’에는 엄정 수사 지시…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때는? ⊙ ‘적폐’ 취급하던 용처 안 밝히는 국정원 ‘비공식 예산’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급증 ⊙ 자신도 대선 때마다 공약했으면서 윤석열의 ‘집무실 이전’에 “여론수렴 없이 큰 비용 들여~” 문재인(文在寅) 정권 5년간 대한민국을 관통한 단어가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줄여 부르는 ‘신조어’ ‘내로남불’이다. 이는 입장에 따라 말을 바꿔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무자비한 비판을 가하면서 이중잣대로 상황을 규정하는 위선적 행동을 지적할 때 쓰는 말이다. ‘내로남불’은 지난 5년 동안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행태를 정확하게 묘사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정권은 시작부터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았다. 끝날 때까지 이 같은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그런 까닭에 2020년에는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의 한자식 표현인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정당(기자 주-더불어민주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면서 투표 독려 현수막에 ‘내로남불’이란 문구를 쓰지 못하게 했다. ‘높은 윤리 의식’을 가졌다고 자화자찬한 문 전 대통령과 ‘정의의 화신’인 것마냥 틈만 나면 ‘적폐 청산’을 운운했던 그 수하들은 5년 동안 ‘내로남불’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사실상 ‘독점’했다. ‘진보 논객’으로 분류되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마저도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대체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는 어느 정도였을까. 이를 전부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로 자료 나열 형태의 ‘직접 인용’ 방식으로 글을 쓰면서 31년 동안 쓴 책이 266권에 달하는 강준만 교수조차 중도 포기를 할 정도로 ‘내로남불’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월간조선》은 문재인 정권이 5년 동안 자행한 ‘내로남불’ 중 극히 일부를 요약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참고로, 후술할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에는 대체로 ▲겉과 속이 다름(表裏不同)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我田引水)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賊反荷杖)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아니하고 모순됨(自家撞着) 등 여러 유형이 혼재돼 있다. ‘세월호 사고’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세월호 사고(2014년 4월 16일)’가 마치 당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주장을 숱하게 했다. 또 사고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진상을 은폐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는 ‘7시간의 진실’ 운운하면서 별의별 소리를 다 해댔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2개월 뒤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사실상 정권이 몰락하는 단초로 작용했다. 2016년 10월, JTBC의 소위 ‘최순실 태블릿’ 의혹 보도 이후 촉발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소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그 직을 상실했다.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 이후 전남 진도군 소재 진도항(속칭 팽목항)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의 방명록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의 글을 남겼다. 당시 그는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2017. 4. 10.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불의의 사고로 이른 나이에 사망한 고등학생들의 죽음에 대해 “고맙다”는 ‘괴이’한 표현은 두고두고 ‘문재인 인성’을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됐다. 사실상 ‘세월호 사고’를 기반으로 해 집권한 문 전 대통령은 말로는 ‘국민안전’을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를 빌미로 전임 대통령을 몰아붙인 ‘업보’ 탓인지,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반에 과도한 모습을 연출했다. 낚싯배 사고에 묵념했던 文의 이후 행태 2017년 12월 3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그 부하들이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앉아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7년 12월 3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인천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전복되자, 이른 아침부터 실시간으로 관련 보고를 받고 구조를 지시했다. 국민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낚싯배 사고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행태는 ‘비효율적’ ‘비상식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나섰지만, 해당 사고로 결국 15명이 사망했다. 다음 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낚싯배 전복 사고 사망자를 추모하자’면서 묵념을 했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의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께서 말씀을 주셔서 어제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서 잠깐 묵념의 시간을 갖고 회의를 진행할까 한다”며 “침몰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로하는 묵념의 시간을 잠시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청와대’ 참모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묵념하며 조의를 표했다. 그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했지만, 2017년 12월 21일 ‘사망자 29명·부상자 37명’이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일어났다. 2018년 1월 26일에는 ‘사망자 47명·부상자 112명’을 기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각종 사고는 끊이지 않았는데, ‘문재인 청와대’의 태도는 영흥도 낚싯배 사고 때와는 달랐다. 단체로 공식 회의석상에서 묵념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 정권 인사들이 8년 가까이 ‘세월호 사고’를 입에 달고 지낸 것과 달리 똑같은 사고이자 안타까운 ‘비극’인데도, 여타 사고들에 대해서는 같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北이 우리 국민 죽일 때 文은 뭐하고 있었나? 이미 발생한 사고를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문 전 대통령에게 묻는 행위는 비합리적이지만, 이른바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및 시신 소각 만행’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연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표류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를 때 어떤 조처를 했을까. 