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숲 속에서의 촬영법






이미지크기 : 990 x 976 픽셀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난 알래스카에서 사진가를 만나 결의를 굳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장난감 대신 아버지의 SLR 카메라를 가지고 논 것이 카메라와의 첫만남인 고데라씨는 당시 자연풍경보다는 애완용 고양이나 정원의 꽃을 주로 찍었고, 이후 대학에서 카메라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사진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친구의 AF 카메라가 좋아 보여서 똑같은 것을 샀습니다. 슬라이드 필름에 대해서도 배우며 카메라의 깊이와 즐거움을 알게 됐지요.”

대학시절 고데라씨는 친구와 함께 현재 주 촬영 무대인 홋카이도로 여행을 자주 다니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알래스카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때 호시노 미치오 사진가를 만났고, 이를 계기로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줄곧 필름을 고집하던 그가 디지털로 변경하게 된 것은 즐겨 사용하던 코닥 크롬필름을 더 이상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계속 코닥 크롬을 사용해서 콘트라스트와 질감을 중시한 모노크롬적인 표현을 해 왔는데 필름을 구할 수 없어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는 독특한 색감을 재현하기 위해 반드시 RAW로 촬영해 현상하고, 후보정으로 코닥 크롬에 가까운 느낌을 만든다. 그리고 촬영 시 WB는 4,800K로 설정한다. 홋카이도를 무대로 숲에서 살고 있는 생명을 촬영하는 비법을 배워보자.





고데라 타쿠야

1971년생. 대학 졸업 후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1년간 머물렀다. 귀국 후 홋카이도를 거점으로 ‘숲에 서식하는 생명의 관계’를 주제로 원초적 자연을 촬영했으며, 최근에는 혼슈의 여러 숲을 촬영하면서 ‘사람과 숲의 관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늘의 촬영장비

카메라: 니콘 D2X
렌즈: AF Nikkor 20mm F2.8D, AF Nikkor 28mm F2.8D, AF Nikkor 35mm F2.8D, AI Micro-Nikkor 55mm F2.8S, AF-S Micro-NIKKOR 60mm F2.8G ED, AFZoom Nikkor ED 80-200mm F2.8D, 시그마 14mm F2.8 EX ASPHERICAL HSM


LESSON 1 고목에서 새로 핀 작은 생명을 찍는다

●Point 1 편한 자세로 촬영할 수 있도록 앵글파인더를 준비한다
●Point 2 이끼와 새싹의 초록이 잘 구별되는 촬영 위치를 찾는다
●Point 3 강의 흐름과 깊이를 내기 위해 팬포커스로 촬영한다

빛으로 생명이 싹트는 숲의 생명력 표현

먼저 숲 속 작은 생명을 찍는 방법부터 배워보자. “쓰러진 나무는 영양이 풍부하므로 새로운 생명이 싹트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그곳에서 자라나는 작은 생명을 찾아보세요.” 아직 얼마 자라지 않은 작은 생명을 촬영할 때는 로우앵글을 이용하거나 발 밑을 보는 경우가 많아진다. “앵글파인더를 사용하기 전에는 촬영이 끝나면 어깨가 뻐근하고 아팠지만 앵글파인더를 사용한 뒤부터 편해졌습니다.”

이끼의 초록과 새싹의 초록을 잘 구별해 내기 위해서는 빛을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새싹에 역광이나 반역광으로 빛이 들면 배경이 어두워지므로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화면 내에서 메인 피사체를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다. 고데라씨는 비스듬하고 부드러운 빛을 이용하는 이른 아침촬영을 주로 한다. 이번 작품 예는 낮이지만 쓰러진 나무의 그림자를 이용해 배경인 이끼를 어둡게 만들었다. 고데라씨는 촬영 전 우선 피사체의 주위를 둘러보며 빛이 어떻게 드는지를 관찰하고, 나아가 강의 흐름과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팬포커스 촬영에 심혈을 기울였다. “디지털을 사용하면서부터 회절현상이 신경 쓰여 마음껏 조리개를 조일 수 없게 됐어요. 이번에는 화면 앞 쪽 쓰러진 나무의 가지 부근에 초점을 맞춰 봤습니다.” 촬영이 망설여질 때는 초점 위치를 옮겨서 계속 촬영한다고 한다.




