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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5일 금요일

‘충격증언’ 키리졸브-독수리-을지훈련 폐지 후폭풍

“한·미군 3년 후 연합작전능력상실” 〈연합훈련 실무 장교들〉
“주한미군 철수 곧 거론 될 것” 〈국책연구소 관계자〉

● “핵·생화학무기 쓰는 ‘북한군 통일대전’에 궤멸될 수도”
● ‘남침 사전 탐지, 킬 체인, 미군 적시 증원’ 불가능
● “文 임기 중 한미동맹 결딴날 수도”
● “대대급 훈련으로 연합태세 유지? ‘소가 웃을 마술’”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불발의 후폭풍이 한미연합훈련을 삼켜버렸다. 군사 전문가들은 회담 결렬로 3월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로 키리졸브, 독수리,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이 모두 종료되고 말았다. 

3대 한미훈련은 유사시 한국을 방위하고 통일까지 달성할 수 있는 국가급 차원의 중요한 훈련이다. 지난해 8월 실시했어야 할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은 취소됐다. 202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기 위해 한국군의 최초 작전운용능력(IOC)을 평가해야 하므로 올해 키리졸브(Key Resolve)연습과 독수리훈련은 북·미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실시됐어야 했다.

사귀는 남녀도 이렇게 안 해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수억 달러가 드는 한미훈련을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했다. 북한이 핵 폐기를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독려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설명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한 만큼 유예한 연합훈련은 재개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반대로 남은 훈련마저 아예 종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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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국가의 안위를 좌우할 중대한 훈련을 종료하는 일이 한미 국방장관의 전화 한 통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서로 사귀는 남녀도 둘 관계에 중대한 사정 변화가 있을 경우 달랑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지는 않는다. 만나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서로 이해하는 가운데 대안을 합의하기 마련이다.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70년 혈맹이라면서 양국 국방장관은 무엇에 쫒기고 급했는지 전화 한 통화로 중대한 훈련을 종료했다. 물론 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의 건의를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경제적 시각으로 한미훈련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해서라도 김정은 위원장을 자극하지 않고 보다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2월 키리졸브연습은 ‘19-1동맹(Dong-Maeng)연습’으로 바뀌었다. 지휘소 연습인 키리졸브연습은 그동안 방어연습과 반격연습을 각각 일주일씩 해왔는데 이번 19-1동맹연습은 북한을 의식해 방어연습만 일주일 했다. 여러 부대가 참여하는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없이 대대 이하 부대의 소규모 부대합동훈련으로 대체됐다. 한미 당국은 연대급 이상 훈련은 각각 진행하고 500여 명 규모 대대급 전술훈련만 연합훈련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맥스선더’와 ‘비질런트 에이스’도 폐지될 듯

북한이 두려워하는 맥스선더(Max Thunder)훈련과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한미연합공군훈련도 폐지가 확실시된다. 이 훈련들은 전쟁 초기 북한 내 핵심 표적들을 일거에 무력화하면서 제공권을 장악해 전쟁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더해 한미연합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의 주 전력을 동서해안에 붙잡아놓고 적의 후방 전략적 요충지에 상륙 포위작전을 하는 훈련이었지만 앞으로는 500여 명이 기동하는 대대급 야외훈련만 변칙 운용될 예정이다.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다른 장애물과 지뢰밭도 산적해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이미 시작한 한미연합훈련 폐지와 맞물려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올 후반기 다시 있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얼마나 많은 파열음이 일고, 한미동맹에 흠집이 갈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동맹’보다는 ‘민족’에 무게를 두고 북한에 경도되고 트럼프 정부가 경제논리로만 동맹 문제에 접근하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며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70년 한미동맹을 흔드는 다발성 폭풍,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지 모른다.

