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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우리는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일러스트=김영석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부근에 리버사이드 시티가 있다. 시청 앞 공원에는 동상이 셋 있다. 맨 앞부터 흑인 목사 마틴 루서 킹, 도산 안창호, 인도의 간디가 서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간디 동상은 몇 해 전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도 건립되었다. 간디의 생애를 보여주는 영화가 상영된 일이 있었다. 4시간에 걸친 무미건조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남겨주었다. 그 마지막 장면. 고인의 유해를 인더스강에 뿌릴 때 '모든 거짓을 배격하고 진실이 남는 사회, 폭력이 사라지고 사랑이 가득한 사회를 위해 생애를 바친 지도자'라는 대사가 나왔다.

구국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도산은 그 지역 오렌지 농원에서 품팔이로 일했다. 그가 남겨준 정신을 기억하는 한국과 미국 지도자들이 뜻을 기리려고 동상을 세웠다. "우리는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도산이 남긴 명언이다. 그는 '정직이 곧 애국'이라는 마음을 안고 일본강점기 때 순국했다.

정직의 사회적 가치는 진실이고, 진실한 삶의 결과는 정직이다. 진실과 정직은 윤리적 규범과 실천의 절대적 가치다. 사회 모든 분야 지도자는 그 모범을 보여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때 거짓말을 했다. 국민 앞에서 한 그 한마디 때문에 백악관에서 밀려났다. 도청 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 물으니 그는 "내가 책임질 때보다 이전이었다"고 했다. 그 거짓이 밝혀지면서 여당 지도자들이 앞장서 사퇴를 강권했다. 당시 소련을 비롯한 공산 국가에서는 그 사건을 웃음거리로 받아들였다. 수단과 방법은 거짓이라도 목표에만 도달한다면 정의로 믿고 있던 정치 사회였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 정치계와 사회는 어떠한가. 권력 핵심인 청와대는 어떤 현실을 만들어 왔는가. 지금 정권 지지자들이 적대시한 박근혜 정권은 실책을 저질렀다. 탄핵을 당했다. 국민도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는 실책이 아닌 계획적인 허위와 거짓을 꾸며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조국 사건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누가 책임을 졌는지 국민은 모른다. 청와대와 검찰은 진실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진실과 정직을 외면하거나 포기하는 지도자나 정권이 존속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사랑한다면 거짓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걱정이다. 진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지도자나 정권은 국가적 범죄자가 된다. 우리 모두 거짓이 없는 정직한 국민이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다운 나라가 될 것이다.

정권이 중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섬겨야 한다. 법치 국가는 권력으로 법을 만들고 힘으로 통제하는 정치가 아니다. 인간적 도리를 증진하게끔 하는 선한 질서가 목적이다.


출처 : 조선일보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이어령,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3)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달그림자에 비친 강에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치면 달빛은 ‘깨진 달빛’이 됩니다. 비록 우리 눈에는 ‘이지러진 달’로 보이지만 그 원본을 조회해볼 수 있는 캐논, 땅에는 없지만 ‘하늘 위 진짜 모양의 달’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지러진 달을 수정하고 본래의 달에 도달할 수 있어요.”

⊙ 바이블은 그리스어 ‘책’을 의미하는 비블로스에서 유래… 레바논 항구 비블로스는 이집트산 파피루스가 모이던 곳
⊙ 하나님의 창조를 책으로 보면 ‘구약의 창세기’, 물질로 보면 ‘빅뱅’… 빅뱅이론이 과학으로 증명되면서 기독교는 과학과 더 친해져
⊙ 미국 大恐慌이 낳은 3가지 상징 ‘미키마우스’와 ‘타잔’ ‘킹콩’… 하나님이 꼭 아니라도 하나님이 있다는 증거
⊙ 영어의 ‘릴리전(religion)’은 단절된 하늘과 땅의 일과 말을 다시 이어준다는 의미… ‘나의 삶을 다시 읽는다’는 뜻도

이어령
1933년생. 서울대 국문학과·同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 경기고 교사, 이화여대 교수,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논설위원,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문화부 장관 역임
 

“하나님 말씀이 성경이라면, 인간이 쓴 성경은 천 개의 강물에 어린 달그림자(月印千江)”



 이어령(李御寧·87) 선생과 함께하는 세 번째 항해(航海)를 떠났다. 선생은 우리 대화를 ‘빈자(貧者)의 제단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라 명명했지만, ‘촛불’인지 ‘항해’인지는 독자가 판단하리라. 한층 깊어진 종교와 신앙, 성경의 문제를 향해 노를 저어갔다. 선생의 말은 우물 파기와 같았다. 한 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돼갔다. 아무리 가지가 옆으로 뻗어 나가도 나무(주제)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기자는 지난 10월 2일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이어령 선생을 만났다. 생각해보니 우연인지 몰라도 선생을 만날 때마다 비가 내렸다.


  故 이병철 회장의 질문
  8.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11세기 비잔틴 제국 시대에 쓰인 ‘누가복음서(루카복음)’ 첫 장.
  “과학자들은 ‘화석’이나 ‘유물’의 발굴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려고 하죠. 그런데 저와 같이 문학하는 사람들에겐 ‘말’과 ‘문자’가 바로 그 화석이요, 유물인 게죠. 그리고 또 그들은 있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있는 것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고 물으면 ‘하나님 계시(啓示)를 받아 40명인이 66권을 쓴 전집’(가톨릭 성경은 ‘외경’을 더해 73권이다)이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성경’이니 ‘성서’니 하는 말부터 캐려고 해요. 그리고 영어로는 ‘바이블(the Bible)’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어디에서 왔으며, 그 본래의 뜻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 나타내는 겁니다.”

  선생의 성경에 대한 언급은 그 역사를 더듬는 일에서 시작됐다.

  “‘성경’을 뜻하는 영어의 ‘바이블’은 그리스 말로 ‘책’을 의미하는 ‘비블로스(biblos)’에서 나온 말입니다. 성스럽다(聖)거나 경전(經)이라는 뜻이 아닌 그냥 ‘책’입니다. 그 말의 뿌리를 캐면 종이를 가리키는 페이퍼(paper)와 같은 ‘파피루스(papyrus)’에서 나온 말이에요. 파피루스는 이집트 나일강 습지에서 자라는 2m가 넘는 갈대입니다. 이집트인들은 갈대 껍질을 벗겨 매끄럽게 다듬어 종이처럼 사용했지요. 그런데 이 파피루스를 배로 보급한 항구 이름이기도 합니다.”


  선생의 성경 뿌리 찾기는…
 
1988년 발행된 레바논 지폐 100리브르(Livres). 이미지 출처=수집뱅크코리아
  바이블, 비블로스, 페이퍼, 파피루스… 선생의 성경 뿌리 찾기는 계속 이어졌다.

  “비블로스라고 불린 레바논 도시는 BC 4500년 전에 세워진 항구였어요. 그땐 그곳이 페니키아 땅이었어요. 고대에 항구도시로 성장해 이집트산 파피루스가 모이던 지역이었죠. 정리하자면 비블로스라는 도시 이름은 파피루스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나왔어요. 이집트에서 사온 파피루스를 팔던 데에서 유래됐지요.”

  ‘말의 화석 캐기’가 이번에는 레바논 삼나무로 이어졌다.

  “비블로스는 삼나무(백향목)와 종이(파피루스) 교역으로 번성했는데, ‘레바논 삼나무’는 성경에 수백 군데 나옵니다. ‘구약 시편’에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같이 자라리로다. 주의 집에 심겨진 자들은 우리 하나님의 뜰들에서 번성하리로다’(92장 12~13절)라는 구절이 있지요.

  나무가 크고 꼿꼿하기에 사람이 죽으면 삼나무로 널을 만들었다고 해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벌레가 안 먹어요. 신전도, 널도 레바논의 삼나무를 베어 만들다 보니 레바논 지역이 황폐해지고 지금은 천연기념물이 되어 그야말로 ‘살아 있는 화석’이 된 거죠. 레바논 화폐에 그 삼나무가 나옵니다.”

  성경이 책이 되고 책이 종이가 되더니, 이번에는 파피루스의 갈대와 레바논 삼나무의 모습으로 이미지가 바뀐다. 몇 개의 화석 쪼가리로 공룡들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고생물학자와 다를 게 없다.

  “성경은 ‘책’입니다. 정관사가 붙어 ‘더 북(the book)’이지요. 책은 말을 문자로 적은 것인데 그리스어로는 ‘로고스(logos)’라 했지요. 그런데 그 뜻이 호두 속 같아서 ‘말’이라는 뜻만이 아니라 ‘진리, 이성, 논리, 법칙, 관계, 비례, 설명, 계산’ 등 이루 다 적을 수 없어요. 가뜩이나 숨이 찬데 이걸 또 로마 사람들이 번역하는 과정에서 ‘말’과 ‘이성’으로 두 쪽이 납니다. 주일마다 들고 다니는 《성경》 책 놓고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성경보다 훨씬 윗사람이 누구여? ‘말씀’이지요. ‘요한복음 1장 1절’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태초의 말씀이 성경보다 훨씬 위야. 그럼 말씀, 즉 로고스가 누구야? 바로 하나님이시지.

  하나님 말씀이 성경이라면, 인간이 쓴 성경은 달그림자예요. 알아듣기 쉽게, 시적(詩的)으로 불경(佛經)식으로 표현하자면 ‘월인천강(月印千江)’, 천 개의 강물에 어린 달그림자지요. 대한민국 한강에 비친 달, 북한의 대동강과 독일의 라인강, 미시시피에 비친 달…, 하늘의 달은 그대로인데, 수백 수천의 강물에 비치는 달그림자는 물결에 따라 서로 달라요. 그런데 달그림자를 두고 자꾸 하나님이라고 하면 되것어?”


  하늘 위 달과 강에 비친 달그림자, 그리고 캐논

  ― 천 개의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라….

  “우리는 인간의 말과 하나님의 말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여호와 하나님이, 예수님이 누구인지, 성경 속 이야기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하늘 말과 땅 사이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어요. 성경 속에 담긴 말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면 절대적이고 성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을 기록한 것은 사람들이었기에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인간의 말로 굴절되었다는 것이지요.”

  저마다의 강에 비친 달그림자의 모습이 다르다 해도 달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더 알기 쉽게 설명할게요. 사인(sign)을 하잖아요. 그런데 쓸 때마다 조금씩 다 달라져요. 그런데도 그걸 같은 사람의 사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어떤 변하지 않는 원본이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지요. 사인을 할 때마다 대조해볼 수 있는 ‘캐논(canon)’이 있기 때문이죠.”

