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의 과잉시대, 싱겁게 먹기
․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5접시(컵) 이상 먹기
․ 생선은 주 2회 먹기
․ 칼슘이 첨가된 저지방 우유 마시기(선택)
․ 유기농 살코기 육류와 목초란을 주 1회 먹기(선택)
․ 통곡물(현미, 보리, 통밀, 흑미, 귀리, 기장, 지정 등) 먹기
․ 두부, 청국장 등 콩 먹기
․ 마늘, 파, 양파, 생강, 강황, 후추, 바질, 파슬리 등 양념과 허브를 듬뿍 넣어 요리하기
․ 호두, 아몬드, 캐슈넛, 땅콩 등 견과류와 들깨, 참깨, 흑임자, 아마씨 등 씨앗류 먹기
․ 목이, 표고, 팽이, 양송이, 느타리 등 버섯먹기
호스피스병동에 일하면서 만든 ‘암 예방 식생활의 십계명’이다. 호스피스의사가 되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죽음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이 아니었다. 암을 예방 할 수 있는 근거 있는 의학 정보를 모아서 실천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의사들은 암을 친구처럼 생각하면서 함께 살면 된다고 말하지만, 호스피스의사가 보는 암은 결코 친절한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호스피스병동의 환자가족들은 암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한다. 집안에 위암환자가 한명 생기면 사돈의 팔촌까지 위장 내시경을 하는 것이 사람이다. 나도 여동생이 자궁암에 걸렸을 때 그제야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다.
상악동암(축농증이 생기는 부위)이 생겨 피고름과 암 덩어리로 얼굴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끔찍하게 변해버리면 암이 전염되고 유전 될까봐 쉬쉬한다. 이런 암은 유전, 바이러스, 환경, 식생활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생긴다. 그중 30~40%는 식생활로 예방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이다. 그래서 이 카드는 호스피스병동에서 인기 만점이다.
2012년 한 해, 전 세계에서 8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내 어머니도 그들 중 하나였다. 어머니는 하루에 3시간은 꼭 걸었고, 야채와 과일을 즐겨 드시길 누구보다 많이 하셨다. 라이코펜이 풍부한 붉은 토마토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드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리셨으니 처음 얼마 동안은 억울한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셨다. 나는 지켜오던 암 예방 식생활과 걷기 운동을 팽개쳐버렸다. 가족 중에 두명이나 암환자가 있으니 식생활로 암을 예방하는 것은 어림도 없어 보였다. 유전자가 나쁘니 어쩔 수 없겠다 싶었다.
어머니와 비슷한 환자가 있었다. 멋진 근육질의 중년 남자였는데 수술도 힘든 말기 위암에 걸렸다. 그의 부인은 “뭐 하러 놀지도 못하고 헬스는 30년이나 밤낮으로 했던고”라고 하소연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식약동원(食藥同源)이 아닌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21세기에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을 약으로 고치는 일이 많지 않은가! 75세 된 할아버지에게 인공심장을 달아주고, 106세 된 할머니에게 백내장 수술을 하는 희망찬 세상이다. 그러나 어머니처럼 먹는 것을 아무리 조심해도 암에 걸릴 수도 있고, 사지 멀쩡한 사람이 치매라는 병에 걸린다. 이런 불량유전자를 안고 조바심 내면서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의 저자이자 자살학의 대가인 토머스 조이너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전도유망한 심리학자의 길을 택했던 그는 아버지가 자살을 했다. 그 후 그는 막막한 슬픔 속에서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자살자의 유족에게 쏟아지는 숱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염려하기보다는 “자살은 유전 아냐?”면서 그를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고, 자살을 연구하는 동료는 힘든 상황을 아예 무시하기도 했다. 조이너 교수는 미국도 정신질환에 관련한 금기가 심해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가족 중에 정신병 환자가 있더라도 일반인보다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 반드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가 환자인 경우라도 자녀가 질병이 없을 수도 있으며, 가족 중에 환자가 없더라도 발병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병은 그 자체가 유전된다기보다는 쉽게 병에 걸릴 수 있는 체질이 유전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여기에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져서 발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좀 더 정확하다.
그러니까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다고 불량유전자를 탓하기 전에, 알고 있는 지식으로 건강을 만들어 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건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의학정보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서도 곤란하다. 현대의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살게 해주었지만 영원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생을 건강에만 집중한 사람들은 한번은 오고야 마는 호스피스 병동과 죽음이 퍽이나 힘들었다. ‘암 예방 식생활의 십계명’으로 부족한 불량유전자를 채워나가는 일 뿐만 아니라 나의 마지막을 상상하면서 삶의 의미를 채워나가는 일을 같이 해야 갑자기 뚝 서버리는 인생이 억울하지 않다.
