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상실

2011.12.30 현재의 대한민국 정세를 꿰뚫은<월간조선> 최고의 칼럼으로 추천합니다.   최연홍 교수(시인, 영문학자, 언론인, 정치학자, 환경학자,’문필대사’)가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면서 최근에 돌아가는 한국사정을 보다 못해 단장의 심정으로 쓴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바가 큼으로 본 칼럼을 통하여 소개합니다. 대중 민주주의 사회는 탈 권위주의 시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권위를 잃어버린 사회는 무질서의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권위는 사회에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모두 자기의 권위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데 권위를 잃어버렸다면 사회가 무너지게 될 수 밖에 없다. 권위는 권력이 아니라 품위에 가까운 위엄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의 권력과 권위는 다르다. 대통 령의 권력은 헌법이 정하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힘이다. 그러나 국가의 원수로서의 대통령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다. 권력도 권위의 받침이 없으면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는 지금 권위의 상실로 혼돈의 사회가 되어버렸다. 질서가 사라져버렸다. 민주주의 사회는 마치 탈 권위주의적인 사회이어야 하고, 그래서 혼돈스러운 사회라고 누군가가 설명하고 변명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혼돈은 창조적 혼돈이 아니라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더 황량한 늪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양극화 사회, 좌, 우로 나누어진 이데올로기 적인 갈등사회로 보인다. 이데올로기의 종말 은 이미 1990년에 사라졌는데 유독 분단된 한국이라는 나라에 남아있다. 좌, 우 양극화가 상식과 이성을 잃어버렸다면 양극화된 사회는 아무 쓸모가 없다. 아무 쓸모가 없는 이데올로기를 붙잡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권위를 잃어버리니 권력도 힘이 없다. 입을 가진 자들은 누구나 입을 열어 대통령을 성토 한다. 세상을 성토한다. 그것이 언론의 자유처럼 보이고 들린다. 한미 자유협정을 매도한다. 한국에 불평등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말하는 평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완전히 평등한 협정과 계약이 아니라 평등한 협상과 계약을 추구한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들이 찾고 있는 이상적인 평등 한 협정은 없다. 나라와 나라 사이 완전한 평등은 지구 어느 나라 사이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 분야의 외교관들 이 국익을 저버리고 협상에 임했다고 보는 무뢰한들이 한국에 너무 많다. 좌파 정권의 대통령이 추 진해서 우파 대통령이 마감한 협정, 그러나 실제 직업외교관들이 긴 세월 밀고 당겨서 만들어 낸 자유무역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내는 사회. 그 사회에서 나는 권위의 상실을 읽었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추기경이 권위를 잃고, 대학교수가 권위를 잃고, 선생님들이 권위를 잃고, 시인, 작가가 권위를 잃고, 심지어 아버지가 권위를 잃었다. 권위란 권위는 모두 사라져 가고 권위가 사라 진 사회는 가치의 사막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존경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지금 한국이다. 우러러 볼만한 사람이 없는 사회가 거기 있다. 왜냐하면 모두가 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존경을 보내고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듯 하다. 정말 “이성적인” 민주사회가 거기 있다. 세종로에 서있는 성웅 이순신 제독도, 거기 앉아있는 세종대왕도 사막화 되어가고 있는 길거리에 서 한국사회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광장에 모래 바람이 불고, 성현도, 영웅도, 스승도 없는 사회. 신부도, 스님도, 판사도 아우성을 치는 사회에 성웅 이순신과 세종대왕은 어떤 말씀을 준비하고 계실까. 바람이 사납게 불고 있는 광장에서 그들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떠나고 싶어하실 것이다. 성웅의 외침 “경거망동하지 말라”가 크게 들린다. 임진년에 그의 외침이 온 나 라에 크게 울려 퍼져야 할 것이다. 국회가 폭력배의 싸움터로 변해 버렸고 정치가 더럽다고 해도 정치 밖의 사회는 그런대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좌파 세상이 10년 계속되면서 한국사회가 탈 권위주의적인 사회로 발전했다고 평하면서 사실은 우파 정권의 탄생을 촛불 시위라는 명분아래 타도하려는 폭력적 사회가 되었다. 우파 정권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 우파 정권은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되어 버린 꼴이다.