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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일본 온천 여행

<블로그여행기>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가을인가 싶더니 계절은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었다. 모처럼 사둔 가을 외투를 몇 번 입어보지도 못한 채, 11월 중순부터 몰아치던 칼바람은 급기야 서울에 첫눈까지 데려왔다. 

출근길 얼어붙은 아침 공기 사이로 하얀 입김이 번질 때,  퇴근길 골목 어귀의 붕어빵이나 군고구마 냄새가 유혹할 때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아직 낙엽도 다 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겨울이 되면 몸도 마음도 둔해져서 만사가 귀찮다. 밤이 길어질수록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진다. 맨손을 내어놓으면 꽁꽁 얼어붙고마는 요즘, 절실히 떠오르는게 있다. 바로 추위를 노곤히 녹여주는 따뜻한 '온천'이다.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지금 상상해보라. 뽀얀 수증기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끈한 노천온천을. 몸은 식빵 위 버터처럼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가운데, 물 밖으로 드러난 얼굴과 머리엔 차갑고 가벼운 바람이 스치듯 불어온다.

투명한 겨울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쉬며 온천탕에 비스듬히 기대니 눈 앞엔  눈꽃 피어난 겨울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록소록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따뜻한 온천에 상념을 씻어낸다.

체온이 뜨끈히 달아오르면 밖에 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켤 계획이다. 그 다음엔 폭신한 이불에 드러누워 보고싶었던 책도 좀 읽고 휴대폰에 담아온 영화도 좀 봐야지. 귤 하나 까먹으며 밀린 수다를 나눠도 좋겠다. 어차피 겨울밤은 길고, 나는 지금 휴가 중이니까.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내가 상상한 나의 '겨울 온천여행'은 대략 이런 풍경이다. 한없이 게으르고 스스로에게 관대한 시간. 수고한 나의 1년을 토닥이고 다가올 새해를 반기는 시간. 사실 진정 힐링이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시기가 아니던가.

나와 같은 당신에게 추천하는 오늘의 여행은, 온천. 그 중에서도 주말에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온천의 나라' 일본 여행을 소개하고자 한다.

# 1. 설탕 雪湯 온천을 꿈꾼다면 홋카이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홋카이도의 온천마을 기타유자와, 명수정(메이스이테이) 료칸
 아는 사람만 안다는 홋카이도의 온천마을 기타유자와, 명수정(메이스이테이) 료칸
'눈 내리는 노천온천'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역시 홋카이도(北海道 북해도)다. 열도 최북단에 위치해 가장 긴 겨울과 가장 많은 강설량을 자랑하는 이 땅은, 특히 겨울에 환상적인 설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맛있는 음식 많기로도 소문난 지역답게 다양한 특산물이 있어 몸도 마음도 배부르게 살 찌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랄까?
노보리벳츠 온천의 '호텔 마호로바'
 노보리벳츠 온천의 '호텔 마호로바'
홋카이도의 다양한 온천마을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곳은 단연 '노보리벳츠' 하루 1만톤 이상의 온천수가 쏟아지는 대규모의 온천 마을이 형성되어 일본인들에게도 '온천 여행지'로서 인기 만점이다. 또 주변에 '지다이무라'와 같은 민속촌이 있어 즐길거리가 풍부하기도 하다. 
삿포로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마을 '죠잔케이'의 설경
 삿포로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마을 '죠잔케이'의 설경
혹시 짧은 일정으로 머무른다면 삿포로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마을  '죠잔케이'도 추천한다. 삿포로에서 편도 1시간 거리로,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는 온천마을이기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전설 속 요괴 '캇파'가 트레이드마크로,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소박한 온천마을이다.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그 밖에도 바다처럼 넓은 도야 호수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도야 온천' 또한 인기. 시리도록 눈부신 겨울 설원과 따뜻한 온천욕이 공존하는 지역, 홋카이도는 역시 겨울에 가장 주목받는 온천 여행지 중 하나다.

# 2. 가까운 힐링, 규슈
구로카와 온천
 구로카와 온천
도쿄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규슈. 이곳은 원래부터 '온천'으로 명성을 떨치던 지역인 만큼 온천 베스트셀러가 모두 모여있다. 지옥 온천 순례로 유명한 벳부부터, 미인온천으로 소문난 우레시노,  검은 모래 찜질이 유명한 이부스키 등 선택의 폭이 넓어 골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넘버원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온천마을이 있으니, 바로 구로카와 온천이 그 주인공. 물과 숲이 어우러져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일본에서도 매해 사랑받는 온천치 TOP 5에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은 후쿠오카에서 차를 타고 3시간 30분 거리의 구마모토현 아소 주변에 위치하였으며, 관광지 특유의 소란스러움을 배제하고 아늑하면서 전통적인 마을 풍경을 조성해놓아 마치 일본 애니매이션에서 본 듯한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발 700미터 높이의 좁은 계곡을 따라 작고 아담한 료칸들이 옹기종기 자리잡아
조용한 힐링 여행지를 찾는 여행자들이 선호한다.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유후인 온천마을
 유후인 온천마을
앞서 소개한 구로카와가 마치 재야의 고수처럼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장소인 것에 비해 '규슈 온천'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적인 곳이 있다. 바로 유후인과 벳부다.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여행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녀온 곳이랄까.

