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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3일 목요일

태극기 집회 현장을 가다



“국회의 탄핵소추장은 그냥 쓰레기” ...태극기 집회 현장을 가다

국회불신, 언론불신, 특검불신, 안보불신에 따른 자발적 참여자가 동력(動力)

⊙ 육사·ROTC·동창회나 경찰·군(軍)·교회 등에서 단체 참가자 부쩍 늘어
⊙ “주변 아주머니들 7명이 200만원을 모아 탄기국에 보냈다”(60대 여성) 
⊙ “황교안 외에 다른 이들은 아예 거론도 되지 않는 분위기”(전 고위공무원)
⊙ “‘의인(義人)이 많아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옛말 실감”(예비역 장성)
⊙ “태극기와 촛불은 진실 대 거짓의 대결… 3·1절 집회가 분수령”(조갑제)
글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 지난 2월 4일 서울시청 광장 및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1차 탄핵기각을 위한 태극기 집회.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태극기 집회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제11차 태극기 집회가 열린 2월 4일 토요일. 집회 취재를 위해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동아일보 본사 옆 청계천 광장에 도착했다. 잿빛으로 변한 하늘은 당장에라도 눈발이 떨어질 기세였다.
  
  본격적인 집회가 열리려면 아직 3시간이나 남았지만 거리는 이미 손에 태극기를 든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노인, 가사 장삼을 걸친 승려, 중절모를 눌러쓴 중년신사, 태극기를 몸에 두른 아주머니, 앳된 얼굴의 중학생 …. 태극기를 들고 집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서울 강동구에서 왔다는 권양숙(70) 할머니는 “주말마다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보수가 말살당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험하기 때문에 집에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어느 80세 할아버지는 “촛불 시위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공산 체제를 찬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혀 오늘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청계천 광장 한쪽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태극기를 손에 쥔 채 주변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그는 자신을 “5일장을 돌아다니며 신발을 파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월 26일 대구 태극기 집회에 수만 명이 동성로를 가득 채웠습니다. 지금 대구 시민들은 야당보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 먼 곳까지 달려왔겠습니까?”
  
  삼삼오오 모여 열변과 울분을 섞어 가며 시국(時局)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행사를 기다리는 동안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후 1시, 서울시청 광장(덕수궁 대한문) 쪽으로 취재 장소를 옮겼다. 이곳의 열기는 청계천 광장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태극기 집회 주최 측(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의 연단이 설치된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과 도로에는 이미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사람들이 들어섰다. 연단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는 ‘나의조국’이나 ‘아, 대한민국’ 같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그 음악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었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 표출
  
태극기 집회에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현재의 탄핵정국을 기본적으로 안보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집회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이윽고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애국 시민 여러분! 이제 곧 행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지하철 출구(出口)가 인파에 막혀 집회 참가자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에 서 있지 마시고, 큰길로 내려가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도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태극기로 저기 광화문 촛불을 확 쓸어 버립시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태평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울시청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나뉘어 모여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한 덩어리로 합쳐졌다. 경찰은 경찰통제선을 열어 주고 인력을 곧바로 철수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서소문 프라자호텔과 프레지던트호텔 앞, 을지로입구 도로까지 태극기 물결로 넘쳐났다.
  
  작년 11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주도로 처음 시작된 태극기 집회는 언론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 왔다. 대부분의 언론은 태극기 집회를 촛불에 대항한다는 의미의 ‘맞불집회’ 혹은 ‘박사모 집회’라고 의도적으로 폄하해 왔다. 태극기 집회 보도에는 현장 자료 사진 하나 내보내는 데 인색했던 방송이 그동안 진행됐던 모든 촛불집회는 생중계를 해 왔다. jtbc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언론의 ‘찬밥신세’를 받아 오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지난 1월 7일 집회를 기점으로 경찰 공식 집계에서 촛불집회를 능가했다. 이때부터 언론 보도 태도에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민심(民心)의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정치인들이었다. 2월 4일 태극기 집회에는 그동안 집회와 거리를 둬 오던 조원진, 윤상현, 전희경 의원 등이 참석했고, 김문수 전(前) 경기도지사도 연단에 올라 탄핵반대를 외쳤다.
  
