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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5일 목요일

十勝地(십승지·천재지변에도 안전한 피난처 10곳) 유람

儒佛仙 찾아 떠나는 백두대간 인문여행


 불교의 요람이자 퇴계의 성지인 봉화 청량산의 청량사.
불교의 요람이자 퇴계의 성지인 봉화 청량산의 청량사. 기암괴석 암산에 호젓하다./사진=이신영 영상미디어기자
돼지 등뼈를 가라앉힌 이북식 콩비지찌개를 권하며, 십승지사업단장인 동양대 전 부총장 이도선 교수가 말했다.

"풍기 인구의 40%가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입니다. 조선 말, 그리고 6·25때. 이 식당 주인도 마찬가지고요. 풍기가 십승지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숫자죠."

경북 내륙의 식당에서 만나는 북한식 콩비지찌개. 얼핏 어긋나 보이는 이 기이한 조합의 뿌리에는 '십승지(十勝地)'가 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피난처 10곳. 조선시대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 내려온 대표적 예언서 '정감록'에 등장하는 땅이다.

가을 기행을 경북으로 이끄는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유불선을 키워드로 한 인문학 기행이라면 어떨까. 이름하여 백두대간 인문 여행.


 금선정의 진정한 주인은 물이다. 고즈넉한 정자 아래 계곡의 물소리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금선정의 진정한 주인은 물이다. 고즈넉한 정자 아래 계곡의 물소리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사진=이신영 영상미디어기자
◇십승지 중 1번지 풍기 금계리
왜구나 오랑캐의 잦은 침략으로 지쳐 있던 백성들에게 십승지는 살고 싶은 땅이었고, 실제로 십승지를 찾아 떠나는 이도 많았다. 얼핏 들으면 허무맹랑한 판타지지만, 각박한 현실에 지친 백성들은 삭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터. '정감록'이 서술하듯 십승지는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간 뒤에야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땅이다. 붉게 익어가는 사과와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코스모스 시골길을 10여분 달리니 갑자기 확 트인 넓은 고원이 나타난다. 지금은 경북 항공고등학교 실습장으로 쓰고 있는 금계리의 땅이다. 금계리(金鷄里)는 이중환(1690~1752)의 '택리지'에서도 "살기(殺氣)가 없어서 사람 살기에 가장 좋다"고 서술된 땅. 항공고 실습장에 등 대고 서니, 저 아래 풍기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평안하고 평화롭다. 풍기 최초의 여성 읍장인 주정례 읍장이 한마디를 보탠다. "천재지변도 풍수해도 없는, 재난에서 가장 안전한 땅이 풍기랍니다."

차로 10여분을 달려 풍기가 자랑하는 금선정(錦仙亭)에 이른다. 조선 중기 문신인 금계 황준량(1517~1563)의 유지를 받들어 지었다는 정자다. 소백산 자락과 소백산 물줄기가 만나는 곳. 소나무 군락도 빼어나지만, 이곳의 진정한 주인은 물이다. 모든 소음을 빨아들여 진공 상태로 만드는 계곡의 물소리가 엄숙하다 못해 장엄하다. 빼어난 경치의 명승(名勝)이자, 경승(景勝)이다.


 경북 먹거리
사진=이신영 영상미디어기자
◇퇴계의 산이자 불교 요람 봉화 청량산
다시 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봉화 청량산에 이른다. 입으로 소리만 내도 맑고 시원해지는 이름, 청량(淸凉). 이 산에는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청량사가 있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이 기암괴석 암산은 불교의 요람이자 유학의 성지. 퇴계 이황(1501~1570)은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육육봉(六六峯)으로 불렀고, 주자의 중국 무이산에 빗대 조선의 무이산으로 삼았다. 당시 풍기 군수이던 주세붕이 청량산 유람 후 제출한 기행문을 필두로 청량산 기행문 100여편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금강산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봉화에 부임한 지 두 달 됐다는 이동열 부군수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청량산 장인봉에 뒤편에 서 있는 비석 '등청량정'(登淸凉頂)이다. 주세붕(1495~1554)은 이 산에 오른 뒤 "청량산 꼭대기에 올라 두 손으로 푸른 하늘을 떠받치네. 햇빛은 머리 위에 비추고 별빛은 귓전에 흐르네…"라고 썼다.
 十勝地(십승지·천재지변에도 안전한 피난처 10곳) 찾아 떠난 길, 퇴계 발자취 만나 평화 얻네
청량산 박물관의 정민호 학예연구사는 "퇴계를 닮아 외유내강형 산"이라고 청량산을 요약했다. 육육봉 20여 암자를 전전하며 공부했다는 퇴계. 조선의 선비들에게는 퇴계의 자취를 좇는 성지 순례 으뜸이자, 유학의 성지다. 청량사의 크고 작은 장독 50여개가 군기 바짝 든 신병처럼 오(伍)와 열(列)을 맞춰 나란히 섰다. 청량산의 단풍은 10월 셋째 주 정도가 한창이라는 게 주지 지현 스님의 귀띔. 저 아래 봉화에서는 한여름이었지만, 이곳 산 중턱 청량사는 이미 가을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평지보다 3~4도는 낮다는 청량사의 가을이 한없이 맑고 시원하다.

