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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8일 목요일

혈액: 12만㎞ 몸속 혈관 누비며 우리 몸 지키는 '방어軍'

건강한 혈액
혈액이 건강하려면 구성성분인 혈구와 혈장이 적정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 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선영 교수는 "우리 몸 상태를 외부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균형있게 유지시킬 수 있는 혈액이 건강한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혈액의 여러 구성 성분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항상(恒常) 시스템'이라고 한다.

◇신체 건강을 지켜주는 혈액
면역력=혈액은 세균,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외부 침입물질에 맞서 싸우는데, 백혈구와 혈소판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백혈구는 성인 기준으로 혈액 1μL(100만분의1 L) 당 4000~1만 개가 있어야 정상이다. 백혈구 속의 림프구, 과립구(호중구, 호산구, 호염구), 대식세포는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각각 맡은 방어군의 역할을 한다. 림프구가 전체 백혈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44%가 돼야 면역력이 정상이다. 세균, 바이러스 등이 침입하면 우리 몸은 이들과 싸우기 위해 림프구의 비율을 50~60%까지 높인다.

몸에서 피가 나면 혈액 안에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 혈소판이 중요 역할을 한다. 혈소판은 혈관 안을 돌아다니다가 손상된 부분이 생기면, 서로 뭉쳐 출혈을 막는다. 더 이상 출혈이 생기거나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작용이다. 혈액 1μL당 15만~40만개가 정상이다. 호중구를 상처 부위로 호출하는 역할도 혈소판이 맡는다.

독성물질 정화=혈액은 약제, 매연, 중금속 등 외부 독성 물질 해독에 큰 역할을 한다. 혈액 속 단백질 성분 중 하나인 알부민은 음식, 물, 호흡기 등 여러 경로로 들어온 독성물질을 흡착해 간으로 실어나르는 역할을 한다.

만약 알부민이 정상치(3.3~5.2 g/dL)보다 낮으면 독성 물질은 간에 가지 못하고 몸에 쌓여 질병을 유발한다. 신장이 손상되면 혈액 속 알부민이 부족해진다.

산소 운반·산도 유지=혈액은 산소와 영양소를 몸 구석구석까지 실어나른다. 산소는 적혈구가 운반하는데,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 그 역할을 집중적으로 담당한다.

적혈구의 정상 수치는 혈액 1μL당 400만~500만개, 헤모글로빈 정상 수치는 12~16.6g/dL이다.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지면 산소 공급 부족으로 빈혈이 생긴다. 영양소와 노폐물은 혈장이 운반한다.

혈액의 55%가 혈장이고, 혈장의 90%는 수분이다. 단백질, 지질, 나트륨 등 여러 영양소는 혈장 속 수분에 녹은 상태로 신체 곳곳에 옮겨진다. 신진대사를 거쳐 나오는 몸 속 노폐물은 대부분 산성인데, 이를 적절히 배출해 몸 속 산도(염기·산의 균형, PH 7.4가 정상)를 유지하는 일도 혈액이 한다.
◇혈액은 건강의 지표

신장=미세혈관이 가장 많은 신장의 이상 유무는 혈액으로 체크할 수 있다. 질소화합물이 대사될 때 나오는 요소질소와 크레아티닌은 신장으로 배출되는데, 신장기능이 떨어지면 몸에 쌓여 농도가 높아진다. 요소질소는 10~26mg/dL, 크레아티닌은 0.6~1.2mg/dL가 정상이다.

=혈액에는 간 분비 효소들이 섞여 있다. 아스파라긴산 분해 효소인AST(SGOT)와 알라닌 분해 효소인 ALT(SGPT)가 정상치(40IU/L) 이상이면 간세포가 손상되고 있다는 뜻이다.

GGT가 정상치(남성 11~63IU /L·여성 8~35IU/L)보다 높으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지방간 가능성이 있다. 빌리루빈(8~35UI) 수치는 간 기능이 빌리루빈을 해독하지 못하면 높아진다.

갑상선=혈장 속에 녹아 있는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정상(T3호르몬:0.78~2.0·T4호르몬:0.89~1.7)보다 낮으면 갑상선 저하증을, 높으면 갑상선항진증을 의심할 수 있다.

혈관=혈액 속 노폐물이 늘어나고, 혈액 흐름이 더뎌지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동맥경화 같은 혈관노화 증상이 생긴다. 대표적인 혈액 속 노폐물이 지질(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다. 지질 함량이 정상치(저밀도 콜레스테롤 130mg/dl미만·중성지방 200mg/dl 미만)보다 높으면 혈액이 탁해진다. 단, 고밀도콜레스테롤은 몸 속 지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하므로 정상치(40mg/dl이상)보다 높아도 무방하다. 혈액 속 당 성분도 혈관 벽에 붙어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정상치 이하(공복시 100mg/dl 이하)로 유지시켜야 한다.

암 진단=암 진단에도 혈액검사가 활용된다. 건강한 사람 혈액 속에는 거의 없거나 소량인 ‘종양표지자’는 암에 걸렸을 때 수치가 높아진다. 종양표지자란 일종의 단백질로 암 종양이 증식하면서 만들어진다. 종양표지자 중 ‘태아성암항원(CEA:Carcinoembryonic Antigen)’이 높으면 위, 대장, 췌장, 폐암을, ‘탄수화물종양표지자(CA:Carbohydrate Antigen)’중 125번(CA125)이 높으면 난소암, 자궁암, 유방암을, 19-9번(CA12-9)가 높으면 위암을 의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표지자들이 점차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khj@chosun.com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권석운 교수, 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선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수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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