  캐논은 ‘규칙’이나 ‘표준’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그리스도교적 신앙 및 행위의 기준인 법규집(集)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몸은 하루하루 세포가 바뀌어 몇 년이 흐르면 신체 모든 기관이 바뀐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나’인가요? 어렸을 때 나, 30대의 나, 60대의 나가 어떻게 같은 ‘나’인가요? ‘나’라는 어떤 개념, 어떤 캐논이 있어서 같다고 하지 않겠어요?”

  ― 성경의 ‘캐논’은 태초에 있었던 하나님 말씀이군요.

  놀랍다. 이 말 저 말 하는 것 같은데, 그것들이 하나하나 그물처럼 얽혀 있다. 캐논이라는 말 역시 파피로스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파피루스는 나일강의 갈대로 만든 것이니까 빳빳해. 빳빳하니까 척도나 잣대로 삼을 수 있었던 거지. 성경의 모든 잣대에 ‘캐논’이 있는데 그게 로고스고 하나님이라는 말입니다. 그 잣대로 오늘날의 성경을 재(尺)봐야 해요. 요약하자면, 성경은 하나님 말씀을 옮긴 것은 사실이나 인간의 문화인 언어와 문자로 기록된 매체라는 겁니다. 달그림자에 비친 강에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치면 달빛은 ‘깨진 달빛’이 됩니다. 비록 우리 눈에는 ‘이지러진 달’로 보이지만 그 원본을 조회해 볼 수 있는 캐논, 땅에는 없지만 ‘하늘 위 진짜 모양의 달’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지러진 달을 수정하고 본래의 달에 도달할 수 있어요.”


  성경 번역자는 반역자?
 
이어령 선생의 초상화.
  ― 성경을 각 나라 말로 번역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축어역(逐語譯)과 의역(意譯) 과정에서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선생께서는 이를 ‘언어로 메울 수 없는 문화 수렁’ ‘번역자는 반역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40일 동안 금식한 예수 앞에 마귀가 나타나 ‘이 돌덩어리로 빵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그때 하신 말씀이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입니다.

  그런데 한국말 성경에는 그것이 ‘빵’이 아니라 ‘떡’이라고 되어 있어요. 가톨릭 성찬식에서 쓰는 빵도 떡을 가리키는 한자 병(餠)을 써서 ‘성병(聖餠)’이라고 하고,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덩이로 5000명을 먹인 기적도 ‘오병이어(五餠二漁)의 기적’이라고 해요.

  그런데 ‘(사람은) 떡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목사님, 신부님이 말씀을 하면, 곧이곧대로 들으면 ‘어떻게 사람이 떡만 먹고 살아요. 밥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이 선생은 장난꾸러기같이 웃는다) 제대로 우리말로 옮기자면 밥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다’라고 해보세요. 이번에는 ‘마귀가 돌을’이 아니라 ‘모래를 퍼주며’라고 고쳐야 할 겁니다. 하나님 말씀은 하나지만 문화가 다르니 번역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지요.

  히브리말이나 영어로 된 성경을 아무리 한국말로 잘 옮긴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나라와 민족마다 문화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선생의 말을 듣고 있자니 성경 번역 작업이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위험천만한 작업인지, 그리고 얼마나 성스러운 작업인지 느낄 수 있었다.

  “번역에는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대로 옮기는 축어역과 문장 의미를 파악해 문맥에 맞게 옮기는 의역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번역론’이라고 하는 히에로니무스의 글에도 이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져 있지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려면 의역이 필요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보전하려면 낱말 하나하나를 원형대로 옮기는 축어역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역이냐 축어역이냐, 번역자들은 항상 두 갈래 길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서생(書生)들이 베끼는 과정에서 잘못 베낄 수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자연의 질서는 인간이 손댄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을 통해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자연이 바로 성경이고 바이블이자 책인 것이죠. 그래서 갈릴레오는 지구가 돈다고 하나님을 부정한 게 아니라 지구와 천체(天體)를 성경(책)보다도 더 정확한 성경이라고 한 것이지요. 자신이 그렇게 말했어요. ‘자연은, 우주는 한 권의 책(성경)’이라고. 그의 망원경은 하늘의 책에 쓰인 하나님 말씀을 읽는 돋보기였던 것이지요.”


  창세기 天地創造를 빅뱅이론이 증명
 
지난 50년간 월드 베스트셀러 톱 10.(단위 백만 부) 자료와 이미지 출처=www.blacksmithpublishing.com
  이 대목에서 그는 숨을 가다듬었다.

  “하나님의 창조를 책으로 보면 ‘구약 창세기’지만, 물질로 보면 ‘빅뱅’(the big bang theory)입니다. 그때 천지(天地)가 만들어졌으니까요. 빅뱅이 과학으로 증명되면서 기독교는 과학과 더 친해졌어요. 모든 과학자가 기독교와 친해진 거야. (과학과 종교가) 등을 돌린 것처럼 돌아다니다 보니, 어? 제자리에 와 있는 거야. 빅뱅이야말로 천지창조고 하늘과 땅이 만들어지니까요. 그 이전의 무(無)에서 우주가 생성됐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 못 하는 빅뱅이론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이죠.”

  《성경》은 세계의 모든 말로 번역된 유일한 책이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성경》이다. 이런 농담이 있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해리포터》 읽으셨어요?”

  “아직 안 읽었는데.”

  “한 달 전에 나왔는데 아직 읽지 않으셨다니….”

  교수가 《성경》 책을 내보이며 말했다.

  “이 책 읽었나?”

  “아니요…. 아직 읽지 않았는데요.”

  “나온 게 1000년도 넘었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니….”

  계속된 선생의 말이다.

  “《성경》은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베스트셀러이고, 아직도 매년 베스트셀러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역과 부분역을 합해 2400개가 넘는 언어로 60억 부 이상이 발행됐고, 기네스북에도 올랐지요. 2015년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가정의 88%가 《성경》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성경》이 두 권 이상이고, 4곳 중 한 곳은 (《성경》을) 5권 이상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미국인의 13%는 지난 1년 안에 새 《성경》을 구입했다고 말해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새 《성경》의 구입은 번역의 정확성과 (《성경》) 권위에 관한 끊임없는 질문이 오래된 텍스트의 새 버전에 대한 수요를 유발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2위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인데, 책 제목은 《모주석 어록(毛主席語錄)》입니다. 1964~76년까지 출판되었습니다. 이 ‘작은 빨간책’(서방에서는 이 책을 ‘The Little Red Book’이란 별칭으로 불렀다)은 10억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하지만, 어쨌든 중국 공산당이 자기네 말로 찍은 것이지만 《성경》은 전 세계 나라 말로 출판한 것이니 비교할 수 없지요.

  베스트셀러 3, 4위는 자꾸 바뀌어요. 《해리포터》가 되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책들은 10년 전엔 순위에도 없지요.”


  故 이병철 회장의 질문
  9. 종교란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11.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13.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천주교만 제1이고,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나?


  “인간의 종교를 크게 둘로 나누면 신을 믿는 종교, 돈을 믿는 종교로 나눌 수 있지 않겠어요? 돈을 믿는 종교를 물신숭배(物神崇拜)라 하지요. 그런데 영어로 ‘신(god)’에다 ‘엘(l)’자만 넣으면 ‘황금(gold)’이 됩니다. 옛날부터 물질을 숭배하느냐, 하나님을 숭배하느냐에 따라 세속주의와 신성주의로 나뉘었어요.

  대개 인간은 오감(五感)을 통해 만져보고 증명하려 합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죠. 예수님이 부활하셨을 때 도마(토마스)라는 제자는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자신의 상흔을 내보이시며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고 하시면서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돼라’고 하셨죠.

  직접 오감으로 확인한 도마가 이르되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고 답했습니다. 비로소 도마는 부활하신 주님을 믿게 된 것이죠.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을 ‘스승님’이라 불렀지만 도마는 ‘주님!’이라며 제자 중에 최초로 예수님을 신이라 불렀어요. 의심하던 사람들이 믿기 시작하면 진짜 믿는 거야.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봤으니까.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 믿는 쪽이 더 많아요.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봐야 믿는다면 이 세상에 믿을 것이 사라져버립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병철 회장이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라고 물었는데 그 말 자체가 유물적인 것이죠. 그런데 인간은 신이 없어도 살 수 있어요. 돈이 없어도 살아요. 기근이 들어 당장 사람이 죽게 되었을 때 황금 한 덩어리는 감자 한 조각만 못하잖아요. 신과 황금은 비슷한 게 많아. 번쩍번쩍 빛나잖아요. 예수님 그림을 보면 머리 뒤에 후광이 있어요. 금덩이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죠. 최초의 기마유목 민족인 스키타이의 무덤이나 경주 신라 천마총(天馬塚)의 무덤을 열면, 다른 부장품은 다 썩어도 금반지는 그대로예요. 어쩌면 금은 영혼에 가장 가까운 물질인지 모르죠. 그런데 금을 증명해 보이려면 아르키메데스 원리가 나와야 돼요. 가짜 금인지 여간해서 알아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황금의 비율을 찾아내고 ‘유레카!’라고 외쳤잖아요.”


  예수님과 도마,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자, 그렇게 하나님을, 신을 찾아내라고 얘기했을 때, 수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찾으려면 인간의 지능 안에서 증명이 돼야 하잖아요. 하나님은 ‘에고 에이미’(ego eimi·스스로 존재하는 것)의 존재이시죠. 그분의 뜻을 인간 지능으로선 알 수 없어요.

  그런데 생명을 증명하는 것과 물질을 증명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황금이 새끼 낳는 것 봤어요? 금 조각을 그냥 놔두면 스스로 증식이 안 돼. 그런데 돼지는 안 그렇잖아요. 2년 전에 돼지 새끼 한 마리를 누구에게 맡겼더니 막 새끼를 쳐서 (돼지) 우리에 가득해요.

  이렇게 확실한 생명도 안 믿겠다고요? 생명은 어디서 왔나요? ‘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라고 했어요. 분명히 부모에게서 받았어. 배꼽만 봐도…, 아버지는 몰라도 어머니와 한 몸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하나님이라 부르든 안 부르든, 이 세상이 달(月) 세계가 아닌 이상, 생명이 있어서 보고 듣는 자연의 모든 것이 생명의 증명이고 믿음이 아니겠어요?