  실제로 집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피켓 내용 중의 하나가 ‘탄핵기각’에 이어 종편이나 주류(主流) 언론을 겨냥한 ‘폐간’이나 ‘절독’ 같은 구호였다. 경남 고성에서 왔다는 심진표(73)씨는 “탄핵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전혀 믿을 수 없다”며 “언론은 진실만을 보도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언론은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농협조합장 출신이라는 그는 “이번에 우리 지역 농협에서 구독하던 신문 36부 전부를 끊었다”고 말했다. 취재 내내 비슷한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야 했다.
  
  
  “대통령을 감싸 주지 못하고 매도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
  
많은 언론이 ‘태극기 집회에는 노인들만 참가한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대학생과 청년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교회에서 온 여학생들(왼쪽)과 태극기를 두르고, 새마을모자, 방패와 투구 등의 소품을 갖추고 참가한 청년들(오른쪽).
  태극기 집회 군중 속에는 생각보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눈에 많이 띄었다. 3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 어떻게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는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받을 만큼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임기 말에 접어든 대통령을 언론과 정치권이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선동해서 탄핵한 것이라고 본다. 나는 현재 사태를 일종의 레임덕 현상이라고 본다.”
  
  — 촛불집회에 나가 본 적이 있는가.
  
  “거기 가서 직접 한번 둘러보라. 인격 모독적인 구호와 조형물, ‘이석기를 석방하라’ ‘사회주의가 답이다’ ‘재벌을 해체하라’라는 종북(從北)적인 구호가 넘친다.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촛불집회의 핵심 주동 세력이 종북 좌파들이라는 것은 다 알 수 있는 문제다. 언론도 현장에 나와 보면 이런 사실을 다 알 텐데 촛불집회는 생중계해서 확대시키려 하고, 태극기 집회는 취급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번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교회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 중에 한 학생이 말했다.
  
  “이만큼 성공한 나라인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감싸 주지 못하고 이렇게 매도하는 것이 안타깝다. 오늘 현장에 나오지 못한 어른들은 집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덕수궁 대한문 탄기국 무대 옆에서 또 다른 무리의 청년들이 목이 터져라며 탄핵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태극기 망토를 두르고 ‘새마을 모자’나 로마 시대 투구를 쓰고, 방패를 들고 있었다. 방패에는 ‘평양떡검 완전해체’라는 글귀를 써 놓았다. ‘떡검’이라는 말은 ‘떡값을 받아먹은 검찰’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지만, 검찰 조서실에서 피의자와 성행위를 한 검찰을 빗대는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 경우는 ‘특검’과 비슷한 말을 차용해 특검을 조롱한 것이다. 방패와 투구는 특검과 언론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의미라고 말했다. 이 모든 소품을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 새마을 모자는 왜 쓰고 나왔는가.
  
  “기성세대(부모님 세대)가 힘겹게 이루어 놓은 대한민국을 우리 젊은 청년들이 지킨다는 의미다.”
  
  — 어디서 왔는가.
  
  “모이는 창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하고 있지만, 특별한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거제 등에서 각자 참가비를 내고 버스를 대절해 올라왔다.”
  
  — 일부 언론에서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이 참가비를 받았다고 했는데.
  
  “우리도 돈 좀 받고 참석해 봤으면 좋겠다. 매연이 나는 버스 뒤에서 김밥 한 줄 먹고, 종일 이러고 있다.”
  
  
  “보수 신문 끊었다”
  
태극기 집회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군(軍) 예비역장성, 육사, ROTC, 경찰 출신들의 집단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집회장에는 ‘군대여 일어나라!’는 글귀가 많이 보였다.
  기자도 그동안 취재 차 여러 차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해 보았지만, 이번 집회가 이전 집회와 특별히 다른 것은 동창회, 교회, 육군사관학교, 학생군사교육단(ROTC), 예비역장교단 같은 단체에서 참석한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육사 ○기 구국동지회’ ‘ROTC 구국동지회’ ‘공군 예비역 장교단’ 등의 이름을 걸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대륜고’라는 푯말을 높이 들고 서 있는 50대 남성은 “오늘 대륜고 출신 4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한 걸로 알고 있다”며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다른 사람을 위해 기수별로 카톡방을 여러 개 개설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육사 20기 구국동지회’라는 작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노인들이 보였다. 기자가 다가가 취재 목적과 신분을 밝히자 이들은 먼저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본 지) 30년 된 신문을 끊었다.”
  