“북한에 대한 반격, 핵심 내용 빠져”

2017년 3월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연습에 참가한 F/A-18 전투기가 한반도 동남쪽 공해에 도착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동아DB]
40년간 국방의 최전선에 몸담은 필자에게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폭풍전야와 같다. 키리졸브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의 폐지가 얼마나 위험한 사태를 몰고 올지 예측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온 이들 훈련의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키리졸브연습은 ‘19-1동맹연습’으로 개칭돼 2월 4일부터 12일(휴일 제외)까지 7일간 실시됐는데, 북한에 대한 반격이라는 핵심 내용이 빠졌다. 

원래 키리졸브연습 1주차엔 북한의 공격을 격퇴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조기에 반격할 준비 태세를 연습한다. 이 단계에선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하는 연습, 미 전력을 증원하는 연습이 실시된다. 미군은 위기 고조에 따라 전쟁 이전 긴급전개전력을 증원해 전쟁을 최대한 억지시킨다. 

전쟁 발발 시 1주차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자위적 선제 타격, 제공권 장악, 장사정포 무력화, 적 지도부 붕괴를 연습한다. 이에 필요한 항공모함 5개 강습전단, 해병원정단, 지상군 군단 등의 증원도 모의된다. 

2주차에는 미 증원 전력과 함께 북한 지역의 ○○선까지 진출하는 과정이 모의된다. 핵심 지역인 평양, 원산 일대 상륙과 함께 적 지상군 주력 붕괴, 적 후방 차단, 적 지도부 참수, 수복지역 민사작전을 연습한다. 이 모든 연습은 전쟁 기획 및 지도 경험이 풍부한 미군으로부터 한국군이 전쟁수행 능력을 전수받을 좋은 기회다. 특히 미 전략자산의 증원과 운용에 대해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진행되지만 실전에 근접해 모의하기에 실전 상황과 유사하다. 연합군과 북한군의 강점과 약점도 식별할 수 있다. 유엔사 회원국의 참관으로 유엔 다국적군 병력 무기 장비의 지원도 논의된다. 

그러나 ‘19-1동맹연습’은 북한 눈치를 보면서 1주일간 방어단계만을 연습했다. 한국군이 동맹연습을 주도하면 핵미사일 선제 타격, 제공권 장악, 항모전단 등 미군 증원전력 전개에 대한 연습은 상당히 제한된다. 워 게임 모델도 한국군이 개발한 모형으로 모의를 한다면 정확성이 떨어져 연습 효과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전쟁 경험이 없어 국가급 단위의 전쟁 기획 및 지도능력이 부족한 한국군 장성과 장교들에게 반쪽짜리 연습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남조선과 미국이 조선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새로운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 조미공동성명과 북남선언들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이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국가급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도 북한은 한미를 싸잡아 비난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마 미군이 한반도에서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북한은 비난을 멈추지 않을지 모른다.

“선제 핵 공격받아 공황상태 될 것”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은 폐지와 동시에 한국 정부 차원의 ‘을지연습’과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 가디언연습’으로 분리된다. 정부는 을지연습을 한국군 합참 단독으로 5월에 실시한 태극연습에 통합해 ‘을지태극연습’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당연히 을지태극연습에서 한미연합작전연습은 제한된다. 

위기조치연습에서 한국군은 전략정보자산의 미비로 북한군의 전면적 공격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동원령 선포도 어렵고 방어준비태세 격상도 어렵다. 데프콘(DEF-CON·방어준비태세) Ⅲ, Ⅱ, Ⅰ과 전쟁개시(H-hour) 선포가 적시에 이루어지기 힘들다. 적시에 미군 긴급전개전력이 도착하기도 어렵게 된다. 