  그게 ‘섬싱 그레이트(something great)’죠. 무(無)에서 태어나 다시 무로 돌아가는 생명인 것이죠. 어떻게 금덩이를 믿으면서 생명을 안 믿어요? 살아 숨 쉬고 아기를 낳는 생명의 근원을 안 믿느냐, 그 말이에요. 불태환(不兌換) 시대인 지금, 지폐도 종이 쪼가리예요. 종이 쪼가리를 믿는 사람이, 인쇄된 숫자를 믿는 사람이, 살아 숨 쉬고 꼬물거리는 이 모든 삼라만상을 안 믿어요?

  1930년대에 미국에서 대공황(大恐慌)이 일어났어요. 그때 증권이 다 휴지 조각이 돼버렸어요. 당시 두 가지 행렬이 있었다고 해요. 무료급식소의 긴 행렬, 그리고 영화관에 늘어선 행렬이지요. 현상논리로 말하자고요. 굳게 믿었던 증권이 한순간에 가랑잎이 됐어요. 믿을 게 아무것도 없어. 자살하고 막 그러는 거야.

  하지만 하나님이 꼭 아니라도 하나님이 있다는 증거가 있어요. 바로 영화관에 늘어선 행렬 말이에요. 현실이 망하면 끝인데, 사람들이 왜 영화관으로 갔을까요? 그 무렵 불황이 만든 3가지 상징이 탄생했어요. ‘미키마우스’와 ‘타잔’ ‘킹콩’…. 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야.

  확실히 있다고 믿었던 돈은 다 무너져버리고, 거꾸로 있지도 않은 쥐새끼 보러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이 절망을 잊고 울고 웃었어요. 고양이한테 맨날 쫓기는 쥐새끼가 뭔데 말이죠. 미키는 아일랜드 사람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의 ‘홍길동’처럼 흔한 이름이라 해요. 미키, 미카엘, 그러니까 대천사(大天使)를 말해요.”


  大恐慌의 삼총사, 미키마우스·타잔·킹콩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 등장해 절망에 빠진 이들을 위로했던 3가지 상징물 킹콩, 타잔, 미키마우스.
  “가공의 만화 주인공인 미키마우스가 지금 90세야. 나보다 세 살 많아. 사람은 인권이 있는데 쟤는 저작권이 있어. 그런데 어릴 때부터 배꼽친구인 미키는 배꼽이 없어요. 생명을 증명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미키의 아버지는 누구야? 미국이라는 문화가 만든 가공의 존재잖아요.

  타잔도 마찬가지예요. 원숭이와 다름없어. 팬티 하나 걸치고 ‘아~ 아아~’ 외치면서 나무 사이를 달려가요. 망한 증권 도시의 존재와 다른, 자연에 가까운 생명 친화적 존재지요. 바이오필리아(biophilia·녹색갈증)예요. 야수 킹콩이 인간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일각에 내려치는 게 뭐예요? 하나님의 힘, 자연의 힘, 그 속에 깃든 생명인 거지요. 1930년대는 돈만 믿고 자연을 저버리며 반(反)미키, 반타잔, 반킹콩으로 살았던 것이에요.

  대공황 시절, 삼총사가 사랑받은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 돈이 무너지면서 증권이 휴지가 되면서 우리가, 인간이, 인류가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하나님이라 하지 말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고 칩시다. 이 삼라만상을 만든 힘과 질서를 못 믿어요?”

  선생은 흥분한다. 답답할 때 더욱 흥분한다. 남과 소통이 안 될 때 제일 화가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교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간접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유대인의 관원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의 단절 문제를 생각해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지요.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복음 3장1~13)고 하니까, 니고데모는 ‘늙은 사람이 어떻게 두 번째 모태(母胎)에 들어갔다가 다시 태어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아무리 알아듣기 쉽게 말해도 끝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니고데모를 보며 예수님은 ‘내가 땅의 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아니하는데 하물며 하늘의 일을 말하면 어떻게 믿겠느냐’라며 탄식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예수님이 하늘의 일을 지상의 일에 빗대어 말하지만 끝내 니고데모의 머리는 이해를 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나는 예수님을 생각하면 외롭고 슬프고 아파하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기독교 신자든 비기독교인이든 관계없이 《성경》 말씀은 니고데모 같은 딱딱한 머리로 읽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너무나 많이 나와요. 문학이나 시를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신앙과 관계없이 ‘거듭나라’는 말을 진짜로 ‘어머니 배 속에 들어갔다 나오라’는 말로 알아들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성경》 말씀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니고데모처럼 문자 그대로 해석합니다. 하늘 나라의 일을 지상의 일로 말하려고 할 때 어쩔 수 없이 비유나 상징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그것을 모르면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 선생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하늘과 땅의 단절을 답답하게 여기신 예수님…. 그래서 종교가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종교란 말은 개화기 때 일본 사람들이 영어의 ‘릴리전(religion)’을 불교 용어인 ‘종(宗)’과 ‘교(敎)’를 따서 번역한 말입니다. 그런데 릴리전의 어원이 뭣인지 아시지요? ‘다시 잇는다’, 즉 단절된 것을 다시 연결한다는 라틴어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단절된 하늘의 일과 말, 그리고 땅의 일과 말을 다시 이어주는 것! 그것이 종교이며 그 필요성이지요. 그리고 ‘다시 읽는다’는 뜻도 있어요. 나의 삶을 다시 읽는 것, 그 의미를 다시 찾는 것, 그것이 종교라고 말이지요.”

  아! ‘성경’ 말의 화석 캐기에서 시작해 ‘종교’ 말의 화석 캐기로 끝난 우리의 대화는 침묵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계속)⊙

2019년 4월 25일 목요일

어느 쪽이 친일이고, 무엇이 나라 망치는 매국인가

일본을 배워서 일본을 넘겠다는 克日의 민족 에너지가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무엇이 나라 망치는 친일 매국이란 말인가

박정훈 논설실장
박정훈 논설실장
문재인 정권과 그 주변부가 친일 프레임을 구사하는 것은 좌파 통치를 위한 또 하나의 진영 논리에 다름 아니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우리 사회에 정말 일본을 숭모하는 친일 세력이 존재한단 말인가. 일본을 위해 우리 국익을 내팽개칠 매국노가 있다는 건가. 광복 후 70여 년이 흘렀고 세상은 천지개벽했다. 민족을 배신하고 나라 팔아먹는 1900년대식 친일은 소멸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70년 전 잣대를 가져다 마녀사냥을 벌이고 정적(政敵)에게 '토착 왜구'란 해괴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게 소득 3만달러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싶다.

이 정권 들어 반일은 원리주의 종교처럼 폭주하고 있다. 좌파 교육감들은 난데없이 '친일 교가(校歌)' 공격에 나섰고, 어떤 지방 의회는 '전범(戰犯) 기업'을 몰아낸다는 조례를 들고 나왔다. 민노총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을 항일(抗日) 거리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협약 위반 소지가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像)도 세우겠다고 했다. 감정적으론 시원하지만 결코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 국가 이익이란 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 고도의 전략 이슈다. 동상 세우고, 항일 표지 붙여야 민족 자존심이 산다는 발상 자체가 싸구려 민족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판 척화비(斥和碑)라도 세우겠다는 건가.

쇄국을 명하는 척화비가 조선 팔도 곳곳에 세워진 것은 1871년 신미양요 직후였다. 서양의 힘을 목격하고도 나라의 문을 걸어 닫았다. 그해 일본은 서구 문물 복제를 위한 '이와쿠라 사절단'을 구미 12국에 파견했다. 사절단 대표 이와쿠라 도모미는 미국 상륙 한 달 만에 상투를 잘랐다. 사절단의 일원이던 6세 소녀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대학을 세웠다. 교육으로 일본 근대화에 앞장선 그녀를 아베 정부가 새 5000엔 지폐의 초상 인물로 선정했다.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는 듯하다. 한국은 반일의 척화비를 세우고, 일본은 국가 건설의 영웅담을 꺼내 들고 있다.

150년 전 척화비와 지금의 친일 프레임엔 공통점이 있다. 적을 알고, 적을 극복하려는 것을 매국(賣國)으로 모는 단세포적 발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광복을 쟁취하지 못했다. 남이 가져다준 독립이었기에 그것은 미완의 산물일 수밖에 없었다. 국력 경쟁에서 일본을 이기는 것이 진짜 광복이었다. 일본보다 부강하고 격조 높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길이었다. 광복 이후 우리는 일본이 넘보지 못하게 힘을 키우자는 극일(克日)의 열정을 불태웠다. 그것은 또 하나의 독립운동에 다름 아니었다. 새로운 국가 건설에 힘을 보탠 국민 하나하나가 독립운동가였다. 그렇게 나라를 발전시킨 극일의 민족 에너지를 이 정권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사망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지막 남았던 LCD 패널 제조사가 대만·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액정(液晶)의 제왕' 샤프는 이미 3년 전에 팔렸다. 세계를 석권하던 일본세가 완전히 궤멸됐다. 그렇게 만든 것이 한국이다. 삼성·LG가 피 말리는 생존 게임에서 승리하면서 일본 디스플레이를 시장에서 소멸시켰다. 어디 그뿐인가. 삼성·LG TV는 소니의 30년 독주를 종식시켰고, 현대·대우는 조선(造船)의 '히노마루(일장기) 군단'을 꺾었다. 현대차는 도요타,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에 필적하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것이 극일이고 진짜 독립일 것이다.

세계인은 한국을 '적폐 청산'이나 '소득 주도'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이 떠올리는 것은 삼성이며 현대차 브랜드일 것이다. 정권 논리에 따르면 이 기업들은 전형적인 친일 기업에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산요의 기술로 시작했고, 현대차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에서 엔진을 들여왔다. 삼성 창업자 이병철은 일본을 스승처럼 모셨다. 그러나 일본은 극복할 대상이라는 관점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 정주영도, 박태준, 구인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일본을 알고(지일) 활용해서(용일) 이기겠다는(극일) '전략적 친일'이었다.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부문, 모든 국민이 그랬다.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일본을 경쟁자 삼아 국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탰다. 광복 후 70년사(史)는 또 다른 독립운동의 역사였다.

