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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9일 금요일

당뇨병 실태와 합병증 없이 이겨내는 법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세 명(27%)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임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특히 30~44세 젊은 당뇨병 환자는 절반(46%) 가까이 그렇다. 당뇨병학회 김대중 수석 부총무(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젊은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당뇨병이 적기 때문에 설마 자기가 당뇨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며 "진단 당시 이미 당뇨병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낮은 치료율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당뇨병 환자의 38%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매년 건강검진 등을 통해 자신의 혈당을 측정해 당뇨병 기준〈그래픽 참조〉이 넘는 고혈당이면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70%, 제대로 혈당 관리 안 돼
당뇨병 환자의 70%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서 혈당 조절 목표(당화혈색소 6.5% 미만·혈당관리 지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표는 당뇨병 합병증 발생을 막을 수 있는 혈당 관리 기준을 의미한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63%가 혈압 조절 목표(수축기 130, 이완기 80mmHg 미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의 당뇨병 발생 체형도 변했다. 예전에 우리나라 당뇨병은 체질적으로 '마른 비만'에서 주로 발생했다. 즉 환자 대부분이 체중은 정상 범위이지만 복부 비만만 있는 경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뇨병 환자 네 명 중 세 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 계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성 당뇨병 환자의 복부 비만율은 반수를 넘는 56% 수준이다. 남성은 41%다. 혈당 조절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에 의해 주로 이뤄지는데, 과다하게 쌓인 지방 조직들이 인슐린을 잡아먹거나 활성도를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을 자동차로 치면 엔진은 '티코'인데 차체는 트럭인 셈이다. 비만으로 인슐린에 과부하가 걸려 당뇨병 발생이 느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당뇨병 상태로 조사된 것이다. 당뇨병 전(前) 단계로 불리는 공복(空腹) 혈당 장애까지 합치면 노년 인구의 절반(47.4%)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당뇨병 임박 환자로 나타났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만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10.1%)이 당뇨병 환자였다. 그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65세 이상은 22.7%에 이르렀다.

이를 기준으로 학회는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 수를 320만명으로 추산했다. 전체 성인의 당뇨병 발생 비율(유병률)은 2001년 8.6%, 2005년 9.1%였다. 최근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에는 424만명, 2050년에는 59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학회는 전망했다.

당뇨병 단계는 아니지만, 음식으로 섭취한 혈당(血糖)이 적절한 인슐린 분비 작용으로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는 공복 혈당 장애도 대거 포진하고 있다. 당뇨병 직전 단계로 분류되는 잠재 환자들로, 노년층에서는 4명 중 1명꼴이다. 45~64세 중·장년층에서 당뇨병 환자는 11.9%였고, 공복 혈당 장애는 그 2배인 22.9%나 됐다. 국내 30세 이상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하면, 10명 중 3명(30.0%)이 환자이거나, 공복 혈당 장애로 당뇨병 직전 그룹에 속해 있다. 당뇨병 환자 320만명에 직전 단계 환자(약 640만명)까지 합치면 1000만명이 당뇨 증세를 앓고 있는 것이다.

학회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지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비만과 과체중 계층의 급증, 운동 부족, 지방질 과다 섭취, 과도한 스트레스 생활 등을 꼽았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20여년 방치하면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이나 실명(失明)에 이르는 망막 질환, 치매 등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은 당뇨 대란의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학회 차봉연(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사장은 "당뇨병은 급증하지만, 상당수가 당뇨병인 줄 모르고 지내면서 합병증을 키우고 있다"며 "당뇨병이 고령 사회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보건·의료 이슈"라고 말했다.
당뇨병이 겁나는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소화 과정을 거쳐 핏속의 혈당으로 전환돼 세포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혈액 속에 과잉으로 남아 있는 고(高)혈당은 일종의 가시돌기 역할을 한다. 혈액을 통해 전신을 돌며 혈관을 갉아먹는다. 말초신경 손상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당뇨병을 방치하면 먼저 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망가진다. 만성 신부전 상태가 되면 일주일에 세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발의 말초신경이 손상돼 오는 '당뇨 발' 또는 당뇨병성 피부 궤양도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염증 치료가 잘 안 되어 피부 궤양이 잘 낫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는 발을 절단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혈관이 있는 망막에 당뇨병이 침투하면 실명(失明)을 하기도 한다.

당뇨병은 치매 발생 위험도 높인다. 치매의 40%는 동맥경화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인데, 당뇨가 있으면 뇌혈관 동맥경화가 생겨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체 장기 조직이 크게 손상하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다. 몸에 이상이 생겨 합병증 발생을 진단받은 상태는 이미 늦다.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 상태면 정기적으로 합병증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만성 신부전을 조기 발견하려면 소변에 단백질이 나오는지를 체크하고, 초음파로 신장의 크기와 모양 등을 파악해야 한다. 망막질환 조기 발견은 안과에서 망막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검사가 필요하다. 발의 말초신경 질환 발견은 통증 예민도 등을 측정하는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당뇨병학회 권혁상(여의도 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총무이사는 "약물과 인슐린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혈당을 적절히 유지하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철저히 시행하면, 합병증 발생 없이 자기 수명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증 없이 이겨내는 법]
매일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걷기·자전거 등 가벼운 운동을

당뇨병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당뇨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이 정상 혈당과 대사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핵심은 식사습관 개선과 표준체중 유지 등 생활습관 개선에 있다. 당뇨병 환자의 30%는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이 두 가지 방법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당뇨병 약을 복용하는 환자도 꾸준히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관리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세 가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혈당검사를 하면서 앞으로 치료 방법에 대해 의사와 의논하고 정기적으로 합병증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만성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제 복용과 함께 식사 조절,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당뇨와 혈압 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약 복용시간, 인슐린 주사 맞는 시간, 식사시간, 식사량을 일정하게 지키는 등 항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 섭취는 특정 음식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은 약물은 함부로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약물 중에는 인슐린과 작용해 혈당치를 떨어뜨리거나 오히려 높여 주는 약물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뇨병은 한 번 걸리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당뇨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있는 식사를 적은 양으로 하는 것과 적당한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당뇨를 피해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운동은 걷기·계단 오르기·조깅·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전신 운동이 좋다.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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