일부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럴 경우 개전 초기, 미군 전략자산에 의한 자위적 선제 타격(킬체인·Kill-Chain), 적 장사정포 무력화, 조기 제공권 장악이 미지수에 빠진다. 반면, 북한군은 김정은이 수표(결재)한 ‘2015 통일대전(統一大戰)계획’대로 공격할 수 있다. 북한군은 전술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한국군 주력을 궤멸할 것이다. 남침 사전 탐지, 선제 공격, 미군 적시 증원을 하지 못하는 한국군은 대량살상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통일대전을 막기 어렵다. 한국은 핵무기와 같은 전략무기가 부재한 가운데 공황상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은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사 회원국들도 참가시켜왔다. 미국과 연합하지 않은 한국군 단독의 군사훈련은 ‘우리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다. 

앞으로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가디언연습은 후반기에 ‘19-2 동맹연습’이라는 명칭으로 실시될 것 같다. ‘19-2동맹연습’은 ‘19-1동맹연습’과 유사하게 진행되리라 본다. 다만 전작권 조기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의 초기작전운용능력을 검증하게 되어 있어 한국 합참이 훈련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 성패 가를 정보 ‘까막눈’ 돼”

이럴 경우, 미군이 협조하지 않으면 미 증원군의 전개와 운용에 대해 한국군은 까막눈이 된다.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도 미군이 제공하지 않는 주요 자료가 많다. 한국군에게 보여주는 문건은 별도의 해제 표시를 해 공개한다. 특히 미 증원군의 시간대별 전개목록 및 제원은 특급비밀로 분류된다. 그나마 연합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군은 미군의 훈련제원이라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미 증원군의 전개 제원은 반격 타이밍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독수리훈련은 폐지되면서 연중 지속되는 대대급 연합훈련으로 대치된다. 독수리훈련에 통합돼 5월 연례적으로 실시된 맥스선더 한미공군의 연합훈련도 중지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2주간 진행된 맥스선더 훈련 때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F-22 8대를 포함해 100여 대의 한미공군 전투기가 참가했다. F-22는 북한군 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핵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16일 0시 30분 북한은 이 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날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의 비난으로 인해 미군 B-52 장거리 폭격기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올해엔 맥스선더 훈련은 물론이고 이와 유사한 비질런트 에이스 연합공군훈련도 취소될 것이다. 

이로써 한국군은 전략무기가 제한된 가운데 단독 공군훈련만 남겨놓게 됐다. 필자가 공군작전사령부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한국공군은 우주 전략 및 공중작전 능력이 제한된다. 그래서 전작권을 받더라도 공군만큼은 미군이 주도하도록 돼 있다. 물론 한국 공군은 3월 2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F35-A 10여 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전쟁 초기 한국공군만으론 북한의 핵미사일과 지도부 등 700~750개 핵심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군의 B-52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빠진 공중작전은 약해질 것이 확실하다. 

나아가, 평양과 원산 같은 북한의 후방 전략요충지에 상륙해 북한군의 주력을 포위하는 한미연합 해병대훈련인 쌍룡훈련도 폐지된다. 쌍룡훈련은 인천상륙작전과 같이 전세를 뒤집고 승리를 굳히는 전략적 수준의 훈련이다. 대대급 부대에서 연중 20여 차례 실시된 연합훈련(KMEP)도 축소된다. 

전체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은 전략 및 작전 차원의 훈련은 폐지되고 전술 차원에서만 실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쟁 기획-수행능력은 현저하게 저하될 전망이다. 가공할 만한 전략자산의 전개도 없다.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연합훈련을 담당한 실무 장교들은 필자에게 “이렇게 3년만 지나면 한국군의 연합작전능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말한다. 

“한미 양국군은 1~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기 때문에 누적된 훈련 경험과 제원들이 사라진다. 연합훈련에 대해 새로 바뀐 지휘관도 실무자도 모르는 초유의 사태가 올 것으로 우려된다. 예를 들어, 연합훈련에 관한 데이터도 사라져 일일이 미군에게 물어보면서 훈련해야 할 것이 뻔하다.” 