우리에게 일본은 아직 배울 게 많고 얻을 게 많은 나라다. '친해져야 이길 수 있다'는 극일의 관점을 이 정권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단세포적 세계관에 갇혀 국제 고립과 외교적 따돌림을 자초하고 있다. 힘이 약해지고 쪼그라드는 길로 나라를 이끌고 있다. 우리 국력이 쇠약해지면 누가 좋아할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반일을 원리주의 교리처럼 휘두르는 권력자들에게 묻는다. 어느 쪽이 일본 돕는 친일이고, 누가 나라 망치는 매국을 하고 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25/2019042503865.html

2019년 4월 7일 일요일

“국회의 ‘박근혜 탄핵 소추’는 對국민 사기

탄핵 2년 뒤, ‘박근혜 변호인’ 채명성이 얘기하는 ‘탄핵의 내막’

“국회의 ‘박근혜 탄핵 소추’는 對국민 사기… 憲裁는 사기 공범!”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 “特檢 실시해 헌재 탄핵 심판 당시 ‘국회-헌재 유착 의혹’ 조사하고 처벌해야”
⊙ “탄핵 사태는 있지도 않은 ‘귀신’을 몰아낸다며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간 한판 푸닥거리”
⊙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당할 중대 사유는 없어… 애매한 점 있지만, 탄핵 사유로는 너무 작아”
⊙ “촛불 주동 세력은 여론 조작 세력… 우리 국민은 이들에게 분노하고 ‘촛불’ 들어야”
⊙ “국회 소추위원이 아닌 탄핵 선고 결정문 쓰는 헌법재판관과 싸우며 비참함 느껴”
⊙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을 옆에 둔 건 박근혜의 잘못”
⊙ “박근혜의 재판 거부는 법치 가장한 정치보복에 대한 비폭력투쟁”

蔡明星
1978년 출생. 서울대 법과대 법학과 졸업, 同 대학원 법학석사, 미국 샌타클래라대학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6기 수료, 서울고등검찰청 공익법무관,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 겸 사무총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ㆍ형사소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선정 변호사
사진=신승민
  2017년 3월 10일, 당시 헌법재판소 소장 대행 이정미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외쳤다. 헌법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국회의 ‘박근혜 탄핵 소추’에 찬성한 결과였다.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朴槿惠) 당시 대통령은 헌정사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기고 청와대에서 나왔다. ‘불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503’을 달고 서울구치소에 있다. 만일 선고된 모든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33년 동안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선고를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박근혜 탄핵’을 ‘정변(政變)’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전히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한다. 그중 한 사람이 최근 《탄핵 인사이드 아웃》이란 책을 낸 채명성(蔡明星) 변호사다. 채 변호사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돌이켜보면 탄핵 사태는 있지도 않은 귀신을 몰아낸다며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간 한판 푸닥거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굿판에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든다. 누구는 “저 여자에게 귀신이 들렸대”라고 수군대고, 누구는 무당의 현란한 칼춤을 보며 연신 두 손을 비빈다. 그런가 하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며 숟가락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녕 귀신을 내몰기나 한 것일까? 아니, 애당초 귀신의 실체가 정말로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채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대리인’이자 ‘형사소송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었다. ‘박근혜 탄핵 사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목격자’인 셈이다. 그가 얘기하는 ‘박근혜 탄핵의 내막’이란 무엇일까. 채 변호사에게 물었다.
 
 
  “사료 남기자는 생각에 책 출간… 언론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
 
  ― 책을 낸 이유가 뭡니까.
 
  “작년 10월, 미국 교포들의 요청을 받고 나서 A4 10~15장 분량으로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 정리해 보냈는데요, ‘쓴 김에 더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 또한 전혀 없었고요. ‘사료’를 남기려고 했어요.”
 
  ― 왜 지난 1월(1월 28일 초판 1쇄 출간)에 책을 냈습니까.
 
  “2018년 11월에 초안을 만들고 12월에 수정 작업이 끝나, 지난 1월에 출간하게 된 거죠.”
 
  ― 기왕이면 ‘박근혜 탄핵 2년’에 맞춰서 내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굳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탄핵’을 언급한 책을 낸 이유가 있습니까. ‘박근혜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도 “황교안(黃敎安)은 친박(親朴)이 아니다”란 식으로 소위 ‘배박(背朴)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그런 건 전혀 아닙니다. 유영하 변호사가 그런 얘기를 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주 재판(직권남용·뇌물수수 등)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으니까,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 책은 얼마나 팔렸습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 2만~3만 권 팔렸을 거예요.”
 
  ― 애초에 예상한 판매 부수는요.
 
  “없었어요. 처음 낸 책이고, 이쪽(출판)을 잘 모르니까요.”
 
  ― ‘박근혜 변호인’이 ‘탄핵의 내막’에 대해 쓴 책이란 배경에 비췄을 때, 그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지는 못한 것 같은데요.
 
  “뭐, 보실 분들은 어느 정도 보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 책 출간 이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진 않았습니까.
 
  “유튜브 쪽에선 많이 있었는데, 언론사 요청은 거의 없었죠.”
 
  ― 왜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언론을 탄핵 주범이라고 했으니까요. 언론 입장에서는 당시 본인들이 오보를 내면서 여론몰이를 했는데, 인제 와서 저를 인터뷰하려고 하면 낯 간지럽지 않겠어요?”
 
  ― 다들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그런 느낌이 들었죠.”
 
 
  “미국은 닉슨 탄핵할 때 1년 6개월 조사… 우리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파면’을 선고한 지 2년째 되는 지난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000만 국민운동본부’ 등 회원들이 서울시 중구 서울역 앞에서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책에서 국회의 탄핵 소추를 ‘날림’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날림’으로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김무성(金武星) 의원을 비롯한 여러 국회의원이 ‘정치적 탄핵’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은 ‘정치적 심판 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 절차’예요. ‘정치적 탄핵’은 있을 수 없어요.”
 
  ― 대통령 탄핵이란 게,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해 국회가 탄핵 소추를 하고 헌재가 그걸 심판하는 건데요, 헌재 심판을 ‘정치 재판’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되죠.
 
  “말이 안 돼요. 헌법 제65조는 분명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최소한 국회에서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해요. 증거를 모으고, 그 절차에 따라 탄핵을 시켜야 해요.”
 
  ― 미국에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37대)을 탄핵할 때 1년 6개월 동안 조사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미국 상·하원의 조사 기간이 1년 6개월이었어요.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한 1년 이상 계속 조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어땠습니까? 당시 국회 국정조사특위(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2016년 11월 말(11월 30일)이었어요. 특검(박영수・朴英洙)도 마찬가지였고요.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가결(2016년 12월 9일)했으니까,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너무 허술했죠. 의결서에 첨부된 21개 참고자료 중 15개가 언론 보도였는데, 사실관계 확인이 제대로 안 된 것들입니다.”
 
  ―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 중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대목은 없습니까.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있나요? 없어요. 탄핵 소추 사유 중 애매한 건 있지만, 너무 사소한 것들이죠.”
 
  ― 그게 뭡니까.
 
  “공무상 비밀 누설. 최서원(최순실)에게 한번 보고 의견을 달라고 하면서 문건 40여 건을 내준 건 맞거든요. 대통령께서도 인정하셨어요. 형사적으로는 ‘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게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중대한 잘못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 굳이 따지자면 불법이긴 하지만, 대통령 탄핵 사유로 들이밀기엔 너무 작다는 말이군요.
 
  “박 대통령 경우에는 단순히 연설문이나 일부 문건이 나갔지만, 이낙연(李洛淵) 총리 경우에는 민간 작가가 연설문 대필을 했잖아요. 민간 작가가 연설문을 쓰려면 각종 자료를 다 봤다는 거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훨씬 더 광범위한 문건 유출이 있었다고 봐야 하죠. 어느 게 더 중합니까? 이 총리 건이 훨씬 중한데도,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면서 그냥 치웠잖아요.”
 
  ― 책을 보면 전체적으로 국회의 탄핵 소추는 ‘대(對)국민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요.
 
  “대국민 사기라고 볼 수 있죠. 그 표현 좋네요.”
 
 
  “탄핵 정국 당시 높았던 ‘여론의 벽’… 지금 보니 드루킹의 여론 조작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ㆍ형사소송 법률대리인 채명성 변호사는 지난 1월, ‘박근혜 탄핵’의 내막을 밝히는 《탄핵 인사이드 아웃》이란 책을 냈다.
  ― ‘박근혜 탄핵’을 주동한 쪽이 어디라고 생각합니까.
 
  “책에도 썼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최서원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2016년 7~8월에 TF(테스크포스・전담반)를 만들거든요. 자기들이 움직이니까 언론에서 계속 그런 기사들이 나왔다고 하잖아요. 그때 여론몰이에 성공하고, 결정적으로 태블릿PC가 터졌다는 건데요.”
 
  ― 박근혜 반대 세력이 여론을 부추겨서 탄핵으로 몰고 갔다는 겁니까.
 
  “예, 그건 자기들이 인정한 거니까.”
 
  ― 최순실 관련 의혹이 터진 이후 광화문광장에는 소위 ‘촛불’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어땠습니까.
 
  “탄식했죠.”
 
  ― “이게 나라냐?”라고 탄식했습니까.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촛불 주동 세력은 여론을 조작한 세력이에요.”
 
  ― 여론 조작이요….
 
  “그들은 나중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대다수 국민은 ‘사실’을 제대로 모른 채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고 분노해서 나온 거잖아요. 그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실체를 바로 보고 당시 여론을 선동했던 이들한테 분노하며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 탄핵 정국 당시 활발하게 활동한 게 드루킹이잖아요. 그때는 이런 세력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죠.
 
  “몰랐죠. 그때는 언론과 여론의 벽이 너무 높았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다고 느꼈어요. 우리가 하는 얘기는 전부 무시되고. 당시에는 국민적 분노가 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보니까 뒤에서 그런 작업들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거죠.”
 
  ― 김경수(金慶洙)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 때문에 구속됐습니다. 만약 그 ‘윗선’이 있다면, 이 사람은 헌법을 위반한 겁니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거죠.”
 
  ― 언론의 자유 침해라면 헌법 위반입니까.
 
  “당연하죠. 국민주권주의 위배이기도 합니다.”
 
  ― 관여했다면 명백한 헌법 위반이네요.
 
  “명백하죠. 이걸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 형법 제91조는 ‘국헌 문란’에 대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국헌 문란’입니까.
 
  “네.”
 
  ―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헌법기관입니까.
 