여행 정보

'정감록'은 1.경상북도 영주시 풍기(금계마을) 2.경상북도 봉화 춘양 3.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4.전라북도 남원 운봉 5.경상북도 예천 금당실 6.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마곡 7.강원도 영월 정동쪽 상류 8.전라북도 무주군 무풍 9.전라북도 부안군 변산 10.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을 십승지로 꼽고 있다.

이북식 콩비지(7000원)는 풍기 서문가든(054-635-2415). 풍기 특산처럼 되어 있는 인삼불고기(1만3000원·사진 오른쪽 )도 삼의 풍미 진한 특식이다. 봉화에서는 은하숯불회관(054-673-1303)을 추천한다. 한약재를 먹이로 쓴 한우, 봉화 한약우 전문점이다. 한약우 불고기 1인분 1만원, 송이 불고기는 1인분 2만원. 봉화 송이축제<사진 왼쪽>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봉화에는 전통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고택이 많다. 토향 고택(054-673-1112)을 추천한다. 풍기에서는 소백산온천리조트(054-604-1700)가 으뜸이다. 호텔 수준의 객실에, 야외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조선일보 2014.9.25.

2014년 9월 24일 수요일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유럽의 숨은 보석 크로아티아. 지상 낙원으로 불리며,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로 손꼽힌다. 에메랄드 빛 아드리아 해를 따라 위치한 고대의 도시들과 그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붉은 지붕. 하지만 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도시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여행자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해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로맨틱한 휴가를 원하는 당신이라면 이제 크로아티아로 떠나보자. 
/감탄을 자아내는 '스플리트'의 전경과 야경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궁전 내의 종탑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환상적이지만, 마르얀 언덕에서 바라보는 전경과 특히 야경은 더더욱 끝내준다! 주변 골목의 소소한 풍경을 보며 10분 정도 올라가면 붉게 물든 구시가지 전체가 보인다. 사람이 많지 않은 오전 시간대에 찾아가 여유롭게 둘러보거나, 늦은 오후에 출발하여 해질녘의 노을과 야경까지 감상하고 내려오자. 마르얀 언덕 전망대에는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도 있으며, 위로 더 올라가면 작은 교회도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벽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두브로브니크의 성벽! 푸른 아드리아해와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성벽을 오르는 입구는 필레게이트, 플로체게이트, 그리고 페리선착장 근처에 위치해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작점은 필레게이트로 성 사비오르 교회 바로 옆의 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성벽 투어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시작해 구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민체타 탑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내려 오는 것이 좋다. 평균적으로 총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이로 그늘이 없기 때문에 햇빛이 가장 강한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모자나 선글라스 등을 준비하자. 또한 간단한 간식이나 물은 꼭 챙길 것! 구입한 티켓은 종종 체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잘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세계 유일의 바다가 연주하는 오르간
  35개 파이프와 파도가 만들어내는 영롱한 소리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자다르 여행객의 대부분이 이것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세계 최초의 바다 오르간으로, 명실상부 자다르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대리석 계단 아래 35개의 파이프를 설치하여, 파도가 파이프 안의 공기를 밀어내며 각각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낸다. 파도의 세기나 속도에 따라 그 소리가 달라 하루 종일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때로는 굵은 테너의 목소리를, 때로는 낭창한 아이의 소리를 들려주는 그 신기함이 매력적. 특히 바다 오르간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극찬한 자다르의 석양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니,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

/ 통치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
  공연이 열리는 안뜰
  정교한 조각상들로 장식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최고통치자를 일컫는 렉터. 렉터가 머물던 공간으로 집무실과 무기고, 지하 감옥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당시 두브로브니크의 경제 중심지의 역할로 이용 되었는데, 렉터로 선출된 사람은 재임 기간 중에는 이 궁전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현재 내부에는 화폐,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고 안뜰은 여름 축제에 공연이 열리는 장소로 쓰인다. 궁전 내부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유의하자.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외세의 지배, 유럽 전쟁, 냉전시대, 내전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 아픔이 많았던 크로아티아. 작고 아름다운 이 나라는 역사의 흔들림을 이기고 2013년 EU에 가입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의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다양한 문화와 독특한 정취를 남긴 크로아티아 역사를 살펴보자.
 
