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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건강壽命(수명) 단축 요인: 술로 11개월, 담배로 9.4개월



[美 건강측정평가硏 조사]

단일 요소로는 잦은 음주가 건강수명에 가장 큰 위협… 中·日에선 술이 랭킹 6위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자살·폐암·당뇨병·대장암… 수명단축 요인으로 떠올라

오래 산다고 다 축복은 아니다. 병든 삶이 오래 지속되는 건 본인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고통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장수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건강한 삶의 질은 무병 기간과 사망 나이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데서 나온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국가 간 건강 상황을 비교할 때 단순히 평균수명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 지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가 최근 공개한 장애보정수명 조사 결과(2010년 기준)는 시사점이 크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한 삶을 갉아먹는 최대 주범은 건전하지 못한 식습관, 그리고 술·담배였다. 술 때문에 약 11.1개월, 담배 때문에 약 9.4개월의 건강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술 때문에 건강수명 왕창 까먹는다

이번 조사에서 '음주'와 '흡연'이란 요소는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줄이는 또 다른 요인인 고혈압(7.1개월 단축), 고혈당(6.5개월), 비만(5.5개월), 운동 부족(5.3개월)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건전하지 못한 식습관'이 건강수명을 크게 줄이는 첫째 요인이긴 했지만, 이 안에 나트륨 과다 섭취나 불규칙한 식사 습관 등 세부 요소가 많이 포함됐기 때문에 단일 요소로는 술·담배 탓이 제일 컸다.

외국과 비교하면 건전하지 못한 음주 습관이 얼마나 한국인의 건강한 삶을 줄이는지 더 명확해진다. 이웃 일본과 중국은 모두 술이 건강수명을 줄이는 단일 요소로 여섯째 순위였다. 술 때문에 건강수명이 단축되는 기간도 일본과 중국은 각각 4개월과 4.3개월 정도였다. 미국에서도 술은 건강수명을 5.7개월 정도 단축시키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에서 술 때문에 줄어드는 건강수명(11.1개월)은 주요 국가와 비교해봐도 2~3배 길다.

고려대의대 윤석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혈압'이 건강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중국은 대기오염과 같은 '굴뚝 연기'가, 미국은 '비만'과 같은 요소가 건강한 삶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이에 비해 잦은 음주 등으로 인한 건강수명 단축이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영호 교수는 "술로 인해 건강수명이 단축됐다고 명시되는 연구는 드물어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현재 우리 정부는 알코올중독자 등을 제외하고 음주 관련 정책이 거의 전무(全無)한데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술 판매나 마케팅에 대한 규제 등 구체적인 정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역동적인 만큼, 위험 요인도 요동쳐

1990년과 2010년 한국의 건강수명에 미친 질병이나 위험 요인을 비교해 보면,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가 얼마나 급속히 변화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한 삶에 악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으로 지난 20년 만에 새롭게 떠오른 것은 자살, 폐암, 당뇨병, 대장암, 치매 등이다. 청소년과 노년층 자살이 크게 늘어난 탓에, 자살은 20년 전 위험 요인 7위였다가 이제 2위가 됐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 흡연율이 세계 1위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이제 폐암 환자가 대거 등장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난 장년 세대들이 경제 형편이 좋아지면서 과식을 하고, 고기를 즐기는 바람에 당뇨병과 대장암에 시달리는 이들도 늘었다. 보릿고개를 해결하자 과잉의 질병이 생긴 것이다.반대로 위험 요인이 줄어든 부분도 있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덕에 교통사고나 익사사고 등이 줄었고, 선천성 기형, 결핵 등도 감소했다. 장기간 질병 후유증을 낳는 뇌졸중은 예나 지금이나 활기찬 삶을 가로막는 위험 요인 1위다. 다만 절대 숫자는 줄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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