  “그렇죠. 헌재를 겁박하면 국헌 문란에 해당할 수 있죠.”
 
  ― 헌재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혁명을 하자”고 하면 ‘국헌 문란’입니까.
 
  “그렇죠. 그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탄핵 정국 당시에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혁명밖에 없다”고 했던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뭡니까? ‘내란의 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아주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내란의 죄’라고 하더라도 법적 절차보다 정치 상황이 중요하죠. 결국 수사하고 소추하는 건 검찰인데, 저쪽이 장악하고 있잖아요.”
 
  ―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재직 중이라도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했을 때는 ‘형사 소추’가 가능합니까.
 
  “법적으로는 가능하죠.”
 
 
  “‘박근혜 탄핵’ 당시 ‘촛불 시민’은 특정 세력에 선동당한 이들”
 
  ― 탄핵 정국 당시 촛불을 들고나왔던 사람들은 소위 ‘깨어 있는 시민’입니까, ‘어리석은 군중’입니까.
 
  “특정 세력에게 선동당한 시민이죠. 우리 국민이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탄핵 소추안 또는 검찰 공소장 내용을 잘 알고 계실까요? 그게 아니잖아요. 막연하게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선동된 거잖아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 최서원에게 권력을 넘기고 청와대에서 더럽게 굿을 하고, 섹스를 했느냐?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를 정독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국회의원들도 거의 안 보고, 몇 명이 그냥 밀실에서 만든 걸 가지고 탄핵시켰다고 생각해요.”
 
  ― 국회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는 걸 보면서 ‘착잡한 심경’이었다고 썼는데요.
 
  “우리나라 법치가 무너졌다고 생각했어요. 진상 조사 없이 그냥 언론이 선동하니까 의원들이 부화뇌동해서 탄핵 소추를 하다니…. 그 과정이 너무 어이없었어요.”
 
  ― 책에서 탄핵이 누군가의 기획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 ‘누구’는 유력 정치인입니까, 언론사 사주입니까, 아니면….
 
  “다 결합했던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적이 많았어요. 통합진보당 해산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했고요.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어요. 야당은 물론 비박(非朴)계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죠. 그 ‘적’들이 특정 계기로 인해 연합한 건 아닌지. 그 시발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 박영수 특검이 매일 브리핑을 하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박근혜 탄핵’을 조장했다고 했는데요.
 
  “특검도 참….”
 
  ― 대통령 수사 상황은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으니까 특검이 거의 매일 브리핑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박상기(朴相基)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게 ‘피의사실 공표’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게 맞는 거예요. ‘드루킹 특검(허익범)’이 브리핑 몇 번 했는지 보세요.”
 
  ― 별로 안 한 것 같은데요.
 
  “일주일에 한 번도 채 안 했을 거예요.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만 몇 번 했어요. 박영수 특검은 거의 매일 브리핑했거든요.”
 
  ― 당시 특검이 얘기하면, 그대로 기사로 나오고, 그걸 본 사람들은 또 분노해서 촛불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오는 식이었죠.
 
  “그게 ‘사실’이 되는 거예요. 언론이 몰아가니까 국민도 그렇게 알 수밖에 없었죠.”
 
 
  “첫 대면 당시 박근혜의 논리정연함에 놀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온 지 20일 만에 구속돼 지금까지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현재 그에게 선고된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33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 탄핵 심판 대리인단에 들어간 건 누구의 제안을 받은 겁니까.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 변호사들과 논의하던 중 ‘우리가 돕자’고 결론을 내린 다음, 그중 한 변호사가 유영하 변호사에게 연락했어요. 유 변호사는 ‘사람이 없다. 도와달라’고 했어요.”
 
  ― 아무리 직무 정지 상태인 대통령이라고 해도 사람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명망가들은 다들 손사래를 치고, 민정수석은 대리인단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상황이었어요.”
 
  ― 탄핵 심판 대리인단 합류 결정 이후 소속 법인(법무법인 화우)에서 나오고,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직에서도 물러났죠.
 
  “그 정도 각오가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당시는 ‘태극기집회’가 본격화되기 전이라서 ‘촛불’만 있던 굉장히 무서운 상황이었거든요.”
 
  ― 왜 ‘국민 왕따’ 또는 ‘적폐 추종자’로 몰릴 결심을 했습니까.
 
  “대리인단에서는 제가 ‘막내 변호사’니까 뭘 주도적으로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뭐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 원래 ‘박근혜 지지자’였습니까.
 
  “비판적 지지를 했었죠. 저는 이 재판 들어오기 전에는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했는데, 대통령(박근혜)께서 그 부분에 성의를 보이셨어요. 그분이 북한인권에 대해 보인 관심과 통일에 대한 생각은 지지했지만, 다른 건 사실 뭐….”
 
  ― 예를 들어 시장경제 가치를 저버렸다고 비판받는 ‘경제민주화’, 이런 점은 비판했다는 건가요.
 
  “그런 점은 저도 약간 걱정했었죠.”
 
  ―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대면한 때는 언제입니까.
 
  “탄핵 심판 대리인단에 들어가고 나서 2016년 12월 말에 대리인 전체를 만나는 자리에서 처음 뵀죠.”
 
  ― 그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뜻밖에 논리정연해서 놀랐다고 했는데요.
 
  “당시 언론이 대통령을 거의 허수아비로 만들어놨잖아요. 저도 그런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는데, 막상 만나뵀더니 너무 말씀을 잘하시는 거예요. 논리정연하고, 본인 주관도 있어서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전까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연 정상적인 국정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라는 의심을 했다는 얘기네요.
 
  “태블릿PC 터지고, 세월호와 관련해서 ‘굿’ ‘섹스’가 나오고, ‘최순실 아바타’란 얘기를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죠. 처음엔 그랬는데요, ‘과연 이게 맞을까’ 하면서 하나하나 되짚어가면서 언론이 오보를 쏟아내고, 탄핵 국면으로 몰아가는 건 ‘정상’이 아니라고 다들 인정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한 여러 정책이 묻히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해서 (탄핵 심판 대리인단에) 가게 된 거죠.”
 
  ― 대리인단 합류 이후 ‘박근혜 대리인 채명성’이란 기사로 도배됐는데요, 그 ‘간판’을 노리고 합류한 거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동안 숨어 있었어요.”
 
  ― 가족의 반대는 없었습니까.
 
  “제가 하겠다고 결정해놓고 얘기를 했으니까, (아내가) 하루 정도 반대하다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어요. 탄핵 심판 끝나고 대통령 형사재판도 맡겠다고 할 때는 좀 싸웠죠.”
 
  ― 아내도 변호사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내는 ‘박근혜 탄핵’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했습니까.
 
  “그때는 안 했는데, 요즘 들어서 이해하는 것 같아요.”
 
  ― 2016년 12월 29일과 2017년 1월 2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면담했는데요, 당시 회의는 얼마나 했습니까.
 
  “2시간 가까이했어요. 상견례 겸 의견 교환 자리였죠.”
 
  ― 박근혜 대통령이 법리적 질문을 하는 자리는 아니었네요.
 
  “아니요. 질문을 많이 했어요. 3분의 1 정도는 박 대통령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어요.”
 
  ― 당시 박 대통령에게서 초조, 불안 같은 건 못 느꼈습니까.
 
  “그냥 힘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았습니다.”
 
 
  “국회 소추위원이 아닌 헌법재판관과 싸우며 비참함 느껴”
  
2018년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퇴임한 강일원 헌법재판관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헌재 탄핵 심판 당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강일원 주심 재판관의 ‘편파 진행’을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했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사진=뉴시스
  ― 당시 여론이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 대리인단이 마치 ‘섬’처럼 고립돼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원래 재판관들은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해요. 우리는 국회 소추위원단이 아니라 재판관과 싸웠어요. 이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결정문을 쓰는 재판관들과 싸워야 한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 상황입니까. 이미 거기서 결정이 난 거죠.”
 
  ― 2017년 1월 25일, 퇴임을 불과 6일 앞둔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탄핵 심판 결론을 늦어도 3월 13일까지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탄핵 심판은 최장 6개월 동안 할 수 있는데, 며칠 뒤면 나가는 사람이 왜 이런 결정을 한 겁니까.
 
  “권성동 의원(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TV(JTBC)에 나와서 ‘늦어도 3월 9일까지는 선고가 나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는데, 그 다음 날 박한철 소장이 같은 얘기를 했어요.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변호사가 ‘(소추위원단과) 짰느냐’고 항의하자, 박 소장이 ‘무례하다’고 하면서 큰 다툼이 있었죠.”
 
  ― 그런 시각으로 보면, 국회와 헌재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중환 변호사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권성동)은 헌재소장과 연락하는 사이인데, 같은 얘기가 하루 차이로 나오는 이유가 뭐냐? 무슨 의사 연락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더니, 그런 적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더라고요.”
 
  ― 그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같은 걸 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럼 고발하면 되지 않습니까.
 
  “고발 여지는 당연히 있죠.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되니까 얘기는 못 하겠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 어떤 명목으로 할 수 있습니까.
 
  “이건 가정인데요, 재판관들이 소추위원단 또는 특정 정치 세력과 의사 연락을 하고 재판을 진행했다면, 특검이 조사해야 할 사안이죠. ‘직권 남용+α’가 될 것 같은데요.”
 
  ― 대통령 측 증인 신청도 헌재에서 상당수 기각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고영태조차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잖아요.”
 
  ― 그런 진행을 예상했습니까.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죠. (2017년) 1월 25일, 박 소장이 ‘3월 13일’로 선고 기한을 못박은 다음에 ‘야, 이건 아닌데. 우리 총사퇴해야 하는 거 아니야?’란 얘기가 오갔죠.”
 
  ― 기존 재판에서 판사가 그렇게 진행하는 걸 경험한 일이 있습니까.
 
  “말도 안 되죠. 진정 들어가고, 언론에 나가면 판사 옷 벗을 일이죠.”
 
  ― 왜 항의하지 않았습니까.
 
  “헌재는 독립기관이니까, 이의신청을 해도 헌재가 기각하면 끝이죠. 우리가 태블릿PC감정보고서를 보자고 했는데 기각했고, 고영태 증인 신청도 기각했어요. 김수현 녹음파일(고영태 일당의 통화 내용이 담긴 2100여 건의 녹음 파일) 검증도 기각했지만, 다툴 방법이 없었어요. 심지어 강일원 주심 재판관 기피 신청도 기각됐어요.”
 