▶역사
1. 크로아티아 탄생~외세의 지배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의 선조는 3세기 일리리안족이며, 현재의 슬라브계가 자리잡은 것은 7세기경으로 추정된다. 925년 토미슬라브(Tomislav)에 의해 지금의 크로아티아로 통일왕국을 이룩하였다. 이후 오스만 제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주변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온전한 주인으로서의 시간을 오래 갖지 못하였다.
2. 세계대전오스만 제국이 쇠퇴하며 발칸반도는 제국주의가 만연한 유럽의 화약고가 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편입되었던 크로아티아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트리아 대신 세르비아 왕조 중심의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3. 유고슬라비아~현재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티토(Tito)가 이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등장하였으나, 50년 동안 불안하게 존속되며 결국 1980년 티토의 사망과 소련의 붕괴, 민주주의 운동으로 각각 독립과 해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게다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중심으로 유고슬라비아의 경제를 이끈 국가들의 불만과 종교·인종·언어의 갈등, 복잡한 역사로 인한 증오심 등은 결국 내전을 부르고 말았다.

1991년 크로아티아는 20세기 최악의 내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독립을 선언하였고, 1995년 독립국가로 자리 잡았다. 오랜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친서방정책을 펼치며 관광사업으로 높은 수입을 얻어 빠른 발전을 이룩하였고, 2013년 7월에는 EU에 가입하여 경제·문화적 발전과 더불어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로 구성된 사회주의 국가. 

▶문화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연간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대국 크로아티아. 많은 국민들이 관광업으로 수입을 얻는데, 기념품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역사로 인해 중세와 로마시대 건축물들이 남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샤프펜슬, 만년필, 넥타이와 같은 최고의 발명품을 비롯하여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게다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을 차지한, 체크무늬 유니폼이 멋진 나라가 바로 크로아티아라는 사실! 내로라하는 유명 축구팀이 많은 유럽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국민들 역시 대다수가 축구 클럽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등 관심이 높다. 특히 월드컵이 아닌 일반 시즌 중에도 주요 광장에서는 스크린을 설치해 놓을 정도.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여행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맛이 주는 즐거움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 특히 크로아티아는 지리적 요인과 주변 국가들의 영향으로 다양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자그레브를 비롯한 내륙지방은 헝가리, 오스트리아의 영향으로 기름진 육류의 동유럽 음식이 발달하였으며,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등의 남부 해안가는 아드리아 해 연안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영향으로 파스타와 리조토 등의 요리와 아이스크림(Sladoled)도 인기! 크로아티아에서 다양한 유럽의 맛을 모두 경험해보자.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크로아티아 음식!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 부렉 Burek : 파이처럼 얇은 반죽 안에 치즈나 고기를 넣은 전통 빵. 시민들이 즐겨먹으며 간단한 식사대용으로 좋다.
- 피로스크 Pirosk : 자그레브 대표 음식으로, 치즈를 넣은 도넛.
- 체밥치치 Ćevapčići :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를 갈아 만든 발칸 반도 전통 음식. 우리나라 떡갈비와도 비슷하며 빵에 넣어 먹기도 한다.
- 달마티안 브로데트 Dalmatian Brodet : 생선과 쌀을 함께 넣고 끓인 요리. 해안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음식이다.
- 해산물 리조토 Rižoto od Plodova mora : 브로데트와 비슷하지만 더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 리조토. 특히 오징어 먹물 리조토가 유명하다.
- 리그네 Lignje : 바삭하게 튀겨낸 오징어 튀김. 주로 리조토와 함께 사이드 메뉴로 먹는다.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크로아티아'
부메랑 모양의 독특한 크로아티아 지형은 지역 별로 상이한 기후 분포를 보인다. 자그레브를 비롯한 북동부 내륙지역은 온화한 대륙성 기후, 중부지역은 산악 기후, 아드리아 해 연안의 해안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이기 때문에 각 지역을 방문할 때는 이에 걸맞은 옷차림이 필수.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5~9월로, 이 중 7~8월은 최대 성수기다. 이때는 항공권과 숙박비는 물론이고 현지 물가도 비싸기 때문에 여행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

- 여름에는 습도가 낮아 쾌적한 편이지만 햇살이 매우 강해 최고 40℃까지 오른다.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는 필수로 챙겨야 하고 물은 최대한 자주 마시자. 
- 낮에는 몹시 덥지만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겉옷을 챙겨야 한다. 
- 겨울에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해안지역은 비교적 따뜻하지만, 내륙지역은 매우 춥고 눈이 많이 온다. 

글·사진 제공 : 

Croatia Travel Guide & Tourism (HD)

Croatia: Adriatic Delights

2014년 9월 23일 화요일

사케 가장 일본적인 꿈

일본 사람들은 '하나미'라는 꽃놀이도 '유키 아카리'라는 눈의 축제도 불꽃놀이도 사케와 함께한다. 그들에게 사케는 인생 자체다. '좋은 사케'는 맛과 향기뿐만 아니라 마음과도 잘 맞는다. 사케 잔 위로 벚꽃 잎이 떨어진다. 꿈이다. 가장 일본적인 꿈.