낚싯배 사고에도 호들갑을 떨며 촌극을 벌인 ‘문재인 청와대’는 북한 해역에서 멀쩡히 살아 있던 우리 국민의 무사 귀환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리켜 ‘7시간’을 운운했던 사람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을까.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는 어업지도선을 타고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됐다. 우리 군은 다음 날인 9월 22일 오후 3시30분, 이씨가 북한 측 해역으로 표류된 상태며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부터 북한군이 이씨를 사살하고, 그 시신을 불태울 때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던 문 전 대통령은 입을 닫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그날 저녁 6시30분에 서면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그날 오후 10시30분쯤 이대준씨의 피살 정보를 입수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문 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충격적인 만행을 저질렀는데도, ‘문재인 청와대’는 2시간30분이 지난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쯤 돼서야 ‘관계 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했다. ‘낚싯배 사고’ 때 직접 구조 관련 지시를 했다는 문 전 대통령은 회의에 불참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의 시간과 문 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얘기하는 국제연합 총회 기조연설 방영 시간이 겹쳤다. 해당 영상은 미리 녹화해 같은 달 15일에 방송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했던 문 전 대통령은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죽이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다루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사람이 먼저다”를 외쳐댔던 그가 ‘국민 생명’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민은 ‘5인 이상 금지’… 文은 ‘예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4월 19일,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같은 날 청와대에서 최재성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 ‘문재인 청와대’를 떠나는 부하 4명과 저녁을 먹으면서 술도 마셨다. 당시는 그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내세워 전 국민의 사생활에 간섭하며 ‘4인 초과 사적 모임 금지’를 강제하던 때다. 즉 사적으로 5명이 모이는 것 자체가 ‘방역수칙 위반’이던 시절이다. 온 국민이 예외 없이 사생활을 통제당하던 그 시기에,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5인 만찬’을 강행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한 시민이 ‘문재인 외 4인’을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했다. 당연하게도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대통령의 각종 만남과 행사 참석 등은 대통령으로서 업무 수행의 일환이므로 공무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회의 전후로 이뤄지는 식사는 사적 모임이므로 5인 이상이면 금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이미 공직을 떠난 전 비서들과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은 ‘공무’이고, 여타 국민 5명 이상이 업무상 갖는 식사 또는 접대는 ‘사적 모임’에 해당하므로 ‘금지 대상’이란 주장이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칫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제11조 1항)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제11조 2항)”고 규정한 ‘헌법’을 위배했다는 오해를 자초할 가능성이 있는 ‘아전인수’ 격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檢 인사 관여’ 비판하다가 재임 때는 ‘돌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2012년 12월 2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른바 ‘검찰개혁 기자회견’을 열고 “MB(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장담했다. 이어서 “그동안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면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현직 검사 중에서 임명해왔던 검찰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검찰총장이 임명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2019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이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에 직면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검찰 인사 관여’에 대한 입장을 바꾼 듯한 주장을 했다. 그는 2020년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손발 자르기’식 또는 문재인 정권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에 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다. 검찰청법에도 검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고 법무부 장관은 그 제청에 있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것으로 그렇게 규정돼 있다.” 2012년 2월 12일,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당시 그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예비타당성 조사 안 해도 된다고 보고한 자들을 이제라도 문책하는 게 과오를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고 지원이 300억원 이상 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2015년 6월 26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그는 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시켜버렸다”며 “결과는 환경재앙과 국민 혈세 22조 낭비였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4대강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문제 삼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막상 자신이 재임할 당시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남발했다. 특히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실시해 ‘선거용 퍼주기’란 비판을 자초했다. 이어서 그야말로 “삽질도 ‘내로남불’” 조롱을 들어야 했다. 文의 ‘예타 면제’는 그가 비판한 MB의 2배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지속적으로 공격했던 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이명박 정부의 2배, 박근혜 정부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 투입되는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사업들에 투입되는 나랏돈은 120조원에 달한다. 