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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7일 목요일

아틀란타에서 생긴 일


매일 눈을 뜨면 시야 한가득 들어 오는 떡갈나무가 있다. 몇 년이 되었는지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크다. 여름에는 시야를 가릴 만큼 잎사귀가 무성하여 짙은 녹색의 커튼을 드리워 시원한 느낌마져 준다. 창 너머의 세상은 언제나 똑같은 모양으로  변함없는 풍경이나 그 중 눈앞에 있는 이 커다란 나무는 철을 따라 느리지만 우직하게 변모하며 우리 관심사가 되었다. 집사람과 나누는 대화 속에 이 나무는 언젠가부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가 되어 우리 삶의 한구석에 자리잡었다.
2014년 2월의 떡갈나무
2014.4.8. 이제야 잎이 거의 없어졌다

아틀란타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었다. 교회를 가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숲과 많은 나무 그리고 곱게 핀 꽃들의 향기에 취하여 밖에만 나가면 마음이 절로 즐거워지곤 하였다. 여기 사는 동안 열심히 해야 할 일 중에서 빼어난 경치를 가진 자연을 마음것 즐기자고 집사람과 다짐을 하고 실행에 옮긴 것은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차타후치 국립공원을 걷는 것이었다. 매주 몇 번씩 산책을 거듭하다 보니 이제는 건강을 위한 습관으로 변하였다.

미국에서 많은 세월을 지내는 동안 좋은 경치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풍광이 있는 곳도 흔치 않다. 게다가 도심에 이런 절경이 있다는 것은 아틀란타의 자랑거리다. 하나님은 이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즐기라고 마련해 주신 것 같았다. 한 시간 남짓 차타후치 강가를 따라 숲이 울창한 길을 걸으면서 다시금 자연과의 긴밀한 교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살면서 무관심으로 깨닫지 못한 자연의 신비로운 움직임에 경탄하게 되었다.

평생을 대도시의 복잡하고 각박한 환경에서 살았던 우리에게 낯선 세계가 돌연히 나타난 것 같았다. 숲과 강가를 거닐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특히 빼곡히 들어찬 각종 나무가 철 따라 아름답게 변하는 자태를 관찰하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다는 말씀을 새롭게 깨달으며 다시금 즐기게 되었다. 하나님의 창조 비밀을 하나씩 찾아가는 길은 가슴 설레는 기대를 하게 한다. 미처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자연의 선한 모습은 인간관계나 일에서 얻었던 것과는 다르게 순수하면서 인간에 의해 오염되지 않는 진리이기에 주는 기쁨과 희열의 정도는 매우 강렬했다.  
2014년 1월 차타후치 공원
쓰러진 고목이 길을 덮쳤다. 차타후치 공원 2014년 1월

친구가 된 오리녀석 2013.2.

속살이 들어난 산 2013.2.


겨우 싹이 트기 시작 2014.3.


찬 바람에 추워 보이는 강. 2014.3.
                                                                                          햇살이 눈 부시다 2014.3.

 봄이 완연하게 화사하다. 2013.4.


 아름다운 꽃들이 등장 2013.4.


 걸음마를 시작한 새끼들 2013.4.

뭍에서도 신나는 탐험 2013.4.

 물이 범람하여 탁자가 잠겼다. 2013.5.


먹이를 주면 언제나 대장이 혼자 독식 2013.5.


신록의 계절 2013.6.

전형적 6월의 아틀란타

먹이를 먹는 새끼를 지켜보는 에미 3013.6

숲과 강 그리고 산의 절묘한 조화, 철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 나무들 색색의 꽃과 이름 모를 작은 풀꽃 그리고 강에 사는 오리떼와 많은 새를 보면서 우리는 어느새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 되어 그 속으로 녹아 버린다. 태곳적부터 쌓아 놓은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은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기쁨과 감사의 원천이 되었다. 날이 갈수록 구석구석이 익숙하게 되면서 심지어는 갑자기 마주치는 다람쥐와 사슴도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긴 겨울을 지나면서 모든나무가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봄 맞을 채비를 하며 여기 저기서 움이 트고 싹이 돋아나고 있는데 창밖의 떡갈나무는 아직도 퇴색되어 떨어지지 않은 잎들이 무성하여 안쓰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 처음 왔을 때가 가을이었는데 주위의 모든 나무들이 각양각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며 기가 막힌 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지만, 떡갈나무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을 색도 가장 늦게 변하였다. 주위의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에 마음이 더 쓰였다.


우거진 녹음 2013.7

물안개가 피어 오른 차타후치 강 2013.7.

제일 시끄러운 오리떼 2013.7.
2013.8

물이 좀 불었다. 2013.8.

고요한 차타후치 강 2013.8
요사이 며칠은 봄이 시작하는가 싶더니 별안간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게다가 바람도 세게 불고 있다. 오래 전부터 떡갈나무의 많은 잎이 언제 떨어질까? 하며 지켜보아 왔던 우리는 밤사이 한 번의 세찬 바람에 거의 없어진 것을 보고 놀랐다. 떡갈나무는 새 삯을 피우기 위해 가장 적절한 때에 바람을 필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놀라운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이다.


2013.9

뭉게구름이 강 위에서 한가롭게 피었다. 2013.9.

언제나 쉬어가는 바위 2013.9.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강가 2013.10.


2012.10.
2013.10.
가을 색갈 2012.11,

2012.11

2012.11

2012.11

2012.11

물에 떨어진 보석들 2012.11


봄 같은 겨울 2013.12.

가끔 보는 사슴 2013.12.

대부분의 나뭇잎이 떨어졌다. 2013.12.

물에 떨어진 나무와 하늘 2013.12.

낙엽이 쌓여가는 오솔길 2013.12.


생명이 약동하는 봄을 맞이하려고 아직도 몇몇 남은 잎마저 바람에 날려 없어진다. 마지막까지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은 새롭게 태어남을 기약하기에 땅에 떨어져 썩어진다. 밀려 오는 새봄의 기운을 입으며 낡은 옷을 벗고 있다. 옛사람은 가고 하나님의 은총 속에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부활을 기다리는 자세다. 인고의 오랜 과정을 지나 정금같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사순절을 지나면서 주와 함께 부활의 산 소망을 기다리는 우리 마음과 같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떡갈나무는 비록 뒤처졌지만 새로운 잎을 만들며 새봄의 기운 찬 도약을 위하여 오늘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변하고 있다. 밖에는 아직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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