니콘 D2X/시그마 14mm F2.8 EX ASPHERICAL HSM/조리개 우선AE(F8, 1/15초)/노출보정: -0.7EV/ISO 100/WB: 4,800K/RAW/분할측광/삼각대 사용
쓰러진 가문비나무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모습이다. 죽은 나무 위에 씨가 떨어져 새로운 생명이 싹텄다. 쓰러진 나무 아래를 조용히 흐르는 계곡물은 마치 계속되는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초광각 렌즈를 사용하고 역광의 빛이 렌즈의 앞부분에 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왼손으로 빛을 가리고 있다. 고데라씨는 “검은 장갑이 좋은 데”라며 웃었다.



니콘의 앵글파인더. 끼워 넣는 식이므로 항상 장착한 상태로 촬영한다. 레버의 변환으로 상을 2배로 확대할 수 있다.




고데라씨가 홋카이도의 자연을 공부할 때 자주 보는 책이다. <홋카이도 버섯도감>과 <분류: 아이누어사전 식물·동물편>


숲 속 촬영 시 편리한 소품 벌레의 침입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

홋카이도의 산과 들에는 진드기가 많기 때문에 고데라씨는 맑은 날에도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은 채 촬영한다. “벌레(진드기)의 침입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비와 장화를 착용하면 얕은 늪에도 그대로 들어갈 수 있어 편리합니다.” 장마가 없고 상쾌한 기후의 홋카이도라도 이런 차림은 덥지만, 이른 아침 촬영 시에는 딱 좋다고 한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GPS는 생명을 지키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 쓰러진 나무에서 자라는 새 생명… 발아한 어린 식물이 잘 성장하려면 다양한 환경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일단 쓰러진 나무 위에서 싹이 트면 그
나무 굵기만큼 지면에서 올라와 있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잡초 그늘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또 나무의 이끼는 발아한 어린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데
부드럽고 적당한 수분을 준다. 쓰러진 나무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도 식물의 번식 방법 중 하나다.


LESSON 발 밑에서 서식하는 피사체를 차분히 관찰해 존재감을 이끌어낸다
●Point 1 손떨림을 억제하기 위해 삼각대와 리모트 스위치를 사용한다
●Point 2 전체의 디테일을 알 수 있도록 조리개를 조이고 촬영한다
●Point 3 어둡게 촬영해 주제(꽃)가 눈에 띄도록 한다




니콘 D2X/AI Micro-Nikkor 55mm F2.8S/조리개 우선AE(F11, 1.6초)/노출 보정: -1.7EV/ISO 200/WB: 4,800K/RAW/분할측광
이른 아침 어두운 숲에 세잎 황련의 꽃이 하얗게 떠올랐다. 뒷부분이 어두우므로 빛망울이 아닌 명암차로 배경과 꽃을 분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조리개를 조여 주위의 디테일을 묘사했다.




일출 직후로 아직 어슴푸레한 숲 속에서 무릎을 꿇고 촬영을 계속하는 고데라씨. 가방 위에 둔 카메라 앵글을 미세조정하기 위해 솔방울을 사용했다.



촬영 전에는 반드시 차분하게 피사체를 관찰한다. 촬영하지 않을 때도 숲에 대한 애정 표현인지 인사하듯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스치며 이동한다.





삼각대는 맨프로토 458B 네오텍, 헤드는 맨프로토의 #410 주니어기어 헤드를 사용한다.


일문일답 숲 속 촬영 포인트
Q
 숲 속 생명을 촬영하기에 좋은 계절은?
A 생물들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봄부터 초여름, 가을이 좋습니다.

Q
 촬영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A 당시의 기분에 솔직히 따르는 것을 중시해요. 예쁘다고 느끼면 왜 매력을 느꼈는지를 생각하며 셔터를 누릅니다.

Q 숲에 들어가 촬영할 때의 주의점은?
A 처음 가는 장소의 경우 반드시 같은 길로 나오는 것입니다. 익숙해지면 옆길로도 들어가지만 그 전까지는 발로 밟아 다져진 곳을 걷는 편이 좋습니다.

Q
 촬영 시 주의할 점은?
A 진드기 등의 벌레 등이 많으므로 가능한 한 피부를 노출하지 않는 것입니다.

Q 촬영 후 데이터 저장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A 우선 메인으로 사용하는 외장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고, 그것을 백업용 외부장착 하드 디스크 2대에 나눠 저장하고 있습니다.