그가 ‘4대강’을 빌미로 그렇게 공격했던 이명박 정부의 2배에 해당한다. 25조원에 불과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된다. 문 전 대통령이 ‘국가 재정 건전성’을 놓고 그토록 비판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예타 면제 금액을 다 합해도 문재인 정부의 72%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 10호 나목이 규정한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하여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을 명목으로 내세워 예타를 면제한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정권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각료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에서 이를 확정하면 타당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천문학적 규모의 나랏돈을 쓸 수 있는 제도적 문제를 문재인 정권이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 정책적 필요’란 명목으로 예타를 면제한 사업의 비중은 33.1%다. 박근혜 정부 때는 24.1%였다. 문재인 정부 때는 76.5%에 달한다. 문 전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이런 식으로 하는 동안 나랏빚은 폭증했다. 그가 집권하기 전 627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그가 임기를 마칠 때 1064조원으로 늘었다. ‘시행령 통치’에 대한 文의 ‘자가당착’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6월 26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으면서 ‘대국민호소문’을 냈다. 그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다음 날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호소문을 통해 “법률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행정 독재적 발상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은 상위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제정하는 명령을 말한다.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고, 그에 대한 심의 과정을 거쳐 본회의 가결까지 거친 다음 정부로 이송되는 법률과 달리 시행령은 정부가 만들고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시행령이 입법부의 통제 밖에 있는 구조에 대해 분명히 ‘행정 독재적 발상’이라고 했던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총선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그 우당(友黨)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전까지 사실상 ‘시행령 통치’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 당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의석이 전체 300석 중 123석에 불과했기 때문에 국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정을 운영했다. 심지어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이 아니라 공공기관 내부 규정에 불과해 대외적 효력이 없는 ‘훈령’으로 국민 일상을 통제하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행태는 집권 초반부터 공공연한 것이었다. ‘문재인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회의는 2017년 7월 19일,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정만으로 이행 가능한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연내 개정 완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입법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시행령 등을 개정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국정원 특활비도 ‘내로남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의 특수활동비 지출 행태를 비판했다. 업무상 그 필요성을 인정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돼 용처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예산’이란 지적을 받아온 특수활동비의 문제점을 더불어민주당은 계속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재임 당시 ‘특수활동비 절감 방안’을 지시했다. 2017년 5월 25일, ‘문재인 청와대’는 당해 남아 있던 대통령 비서실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6억원 중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해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당해 161억원에서 31% 줄여 111억원으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역시 특수활동비를 줄였지만, ‘문재인 5년’ 동안 그 정권 인사들이 ‘적폐’ 취급하던 국가정보원의 ‘비공식 예산’은 더 늘었다. 2021년 12월 9일, 민간단체 나라살림연구소가 ‘2020년 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용처를 공개하지 않은 국정원의 ‘비공식 예산(편성 기준)’은 ▲2018년 5882억 ▲2019년 6000억 ▲2020년 6000억원 등으로 3년간 1조7882억원, 연평균 5961억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 비공식 예산 규모가 감소하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국정원 비공식 예산을 증액했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적폐’로 규정한 박근혜 정부 당시 4년 동안 편성한 국정원의 비공식 예산은 ▲2014년 4250억원 ▲2015년 4632억원 ▲2016년 5063억원 ▲2017년 5559억원 등이다. 총액은 1조9504억원, 연평균으로 따지면 4876억원인 셈이다. 실제 지출액도 ‘문재인 정부 3년’이 ‘박근혜 정부 4년’보다 많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8년 5670억원 ▲2019년 5800억원 ▲2020년 5500억원을 집행했다. 총액은 1조6970억원, 연평균 지출은 5657억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 4150억원 ▲2015년 4552억원 ▲2016년 4963억원 등 3년 동안 총 1조3665억원을 썼다. 연평균 금액은 4555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국정원 비공식 예산을 24% 더 썼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공식 예산’인데도 그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는 ‘안보비’도 문재인 정부 들어 증액됐다. 안보비는 과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활동비를 공식 예산으로 바꾸고, ‘안보비’라고 명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의 안보비 예산은 5년 동안 총 3조2743억원, 연평균 6549억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4년 동안 총 1조9286억원, 연평균 4822억원이다. 연평균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전임 정부 때보다 36% 증액됐다고 할 수 있다.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눈먼 돈’이라고 지적했던 국정원의 ‘비공식 예산’이 ‘문재인 5년’ 동안 증가한 까닭은 무엇일까. 