  “보수라고 믿었던 신문이 보수 이념을 포기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들 가운데 육사 20기 김성섭(76) 예비역 소장은 “대한민국이 발전하려면 언론이 국민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해야지 오히려 우파 신문이 좌파와 합세해서 국민을 선동하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앞장서는 것을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는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고창, 안동, 대전, 전북 등의 푯말 아래 모여 있어서 어디서 올라왔는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이를 두고 jtbc는 탄기국 주최 측이 일당을 주고 집회에 사람들을 고용한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jtbc는 보도에서 친박단체 관계자의 말을 빌려 “2만원 주면 올라온다” “노숙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목욕하고 나오면 5만원씩 준다” “날씨가 추워지면 6만원”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참석하면 15만원까지 일당을 준다”는 등의 내용을 내보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jtbc의 이 같은 보도를 풍자하는 글귀들이 가득했다. 일부러 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도 많았다. 한 60대 여성은 “나를 포함해 주변의 친구와 아주머니 7명이 200만원을 모아 탄기국에 보냈다”며 “나라가 걱정이 되고 추운데 고생하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민심 장난 아니다”
  
  박사모 회원으로 경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호(66·경북 포항 거주)씨는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비(自費)를 들여 올라온다”고 말했다.
  
  — 참가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경비 조로 자기 돈 2만원을 내야 한다. 지방에서 서울의 2시 행사에 맞추려면, 적어도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고, 8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집회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가 넘는다. 이런 일은 일당을 준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직 애국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회비로 버스비를 충당하고, 도시락을 준비하는데 인원이 많아 휴게소 안에 다 못 들어가기 때문에 추운 휴게소 광장이나 길거리에서 먹을 때가 많다.”
  
  —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박사모 회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라를 사랑하고 탄핵 기각을 원하는 일반 시민들이다.” 
  
  — 경북에서는 이번 집회에 몇 명이나 올라왔나.
  
  “처음에는 10여 명씩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석했지만, 지금은 경북에서만 매주 버스 6~7대가 올라온다. 대구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는 수십대의 버스가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경북 예천처럼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도 태극기 집회가 열렸는데, 그 작은 읍내 장터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지금 지역의 민심이 이 정도다. 촛불이 아니라 이것이 진짜 민심이다.”
  
  — 젊은이들도 많이 참가하는가.
  
  “20~40대 사이 젊은이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는 버스에 탑승하는 사람들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아무리 ‘촛불이 민심’이라며 언론이 왜곡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라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하지만 전교조에 물든 젊은 세대를 바르게 교육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다.”
  
  
  행렬의 선두에 선 군(軍) 출신들
  
집회 참가자들의 이모저모. 승복을 입은 승려에서부터, 태극기를 두른 참가자까지 다양하다.
  4시30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행진 도중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탄핵기각’ ‘국회해산’ ‘특검해체’였다. 대한문을 시작으로 을지로입구역, 한국은행로터리, 남대문로터리를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30분이면 충분할 짧은 거리였지만, 행진 후 제자리로 오는데 꼬박 1시간 반이 걸렸다. 태극기 집회 거리행진에 세 번째 참여한다는 모 대기업 연구원 A씨는 “내가 보기에 오늘이 사람들의 밀도(密度)가 제일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행렬 선두에는 대형 태극기가 섰고, 이어서 한미(韓美) 단합을 상징하는 대형 성조기가 뒤따랐다.
  
  특이한 점은 육사 출신들이 여러 개의 깃발과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단체행진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수호’라는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집회 행렬 맨 앞에 서서 행진을 인도했다. 집회 전날 육사 29기 모임 카톡방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비장한 결의문을 읽는 듯하다.
  