․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5접시(컵) 이상 먹기
․ 생선은 주 2회 먹기
․ 칼슘이 첨가된 저지방 우유 마시기(선택)
․ 유기농 살코기 육류와 목초란을 주 1회 먹기(선택)
․ 통곡물(현미, 보리, 통밀, 흑미, 귀리, 기장, 지정 등) 먹기
․ 두부, 청국장 등 콩 먹기
․ 마늘, 파, 양파, 생강, 강황, 후추, 바질, 파슬리 등 양념과 허브를 듬뿍 넣어 요리하기
․ 호두, 아몬드, 캐슈넛, 땅콩 등 견과류와 들깨, 참깨, 흑임자, 아마씨 등 씨앗류 먹기
․ 목이, 표고, 팽이, 양송이, 느타리 등 버섯먹기
호스피스병동에 일하면서 만든 ‘암 예방 식생활의 십계명’이다. 호스피스의사가 되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죽음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이 아니었다. 암을 예방 할 수 있는 근거 있는 의학 정보를 모아서 실천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의사들은 암을 친구처럼 생각하면서 함께 살면 된다고 말하지만, 호스피스의사가 보는 암은 결코 친절한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호스피스병동의 환자가족들은 암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한다. 집안에 위암환자가 한명 생기면 사돈의 팔촌까지 위장 내시경을 하는 것이 사람이다. 나도 여동생이 자궁암에 걸렸을 때 그제야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다.
상악동암(축농증이 생기는 부위)이 생겨 피고름과 암 덩어리로 얼굴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끔찍하게 변해버리면 암이 전염되고 유전 될까봐 쉬쉬한다. 이런 암은 유전, 바이러스, 환경, 식생활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생긴다. 그중 30~40%는 식생활로 예방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이다. 그래서 이 카드는 호스피스병동에서 인기 만점이다.
2012년 한 해, 전 세계에서 8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내 어머니도 그들 중 하나였다. 어머니는 하루에 3시간은 꼭 걸었고, 야채와 과일을 즐겨 드시길 누구보다 많이 하셨다. 라이코펜이 풍부한 붉은 토마토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드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리셨으니 처음 얼마 동안은 억울한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셨다. 나는 지켜오던 암 예방 식생활과 걷기 운동을 팽개쳐버렸다. 가족 중에 두명이나 암환자가 있으니 식생활로 암을 예방하는 것은 어림도 없어 보였다. 유전자가 나쁘니 어쩔 수 없겠다 싶었다.
어머니와 비슷한 환자가 있었다. 멋진 근육질의 중년 남자였는데 수술도 힘든 말기 위암에 걸렸다. 그의 부인은 “뭐 하러 놀지도 못하고 헬스는 30년이나 밤낮으로 했던고”라고 하소연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식약동원(食藥同源)이 아닌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21세기에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을 약으로 고치는 일이 많지 않은가! 75세 된 할아버지에게 인공심장을 달아주고, 106세 된 할머니에게 백내장 수술을 하는 희망찬 세상이다. 그러나 어머니처럼 먹는 것을 아무리 조심해도 암에 걸릴 수도 있고, 사지 멀쩡한 사람이 치매라는 병에 걸린다. 이런 불량유전자를 안고 조바심 내면서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의 저자이자 자살학의 대가인 토머스 조이너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전도유망한 심리학자의 길을 택했던 그는 아버지가 자살을 했다. 그 후 그는 막막한 슬픔 속에서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자살자의 유족에게 쏟아지는 숱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염려하기보다는 “자살은 유전 아냐?”면서 그를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고, 자살을 연구하는 동료는 힘든 상황을 아예 무시하기도 했다. 조이너 교수는 미국도 정신질환에 관련한 금기가 심해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가족 중에 정신병 환자가 있더라도 일반인보다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 반드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가 환자인 경우라도 자녀가 질병이 없을 수도 있으며, 가족 중에 환자가 없더라도 발병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병은 그 자체가 유전된다기보다는 쉽게 병에 걸릴 수 있는 체질이 유전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여기에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져서 발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좀 더 정확하다.
그러니까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다고 불량유전자를 탓하기 전에, 알고 있는 지식으로 건강을 만들어 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건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의학정보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서도 곤란하다. 현대의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살게 해주었지만 영원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생을 건강에만 집중한 사람들은 한번은 오고야 마는 호스피스 병동과 죽음이 퍽이나 힘들었다. ‘암 예방 식생활의 십계명’으로 부족한 불량유전자를 채워나가는 일 뿐만 아니라 나의 마지막을 상상하면서 삶의 의미를 채워나가는 일을 같이 해야 갑자기 뚝 서버리는 인생이 억울하지 않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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