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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9일 수요일

가려움증, 매일 목욕하면 더 나빠져

겨울철 노인 피부 관리
샤워는 1주에 세번만 하고 중성·약산성 물비누 사용을
상처난 피부에 연고 바를땐 씻지말고 곧바로 발라야

박모(78·경기 구리시)씨는 몇 년째 겨울만 되면 팔·다리·등이 심하게 가려워 잠을 자지 못할 지경이 된다. 이달 들어 가려움증을 참지 못하고 피부를 계속 긁다 보니 살갗이 갈라지고 딱지까지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긁은 부위에 세균이 감염돼 건성 습진이 생겼다"고 말했다. 건성습진은 말 그대로 요즘 같은 날씨에 건조해진 피부를 내버려뒀을 때 생기는 피부질환이다

겨울이면 피부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노년층이 많다. 김범준 중앙대용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70세 이상 노년층의 절반 이상은 노인성 가려움증을 겪는다" "노인성 가려움증은 실내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아 건조한 아파트에 살거나 목욕을 매일 하는 경우 더 흔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피부 건조증이 심하다면 실내 온도를 너무 높지 않은 18도 정도로 맞추고 40~6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이유 = 전문의에 따르면 가을이나 겨울철 피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낮은 온도와 바람으로, 건조하고 쌀쌀해진 가을에는 체내 피지 분비가 줄어든다

우리 몸의 가장 바깥쪽에서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피부는 건조한 날씨 속에 공기 중으로 수분을 빼앗기게 되고, 피부를 싸고 있는 지방층도 함께  감소돼 건조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각질이 일어나 거칠어지고 피부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  가려움증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젊었을 때는 중성이나 지성 피부였다 할지라도 나이가 들면서 피지분비가 감소하고 수분함유량이 줄어 피부 건조증을 쉽게 느낀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따라서 가려움증은 가을, 겨울철에 70세 이상 노인의 약 절반 이상에서  발병하며, 발생부위도 팔과 다리의 바깥쪽 면에 흔하게 나타난다팔이나 다리 바깥쪽은 우리 몸에서 피지선이 가장 적게 분포돼 있는 부위 중 하나로 피지 분비가 적고 피부가 얇아 가장 쉽게 건조해 질 수 있다또한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누나 세척제, 기타 화학제품 등도 각질층에 있는 지방질의 손상을 초래한다.
아파트 살거나 매일 목욕하면 가려움증 더 흔해

노인성 가려움증의 70~80%는 피부건조증이 원인이다. 젊을 때는 피부의 30% 이상을 수분이 차지하지만 나이가 들면 수분이 20%까지 떨어진다.

또 공기 중의 수분을 피부 속으로 끌어들이는 세라마이드 성분도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의 혈관 기능도 떨어져 수분과 영양분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한다. 여기에 피부 노화로 피지선이 위축되면서 피지 분비까지 줄어들면서 피부의 수분 증발이 가속화해 피부건조증이 심해진다.

이밖에 당뇨병이나 만성신부전증이 있는 노년층도 피부 가려움증을 겪을 수 있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경 손상이 생기면 피부가 작은 자극만 받아도 가려움을 느끼게 되고, 만성신부전증 환자는 체내 노폐물 배설이 제대로 안 되고 온몸을 돌다가 피부 조직에 쌓이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샤워할 때 물비누나 클렌징폼 사용

다른 원인 질환 없이 피부건조증 때문에 피부가 가려우면 샤워 횟수를 줄이는 등 스스로 관리만 잘해도 증상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샤워는 1주일에 세 번만 하고, 사우나 등 본격적인 목욕은 1~2주에 한 번만 해서 피지가 씻겨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지영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특히 팔과 종아리는 원래 피지 분비가 적어서 가려움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부위는 샤워할 때 타월이나 비누를 쓰지 말고 맨손으로 물만 끼얹어서 씻으면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비누를 써야 하면 일반적인 고체 비누보다 중성이나 약산성인 물비누나 폼클렌징을 쓰는 게 좋다. 김범준 교수는 "고체 비누는 알칼리성이 많은데, 알칼리는 피부 장벽을 정상화하는 효소의 기능을 억제해 가려움증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시판 중인 다양한 형태의 비누 중 중성이나 약산성 제품은 대개 포장에 표시가 돼 있다. 알칼리성 비누는 성분을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많다.

연고는 씻지 말고 바로 발라야

가려운 곳을 긁다가 상처가 생겼거나 딱지가 앉았다면 병원에서 항히스타민 연고나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처방받아 발라야 한다.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더 가려운 데다 노인은 상처가 잘 아물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 스테로이드 연고는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1~2주일 이내만 사용해야 한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보통 연고를 바르기 전에 피부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피부건조증으로 인한 가려움증이 있을 때 피부를 자주 닦으면 가려움증이 심해지므로 씻지 말고 바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손호찬 원장은 “평소 얇고 부드러운 면 옷을 입고 피부를 시원하게 해주면서, 멘톨로션을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 “가급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카페인과 술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바른 세안과 목욕법도 피부 보습력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세안과 목욕은 건조하고 얇은 노인의 피부에서 수분을 빼앗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또한, 일반비누보다는 중성비누 또는 보습성분이 함유된 세정제를 이용해 씻는 게 좋으며, 목욕은 20분 이내로 짧게 하고, 가급적 때는 밀지 말아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는 “샤워나 사우나를 너무 자주 하거나 욕조에서 몸을 불린 후 때수건으로 과도하게 문지르면 피부표면 지방질의 균형이 깨져  수분증발을 막지 못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진다”고 설명했다손호찬 원장은 “물기가 마르기 전 보습제를 발라주면 보습제의 유분이 피부에  보호막을 만들어 수분의 증발을 막는 만큼 즉시 바르는 게 좋다”면서 “자신의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각질층의 수분함량을 조절하고 나아가 피부  저항력을 높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른 영양섭취와 함께 충분한 휴식과 수면도 필요하다이중에서도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면 피부 건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며, 비타민 C.E가 풍부한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다손 원장은 “노인성 피부질환은 잘 낫지 않고 세균 감염 등 2차 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만큼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만약 피부 증상이 오랫동안 낫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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