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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출품작 100점

2014. 3. 30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조선일보사와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에서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展을 2014년 3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이중섭, 박수근, 김기창, 천경자 등 한국근현대회화 작가의 수묵채색화 30점, 유화 70점 등 회화 작품 100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황소’, 이중섭, 1953년경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작품을 통해 한국근현대회화의 반세기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회일 듯. 전시 기간 동안 전시와 연계한 강연, 큐레이터 설명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oca.go.kr)에서 확인 가능하며, 온라인 예약을 통해 사전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서울관 개관을 기념해 11월 한 달간 초등학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작품 중 김환기, 박수근, 이인성의 작품 각 2점과 이중섭의 작품 1점은 전시 기간이 제한되며 교체될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 

성실하면서도 무심한 순간에 일상은 반짝인다. 포대기로 아기를 둘러업은 아낙네가 절구질에 여념이 없다. 등 뒤의 아이, 커다란 절굿공이가 무거울 법하지만, 한마디 불평 없이 곡식 빻기에 몰두한다. 이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제 일에 충실한 여인의 묵묵함 덕분이다. '일상 예찬자' 박수근(朴壽根·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이다.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에는 박수근 작품 다섯 점이 나온다. 자신이 살던 창신동 골목 풍경을 그린 '골목안'(1950년대) '빨래터'(1954) '농악'(農樂·1962) '행인'(1964) 등이다.

박수근의 거친 화면이 향토적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데 반해 기자 출신 화가 이마동(李馬銅·1906~1981)의 '남자'(1931)는 지극히 도회적이다. 감색 양복에 갈색 롱 코트, 오른손은 주머니에 찔러넣고 왼손에 신문을 거머쥔 남자는 그 시대 '댄디'의 전형. 우수에 찬 듯한 프로필(옆모습)마저 멋스럽게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엔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 오지호(吳之湖·1905~1982)의 '남향집'(1939)도 소개된다. 인상주의의 토착화를 꿈꿨던 화가는 자신이 살던 개성 집의 오후를 맑고 밝은 색조로 그려냈다. 축대와 나무 그림자를 청보라색으로 표현한 이 그림은 최근 '근대문화재'로 지정됐다. 역시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배운성(裵雲成·1900~1978)의 '가족도'(1930~1935)도 함께 소개된다. 화가가 자신의 후원자 가족을 그린 그림이다.

'금강산 화가' 소정(小亭) 변관식(卞寬植·1899~1976) 작품으로는 '내금강진주담(內金剛眞珠潭)'(1960) '내금강보덕굴(內金剛普德窟)'(1960) '외금강삼선암추색(外金剛三仙岩秋色)'(1959)을 포함한 다섯 점이 전시에 나온다.



◇소장자들이 어렵사리 내준 귀한 작품

이번 전시작품은 한국 근·현대 회화의 르네상스인 1920~1970년대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500여점의 후보 작품군을 놓고 고심한 끝에 범위를 좁혀 '명작 중의 명작'을 엄선했다. 선정 기준은 미술사적인 의미와 함께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했다. 정형민 관장은 "낯선 작품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감동이란 '친근감'에서 온다. 그래서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이면서 굳이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구상 작품 위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한솔뮤지엄 관장은 "미술사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명작(名作)'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서양화뿐 아니라 동양화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동양화는 30점이다. 오 관장은 동양화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생 금강산만 그린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의 '내금강 진주담'(1960)을 꼽았다.

[2] 이인성의 '해당화'


 이인성의 1944년작 ‘해당화’ 사진
 이인성의 1944년작 ‘해당화’. 가로 146㎝, 세로 228.5㎝ 크기다. /개인 소장
바닷가에 피어 있는 해당화를 중심으로 쪼그려 앉은 여인과 뒤편에 서 있는 두 여자아이, 그리고 저 멀리 모래밭의 개 한 마리,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바다 위의 흰 돛배, 하늘엔 태풍이라도 불어올 것 같은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세 사람은 해풍에 몸을 움츠리면서 제각기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이다. 활짝 핀 해당화가 주는 기대감과는 다른 무언가 안쓰러운 정감이 세 인물을 감싸고 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델 위주의 인물화도, 그렇다고 인물이 들어간 풍경화도 아니다. 이인성(李仁星·1912~1950)의 작품들 가운데는 일종의 연출된 인물, 연출된 풍경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은 인물화 속에 또는 풍경화 속에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는 독특한 장치를 말해준다.

먼바다를 향해 있는 여인의 애잔한 눈길이나 두 여자아이의 무심한 듯한 표정, 그 뒤편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무언가를 간절히 염원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인성은 1930년대를 풍미한 향토적 소재주의를 대표해주는 화가다. 그의 향토적 소재 속엔 잃어버린 조국, 떠나온 고향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애틋한 정감이 간단없이 배어나고 있다. 마치 프레스코 기법에 의한 듯한 투명한 색조와 부서지는 햇살의 잔잔함이 깔리는 그 독자의 기법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구사되고 있다.

[3] 천경자의 '길례언니'

제목에 얽힌 사연을 모르면 온전히 감상할 수 없는 작품이 있다. 천경자의 '길례언니'를 나는 그냥 힐끗 지나칠 뻔했다. 참, 화려하구나. 붉은 꽃으로 장식된 모자를 쓰고 노란 옷을 입은 여인. 그녀를 둘러싼 대담한 원색에 어울리지 않게 촌스러운 이름이 붙었다. 길례언니.

초상화의 주인공은 소록도 나병원에서 간호부로 일하던 화가의 선배라니. 그림이 다시 보였다. 그것들은 환상의 꽃, 역설의 꽃이었다. 나병 환자를 돌보는 여인의 머리에 그처럼 아름다운 꽃을 얹어준 화가. 예술의 힘을 보여준 거룩한 정신 아닌가. 보통학교 시절의 교정에서 화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길례언니는 이후 천경자(89)의 인물화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여인'이 되었다.

 천경자의 1973년작 ‘길례언니’ 작품 사진
 천경자의 1973년작 ‘길례언니’. 종이에 채색, 가로 29㎝, 세로 33.4㎝. /개인소장
길례언니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을 나도 안다. 중풍으로 반신이 마비된 아버지, 뇌수술을 하고 온몸에 줄을 꽂은 어머니를 돌보던 간병인들은 한두 명의 고약한 경우를 제외하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없으면 오래 버티기 힘들 텐데. 환자의 대소변을 치우고, 내 아비의 입에 죽을 떠 넣어준 요양보호사님들에게 꽃을 달아주지는 못할지언정, 고맙습니다, 말하고 싶다.

천경자 화백은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다. 내가 감탄한 화가의 말. "한 많은 여인이 머리에 꽃을 얹는다." "아름다울수록 고독이 맺히고, 그 고독을 음미한다." 친구 천경자를 노래한 박경리의 시처럼 그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는 고약한 예술가였나.
 전시 그림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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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 열차 / 김환기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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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질하는 여인 / 박수근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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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근현대회화전 전시 작품들1

 한국근현대회화전 전시 작품들2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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