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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8일 일요일

오메가-3 지방산, 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 발병률 줄여줘

⊙ 종양 연구자들, 암과 오메가-3 지방산 연관성 인정
⊙ 오메가-6 지방산은 염증 유발,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 감소 기능
⊙ 참치는 중금속 농축 가능성, 自然産 연어·고등어·정어리·청어·멸치가 좋아

李相旭
⊙ 48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 서울아산병원 실험동물실 연구부장.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최우수 논문상,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학술상 수상.

현대인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산다. 누구나 기름진 음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기름진 음식에 강하게 끌리는 걸까? 그 이유는 몸에서 합성되지 못해 외부에서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영양소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우리는 그것을 필수지방산이라 부른다.
  
  몸에 좋은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필수지방산이 바로 ‘오메가-3 지방산’이다. 이것에 대한 중요성은 수십 년 전부터 강조돼 왔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등 푸른 생선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DHA(Docosahexaenoic acid)가 등 푸른 생선에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의과대학에 들어온 이후에도 필자는 DHA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의과대학 생화학 수업을 통해 DHA가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DHA 이외에도 EPA(Eicosa pentaenoic acid), DPA(Docosape ntaenoic acid) 등의 오메가-3 지방산이 있다. DHA, EPA, DPA 등은 생선의 기름성분으로 낮은 온도에서 굳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 찬물에 사는 물고기의 지방이 굳지 않는 이유도 오메가-3 지방산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알파리놀레익산(ALA)도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데, 호두나 녹색식물의 잎에 많이 들어 있다. 어린 새싹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 새싹이 부드러운 것이다.
  
  
  만성염증이 암으로 변이
  
등 푸른 생선과 땅콩, 호두 등 견과류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오메가-3 지방산은 불포화지방산으로 필수지방산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우리 몸에서 합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공급되어야 한다. 오메가-3 지방산 이외에도 오메가-6 지방산 역시 필수지방산이다. 효과 면에서 둘 사이의 차이점은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요컨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필수지방산은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은 지방, 즉 기름기 있는 음식을 즐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탐닉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룰 주제는 암과 오메가-3 지방산과의 상관성이다. 최근 들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서 ‘생선회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마도 암환자는 생선회를 먹으면 해롭다는 소문이 있는 모양이다. 진료실에 앉아만 있어도 세상에 떠도는 소문 정도는 알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좋아한다. 생선뿐 아니라 해초 종류도 매우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건강에 무조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해산물이 몸에 좋은 이유는 영양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선은 오늘 다룰 주제인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암환자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중의 건강 기능 식품으로 판매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어떤 결정적인 항암 효과가 있기보다는 생선을 많이 먹는 것이 암환자에게 절대 해롭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로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한암학회가 오메가-3 지방산과 암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혁신적인 항암제를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흔한 얘기인 오메가-3 지방산과 암과의 상관성을 다룬 것이다. 이런 변화를 보며 암학회에 참여하는 종양 연구자들의 생각도 많이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주제는 건강식품을 파는 회사에서나 관심을 갖거나 의학계 내에서도 비주류 인사들이 연구하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월의 변화처럼 필자 역시 그 강의를 듣기 위해서 아침 일찍 학회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첫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강연 장소에는 많은 청중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연자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활동하는 분이었다. 그는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의 변화가 현대인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의학 및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의학적으로 오메가-3 지방산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보자. 먼저,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을 조절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할수록 염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염증과 암을 별개의 문제로 보았는데 근래 들어 많은 종양학자가 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만성적인 염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즉 만성적인 염증이 여러 가지 사이토카인(Cytokine·백혈구가 만들어내는 생리활성물질)을 생성, 이런 염증 관련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사실 복잡한 이론 자체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많은 종양을 연구하는 학자가 암과 오메가-3 지방산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메가-3 지방산 암세포 轉移 줄여
  
  2012년 《Journal of Clinical Oncology》란 종양학 분야 최고 저널에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600명이 넘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오메가-6 비율이 높은 환자들에서 염증 지수와 피로감이 높았다는 결과였다. 이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들은 미국국립암센터 소속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의 신뢰도가 높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이토카인 같은 염증 반응 물질이 많을수록 암의 발생이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에서 간암의 발생이 약 34~44% 감소했다는 임상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결과가 실린 의학잡지는 소화기 분야 최상위 저널인 《Gastroenterology》였다. 이 연구결과는 임상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졌다. 일단 연구대상이 398명으로 대규모였고, 전향적 코호트 연구방법으로 진행돼 신뢰성이 아주 높았다. 하지만 오메가-3가 무조건 간암 발생을 줄인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브라질의 로자(Rosa) 박사는 오메가-3 생선 기름을 먹인 동물에서 대장암 발생이 억제되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오메가-3 지방산이 여러 종류의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앞서, 1993년 미국의 로즈(Rose) 박사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역할이 대조적이라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유방암세포가 정상조직을 침윤(infiltrate·침투하다의 의학용어)하는 데 있어 오메가-3 지방산은 이를 억제하지만 오메가-6 지방산은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암질환의 완치가 어려운 이유는 암세포가 주변 장기(臟器)로 퍼지기 때문이다. 이를 완벽히 막기란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논문의 결과에 따라 오메가-3 지방산은 유방암의 전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암세포 배양실험뿐만 아니라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오메가-3 지방산이 암세포 전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2009년 국립암센터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이 유방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임상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선 기름을 많이 섭취하는 여성은 여성 호르몬에 상관없이, 즉 폐경(閉經) 유무와 관련 없이 유방암(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음)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폐경 전인 여성이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경우 유방암의 발생 위험도가 54%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최근까지 의학전문잡지에 발표된 논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가 유방암을 감소시킨다는 논문보다 암 발병률을 줄이지 못한다는 논문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그러나 오메가-3 지방산이 유방암 발생률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 이상, 오메가-3 지방산을 적극 섭취해도 좋을 것이다.
  
  
  寒流 어류에 오메가-3 많아
  
굴, 새우, 등 푸른 생선 같은 해산물과 마늘, 토마토, 브로콜리 등의 녹황색 채소류에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전립선암의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2010년 캐나다 맥길대학의 스지만스키(Szymanski) 박사는 2009년 5월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메타분석결과에 따르면, 생선 기름의 섭취가 전립선암의 발생을 줄이지는 못하지만, 생선 기름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서 전립선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63%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비록 전립선암의 발생을 줄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할 경우 전립선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낮출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액순환도 원활하게 한다. 혈관벽을 매끄럽고 유연하게 하며 혈액 응고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연어·송어·도미·고등어·참치·청어·멸치·뱀장어 등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한류성 어류에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있다고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자연산 생선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참치처럼 먹이사슬 최상위층에 있는 생선은 중금속 축적량이 많아 적극 권하고 싶지 않다. 자연산 연어, 고등어, 정어리, 청어, 멸치 등이 좋다. 참고로 오메가-3 지방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생선은 고등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기름에는 오메가-6 지방산이 많고 오메가-3 지방산은 없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아마씨유·유채유·대마유 등에는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 높다. 오메가-3 지방산이 인체 내에 흡수됐다고 하더라도 산화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비타민 E, 비타민 C를 같이 복용하면 산화를 막을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생선을 매일 소량 먹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좋다. 식품에서 섭취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량의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는 식품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월간조선 2013.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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