한미동맹이 훈련도 하지 않는 허울뿐인 군사동맹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전면전 등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대규모 증원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이 폐지되면 국가 방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전문가들은 “한국 안보의 기반은 한미연합전력인데, 이 연합전력이 사실상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성명에서 “훈련 없는 연합방위태세는 허수아비 동맹”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군사동맹이 근간인데, 그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훈련 없는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이유가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연합훈련 폐지 다음으로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될 것”이라고 했다. 한 중령급 장교는 “미국 측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도 하지 않는데 뭐 때문에 주둔하느냐?’ 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군 관계자도 “한미동맹이 형해화하고 있다”고 했다.

“훈련 않고 정규시즌 들어가는 프로야구팀”

우리 군은 ‘연대급 이상 연합 훈련은 한미가 따로 훈련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줄줄이 취소하는 것인데, 군 소식통들은 “이런 약식 훈련은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평한다. 군의 대비태세가 느슨해질 경우 실전에서 ‘엇박자’가 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동계전지훈련도 하지 않고 정규시즌에 돌입하는 프로야구팀과 같다”고 말한다. 

군이 타성에 젖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비핵화 기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훈련이 연달아 중단되면서 군내 긴장도가 확연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이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졸속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군의 작전지휘능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미군의 역할만 크게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위해 올해 8월쯤 1단계 작전운용능력을 한미연합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8월 시행되던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이 19-2 동맹연습으로 축소되면서 검증이 이뤄질지 불투명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작전운영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별도의 한미연합연습을 하반기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을지프리덤가디언 같은 국가급 차원의 대규모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검증 없이 한국군이 전작권을 받으면 북한 핵미사일 정보수집, 요격, 선제 타격, 미군 증원 등 작전운용능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와 군 당국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고 북핵 대응 능력 확보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조속히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올해 작전운용능력 검증을 마치고 2020~2021년 최종 검증을 거친 뒤,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폐지에 따라 전작권 전환이 이보다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군이 자연스럽게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발을 빼면서 전작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 군의 작전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군만 빠지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의 경고

가까스로 봉합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올해 하반기에 또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도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일찌감치 압박했다. 2월 8일 분담금 서명식 당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분담금 대폭 인상 방침이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의 150%를 분담금으로 받겠다는 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액 기준으로 물가인상률에 따라 분담금을 결정하려는 우리 측과 미국 측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면 한국 내에선 주한미군 감축-철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한미관계에 큰 흠집을 낼 것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마찰, 대규모 연합훈련 중단, 전작권 조기 전환 추진에다 분담금 갈등까지 겹치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에 한미동맹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연계돼 효순-미선 장갑차 사건처럼 반미운동이 일어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동맹이 결딴날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장교들 말대로, 2~3년만 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군 간부들은 국가적 차원의 전쟁을 수행할 연합작전계획에 대해 까막눈이 된다. 전시 임무 수행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미군은 훈련하지 않고는 작전에 투입하지 않는다. 한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은 “연합훈련을 할 수 없으면 동맹을 해체하는 것이 낫다”고까지 했다.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투이고 전투는 피를 흘리는 훈련”이라고 할 정도로 군에서 훈련은 중요하다. 한미연합방위태세가 수백 명 단위의 대대급 이하 훈련으로 유지된다면 그것은 ‘소가 웃을 마술’이다.

허울뿐인 동맹으로 전락 중

1950년 6·25전쟁 때 한국군은 대대급 훈련밖에 못 했고 북한군은 사단급 이상 훈련을 마쳤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미연합작전체제는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대한민국을 방위하고 조기에 승리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사동맹체제다. 그래서 일본도 자위대의 작전을 주일미군과 통합해 미일연합작전체제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작전체제는 지금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벌써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시대 전략을 논의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있다. “한국이 파괴하는 아시아 질서, 미국의 안보라인 남하(南下)”라는 한 일본 월간지 2월호 기사 제목은 예사롭지 않다.

김기호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 대령 전역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現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missionher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