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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9일 토요일

숲 속의 기쁨

로스엔젤레스의 날씨가 7월에 들어서자 더워지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이곳 LA의 날씨가 예년과는 전혀 달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곤 하였다. 5,6월이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3월 정도의 날씨가 계속되어 아침 저녁으론 50도 중반의 비교적 서늘한 온도여서 아침에 뛰는데도 긴팔에 그것도 속에 하나를 더 입고 나갈 적이 많았다.

오늘은 더워지기 전에 등산을 하기로 하였기에 새벽에 깨어 Chantry Flat 산으로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기온은 65도에서 85도로 예상했던대로 여느 날과 같았다. 고속도로는 출근차로 뒤덮여서 거북이 걸음을 하여 보통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려 한 시간만에 도착하였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여 산행하기에 최적의 상태라 유난히 신이 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내디디면서 시작하였다.

최근에 들어서서 그간의 이상 저온 현상이 없어져 버려 LA의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된 것 같다. 기온은 아침에 화씨 65도 낮 최고는 85도 근처로 슬슬 에어콘을 켜야 가장 더운 한낮의 5시간 정도를 견뎌내게 된다. 그러나 종래와 다른 현상은 아침에 구름이 조금 끼여 있고 해무지가 많아(Marine layer라 함) 오전 10시 경까지는 서늘한 느낌이 든다.

이 곳에는 골짜기에 맑은 물이 흘러서인지 더워지면서 날파리 같은 각다귀류가 많아져 걸을 적마다 온 몸에 달라 붙으며 성가시게 굴어 애를 먹는게 흠이다. 그 중에서 Deerfly라고 하는 짐승의 피를 빨아 먹는 가장 지독한 녀석들이 있는데 새까맣게 생긴 파리 일종인데 흡혈귀 같아 한 번 물면 따금하면서 잘 도망도 가지 않는다. 나중에는 독 때문인지 빨갛게 물린 자리가 부어 오르며 가려워서 자면서도 긁게 된다. 해충을 물리치는 Repellent를 바르지만 이 놈들에겐 잘 안 통한다.

집사람과 산을 다니면서 감사한 것은 서로의 건강이 좋아지고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내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로서의 각자의 역할과 상대에 대한 조언, 사랑, 그리고 존경을 나누면서 서로 위하고 위해 성의껏 돌보아 주는 것이 서로가 깨달은 은혜다.

가장 귀한 존재를 허락하셨는데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지를 이제야 깨닫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위해서 헌신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그러나 나약하고 흠이 많아선지 한 마디에, 한 순간에 그토록 결심하고 다짐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기분이 나빠지고 때론 화를 내며 섭섭해 하는 자신을 보면서 아직도 말 할 수 없이 요원한 길임을 자각하고 마음을 추스른다.


사랑이라는 것을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들었고 예배 때마다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서 머리로는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실제로 얼마나 그리고 어떤 사랑을 했느냐고 자문하고 평가하면 지금까지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니 사랑의 정도가 얼마나 깊고 크고 위대한지를 모르고 헛수고만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멀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사랑은 고린도전서 13장 말씀과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인지하게 되었다. 제일 처음 말씀인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말씀부터 나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기준으로 참을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사랑을 했던 나를 발견한다.

참는다는 건 무얼까? 무엇을 얼마나 참아야 하나? 내 이성에 틀린 것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고 지적하며 추상 같은 호령으로 정죄를 해온 내가 너무 부끄럽다. 결혼하여 이제 35년이 되어 가는데 이렇게도 형편없이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참아 주며 격려해 준 내자에게 이제는 입이 열개 있어도 대꾸를 못 할 정도로 수치심과 미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다행히도 성격이 나의 잘 못한 것을 거의 몇 십년동안 지적을 안하고 내 스스로 깨닫을 때까지 참아 준 지혜가 너무 고맙고 존경하게 된다. 나는 항상 조금만 마음에 않 들면 그자리에서 그리고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여가며 왜 못 고치냐고 안달을 하며 다구쳤는데 참으로 돌아 볼수록 부끄러움 뿐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잘 해야 할 대상인 내 여인을, 말씀대로 연약한 그릇, 그리고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을 사랑하지 못했으니 무슨 사랑을 말 할 수 있는가?

산 길을 걸으면서 머리 속에 점점 커지는 생각은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을 하나씩 발견하고 감사하며 기쁜 마음이 커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쩌면 하나님은 인간을 신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조화롭게 만드셨는지 어린이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신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포가 점점 퇴화하고 하나씩 없어져 가는 것은 우리의 지각 능력도 어린이의 상태로 돌아감과 동시에 생각도 단순화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하여 어린이와 같이 되면 애를 안써도 자연히 천국에 쉽게 들어가게 되도록 하나님은 우리의 삶의 노정을 맞추어 주시었다.

적은 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린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쉽지 않다. 적은 것의 엄청난 비밀을 볼 수 있고 적은 것의 놀랍게 큰 진리를 알게 된다면 세상을 살아 가는 동안 주님이 약속하신 감추어진 비밀과 묘한 진리를 발견하며 감사와 기쁨이 넘치게 된다. 어마 어마한 비밀, 아무도 모르는 귀한 보배를, 땅 속에 묻혀진 진주를 찾은 농부가 느끼는 기쁨 같이 그 기쁨은 세상이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비교할 수 없는 가슴 벅차 오르는 기쁨이다.

흙 한 줌에서 이름 모를 적은 들 꽃에서 가슴이 터지는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면서 걷는 숲 속의 길은 천국에서 주님과 동거하며 얻는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네가 받은 복을 세어 보라는 말씀은 깨닫지 못하는 미련한 나에게 주시는 주님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이제야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그리고 나에게 준 모든 만물과 친구 그리고 이웃이 얼마나 귀한지를 감지하면서야 순간마다 그리고 하루마다 허락하신 주님의 은혜와 섭리를 조금이나마 예민하게 느끼고 발견하면서 내 잔이 넘쳐 있었던 것도 알았고 나에게 행하신 놀라운 은혜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게 된다.

순간의 감사와 생의 기쁨이 더욱 넘쳐서 주위에 그리고 남겨진 삶 속에서 주를 기리며 말씀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기를 간절히 바란다. 환한 햇살이 너무 아름다워 내 속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질 않고 큰 감사의 구멍이 뚫려 있다. 주여 참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입니다. 주님의 놀라운 은혜를 감당할 수 없읍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고 적은 것에서 숨겨진 주님의 사랑을 감사하며 깨닫게 하소서. 찬양과 영광이 영원히 있아옵나이다.    셀라,
Dona nobis pacem, agnus de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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