사케 가장 일본적인 꿈
북알프스에 둘러싸인 도야마
일본 열도의 가운데이자 혼슈의 북쪽, 동해와 접한 도야마는 인구 110만의 도시이지만 이름조차 낯설다. 이틀에 한 번 인천과 도야마 기토기토 공항을 잇는 아시아나 비행기가 오가지만 승객은 많지 않다. 한일 구간을 운항하는 비행기 중 승객수가 가장 적다는 얘기도 들려 온다. 도야마 베이와 북알프스, 자동차 부품 생산과 한지 공예가 유명하다지만 이를 아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도야마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한 가지 이미지는 제법 알려졌다. 20m에 달하는 거대한 설벽이 그것이다.
험준한 산맥이 삼면을 둘러싼 도야마 남쪽에는 해발고도 3,015m의 다테야마가 있는데 설벽은 다테야마의 한 자락 풍경이다. 날씨가 좋으면 도야마 시청사 전망대에서도 쭉 이어지는 봉우리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바다 저편 3,000m가 넘는 산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도야마현의 히미해안밖에 없다.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흐린 날씨 탓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눈 쌓인 다테야마 연봉을 실제로 본다면 과연 얼마나 웅장할까?
다테야마 연봉 사이엔 일본에서 제일 깊은 브이자형 협곡인 쿠로베 협곡도 있다. 이 같은 대자연에 둘러싸여 산세 좋고 물맛 좋은 곳이 도야마다. 바다 쪽으로 가보면 깊은 만을 껴안듯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역사적으로 이시카와에서 도야마까지 지배한 ‘가가번'의 일부였던 도야마는 메이지 시대까지 200년 동안 매년 100만 석의 쌀을 수확할 정도로 쌀 생산량이 많았다. 도쿄 다음으로 번성할 정도였다. 좋은 물과 좋은 쌀은 사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재료다.
일본에는 400년, 500년 된 양조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양조장 건물 자체가 문화유산이다.
 일본에는 400년, 500년 된 양조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양조장 건물 자체가 문화유산이다.
좋은 사케는 비싼 사케가 아니다. 자기와 마음이 맞는 사케, 마음 맞는 친구와 마시는 사케가 좋은 사케다.
 좋은 사케는 비싼 사케가 아니다. 자기와 마음이 맞는 사케, 마음 맞는 친구와 마시는 사케가 좋은 사케다.
사케, 청주, 리큐르, 일본주

흔히 한국에서 사케는 청주로 통용되지만 사실 사케는 술이란 말이다. 한자로 쓰면 술 주酒자를 써 '일본주'가 된다. 그러니 소주도 맥주도 청주도 전부 사케다. 청주는 사케의 한 종류일 뿐이고, 이름 그대로 '맑은 술'이다. 청주에 유자나 매실 같은 과실성분을 더해 '리큐르'로 만들기도 한다. 리큐르도 일본 술의 한 종류인데 단맛이 강해 여자들이 좋아한다.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청주는 정종인 탓에 정종이 곧 청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종은 청주의 한 가지 브랜드일 뿐이다. 그것도 하급 청주다. 일제 강점기에 나가사키의 한 양조장이 부산에 정종 공장을 세웠는데, 전쟁으로 쌀이 부족하자 쌀 소비량을 최대한 줄이고 만든 게 '3배 증량주'다. 

평소보다 많은 물을 넣고 알코올과 여러 감미료까지 넣어 평소 양보다 '세 배 많게' 만든 술이 바로 정종이다. 정종을 마시면 인공 감미료 탓에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흔히 정종은 데워 마셔야 한다고 하는데 술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양조 알코올이 발화되고 감미료 맛이 날아가 그나마 맛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보통 이자카야에 가면 3배 증량주를 볼 수 있다. 보통 3~5만원 정도에 팔리는 팩 사케가 바로 이런 종류다. 이런 술은 양조 알코올 향이 강하고 잡미가 많아 텁텁하다. 저가의 팩 사케뿐만 아니라 '쥰마이다이긴죠'에서 '혼죠조'까지 청주에는 다양한 등급이 존재한다. 

쥰마이다이긴죠는 최상급 청주다. 쥰마이純米란 이름대로 쌀과 물, 누룩만으로 만든다. 알코올이나 인공적인 맛을 섞지 않았다. 그 아래 등급인 다이긴죠는 쌀, 누룩과 함께 양조 알코올을 사용한다. 한편 '다이긴죠'와 '긴죠'는 도정율이 다르다. 다이긴죠는 도정율 50% 이하, 긴죠는 도정율 60% 이하, 혼죠조는 70% 이하다. 서울의 어느 특급호텔 일식당에는 도정율 28%의 쥰마이다이긴죠도 있다. 

