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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6일 월요일

[류근일 칼럼] 호소문

존경하는 동시대인 여러분. 여러분은 제가 만나 뵌 분들일 수도 있고, 아직 한 번도 만나 뵌 적 없는 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모두가 다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개인들’이란 점입니다. 이 공통분모 위에서 여러분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이건 정치 칼럼도 아니고 연설문도 아니고, 그저 절박한 자유 개인의 숨넘어가는 절규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 무슨 논설 따위가 필요하겠습니까?
긴말 안 하렵니다. 자유인들은 전체주의자들이 도발한 내전(內戰)에서 이기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성전(聖戰)을 감행해야 합니다. 저는 성전이란 말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체주의자들이 그런 자세로 임하는 한에는 우리도 그 반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6. 25 남침 때도 선배 세대는 낙동강 전선에서 그렇게 싸웠습니다. 사상전에서, 진지(陳地)전에서, 그리고 오늘의 기동(機動)전에서 전체주의자들은 반세기 만에 다시 총공세, 정규전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월남전 막바지와도 같습니다. 사이공 최후의 날이 상기됩니다. 두 번 다시 그런 날을 여기서 겪느니 자유인들은 한목숨 던지는 식으로 그에 ‘노(no)’라고 해야겠습니다.
전체주의자들은 어떻게 혁명을 수행하고 있습니까? 속임수, 매수, 최면술, 협박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전체주의 혁명을 정의-공정-민중-평등-민족이란 말로 호도합니다. 저들은 자기들이 이룩하지도 않은 나라 곳간을 도둑 떼처럼 헐어 그걸 공짜로 나눠주겠다며 대중을 매수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고등교육과 대학교육을 통해 전체주의 사상을 번지레한 수사학으로 포장해 젊은이들의 영혼, 머리, 가슴에 주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들은 이젠 공공연한 공포정치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략 전술에 적잖은 지식인들과 대중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저들의 혁명은 99% 이루어졌습니다.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 헌법은 결국, 저들의 ‘평화적 절차를 통한 혁명’의 도구로 역이용당했습니다. 저들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자체를 파괴하려는 자들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그 자유와 법치를 자기들의 혁명 절차로 최대한 이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네오(新) 마르크스주의’ 전법은 오늘의 한반도 남쪽에서 완전히 주효했습니다. 그 기만 작전에 자유인들은 너무나 무심했고 무력했습니다.
이제 전체주의자들은 자유민주 체제가 쌓아놓은 모든 가치체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이 나라 ‘네이션 빌딩(나라 만들기)’에 반대해 일어났던 모든 반역과 반란을 ‘정당한 것’으로 뒤집어 놓고, 그 ‘네이션 빌딩’의 정당성을 수호하려던 모든 행적들을 죄악인 양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걸 뻔히 목도 하면서도 자유인들은 구차스러운 생을 연장하려 비겁하게 위축돼야만 하겠습니까?
일부 관측은 자유인들의 당면한 처지를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됩니다. 허황한 낙관주의도 금물이지만, 절망적 패배주의도 부질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유인들은 최후의 일전(一戰)을 감행하겠다는 정신적 태세로 임해야 합니다. 폭탄을 안고 적진에 뛰어드는 순교자의 정신을 상기해야 합니다. 조작된 정보에 기초한 적(敵)의 심리전을 경계해야 합니다. 전체주의자들은 심리전의 귀재들입니다. 이에 맞서 자유인들은 영롱한 지적(知的) 분별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자유인들은 이길 수 있습니다. 아니, 이깁니다. 자유인들이 마지막 남은 영혼의 섬광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2020년대 ’한국 내전(The Korean Civil War)‘은 ’존귀한 한국인‘ 대 ’우민(愚民) 한국인‘ 사이의 싸움입니다. 전체주의자들은 인간을, 한국인을 악마적 교설(敎說)의 좀비로 우민화시킵니다. 자유인들의 투쟁은 따라서 인간의 존귀함, 존귀한 한국인 상(像)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입니다.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설마 망하랴”란 없습니다. 나라와 국민은 얼마든지 망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동시대인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맙시다. 깃발을 들고 고지를 지킵시다. 그리고 외칩시다.
“자유민주 만세!
자유 개인 만세!
자유 한국인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계절도 바뀝니다. 청명절(淸明節)을 맞아 최후의 획기적 반전(反轉)을 기약합시다.
류근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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