안보비는 왜 또 그렇게 늘었을까.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전임 정부 때와 달리 북한과의 ‘이벤트’가 다수 있었다는 점 말고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 그 무슨 특별한 사유가 급증해 용처를 밝히지 않는 예산을 증액하고, 더 썼을까.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문재인의 ‘이중잣대’ ‘공군 여중사 성폭력 사건’에는 분노하며 엄정 수사를 지시한 문 전 대통령은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자기 진영 인사들의 ‘권력형 성폭력’에는 침묵했다. 사진=뉴시스 2021년 5월 21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 이모 중사가 남성 상관 장모 중사로부터 수회 성추행을 당해 이 사실을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묵살되고, 2차 가해까지 당하자 혼인신고를 한 날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3일,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는 또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체계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조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 전 발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을 대할 때와 그 언행이 매우 달라서 이 역시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았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연루된 성범죄 사건과 유사하다. 참고로, 안 전 지사는 징역 3년 6개월을 살았고, 오 전 시장은 징역 3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9일, ‘성폭력 가해자’로 피소된 다음 날 자살했다. 이들 세 사람의 경우 모두 그 지휘하에 있는 여직원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박 전 시장의 경우에는 여당이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향해 ‘피해 호소인’ 운운했다. 서울시는 시민 세금을 들여 ‘서울특별시장(葬)’으로 ‘박원순 장례식’을 치렀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 명의의 조화를 장례식장에 보내고, 노영민 비서실장이 조문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했던 강민석씨에 따르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박원순 자살’과 관련해서 “(피해자에게) 목숨으로 책임진 건데 조문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비판해도 조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모진의 만류에 따라 조문을 강행하지는 않았지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이의 장례식을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조문하는 장면을 피해자가 봤다면 어떤 심정이 들었을까. 대통령 조화가 들어가고 비서실장이 대신 조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받았을 ‘심리적 압박’과 ‘충격’은 어땠을까. 尹의 ‘집무실 이전’ 비판한 文의 ‘과거’ 문 전 대통령은 자신도 2회에 걸쳐 ‘집무실 이전’ 공약을 내놨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이 ‘정권 교체’를 선택해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뒤에도 그 특유의 ‘내로남불’적 행태를 이어나갔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그 사례 역시 차고 넘치지만, 대표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행태를 꼽을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광화문 대통령’을 표방했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했다. 특히 2017년 대선 때는 “불의와 불통의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국민 속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대통령, 친구 같고 이웃 같은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 의전 문제 탓에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조언을 경시한 채 “청와대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돌려 드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대선 때 두 번이나 국민 앞에 얘기한 소위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과 이를 위한 협조 요청에 대해서는 퇴임을 앞두고 JTBC와의 인터뷰(4월 26일)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수렴도 해보지 않았다”고 훈수를 뒀다. 자신은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할 때, 해당 공약을 밀어붙일 때, 공약을 철회할 때 여론을 수렴한 것처럼 얘기했다. 또 그는 “우리 안보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 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달 29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청원에 직접 답하겠다며 나와서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며 “큰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재인 5년’을 겪지 않았거나, 국내 사정에 어두운 이들이 들었다면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한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 주장을 스스럼없이 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문재인표 내로남불’의 원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6월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밥을 먹으면서 “성과 많은데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혀 안 보인다”며 “부정적 프레임이 성과를 덮어버리는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당시 야권 또는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의 ‘내로남불’ 비판을 ‘합리적이고 타당한 지적’이 아니라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퇴임 직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저쪽의 문제는 보다 가볍게 넘기고 이쪽은(여당은) 보다 적은 문제가 훨씬 더 부각되는 그런 이중잣대가 한편으론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편파적인 평가 기준 탓에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내로남불’이란 소리를 듣는다는 식의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치 다른 이들보다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자처하면서 다른 이들을 훈계하는 듯한 언행을 자주 했다. 이는 단순한 인상 평가가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가톨릭의 가치가 평생 내 삶의 바탕을 이루었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높은 윤리의식을 지킬 수 있었다(2021년 6월 15일)”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하면, 앞서 살핀 ‘문재인의 내로남불’적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