쌀의 72%를 깎아내고 28%만 사용한다는 말이다. 참고로 도정율을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표기를 우리 식으로 읽으면 '정미보합'이다. 라벨을 살펴보면 정미보합이란 말을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정율 숫자가 낮을수록 상급이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보다 순수한 맛에 다가간다. 현재 일본에서 사케를 만드는 회사는 2,000개가 넘고 생산되는 사케의 종류는 2만종이 넘는다. '기키자케시'라고 부르는 사케 소믈리에가 존재하는 이유다. 

청주는 일반적으로 차게 마시는 게 맛있다고 하지만 청주를 마시는 방법은 다양하다. 차게 마실 수도, 상온에서 마실 수도, 따뜻하게 마실 수도, 뜨겁게 마실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청주를 마시는 즐거움이다. 청주는 입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오감으로 마신다. 

각자의 취향이 중요하다곤 하지만 좋은 청주는 향기가 좋고 목으로 넘기기 편하다. 청주를 어떻게 마시면 더 맛있을까? 생각해 보는 일은 즐거운 숙제다.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함께 먹을 경우 사케와 함께 '시로에비'라 불리는 도야마 흰새우나 홍대게 아니면 '도야마현의 생선', '도야마만의 왕자'라 불리는 방어를 산란 전 기름이 뜬 상태로 먹는 게 최고다.
도야마성 공원 주변을 흐르는 마츠강은 도야마 시민들의 쉼터이자 벚꽃 명소다.
 도야마성 공원 주변을 흐르는 마츠강은 도야마 시민들의 쉼터이자 벚꽃 명소다.
사케를 만드는 쌀의 벼는 크고 길다.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밥으로 먹는 쌀보다 비싸다.
 사케를 만드는 쌀의 벼는 크고 길다.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밥으로 먹는 쌀보다 비싸다.
양념이 강한 요리를 먹을 때는 드라이한 사케가 좋고, 프렌치 음식이나 피자를 먹을 때는 스위트한 사케가 어울린다.
 양념이 강한 요리를 먹을 때는 드라이한 사케가 좋고, 프렌치 음식이나 피자를 먹을 때는 스위트한 사케가 어울린다.
도야마현 쇼강 협곡의 유람선. 고마키댐에서 오마키 온천 사이를 운행한다. 산자락에 줄지어 선 삼나무들이 무척 아름답다.
 도야마현 쇼강 협곡의 유람선. 고마키댐에서 오마키 온천 사이를 운행한다. 산자락에 줄지어 선 삼나무들이 무척 아름답다.
사케 맛은 현미의 도정률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오른쪽은 도정 전의 현미, 왼쪽은 도정 후의 쌀알이다.
 사케 맛은 현미의 도정률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오른쪽은 도정 전의 현미, 왼쪽은 도정 후의 쌀알이다.
사케의 탄생
사케 양조는 겨울에 시작된다. 기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질 때 사케 장인들은 사케를 만들기 시작한다. 3월에서 9월까지 벼를 키우고 10월에서 4월까지 술을 만드니 사실 일 년 내내 사케를 만드는 것이다.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따뜻하고 습하며 기온차가 큰 일본의 기후는 사케 양조에 적합하다.
쌀은 멥쌀, 찹쌀, '조지방 함유쌀' 등으로 나뉜다. 청주를 만드는 쌀은 '사카마이' 또는 조지방 함유쌀이라고 부른다. 멥쌀에 비해 사카마이는 부드럽고 크기가 큰데 일본에는 약 200여 종의 사카마이가 있다. 밥쌀은 보통 길이가 짧고 알맹이가 작은 반면 사카마이는 길고 알맹이가 굵다. 자연히 재배하기 힘들다. 바람이나 태풍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값도 비싸다. 최근에는 비싼 사카마이 대신 밥쌀로 사케를 만들기도 한다.
도야마에서 생산되는 쌀의 80% 이상은 사카마이다. 이는 전국 평균 생산량인 20%에 비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품질 좋은 쌀을 사용하기에 도야마 사케는 깨끗하고 순한 풍미를 자랑한다.
약 2,000년 전부터 일본 사람들은 사케를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쌀을 자연적으로 발효시켜 청주를 만들었다. 그 다음엔 효모를 넣어 발효를 촉진시켰다. 사케는 쌀과 물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이런 양조법은 기본적으로 와인 양조법과 비슷하다. 사실 사케 만들기는 와인보다 복잡하다.
 