 
  “특검 도입해 국회와 헌재를 종합적으로 수사한 뒤 상응 조치 취해야”
  
채명성(오른쪽) 변호사는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유영하(왼쪽) 변호사와 관련된 세간의 의심에 대해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을 거부했다. 사진=뉴시스
  ― 지금이라도 헌법재판관들을 문책할 방법은 없습니까.
 
  “헌재에 결정권한이 있으니까요. 재량에 따라 했다고 하면 방법이 없는데, 만약 어떤 내통이 있었다고 밝혀지면 처벌을 받아야겠죠.”
 
  ― 주심 재판관 강일원에 대해서는 ‘기피 신청’까지 할 정도로 불만이 많았다고 했는데요.
 
  “사실 주심 재판관이 다 한 거죠. 우리가 신청한 거 기각하고,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저쪽(국회 소추위원단) 편을 많이 드는 듯했어요. 우리가 심문하려고 하면 자르고, 증인에게 추가 질문할 때도 저쪽에 유리한 질문을 자주 하고요. 아직 헌재에 당시 동영상이 다 있거든요. 그걸 보면 아실 수 있을 거예요.”
 
  ― 강일원 재판관이 탄핵 소추 사유를 정리하라는 식으로 소추위원단에 조언하기도 했는데요.
 
  “국회에서 너무 난삽하게 (탄핵소추의결서를) 만들어서 사유가 엉성했는데, 강일원 재판관이 첫 변론기일에 ‘이거 너무 난삽하니까 내가 정리해주겠다. 받아적어라’는 식으로 5개를 불러줬어요.”
 
  ― 박근혜 대리인단에서는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 소추위원단의 수석대리인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죠. 주심 재판관에게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의결서를 수정하라고 할 권한이 있습니까.
 
  “명확한 규정은 없는데, 아마 법조인 100명에게 물어보면 다 ‘권한 밖’이라고 얘기할 겁니다.”
 
  ― 국회가 가결한 ‘탄핵소추의결서’를 표결 없이 멋대로 고치는 건 ‘불법’ 아닙니까.
 
  “국회에서 표결한 걸 자기들 마음대로 고쳐서 심판한 건데요, 심판 자체를 무효라고 해야 하나?”
 
  ― 국회 소추위원단을 고발했습니까.
 
  “이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 사유뿐 아니라 헌재와 국회 소추위원단 사이의 의사 연락까지 종합적으로 특검이 수사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돼요.”
 
 
  “헌재의 ‘헌법 수호 의지’ 내세운 ‘박근혜 탄핵’은 뜬금없어”
 
  ― 바꿔 생각해보면, 대통령 대리인단이 막무가내로 무리한 증인 신청을 해서 진행 방해를 하니까 헌재 측에서 제지한 것 아닙니까.
 
  “그쪽의 무리한 진행에 우리가 이의를 제기하니까 빈정 상한 게 아닌가 싶어요.”
 
  ― 박근혜 대리인단이 헌법재판관들 심기를 거슬러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온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결과는 어차피…. 당시 문제 제기를 통해 기록을 남겼으니까, 이후에 되짚어볼 기회가 있겠죠.”
 
  ― 만약 헌재 재판관들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요.
 
  “당시에는 여론이 일방적인 상황이었으니까 그걸 무시했다가는 폭도들에게…. 재판관들이 그렇게 많이 흔들리거든요. 판사도 그렇고요. 여론이나 권력에 너무 약하기 때문에 차제에는 미국처럼 종신제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 박한철의 ‘3월 13일 발언’ 이후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까.
 
  “불안하다….”
 
  ― 그냥 ‘불안하다’는 정도였습니까.
 
  “내부적으로 몇 번 회의했지만, 그래도 ‘설마 재판관들이?’라고 기대했죠.”
 
  ― 그런데 3월 10일에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됐는데, 충격받았습니까.
 
  “예, 받았죠. 거의 짰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후일담을 들었는데, 몇몇 재판관은 반대하다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서 찬성했다고 하기도 하고요.”
 
  ― 헌재 결정문을 보면 “피청구인(박근혜)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돼 있거든요.
 
  “그게 제일 어이없어요. 뜬금없이 ‘헌법 수호 의지’를 들고나오더라고요. 대통령이 세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그게 진실하지 않았고, 특검 조사에도 불응했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그랬다면서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했는데, 그런 얘기는 심판 과정에서 전혀 쟁점이 아니었어요. 사실도 아니에요. 결정문을 보면 사실과 다른 얘기가 너무 많아요. 그 부분만 놓고 봐도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 불응은 대통령 권한이 아니죠. 권한 정지 상태였잖아요. 특검 조사 불응한 것도 특검에서 ‘녹음·녹화하겠다’고 강요하니까 ‘그거 못 하겠다’고 한 거죠. 형사소송법상 녹음·녹화는 진술인이 동의해야 할 수 있어요. 특검이 그걸 강제할 권한은 없죠. 헌재가 그런 걸 가지고 탄핵 사유로 삼을 거라면, 대리인에게 물어봤어야죠. 확인 절차를 거치고, 결정문에 쓰는 게 맞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어요.”
 
  ― 국회의 탄핵 소추가 ‘대국민 사기’라면, 헌재는 뭡니까.
 
  “사기 공범이죠. 공범이라고 볼 수도 있고, 추인했다고 볼 수도 있고, 겁박에 떠밀렸다고 볼 수도 있고. 그거야 보기 나름이지만, 잘못한 건 맞죠. 진상 규명을 해야 합니다.”
 
 
  “최순실은 억울하다 말하지만 말고 박근혜 몰래 한 잘못 고백해야”
  
채명성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왼쪽부터) 안봉근·이재만·정호성과 최순실 등을 옆에 둔 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사진=뉴시스
  ― 사실상 최순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됐는데요, 책을 보면,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을 얘기하면서도 자기 잘못을 밝히지 않아서 박 전 대통령이 더 어려워졌다는 식으로 비판했거든요.
 
  “우파 안에서도 최서원을 옹호하는 사람, 비난하는 사람으로 갈리는데요, 최서원은 대통령을 팔아서 뭔가 하려고 했지만, 실제 성공한 건 없는데도 과대 포장돼서 탄핵까지 가게 한 거죠. 최서원은 대통령 몰래 뭔가 하려고 하다가 대통령이 알 법하면 중단하고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또 최서원은 정치나 경제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어요. 그나마 알 수 있는 분야가 문화, 체육인데….”
 
  ― 문화는 차은택, 체육은 고영태나 장시호가 있었죠.
 
  “최서원이 한 걸 보면 다 그쪽에 한정돼 있어요. ‘더블루케이’란 회사를 만들어서 케이스포츠재단에서 용역을 따려고 했지만, 그것도 안 됐고. 실제로 최서원이 얼마를 챙겼느냐? 손익분석을 해보면 오히려 손해를 봤죠.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이렇게 보면 돼요. 최서원은 대통령 팔아서 문화·체육 쪽에서 뭘 해보려고 했는데, 제대로 못 했다. 다른 분야에는 관여할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인 2017년 10월 16일, 법정에서 재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하지 못할 배신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서 나오는 ‘한 사람’의 정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순실입니까.
 
  “최서원이죠. 최서원씨가 뒤에서 좀 해먹으려고 하다가 안 됐는데, 완전히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으로 부풀려진 게 맞고, 자신이 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매도당한 건 맞아요. 하지만 억울하다고 하지만 말고 자신이 대통령 몰래 이렇게 했다고 말했으면 많은 게 드러났을 텐데, 그런 거에 대해선 입을 닫았죠. 그게 아쉬워요.”
 
  ― 탄핵 심판 과정에서 소위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든지, 출석을 회피하는 모습을 볼 때 어땠습니까.
 
  “좀 그렇더라고요. 자기들도 책임이 있고, 오랜 기간 대통령을 모셨으면 최소한 마지막까지 자기 할 도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대통령 덕분에 많은 걸 누린 사람들이잖아요. 그럼 마지막 소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걸 저버리고 도망간 거니까요.”
 
  ― 그런 사람들이 소위 ‘대통령 최측근’이랍시고 문고리를 잡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기 때문에 밖에서 최순실이 뭘 하고 다니는지 몰랐을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다 박 전 대통령 책임 아닙니까.
 
  “당연하죠. 그것까지 제가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그런 사람들을 옆에 두고 있었다는 건 안타까운 부분이죠.”
 
 
  박근혜 옥죈 결정적 증거물 ‘안종범 수첩’의 문제점
 
  ― 헌재 탄핵 심판을 거치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보다 더 어렵다고 느꼈을 텐데, 왜 또 형사재판을 맡았습니까.
 
  “마무리를 해야 하니까요.”
 
  ― 영장실질심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점심을 했는데요, ‘자연인 박근혜’는 어땠습니까.
 
  “기운이 없으셨죠. 그냥 담담하셨죠.”
 
  ― 구속영장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습니까.
 
  “아무래도 나올 가능성이 컸죠. 여론이나 새로 들어선 정권의 눈치를 보는 법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발부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유영하 변호사가 매주 대통령을 접견하며 고생했다고 책에 썼는데요, ‘유영하 변호사가 자신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박근혜를 팔고 다니는 거 아니냐’ 또는 ‘옥중에 있는 박근혜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혹시 이런 얘기 들어봤습니까.
 
  “그건 제가 대답 안 할게요. 지금 얘기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재 공보관이던 배보윤 변호사는 왜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하지 못했습니까.
 
  “그것도 제가….”
 
  ― 유영하 변호사가 배 변호사 합류를 막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었거든요.
 
  “그것도 대답 안 할게요.”
 
  ― 지금 법원이 얘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가 뭡니까.
 
  “재단(미르·케이스포츠) 출연금은 뇌물이 아니라고 했어요. 삼성이 지원한 정유라 말과 롯데의 70억원, SK 89억원,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들어간 삼성의 돈이 뇌물이라는 거예요. 그다음이 공무원 인사에서의 직권남용 같은 거, 정호성 공무상 비밀 누설입니다.”
 
  ― 삼성이 지원한 말은 최순실이나 정유라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게 아니고, 롯데 70억원은 대통령이 알고 난 후 케이스포츠재단에서 바로 반환했고, SK는 돈을 주지도 않았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대통령이 관여한 게 하나도 없어요.”
 
  ― 그래서 ‘1원도 안 받은 뇌물죄’라고 하죠.
 
