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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0일 토요일

돌연사 절반이 심혈관질환

평상시엔 큰문제 없어 과신 무리한 운동은 피하고
호흡곤란·심한 피로감땐 심장 전문의 진료 받아야

김상진 씨(가명ㆍ60)는 최근 등산을 하다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했다. 경사가 가파른 구간에서 바위를 딛는 순간 가슴을 움켜쥐고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이 빨라지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내의 도움으로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지만 그날의 충격은 뇌리에 생생하다. 김씨는 "겨울철에 운동을 하지 않다가 무리하게 등산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며 "이제는 돌연사가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그는 심근경색 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따뜻한 햇살이 은은하게 내리쬐고 초여름 향기가 물씬 나는 요즘 등산과 같은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철 움츠렸던 몸을 풀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무리한 운동은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돌연사의 50% 이상이 심혈관 질환 때문으로 나타났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에 의한 돌연사는 자신의 몸 상태를 과신하는 부주의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신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심혈관 질환으로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등이 대표적이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부분적으로 좁아져 발생한다. 산소 소비량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육체 운동이 가장 흔한 유발 요인이다. 서구적 식습관, 정신적 스트레스, 흡연 등도 협심증을 일으킨다. 가슴이 꽉 조이는 듯한 통증을 시작으로 온몸을 압박하는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협심증은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30분 정도 지속되며 환자가 혼자 방치된 상황이거나 자고 있을 때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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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혈전이 쌓여 심장 박동이 멈추게 되는 질환이다.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구토를 일으키고 심하면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심근경색 위험군에 속한다.

심부전은 심장의 이완ㆍ수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혈액이 신체 각 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심부전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각 기관이 신선한 피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리에서부터 붓기 시작하는 부종과 호흡 곤란, 전신 피로, 잦은 기침 등을 동반한다. 관상동맥 질환이나 심근경색증, 심장판막 이상 환자가 심부전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도한 염분 섭취, 약물 오남용이 심부전 원인으로 꼽힌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45세 이상 중장년층이 마라톤 같은 격한 운동을 갑자기 시작할 때 돌연사 위험은 급격히 높아진다. 일주일에 운동으로 2000㎉를 소모하면 사망률이 25~30% 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과도한 운동으로 4000㎉ 이상을 소모하면 사망률은 오히려 25~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슴 통증을 느끼면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데 가장 흔한 증상은 앞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통증 부위는 가슴 중앙이 대부분이지만 왼쪽 가슴이나 어깨, 목 등 상반신 각 부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 증세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칫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경미한 운동에도 어지럽고 심한 피로감이 느껴지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후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노약자들은 새벽이나 아침 운동을 피해야 한다.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높고,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운동 직후 냉온욕이나 사우나를 하게 되면 갑자기 혈압이 올라갈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본인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 강도와 시간,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또 땀이 이마에 맺힐 정도로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5일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주변에서 누군가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급성 심장마비 환자의 예후는 심폐소생술의 신속성, 원인 질환의 종류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상황 발생 즉시 구조를 요청하고 심장 마사지와 인공호흡을 실시해야 한다.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 중 66%는 처음 1시간 이내에 발생하기 때문에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사 부정맥은 발생 후 1분 안에 치료하면 성공률이 80% 이상이지만 10분이 지나면 성공률은 10%에 그친다.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급성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의 90%가 병원 이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집에서 발생하는 일이 75%에 이른다"며 "평소에 환자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응급처치법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익혀 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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