LESSON 3 광각렌즈를 사용해 숲 전체를 짙고 빽빽하게 포착한다
●Point 1 네 모서리에 어두운 피사체를 배치해 화면에 긴장감을 준다
●Point 2 나무가 기울지 않도록 수평·수직에 주의한다
●Point 3 하늘은 잘라내 화면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화면 구석까지 의식한 긴장감 있는 구도로 전체 분위기를 포착한다

마지막은 광각렌즈를 사용해 조금 당기는 듯한 느낌으로 숲의 분위기를 전하는 사진을 찍는 방법이다. 고데라씨는 구도를 결정할 때까지 대체로 사방 2m 안에서 앵글을 찾고 있었다. ”이곳 산기슭의 이끼낀 숲은 홋카이도에서도 꽤나 특징적인 곳입니다. 쓰러진 나무를 포인트로 전체 분위기를 찍고 싶었기 때문에 화면을 봤을 때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지 못하게 네 귀퉁이에 조금 어두운 것을 넣어 화면을 긴축시켰습니다.”

프린트 기술에서 네 모서리를 긴축시킨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앵글을 연구해 촬영 시 네 귀퉁이가 긴축되게(조금 어두워지게)하면 그만큼 긴장감 있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나무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수평·수직에도 주의가 필요한데, 고데라씨는 수평계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수평·수직은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략적인 구도를 결정한 뒤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카메라 바디를 보며 기울어졌는지를 확인합니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바디의 기울어짐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삼각대로 촬영 시 꼭 실천해 보자. 네 모서리를 긴축시키는 것처럼 하늘을 넣는 방법에도 포인트가 있다.

“하늘이 들어가면 해방감이 생겨서 그곳으로 시선이 빠져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고데라씨는 긴장감을 주기 위해 맑은 날에는 하늘을 좀 더 잘라낸다고 한다. “이번에는 마침 안개가 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습니다.” 촬영 상황에 맞춰 구도에 변화를 주면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다. 찍은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며 완성도를 높여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DSLR 촬영의 장점이다.





니콘 D2X/시그마 14mm F2.8 EX ASPHERICAL HSM/조리개 우선AE(F9, 1/2초)/노출 보정: -0.7EV/ISO 100/WB: 4,800K/RAW/분할측광/삼각대 사용 
한 면이 이끼로 뒤덮인 메아칸다케의 숲은 활화산 성질의 거친 지질과 험난한 기후 환경으로 이끼나 소나무류 이외의 나무는 생육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요하고도 험준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큰 바위와 고목을 화면에 넣었다.





손으로 들고 촬영한 사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또다시 이동한다. 이 동작의 반복을 통해서 얻어진 구도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촬영을 재개한다.




빗속 촬영에서는 렌즈의 앞부분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모처럼의 사진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고데라씨는 물방울을 닦아내지 않고 때때로 블로어를 사용해 날려 버렸다. 렌즈에 얼룩이 남지않으므로 편리한 방법이다.


고데라씨의 이동작업실 차량 내부 공개


예전에는 텐트를 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차 안에서 자는 일이 많다. 휴대용 버너로 간단한 식사도 만든다. 즉석 카레의 경우에는 밥할 때 그 위에 카레를 올려놓고 데운다고 한다. 의류나 식품, 소품은 플라스틱 박스에 정리해둔다. 작은 봉지는 천장에 단 봉에 묶어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뒀다. 모두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달의 한 컷

고타닌 :
 거대한 바위에 다양한 생명이 뿌리 내린 모습을 찍어 봤습니다. 어떻습니까?

고데라 : 바위의 거침과 앞부분의 어린 잎의 싱싱함이 대비돼 인상적이고 식물의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다만, 이 장면에서는 암석 위에서 굵게 뿌리 내려 우뚝 솟은 가문비나무의 존재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것처럼 원근감을 주어 가문비나무의 높이나 존재감, 뿌리의 강인함을 더 강조한다면 매우 설득력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케 이 타 의 혼 잣 말
작은 세계 속에 펼쳐진 대자연의 모습

홋카이도 메아칸다케의 숲을 잘 관찰해 보면 이끼가 자라는 곳에서 작은 생명들이 만들어 가는 숲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데라씨는 “작은 세계 속에서 얼마나 넓은 세계를 포착할 수 있는지가 주제”라고 말했다. 이 작은 세계를 확대해 포착하기 위해서는 매크로 렌즈가 적합하다. 촬영된 이미지는 눈에 보이는 평소의 풍경과는 조금 다른, 사진만이 가능한 세계다. 우리 주변의 자연도 매크로 시점에서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발 밑부터 살펴라’는 고데라씨의 조언을 명심하자.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