  〈나는 고향이 전라남도 해남이다. 고등학교까지 호남 땅에서 자랐다. (중략) 지금은 분명히 전시(戰時)에 다름 아니다. 그것마저 분간 못하고 다양성을 담론으로 삼는다면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목표는 하나다. 모두 다 태극기를 들고 나가지 않으면 나머지 행보는 빤하지 않겠는가? 전쟁이 발발하면 차라리 ‘작계5015’라도 발동되어 김정은 참수작전이 1시간 이내에 끝난다지만 촛불에 먹히면 이건 총 한 방 쏘아 보지 못하고 저들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더이상 다양성을 말하지 말자. 오직 나 자신을 위하여, 내 가족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는 애국애족의 태극기로 만드는 물결만이 10·29정변(국회의 탄핵가결)을 막을 수 있다.(후략)〉
  
  육사 34기 차주완 예비역 장군은 동기생들에게 아래와 같은 글을 보냈다. 장문(長文)이라 일부만 요약한다.
  
  〈존경하는 동기생 여러분! 태극기 집회에 나온 분들은 이 문제를 대통령 탄핵을 넘어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사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즉 촛불의 불씨가 사라지기 전에 힘으로 밀어붙여 정권을 탈취해서 통진당 복원, 전교조 정상화, 대북제재 폐기, 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로 연결해 보려는 불순한 체제전복 기도가 그들의 입을 통해서, 부르짖는 구호를 통해서 그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의(不義)를 참다 못한 구국(救國)의 애국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이분들의 활약상은 가히 눈부신 역사(歷史)의 한 장면 그대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인(義人)이 많아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참으로 실감나게 하는 요즘이다. 이제 MBC를 비롯한 SBS, 문화일보, 한국일보 등 매체들도 진실보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로지 권력욕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꾼들은 행여 탄핵이 기각될까 두려워 연일 독설을 퍼붓고, ‘촛불을 더 많이 들고 나와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이번 싸움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한판 승부다. 이제 좀체 희망이 보이지 않던 안개 속을 헤쳐 나오며 애국국민 모두는 ‘정의(正義)는 살아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호국선열이 호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고지(高地)가 바로 저기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탄핵 통과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 올 것”
  
오후 4시 반 무렵 을지로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모습. 이날 행진도중 반대편 차선에서 차량 한 대가 집회 군중 사이로 밀고 들어와 전·후진을 반복해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이 가운데 앞서 소개한 글을 쓴 육사 29기 정성홍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 촛불집회에도 나가 봤는지.
  
  “알다시피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이 처음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소위 멘붕(멘탈붕괴라는 신조어) 상태였다. 그래서 실상이 뭔지 보려고 나가 봤다. 진실을 모르니까 처음에는 누구나 그랬을 거다. 이후 태극기 집회가 시작되어서 그곳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12월 10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데 할머니 두 명이 태극기를 감추듯이 들고, 집회 현장이 어딘가 물어 보는 것을 보고 ‘아 이것이 진짜 민심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참석자들을 보면 하나같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스스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거대한 민심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지금은 촛불집회에 가 보면 알겠지만 꺼진 거나 마찬가지다.”
  
  — 그렇다고 해도 육사 동문들이 한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처음에는 산발적이고, 개인적으로 참여했다. 육사 출신들은 국가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을 기저에 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육사 출신으로서 이 사태를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임원들은 배제하고, 기수별로 별도로 2명씩 뽑아 집회 참여에 대해 논의했다. 그래서 총동창회 이름이 아니라 ‘구국동지회’라는 단체 이름으로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 그동안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지금 여덟 번 정도 참여했다. 태극기 물결이 거세지자 여론의 향배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슬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탄핵사태 이후 어떤 언론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정보를 찾아서 공유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 ‘정규재TV’ ‘신의한수’에서 하는 인터넷 방송이나 김평우 변호사(《탄핵을 탄핵한다》의 저자) 글은 카톡방에서 순식간에 공유된다. 김 변호사의 말과 글을 통해 많은 사람이 탄핵사태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이날 2월 4일 태극기 집회에는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김평우 변호사가 직접 연단에 올라 “이번 탄핵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민주 법치국가에 대한 탄핵”이라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나는 탄핵이 통과되면 폭동같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으로 우려한다. 나이 든 우리야 살 만큼 살았으니 상관없다고 해도, 자식들은 어쩌겠는가. 그래서 동기들끼리 모이면 ‘우리가 차라리 군복을 입고 참호 속에서 죽자. 그러면 자식들이 확실하게 깨달을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다.”
  