차이는 발효과정에서 비롯된다. 포도에는 당분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발효시키는 것으로 족하지만, 쌀은 포도당을 갖고 있지 않아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발효 과정이 한 번 더 필요하다. 쌀이 발효되는 동안 열이 발생하고, 이는 사케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도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세월이 흘러 사케를 만드는 도구는 바뀌어도 사케를 만드는 방식 자체는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쌀과 물, 효모를 섞고 여기에 테크닉이 더해진다. 사케를 만들 때 쓰는 재료는 매우 제한적이기에 장인의 주조 방식에 따라 양조장의 테크닉 차이는 크다.
 
●도야마의 양조장들
북알프스에 둘러싸여 산 좋고 물 좋은 도야마현. 
이 천혜의 환경에서 대대손손 이어져 온 양조장들을 방문했다.  
 
산쇼라쿠 양조장
삼나무 볼이 누레지면 사케가 익는다

 
도야마를 달리다 아이쿠라구치 지역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곰 그림이 보인다. 곰고기를 판다. 그만큼 산이 깊다. 도쿄는 우기라고 해도 산쇼라쿠 양조장이 위치한 이곳은 햇볕이 짱짱하다. 고산지역에 위치한 산쇼쿠라 양조장 입구에는 커다란 공 모양의 '스기타마'가 걸려 있다. 지금은 색이 바래 갈색이지만 원래는 초록색이다. 시계도 달력도 없던 시절, 삼나무 잎을 말아 만든 스기타마는 사케를 만드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알려 주는 잣대였다. 처음 사케를 빚을 때 스기타마는 푸른색이지만 사케가 다 익을 때쯤이면 누렇게 변한다. 사케 장인들은 스기타마를 살피며 감각적으로 사케를 빚었다. 세월이 바뀌어 컴퓨터로 온도관리를 하고 현미경으로 쌀의 변화를 체크하는 양조장도 생겨났지만 여전히 스기타마 방식으로 사케를 만드는 양조장도 많다. 새로 술이 나오면 스기타마는 새것으로 바꾼다. 스기타마가 초록색으로 바뀌면 올해 새 술이 나왔다는 얘기다.
산쇼라쿠 양조장에서 쌀에 효모를 넣고 번식시키는 '효모 룸'을 살펴봤다. 양조장의 심장이다. 사케를 만드는 때가 아니라 실제 양조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지만 양조장 젊은 사장의 설명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씻은 쌀은 찬물에 담가 놓습니다. 백설 같은 흰쌀입니다. 정해진 수분의 양을 맞춘 후 쌀을 찌면 하얀 김이 양조장을 가득 메웁니다. 김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쌀은 단맛을 띄게 됩니다. 그 다음엔 밥을 넓은 판 위에 펼쳐 놓고 식힙니다. 효모를 밥 위로 뿌리고 흰 천에 싸두는데 이는 효모를 증식시키는 과정입니다. 3일째에 증식이 완성되는데 효모는 쌀을 달게 만듭니다. 효모로 인해 쌀이 발효되고 알코올로 변해 갑니다. 사케는 코지에 따라 맛과 향이 결정됩니다."
산쇼라쿠 양조장은 고산지역에 위치한다. 규모는 작지만 사케 맛은 매우 개성적이다.
 산쇼라쿠 양조장은 고산지역에 위치한다. 규모는 작지만 사케 맛은 매우 개성적이다.
삼나무 잎을 말아 만든 스기타마는 사케를 만드는 동안 양조장의 달력 같은 역할을 한다.
 삼나무 잎을 말아 만든 스기타마는 사케를 만드는 동안 양조장의 달력 같은 역할을 한다.
쌀과 물, 효모만으로 만드는 사케는 어떤 쌀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술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쌀과 물, 효모만으로 만드는 사케는 어떤 쌀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술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미쿠니하레 양조장
양조장에 가면 제일 먼저 물을 마신다