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북한 정권을 두둔하고 옹호하려는 좌파가 큰소리 치고 있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웠던 좌파 정권은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면 서 민족주의자연 하더니 친북세력과 종북 세력을 분간하려 든다. 북한의 독재정권에 침묵하는 자 들이 모두 친북, 종북세력인 것을 애써 부정하려 한다. 10년 북한에 보여준 햇볕정책이 쓰레기가 되었어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 가 되었어도 아직 유용하다고 외치는 자들이 많다. 하물며 김정일의 사망을 서거라고, 그리고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니 놀랍다. 다수의 사람들은 그래서 민주주의적인 사회가 거기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가치의 상실은 권위의 상실에서 연유한다. 좋고 그름을 분간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 다수의 사람들이 임금님이 꿰벗은채 말을 타고 가고 있는데 좋은 옷을 입고 간다고 착각하는 사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북한은 독재자 밑에 신음하고 있는 나라, 희망이 없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 어떻게 해야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게 할 수 있는지 모른다.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판사가 있는 나라. 학교, 초등하교에서 대학까지, 는 그 판사에게 무엇을 가르쳤단 말인가. 역사를 자기 체험의 하위 개념으로 두려는 자들이 사회가치를 파괴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 일제 식민지, 해방, 분단, 한국전쟁, 경제개발계획, 민주화.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발전이 가져온 한국 의 산업혁명--를 애써 부정하려는 자들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60년대 함석헌 선생은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젊은이들을 가르쳤다. 그가 말한 깨어있는 백성은 생각하는 백성이란 뜻이고, 생각하는 백성은 바로 역사 의식이 있는 백성이란 뜻이다. 한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사람들, 좌파들의 주장을 분별하고 성토할 수 있는 백성이 바로 깨어 있는 백성이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고용한 정권이라 말해도, 경제발전이 정권과 결탁한 재벌들의 부 패라 말해도,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하더라도 한국의 정통성과 발전을 깰만한 가치가 없다. 이승만, 박정희를 김일성, 김정일과 비교할 수 없고 그 들 아래 둘 수는 없다. 그렇게 누가 한다면 언어도단이다. 언어도단을 촛불로 막으려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을 대 낮을 피 해 밤으로 도주해야 한다. 평양으로, 평양으로. 그 다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단군 이래 가장 부유한 나라, 세계 열 한번째 나라를 성취 한 어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인의 꿈, 땀, 그리고 하나된 마음을 감사해 야 한다. 열 한번째 나라를 북한의 김씨 일가 독재체제 유지와 핵개발을 위해 쓰려는 좌파들을 성 토해야 한다. 오늘 우리의 삶이 피곤하다해도 한국전쟁 후의 가난한 시대보다 훨씬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 음을 감사해야 한다. 아버지는 가족 안에서 아버지의 품위를 갖추려 할 때 대통령도, 대학교수들도, 선생님들도, 판사들 도 그들의 품위를 갖추려 할 것이다. 품위는 권위를 찾은 일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에 법과 질서가 찾아올 것이다. 다시 나라와 의를 생각하는 지성인들이 나올 것이다. 좌던 우던 이성과 품위를 잃으 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옷 벗은 임금님을 옷 벗은 임금님이라 말할 수 있을때 임금은 부끄러워할 것 이다. 북한의 체제를 이 지구 상에서 어서 빨리 사라져야 할 정권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 때 한국의 정치, 시회적 가치가 날을 세울 것이고 옳고 그름의 판단이 설 것이고 천안함 폭침을, 연평도 대낮 포격 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을 때 한국 사회는 바로 설 것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한국으로 온 북의 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때 건강한 나라로 돌아올 것이 다. 권위가 사라진 나라에 다시 권위를 세우는 일은 자유민주주의 가치, 한국의 헌법적 가치를 조건 없이 받아드릴 때 가능하다. -------------------------------------------------------------------- <필자소개> 최연홍씨는 연세대, 인디아나 대학에서 행정학, 정치학 공부, 정치학 박사를 획득했음. 위스칸신, 버지니아, 미시시피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미 국방장관실 환경정책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귀 국, 서울시립대에서 지난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음. 그는 은퇴 후 다시 미국에 와서 살고 있으며 지금은 시인으로, 문필가로 한평생 살 계획으로 있다. 그는 ROTC 1기 육군 소위로 2년 국민의 의무를 다 한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