  — 지금 보수 후보는 지리멸렬한 상태인데 집회에서 분위기는 어떤가.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는 사실 보수 쪽 후보 중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 다른 이들은 아예 거론도 되지 않는 분위기다. 사람들은 황교안씨가 공안(公安)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가 안보(安保)나 대북 문제에 있어서 결코 어영부영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인 듯하다.”
  
  
  “의인(義人) 3명이 없겠는가?”
  
지난 2월 11일 제12차 태극기 집회를 보도한 연합뉴스TV 화면 모습. 남대문 앞까지 인파가 들어찬 모습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언론은 태극기 집회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거의 내보내지 않았지만, 지난 2월 4일 태극기 집회 이후부터는 집회 현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방송사가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극기 집회 때마다 연단에 올라 시국강연을 하고 있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로부터 태극기 집회 현상에 대해 들어 보았다. 조 대표는 “매주 태극기 집회 현장에 참가하면서 이 집회가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동력(動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벌어지는 태극기 집회는 아주 특이한 현상일 뿐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보수 또는 우파운동과 다른 차원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가 첫째, 태극기 집회는 비(非)조직적이며 자발적인 참여라는 것이다. 물론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는 있지만, 특정 단체의 동원령이 아니라 90% 이상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하다. 그리고 남녀노소(男女老少) 구분이 없고, 기독교인이 많으며, 여성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이 현상이 100여 년 전의 3·1 운동과 가장 비슷하다고 본다. 3·1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에 ‘국민’을 탄생시켰다는 의견이 있다. 그전에는 왕조시대의 ‘백성’이었다. 태극기 집회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국민이 만들어질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 그것이 어떤 국민이라는 것인지.
  
  “자유투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느낌이다. 자유는 공통된 가치다. 태극기 집회에 온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첫째가 ‘진실’이다. 태극기와 촛불의 대결은 진실 대 거짓의 대결이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법을 지킨다. 법을 지키는 것은 정의를 지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유와 번영을 지켜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자유투사라고 볼 수 있다.”
  
  조갑제 대표는 “태극기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해서 오는 사람들이 있고,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있지만 최순실 사태가 탄핵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며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대동단결해서 ‘탄핵은 안 된다’는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3월 1일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예정돼 있는데, 이 집회가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탄핵이 기각되려면 헌재 재판관 8명 중 3명만 기각에 찬성하면 된다. 나는 3명의 의인(義人)이 없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장은 그냥 쓰레기”
  
  — 탄핵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보는 근거는.
  
  “국회가 탄핵소추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 놓고 증거를 찾는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사람을 사형시켜 놓은 다음 재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5년 단임의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회의 탄핵소추장은 한마디로 그냥 ‘쓰레기’다. 검찰 공소장과 신문기사를 복사해서 헌재에 보낸 것에 불과하다. 이 소추장을 가지고는 도저히 정상적인 재판을 할 수가 없다. 재판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에 재판할 것도 없이 기각해야 원칙이다. 국회가 독자적인 조사를 해서 검찰 수사 기록과 다른 독자적인 판단으로 소추장을 작성해야지, 검찰 소추장을 그대로 카피(copy)했다면 스스로 ‘검찰 앞잡이’라는 뜻이 아닌가?”
  
  — 만약 이 탄핵이 통과되면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현재 대권 주자 1·2위가 좌파 후보들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가진 이념적 위험성을 알리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탄핵이 되면 좌파들은 혁명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당장 촛불기념일과 기념탑을 만들고, 촛불 유공자도 포상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헌정(憲政) 사상 첫 파면을 받은 반헌법 세력으로 몰아 박정희·이승만으로 대변되는 소위 한국의 주류 보수세력을 불태워야 한다고 나올 것이다. 이 말은 문재인이 공식적으로 한 말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이런 혁명적 분위기에 언론이 동조할 것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굉장히 걱정스러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선 탄핵 기각으로 시간을 벌고, 헌정 질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투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다”며 “법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검사·판사가 한 덩어리이고, 여기에 국회까지 한 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애국세력의 본류(本流)는 태극기 집회에 나온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2017년 3월호 / 글=이상흔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