 
쿠로베강 강줄기의 남단을 따라 도야마 베이에서 겨우 50m 떨어진 바닷가 양조장이다. 쿠로베시 동쪽 이쿠지에 위치한다. 1887년 설립된 미쿠니하레 양조장은 일본 북알프스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로 청주를 빚는다. 양조장 안에 '일본 100대 명수' 샘이 있는데 그 아래 지하 40~50m 지점에 수맥이 있다. 또 쿠로베강의 연수와 경수도 함께 쓴다. 반면 해양심층수는 쓰지 않는다. 염화나트륨이 포함되어 맛이 강한 탓에 사케 본연의 맛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쥰마이긴죠 같은 고품질 사케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일 사람들이 즐기는 맛있는 사케를 만들고 싶다"는 게 미쿠니하레 양조장의 모토다. 양조장을 둘러보는데 커다란 저장탱크가 눈에 띈다. 보통 쌀 1톤을 1개월 동안 발효시켜 청주 3,000리터를 만드는데 이곳의 저장탱크의 용량은 1만 리터다. 탱크 하나에 쌀 2.4톤을 넣어 약 7,500리터의 사케를 만든다. 여기서 만드는 다이긴죠는 저온 숙성시킨다.
좋은 양조장은 어떤 곳일까? 하는 의문을 내내 품고 있는데 미쿠니하레 양조장에서 만난 한국인 사케 수입사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양조장에 오면 항상 제일 먼저 물을 마셔 봅니다." 그는 물을 마셔 본 후 사케 저장탱크에 먼지가 쌓여 있는지 살펴본다고. 먼지 쌓인 탱크는 사케가 안 팔린다는 말이라고.
일본에는 연수 지역과 경수 지역이 고루 산재한다. 고베 같은 지역의 물은 미네랄 성분이 많아 무겁다. 경수로 만든 사케는 자연히 무겁다. 물이 무거우니 술도 무겁다. 고베 사케는 '남자의 사케'라고 부른다. 반면 교토는 연수 지역으로 물이 부드럽다. 물이 부드러우니 술도 부드럽다. 그래서 교토 사케는 '여자의 사케'라고 부른다. 경수건 연수건 '물자랑'은 양조장마다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미쿠니하레 양조장이 일본 ‘아버지의 날’을 맞아 사케 라벨에 아버지 이름을 써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미쿠니하레 양조장이 일본 ‘아버지의 날’을 맞아 사케 라벨에 아버지 이름을 써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물은 사케 맛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미쿠니하레에는 양조장 내 환경부 지정 ‘일본 100대 명수 샘’이 있다.
 물은 사케 맛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미쿠니하레에는 양조장 내 환경부 지정 ‘일본 100대 명수 샘’이 있다.
양조장은 얼핏 험한 일을 하는 공장 같지만 여기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장인이다.
 양조장은 얼핏 험한 일을 하는 공장 같지만 여기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장인이다.
마스다 양조장
사케는 사케답게 맛있다

 
도야마의 북쪽 만에 접한 이와세는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다. 지금도 이와세엔 아름다운 일본전통가옥과 식당이 많이 남아 있다. 마스다 양조장은 이와세 동쪽에 위치한다. 다테야마에서 흘러내린 단물(연수)를 사용해 풍부한 향미의 청주를 빚는다. 마스다 양조장의 설립자인 '카메지로'는 1890년 홋카이도의 아시카와로 아내와 함께 이주해 양조장을 열었다. 그의 아내는 이와세 항구에 살던 부유한 도매상의 딸이었다. 이시카와에서 크게 성공한 그는 12년 후 이와세로 돌아왔고, 마스다 양조장을 오픈하고 '마스이즈미'라는 새로운 사케 브랜드를 만든다. 1970년대 마쓰이즈미는 '긴죠'를 만드는 새로운 기술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된다. 매년 공식적인 청주 품질 평가 위원회에서 수상을 거듭했다. 현재는 양조장뿐만 아니라 사케 상점도 함께 운영한다.
마스다 양조장의 사장 '류이치로 마스다'는 지역 커뮤니티의 복원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전신주를 없애고 은행 건물을 전통양식으로 복원했다.
"마을을 가꾸고, 먹고 마시며 즐겁게 살고 싶어요. 마을을 어떻게 만들겠다고 노력한 게 아니라 그저 옛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즐겼습니다. 사케 맛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와인처럼 맛있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사케는 사케답게 맛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마스다 양조장의 술 저장 창고에는 1965년 쇼와시대 때 빚은 술도 있다. 마스다 양조장도 매년 벼의 수확이 끝나는 10월부터 봄까지 청주를 빚는다. 청주를 만드는 장인인 '토지'는 매년 해가 바뀌는 날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토지 일가는 5대에 걸쳐 현재까지 마스다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사케를 빚고 있다.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스다 양조장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스다 양조장

마스다 양조장의 사케 저장고. 이곳에는 1960년대 빚은 사케도 있다.
 마스다 양조장의 사케 저장고. 이곳에는 1960년대 빚은 사케도 있다.
와카쓰루 양조장
쌀을 찌는 것은 쌀에 마법을 거는 일