  “대통령께서 1원 한 푼 안 받았을 뿐 아니라 기업들에 재단에 돈 내라고 한 사실도 없고,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었는데 엮은 거죠. 기업 회장들에게 ‘명시적 청탁’은 안 했지만, ‘이심전심’으로 그렇게 된 거 아니냐….”
 
  ― 직권남용의 결정적 증거인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도 증거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안종범(安鍾範) 수첩’엔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단어’들이 있어요.”
 
  ― 그 단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은 것이라고 확정하는 건 어렵죠.
 
  “그게 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게 됐어요. 안종범 수석은 ‘불러준 얘기를 썼는데, 대통령 생각인지, 대통령이 제삼자한테서 들은 얘기를 적은 것인지 모르겠고, 기억이 안 나는 부분도 있다. 대통령과 무관하게 마음대로 적은 것도 있다’고 했는데, 검찰이 ‘이런 거 아니냐’면서 안종범 수석이나 다른 증인들에게 질문하고 증언을 받아서 그걸로 엮어버린 거죠.”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합니다”
 

  ― 사건의 실체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뇌물수수의 경우 롯데 70억원은 재단에서 롯데한테 받기로 했다가 대통령이 돌려주라고 했어요. SK는 ‘최서원 측이 대통령을 팔아서 하는 거 아니냐’고 해서 안종범 수석에게 연락했고, 이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했어요. 최서원은 대통령이 알게 되면 다 포기했고, 돈이 간 경우(삼성이 장시호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는 대통령 모르게 갔어요. 이게 사건의 실체입니다.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볼 수 없는 정황이 너무 많아요.”
 
  ― 직권남용은.
 
  “직권남용도 애매한 게 너무 많고, 관여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직권남용은 추상적이고, 판례도 정리가 잘 안 된 범죄인데, 이런 식으로 걸어버리니까 판사들도 욕보고 있죠.”
 
  ― 이런 내용을 주 4회 재판을 하면서 소화할 수 있을까요.
 
  “안 됐어요. 이번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주 4회 재판하겠다고 하니까 변호인들이 다 사퇴했잖아요.”
 
  ― 그걸 ‘트럭기소(검찰이 트럭으로 옮겨야 하는 분량의 방대한 수사기록을 만들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행태)’라고 하던데요.
 
  “변호인들이 수사기록을 다 소화하고 재판에 임할 수 없어요.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라도 넉넉하게 줘야 하는데, 주 4회 재판을 하면 그렇게 할 수 없죠.”
 
  ― 과로사할 수준이군요.
 
  “예, 다들 힘들어했고, 저도 ‘좀비’처럼 지냈어요.”
 
  ― 구속영장이 추가로 나오자 변호인들이 총사퇴했습니다. 그 까닭은 뭡니까.
 
  “‘이 재판은 무의미하다. 나는 법정 밖에서 투쟁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뜻이죠.”
 
  ― 그 뜻을 대통령에게 직접 들었습니까,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서 들었습니까.
 
  “대통령께서 법정에서 다 얘기하셨잖아요.”
 
  ― 그러니까 ‘재판 거부’가 대통령의 뜻이었습니까, 아니면 유영하 변호사의 조언에 따른 겁니까.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봐요. ‘추가 영장이 나오면 총사퇴하자’는 얘기는 그전부터 계속 오갔어요.”
 
  ― 구속영장이 또 나올 거라고 예상했습니까.
 
  “반반이었죠.”
 
  ― ‘아무리 그래도 또 나오겠어?’라고 생각했습니까.
 
  “법에 안 맞게 영장을 발부할까? 결론적으로 보면 (추가 영장 발부는) 너무 부당했으니까, 그 절차를 계속 따라간다는 건 무의미했어요. 대통령의 재판 거부는 일종의 비폭력투쟁이에요. 본인 나름의 투쟁 방식인 거죠.”
 
  ― 박 전 대통령이 지금 ‘옥중투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까.
 
  “(책을 들며) 예, 2016년 10월 16일에 대통령이 ‘재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합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랍니다’라고 했던 마지막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 ‘박근혜 탄핵의 내막’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책(총 347쪽)에 얼마나 담았습니까.
 
  “5% 정도요.”
 
  ― 그럼에도 자신의 책이 ‘박근혜 탄핵의 진실 또는 내막’을 알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까.
 
  “효과가 있었다고 봐요.”
 
  ―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을 내세워 차기 총선에 나가려고 하는 건 아닙니까.
 
  “그런 생각을 했다면, 지금 책을 내진 않았겠죠.”
 
  ― 그럼 언제 냅니까.
 
  “올해 하반기쯤에 냈겠죠.”
 
  ― 정계 진출을 생각한 일이 없습니까.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제가 그 부분에 대해 잘 몰라서 명확한 그림은 없습니다.”
 
  ― ‘박근혜 변호인’을 하면서 무력감을 느꼈다면, 힘을 갖기 위해 다른 ‘미래’를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요.
 
  “생각해볼게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형사재판 경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10일 뒤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온 지 불과 20일 만에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갇혔다. 검찰은 그해 4월 17일, ▲직권남용 ▲강요 ▲뇌물·제삼자 뇌물 수수 ▲공무상 비밀 누설 ▲강요 미수 관련 18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주 4회 법정에 섰다. 구속기한 만료에 따라 석방을 주장했던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15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앞으로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며 ‘재판 거부’를 선언했고, 그의 변호인들은 총사퇴했다.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한 뒤 재개된 1심에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6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 부분에 항소하며 ‘징역 30년·벌금 1185억원’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결석 상태에서 진행된 2심의 결과는 ‘징역 25년·벌금 200억원’이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이 밖에 박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혐의로 1심을 거쳐 2심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관련해서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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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5일 금요일

‘충격증언’ 키리졸브-독수리-을지훈련 폐지 후폭풍

“한·미군 3년 후 연합작전능력상실” 〈연합훈련 실무 장교들〉
“주한미군 철수 곧 거론 될 것” 〈국책연구소 관계자〉

● “핵·생화학무기 쓰는 ‘북한군 통일대전’에 궤멸될 수도”
● ‘남침 사전 탐지, 킬 체인, 미군 적시 증원’ 불가능
● “文 임기 중 한미동맹 결딴날 수도”
● “대대급 훈련으로 연합태세 유지? ‘소가 웃을 마술’”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불발의 후폭풍이 한미연합훈련을 삼켜버렸다. 군사 전문가들은 회담 결렬로 3월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로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이 모두 종료되고 말았다. 

3대 한미훈련은 유사시 한국을 방위하고 통일까지 달성할 수 있는 국가급 차원의 중요한 훈련이다. 지난해 8월 실시했어야 할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은 취소됐다. 202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기 위해 한국군의 최초 작전운용능력(IOC)을 평가해야 하므로 올해 키리졸브(Key Resolve)연습과 독수리훈련은 북·미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실시됐어야 했다.

사귀는 남녀도 이렇게 안 해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수억 달러가 드는 한미훈련을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했다. 북한이 핵 폐기를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독려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설명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한 만큼 유예한 연합훈련은 재개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반대로 남은 훈련마저 아예 종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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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국가의 안위를 좌우할 중대한 훈련을 종료하는 일이 한미 국방장관의 전화 한 통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서로 사귀는 남녀도 둘 관계에 중대한 사정 변화가 있을 경우 달랑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지는 않는다. 만나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서로 이해하는 가운데 대안을 합의하기 마련이다.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70년 혈맹이라면서 양국 국방장관은 무엇에 쫒기고 급했는지 전화 한 통화로 중대한 훈련을 종료했다. 물론 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의 건의를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경제적 시각으로 한미훈련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해서라도 김정은 위원장을 자극하지 않고 보다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2월 키리졸브연습은 ‘19-1동맹(Dong-Maeng)연습’으로 바뀌었다. 지휘소 연습인 키리졸브연습은 그동안 방어연습과 반격연습을 각각 일주일씩 해왔는데 이번 19-1동맹연습은 북한을 의식해 방어연습만 일주일 했다. 여러 부대가 참여하는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없이 대대 이하 부대의 소규모 부대합동훈련으로 대체됐다. 한미 당국은 연대급 이상 훈련은 각각 진행하고 500여 명 규모 대대급 전술훈련만 연합훈련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맥스선더’와 ‘비질런트 에이스’도 폐지될 듯

북한이 두려워하는 맥스선더(Max Thunder)훈련과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한미연합공군훈련도 폐지가 확실시된다. 이 훈련들은 전쟁 초기 북한 내 핵심 표적들을 일거에 무력화하면서 제공권을 장악해 전쟁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더해 한미연합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의 주 전력을 동서해안에 붙잡아놓고 적의 후방 전략적 요충지에 상륙 포위작전을 하는 훈련이었지만 앞으로는 500여 명이 기동하는 대대급 야외훈련만 변칙 운용될 예정이다.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다른 장애물과 지뢰밭도 산적해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이미 시작한 한미연합훈련 폐지와 맞물려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올 후반기 다시 있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얼마나 많은 파열음이 일고, 한미동맹에 흠집이 갈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동맹’보다는 ‘민족’에 무게를 두고 북한에 경도되고 트럼프 정부가 경제논리로만 동맹 문제에 접근하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며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70년 한미동맹을 흔드는 다발성 폭풍,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지 모른다.

“북한에 대한 반격, 핵심 내용 빠져”

2017년 3월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연습에 참가한 F/A-18 전투기가 한반도 동남쪽 공해에 도착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동아DB]
40년간 국방의 최전선에 몸담은 필자에게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폭풍전야와 같다. 키리졸브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의 폐지가 얼마나 위험한 사태를 몰고 올지 예측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온 이들 훈련의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키리졸브연습은 ‘19-1동맹연습’으로 개칭돼 2월 4일부터 12일(휴일 제외)까지 7일간 실시됐는데, 북한에 대한 반격이라는 핵심 내용이 빠졌다. 

원래 키리졸브연습 1주차엔 북한의 공격을 격퇴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조기에 반격할 준비 태세를 연습한다. 이 단계에선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하는 연습, 미 전력을 증원하는 연습이 실시된다. 미군은 위기 고조에 따라 전쟁 이전 긴급전개전력을 증원해 전쟁을 최대한 억지시킨다. 