특히 아기자기한 온천마을로 사랑받는 유후인은 새벽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긴린코 호수와 함께 둘러보기 좋으며, 후쿠오카에서 접근하기 좋고 레스토랑이나 쇼핑몰과 같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있어 자유여행으로 떠나기에 좋다. 

현재 유후인의 인기 료칸으로는 호테이야, 호타루 등이 있으며 그 밖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료칸이 많다.

# 3.  더 알찬 여행을 원한다면, 간사이
교토 후시미이나리 신사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51008)
 교토 후시미이나리 신사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51008)
오사카, 교토, 고베 등 걸출한 관광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간사이(관서) 지역만큼 즐길거리 풍부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화려한 도시 오사카, 전통과 역사가 느껴지는 교토, 낭만적인 항구도시 고베… 그 개성도 뚜렷한 간사이 여행에 온천을 더한다면 휴식과 관광을 동시에 손에 넣고픈 욕심쟁이 여행자들에게 딱 알맞는 코스가 될 것이다. 게다가 간사이 지방 역시 전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온천지역이 있으니… 바로 일본 3대 온천으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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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온천
 아리마 온천
아니 그런데, 물 색깔이 왜 이러냐고? 뜨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마치 흙탕물처럼 누런빛을 띠는 이 온천은 이래뵈도 아리마의 상징. 철과 염분이 풍부하여 이런 빛깔을 띠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3대 명탕, 3대 약탕으로 손꼽힐만큼 높은 효능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도 온천 순회를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흙탕'이 아니라 '금탕'인 셈. 실제로 이 온천의 이름은 황금 '금'자를 쓰는 킨노유(金の湯)다. 아리마 온천은 누런빛을 띠는 금탕과 투명한 은탕으로 나뉘는데, 투명한 은탕, 긴노유(銀の湯)의 경우 탄산염이 풍부해 고혈압에 좋다고 하니 솔깃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흥미로운 목욕문화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남녀혼탕의 진실종종 일본 온천을 다니다보면 커~다란 온천탕을 남녀 공용으로 쓰는 곳을 볼 수가 있다. 이른바 소문 무성한 '남녀혼탕'이 이것이다. 그러나 단어에서 비롯되는 야릇함과는 달리 실상은 매우 가족적이고 건전한 분위기인 것이 나름의 반전.

실제로는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들어가며 워낙 넓고 탁 트인 온천이기에 좁은 공간에서 마주치거나 살이 맞닿는 경우는 당연히 없으며, 서로 주변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으며 굳이 시선을 주지도 않는 것이 매너. 그래서 뭇 사람들이 실망(?)을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요즘은 이러한 혼탕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서 남녀 온천탕을 분리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통을 고수하는 온천에는 혼탕이 남아있다. 분리가 어려운 온천탕은 남녀 각자 입욕 가능한 시간을 달리 정해 놓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잘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여행
우리와 다른 목욕문화 일본의 목욕문화는 우리나라처럼 탕에서 '때를 불려'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탕 밖에서 몸을 깨끗하게 씻고 들어와 따뜻한 물에서 '쉬는' 개념. 그래서 가족끼리는 하루에 한 번 따뜻한 물을 받아두고 순서대로 돌아가며 목욕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자연스레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목욕'을 그저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여기지 않는다. 목욕을 '마음의 세탁'이라고 부를 만큼, 하루 일과가 끝나면 편안하게 욕조에 드러누워 마무리하는 것을 풍류로 여기는 정서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곳곳에 온천수가 샘솟으니, 자연스럽게 온천여행이며 료칸 등이 각 지역마다 발달한 셈이다.

물론 료칸 온천여행은 일본에서도 제법 호화로운 여행이다. 료칸 자체가 그 옛날, 영주가 머무르는 동안 대접하기 위한 장소였기 때문. 좀 더 서민적인 장소로는 대중목욕탕인 '센토(錢湯)'가 있다.
아키타의 뉴토 온천
 아키타의 뉴토 온천
이처럼 흥미로운 목욕문화를 바탕으로 일본에는 온천이 참 많다. 알짜배기 온천지역만 고르고 골라 소개해도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유명한 온천 만큼이나 전통 료칸도 많아, 취향대로 예산대로 다양하게 골라갈 수 있으니 조금만 알아보면 근사한 온천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나를 설레게 하는 또 다른 겨울, 온천. 혼자서도, 둘이서도, 여럿이서도 좋은 온천여행으로 이 계절 더욱 따뜻하고 포근하게 보내길 바라며. 나도 지금부터 나만의 겨울휴가를 준비해야겠다. 
글·사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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