1862년 시작한 와카쓰루 양조장은 도야마현 서쪽 토나미시에 위치한다. 쇼강의 풍부한 지하수 물줄기는 토나미 평야를 비옥하게 만들고, 토나미시에 최고의 쌀 생산지라는 명성을 안겨 주었다. 와카쓰루 양조장은 3,000m가 넘는 연봉이 줄을 잇는 일본 북알프스와 도야마현 서쪽 토나미 평야 사이에 위치한다. 깨끗한 지하수와 최고의 쌀 생산지란 두 가지 조건은 사케 생산에 있어 이상적인 환경이다.
와카쓰루는 에츄(현재의 도야마현)의 한 부농이 양조장을 만들기 위해 카가 지방(현재 이시카와현의 남부지역)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1887년 사쿠라이 소이치로와 가족들은 성공적으로 양조장을 일구어 갔고 현재 위치로 양조장을 옮겼다. 그 후 1910년 이래 ‘이나가키 코타로’와 그의 아들 히코타로가 양조장을 맡아 운영 중이다. 이나가키 코타로는 ‘호쿠리쿠 코카콜라’도 설립했다.
1980년 와카쓰루는 새로운 도정기계를 도입했고 1985년에는 새로 리서치 연구소와 증류시설을 갖추었다. 연수를 위한 시설인 게스트하우스도 갖추었다. 이 같은 시설을 갖추면서 와카쓰루는 양조장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고 있다.
2년 전인 2012년, 와카쓰루 양조장은 창업 150주년을 맞았다. 와카쓰루는 개보수 작업을 통해 양조장을 박물관처럼 만들었다. 시간을 넘어 후대에게 양조장의 가치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현재 와카쓰루 양조장 건물은 도야마현의 문화유산이다. 양조장 기둥과 마룻바닥도 92년 전 것이다. 여담이지만 일본 양조장 중에는 건물 자체가 문화유산인 경우가 많다. 사실 100년 정도는 별게 아닐 수도 있다. 400~500년 된 양조장도 있기 때문이다. 와카쓰루 양조장은 2014년 ‘전일본청주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우리 일행을 안내해 준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여전히 양조 과정의 대부분을 기계가 아닌 손으로 작업합니다. 쌀을 찌는 것은 쌀에 마법을 거는 일이에요. 나는 사케가 인생을 다채롭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와카쓰루 양조장에서 만든 사케들. 오른편의 라벨이 없는 사케가 금년 ‘전일본 청주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와카쓰루 양조장에서 만든 사케들. 오른편의 라벨이 없는 사케가 금년 ‘전일본 청주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양조장이건 료칸이건 어디를 가나 오가는 손님을 맞는 일본인들의 환대는 정겹다.
 양조장이건 료칸이건 어디를 가나 오가는 손님을 맞는 일본인들의 환대는 정겹다.
사케 가장 일본적인 꿈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박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일본무역진흥기구 www.jetro.go.jp
▶travel TIP
사케 가장 일본적인 꿈
사케를 가장 화려하게 즐기려면

도야마현의 다카오카시는 일본 제일의 청동, 주석 제품 산지다. 1916년 창업한 ‘노사쿠’는 주석이나 청동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금과 은 다음으로 비싼 주석은 항균성, 펴고 늘일 수 있는 가단성이 뛰어나고 윤기가 흐르는 표면이 아름답다. BC1500년경 고대 이집트의 왕, 파라오가 이미 주석으로 만든 도구를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주석은 특별한 쇠붙이다. 일본의 보물 중에도 주석으로 만든 게 많다.
노사쿠는 불단, 차세트, 화병 등을 놋쇠와 청동으로 만들기 시작해 테이블웨어, 홈 액세서리, 조명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간다. 최근에는 주석 100%의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고, 도쿄의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값이 비싼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주석잔은 열전도율이 높아 균일한 온도감을 유지한다. 나무로 만든 잔이 은은한 나무 향으로 사케 맛을 부드럽게 하고, 유리잔이 청량한 느낌을 전해 준다면 주석잔은 잡미를 없애고 맛을 부드럽게 한다. 노사쿠에서 주석잔과 도기잔으로 똑같은 사케를 시음했을 때 맛의 차이가 너무 확연해 깜짝 놀랐다. 사실 맛의 차이가 있다 해도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노사쿠에서 파는 주석잔은 5만원에서 8만원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주석잔으로 마시는 사케는 그 비주얼만으로 최고의 호사다.
글·사진 제공 : 트래비 (www.travie.com)                               조선일보 2014.09.19 

2014년 9월 22일 월요일

집사람의 도자기 작품

아틀란타로 온지 거의 3년이 되어 간다.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한 일 중에 가장 기쁘고 좋은 것은 집사람이 대학 시절에 전공하였던 도자기를 열심히 다시 하게된 일이다. 마침 교회 근처에 한인들이 하고 있는 도예교실이 있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매우 치명적인 핸디캡이 되고 있는 손가락 관절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며 결과물을 보는 재미에 나도 같이 호흡을 하듯 구경 겸 보조 역할을 하면서 감사의 큰 몫을 차지하는 일이 되었다. 손가락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게다가 40여년 전에 하던 마음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하며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집사람이 대견하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몇 년 뒤에는 사진과 함께 두가지 작품전을 내기를 바라고 있다.

그간에 만든 작품들 중 일부를 발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