전쟁 발발 시 1주차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자위적 선제 타격, 제공권 장악, 장사정포 무력화, 적 지도부 붕괴를 연습한다. 이에 필요한 항공모함 5개 강습전단, 해병원정단, 지상군 군단 등의 증원도 모의된다. 

2주차에는 미 증원 전력과 함께 북한 지역의 ○○선까지 진출하는 과정이 모의된다. 핵심 지역인 평양, 원산 일대 상륙과 함께 적 지상군 주력 붕괴, 적 후방 차단, 적 지도부 참수, 수복지역 민사작전을 연습한다. 이 모든 연습은 전쟁 기획 및 지도 경험이 풍부한 미군으로부터 한국군이 전쟁수행 능력을 전수받을 좋은 기회다. 특히 미 전략자산의 증원과 운용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진행되지만 실전에 근접해 모의하기에 실전 상황과 유사하다. 연합군과 북한군의 강점과 약점도 식별할 수 있다. 유엔사 회원국의 참관으로 유엔 다국적군 병력 무기 장비의 지원도 논의된다. 

그러나 ‘19-1동맹연습’은 북한 눈치를 보면서 1주일간 방어단계만을 연습했다. 한국군이 동맹연습을 주도하면 핵미사일 선제 타격, 제공권 장악, 항모전단 등 미군 증원전력 전개에 대한 연습은 상당히 제한된다. 워 게임 모델도 한국군이 개발한 모형으로 모의를 한다면 정확성이 떨어져 연습 효과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전쟁 경험이 없어 국가급 단위의 전쟁 기획 및 지도능력이 부족한 한국군 장성과 장교들에게 반쪽짜리 연습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남조선과 미국이 조선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새로운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 조미공동성명과 북남선언들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이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국가급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도 북한은 한미를 싸잡아 비난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마 미군이 한반도에서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북한은 비난을 멈추지 않을지 모른다.

“선제 핵 공격받아 공황상태 될 것”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은 폐지와 동시에 한국 정부 차원의 ‘을지연습’과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 가디언연습’으로 분리된다. 정부는 을지연습을 한국군 합참 단독으로 5월에 실시한 태극연습에 통합해 ‘을지태극연습’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당연히 을지태극연습에서 한미연합작전연습은 제한된다. 

위기조치연습에서 한국군은 전략정보자산의 미비로 북한군의 전면적 공격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동원령 선포도 어렵고 방어준비태세 격상도 어렵다. 데프콘(DEF-CON·방어준비태세) Ⅲ, Ⅱ, Ⅰ과 전쟁개시(H-hour) 선포가 적시에 이루어지기 힘들다. 적시에 미군 긴급전개전력이 도착하기도 어렵게 된다. 

일부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럴 경우 개전 초기, 미군 전략자산에 의한 자위적 선제 타격(킬체인·Kill-Chain), 적 장사정포 무력화, 조기 제공권 장악이 미지수에 빠진다. 반면, 북한군은 김정은이 수표(결재)한 ‘2015 통일대전(統一大戰)계획’대로 공격할 수 있다. 북한군은 전술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한국군 주력을 궤멸할 것이다. 남침 사전 탐지, 선제 공격, 미군 적시 증원을 하지 못하는 한국군은 대량살상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통일대전을 막기 어렵다. 한국은 핵무기와 같은 전략무기가 부재한 가운데 공황상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은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사 회원국들도 참가시켜왔다. 미국과 연합하지 않은 한국군 단독의 군사훈련은 ‘우리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다. 

앞으로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가디언연습은 후반기에 ‘19-2 동맹연습’이라는 명칭으로 실시될 것 같다. ‘19-2동맹연습’은 ‘19-1동맹연습’과 유사하게 진행되리라 본다. 다만 전작권 조기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의 초기작전운용능력을 검증하게 되어 있어 한국 합참이 훈련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 성패 가를 정보 ‘까막눈’ 돼”

이럴 경우, 미군이 협조하지 않으면 미 증원군의 전개와 운용에 대해 한국군은 까막눈이 된다.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도 미군이 제공하지 않는 주요 자료가 많다. 한국군에게 보여주는 문건은 별도의 해제 표시를 해 공개한다. 특히 미 증원군의 시간대별 전개목록 및 제원은 특급비밀로 분류된다. 그나마 연합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군은 미군의 훈련제원이라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미 증원군의 전개 제원은 반격 타이밍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독수리훈련은 폐지되면서 연중 지속되는 대대급 연합훈련으로 대치된다. 독수리훈련에 통합돼 5월 연례적으로 실시된 맥스선더 한미공군의 연합훈련도 중지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2주간 진행된 맥스선더 훈련 때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F-22 8대를 포함해 100여 대의 한미공군 전투기가 참가했다. F-22는 북한군 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핵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16일 0시 30분 북한은 이 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날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의 비난으로 인해 미군 B-52 장거리 폭격기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올해엔 맥스선더 훈련은 물론이고 이와 유사한 비질런트 에이스 연합공군훈련도 취소될 것이다. 

이로써 한국군은 전략무기가 제한된 가운데 단독 공군훈련만 남겨놓게 됐다. 필자가 공군작전사령부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한국공군은 우주 전략 및 공중작전 능력이 제한된다. 그래서 전작권을 받더라도 공군만큼은 미군이 주도하도록 돼 있다. 물론 한국 공군은 3월 2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F35-A 10여 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전쟁 초기 한국공군만으론 북한의 핵미사일과 지도부 등 700~750개 핵심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군의 B-52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빠진 공중작전은 약해질 것이 확실하다. 

나아가, 평양과 원산 같은 북한의 후방 전략요충지에 상륙해 북한군의 주력을 포위하는 한미연합 해병대훈련인 쌍룡훈련도 폐지된다. 쌍룡훈련은 인천상륙작전과 같이 전세를 뒤집고 승리를 굳히는 전략적 수준의 훈련이다. 대대급 부대에서 연중 20여 차례 실시된 연합훈련(KMEP)도 축소된다. 

전체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은 전략 및 작전 차원의 훈련은 폐지되고 전술 차원에서만 실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쟁 기획-수행능력은 현저하게 저하될 전망이다. 가공할 만한 전략자산의 전개도 없다.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연합훈련을 담당한 실무 장교들은 필자에게 “이렇게 3년만 지나면 한국군의 연합작전능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말한다. 

“한미 양국군은 1~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기 때문에 누적된 훈련 경험과 제원들이 사라진다. 연합훈련에 대해 새로 바뀐 지휘관도 실무자도 모르는 초유의 사태가 올 것으로 우려된다. 예를 들어, 연합훈련에 관한 데이터도 사라져 일일이 미군에게 물어보면서 훈련해야 할 것이 뻔하다.” 

한미동맹이 훈련도 하지 않는 허울뿐인 군사동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전면전 등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대규모 증원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이 폐지되면 국가 방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전문가들은 “한국 안보의 기반은 한미연합전력인데, 이 연합전력이 사실상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성명에서 “훈련 없는 연합방위태세는 허수아비 동맹”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군사동맹이 근간인데, 그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훈련 없는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이유가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연합훈련 폐지 다음으로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될 것”이라고 했다. 한 중령급 장교는 “미국 측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도 하지 않는데 뭐 때문에 주둔하느냐?’ 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군 관계자도 “한미동맹이 형해화하고 있다”고 했다.

“훈련 않고 정규시즌 들어가는 프로야구팀”

우리 군은 ‘연대급 이상 연합 훈련은 한미가 따로 훈련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줄줄이 취소하는 것인데, 군 소식통들은 “이런 약식 훈련은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평한다. 군의 대비태세가 느슨해질 경우 실전에서 ‘엇박자’가 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동계전지훈련도 하지 않고 정규시즌에 돌입하는 프로야구팀과 같다”고 말한다. 

군이 타성에 젖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비핵화 기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훈련이 연달아 중단되면서 군내 긴장도가 확연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이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졸속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군의 작전지휘능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미군의 역할만 크게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위해 올해 8월쯤 1단계 작전운용능력을 한미연합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8월 시행되던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이 19-2 동맹연습으로 축소되면서 검증이 이뤄질지 불투명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작전운영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별도의 한미연합연습을 하반기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을지프리덤가디언 같은 국가급 차원의 대규모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검증 없이 한국군이 전작권을 받으면 북한 핵미사일 정보수집, 요격, 선제 타격, 미군 증원 등 작전운용능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와 군 당국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고 북핵 대응 능력 확보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조속히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올해 작전운용능력 검증을 마치고 2020~2021년 최종 검증을 거친 뒤,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폐지에 따라 전작권 전환이 이보다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군이 자연스럽게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발을 빼면서 전작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 군의 작전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군만 빠지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의 경고

가까스로 봉합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올해 하반기에 또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도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일찌감치 압박했다. 2월 8일 분담금 서명식 당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분담금 대폭 인상 방침이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의 150%를 분담금으로 받겠다는 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액 기준으로 물가인상률에 따라 분담금을 결정하려는 우리 측과 미국 측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면 한국 내에선 주한미군 감축-철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한미관계에 큰 흠집을 낼 것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마찰,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 전작권 조기 전환 추진에다 분담금 갈등까지 겹치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에 한미동맹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연계돼 효순-미선 장갑차 사건처럼 반미운동이 일어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동맹이 결딴날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장교들 말대로, 2~3년만 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군 간부들은 국가적 차원의 전쟁을 수행할 연합작전계획에 대해 까막눈이 된다. 전시 임무 수행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미군은 훈련하지 않고는 작전에 투입하지 않는다. 한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은 “연합훈련을 할 수 없으면 동맹을 해체하는 것이 낫다”고까지 했다.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투이고 전투는 피를 흘리는 훈련”이라고 할 정도로 군에서 훈련은 중요하다. 한미연합방위태세가 수백 명 단위의 대대급 이하 훈련으로 유지된다면 그것은 ‘소가 웃을 마술’이다.

허울뿐인 동맹으로 전락 중

1950년 6·25전쟁 때 한국군은 대대급 훈련밖에 못 했고 북한군은 사단급 이상 훈련을 마쳤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미연합작전체제는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대한민국을 방위하고 조기에 승리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사동맹체제다. 그래서 일본도 자위대의 작전을 주일미군과 통합해 미일연합작전체제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작전체제는 지금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벌써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시대 전략을 논의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있다. “한국이 파괴하는 아시아 질서, 미국의 안보라인 남하(南下)”라는 한 일본 월간지 2월호 기사 제목은 예사롭지 않다.

김기호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 대령 전역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現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missionher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