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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6일 토요일

연골의 손상과 보호

무조건 안 쓰면 더 빨리 퇴화… 적당한 운동해야

연골의 특성
연골은 70%가 수분이다. 나머지는 콜라겐과 당단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성분이 수분을 함유하고 관절 사이에서 스펀지처럼 충격을 흡수한다. 뼈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칼슘은 부드러워야 하는 연골에는 거의 없다. 따라서 칼슘을 섭취해도 연골 건강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연골은 무릎·엉덩이 관절(고관절) 등의 연골이다. 관절 연골은 세포가 일렬로 배열돼 있는 '초자연골(硝子軟骨)'인데 압박에는 강하지만 잘 찢어진다. 허리디스크나 관절 바깥쪽을 덮어 주는 연골은 세포 배열이 엉켜 있는 '섬유연골'이다. 초자연골과 반대로 잘 찢어지지는 않지만 압박에 약하다. 코 귀 등의 '물렁뼈'는 모양이 잘 변하지 않는 '탄성연골'이다. 모든 연골에는 신경이 없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관절이 아플 정도로 연골이 손상됐다면 연골 일부분이 완전히 닳아 없어져서 관절 쪽의 신경이 노출된 상태이다.
, 연골에는 혈관도 없다. 따라서 다른 장기들처럼 사람이 섭취한 성분을 혈액을 통해 직접 공급받지 못한다. 글루코사민 등 관절에 좋다는 물질이 사실은 효과가 없다는 논란도 근본적으로는 이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연골은 관절과 닿아 있는 관절막을 통해 영양분을 제한적으로 공급받는다. 관절막에서 분비되는 미량의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관절액이 영양 공급 통로이다.

퇴화 과정=연골은 성장이 끝난 20대 초반부터 자연스런 노화 과정과 함께 퇴화가 시작된다. 수분이 빠져 나가면서 두께가 얇아지고 딱딱해진다. 따라서 관절을 가만히 둬도 연골은 퇴화된다. 여기에 연골의 직접적인 마모와 관절염을 비롯해 관절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은 시작점(인대손상, 염증 등)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연골 손실을 동반한다. 연골은 관절막과 활발하게 접촉해야 영양분을 많이 공급받기 때문에 관절을 아예 쓰지 않으면 퇴화가 더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40대가 되면 20세보다 연골이 50% 가량 퇴화돼 있다. 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등 체중을 견뎌야 하는 관절의 퇴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비만인 사람은 퇴화가 더욱 빨리 진행된다.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거나 약간 뚱뚱한(BMI 0~25) 사람에 비해 비만(26~30)인 사람은 2, 고도비만(30 초과)인 사람은 3배 가까이 빠르게 연골 퇴화가 진행된다.

보존 방법
노화나 마모에 의한 연골 손실을 막을 수는 없지만, 연골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 연골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영양분 공급로인 관절막과 마찰하면서 관절액을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적당한 운동은 연골 건강에 필수이다. 문제는 적당한 운동량과 연골을 과도하게 마모시키는 운동량을 구별하는 것인데, 의학적으로 정확한 경계선을 계산해 낼 수는 없다. 또 사람마다 체중이나 관절 상태 등에 따라 똑같은 운동을 해도 연골이 받는 충격은 천차만별이다.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관절이 피로하거나 통증을 느끼지 않는 수준까지 운동을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인공관절 시술까지 가기 전에 연골을 재생시켜주는 치료법도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의술의 힘으로 재생한 연골은 세포 구조가 마모되기 전과 같은 일렬 배열(초자연골 구조)이 아니다. 섬유연골처럼 엉킨 상태로 배열돼 체중 등의 압박에 약하고, 세포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 의학적인 연골 재생 시술을 받은 사람이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적절한 운동으로 연골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인정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양익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형수 명지병원 진료부원장

'평균수명 100세 시대'… 인공관절 수명은 20년 연골성형·세포재생술로 내 연골 오래 쓴다

직장인 장모(47)씨는 몇 년전부터 자리에서 일어날 때 무릎이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간혹 기름칠 안한 자전거가 마찰음을 내듯 '끼이익' 소리가 났고, 석 달 전부터는 계단을 오르내리면 무릎이 시리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운전 중 다리에 힘을 주고 브레이크를 밟자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서야 고대안암병원을 찾아간 장씨는 연골 일부가 닳아 없어진 '퇴행성 연골 결손' 진단을 받았다. 체력 단련을 위해 청년 때부터 해오던 조깅과 등산이 문제였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쓰는 만큼 마모되는 무릎 연골이 매일 10㎞ 가까이 달리고 주말이면 장거리 산행을 계속하는 바람에 남보다 일찍 닳아 없어진 것이다. 그는 연골과 닿아 있는 관절 끝부분에 미세한 구멍을 여러 개 내서 연골세포 재생을 촉진시키는 미세천공술로 어느 정도 연골을 되살렸다. 그러나 장씨는 이후 몸을 움직일 때마다 걱정이다. 그는 "50세도 되기 전에 연골 노화가 닥쳤으니 이제 운동은 끝난 것인지, 그러면 건강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심지어 운전도 그만둬야 하는지 만사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체 대부분의 기관은 병이 들거나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약해지지만 그렇다고해도 기관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골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노화와 함께 지우개처럼 조금씩 닳아서 아예 없어지는 기관이다. 구조와 기능 면에서 완전한 원상회복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연골은 노년층의 전신 건강 유지에 토대가 된다.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의 연골이 마모돼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지면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러면 신체의 활력이 떨어져 전신 건강을 잃는다. 옛날 노인들이 이가 빠진 뒤 음식물을 제대로 씹어 넘기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수명이 단축되던 상황의 현대판 재현이다.

현대인은 건강을 위해 운동에 열심이다. 하지만 관절을 쓰는 모든 운동은 무리하면 연골을 마모시킨다. 인공관절 이식을 해도 마모되기는 마찬가지여서 길어야 20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는 장씨처럼 젊은 나이에 연골에 문제가 생기면 이후 철저하게 관리해 인공관절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게 필요하다. 다행히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연골 건강을 도와주는 다양한 수술적·비수술적 치료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박노훈 기자 pn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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