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yourlight: 결혼 37주년을 맞이하며

인간이 한 평생 거칠은 인생 길에서 살면서 많은 일들을 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매일 매일 가장 많은 시간과 대화를 하는 상대는 역시 결혼 후의 사랑하는 아내이다. 부모 형제 친척 친구 직장 동료 그 외의 많은 지인들과는 사는 동안 이런 저런 일로 만나며 헤어짐을 되풀이 하는 동안 세월은 흐른다. 삶의 길은 생노병사의큰 틀에서 희노애락의 소용돌이를 지나면서 삶의 종말로 치닫고 있다.

오늘은 37년전 1976년 3월 6일 오후 두시에 결혼을 한 결혼기념일이다. 결혼 날짜를 정하는데는 내가 군대간 날이 3월 6일이어서 그것도 기억할 겸 해서 그 날로 하기로 정하였다. 1973년 1월 산업은행에 들어가자마자 두 달 뒤에 군대를 가게 되었다. 근 3년의 육군 사병 생활을 다 마치고 나서 결혼을 하게되었는데 그 때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기다려 준 집사람이 고마웠었다.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 한 마디로 "빠른 세월이 지났는데 은혜의 연속이고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건과 굴곡이 있는 동안 기쁜 순간도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혜로운 아내와 사랑스런 아이들과 함께 하였기에 내 분에 넘치는 현재를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누구나 인생의 험한 여정을 걷고 있지만. 내 경우도 되돌아 보면 파란이 많았다.

결혼하여 애 둘을 낳고 당시만 해도 해외 근무하는 것이 너무 기회가 없고 몇 몇 회사나 은행이 아니면 힘들었을 때에 동경에 3년 근무도 하며 게다가 일본어도 덤으로 하게 되어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냈었는데 모두 이민가지 말라는 권유도 무시하고 은행을 고만두고 85년에 미국 이민을 오면서부터 많은 파도를 넘어야 했다.

판단을 잘 못한 일도 있었고 사람을 너무 믿어 믿는 도끼에 발등도 찍히면서 우리 가족은 높은 파도가 삼킬 것 같은 바다에 흘러가는 일엽편주가 되어 버렸다. 한 때는 제일 친한 친구의 마약과 이혼 위기의 가정을 돕는다고 대륙을 횡단하여 살기도 하면서 하나님은 우리를 훈련시키시고 인내를 배우게 하며 적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 되게 연단시킨 것 같다. 모태 신앙의 우리 둘은 어느새 정신을 차리며 신앙인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 가난한 자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육적인 즐거움에 빠졌던 우리가 영적으로도 성숙하며 자신을 돌아보아 순종과 겸손 그리고 사랑의 실천을 하는 것이 남은 인생에서 더듬어 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한 와중에서 얻은 최고의 선물은 우리 부부는 서로 도우며 협력하며 사랑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 게 된 사실이다.

60도 넘어 버린 우리지만 세상이 좋아지고 발달해서인지 아직은 활발하게 일하고 움직이고 있음이 무엇보다도 감사하다. 일심동체가 되었다는 아내와는 이제는 가장 친한 친구 관계가 되었다. 서로의 단점과 허물을 감싸고 묵과하며 인정하는 습관도 어느 정도 들었고 옆에 있다는 사실과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가장 귀한 존재라는 사실로 항상 사랑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남과 녀라는 본질적으로 너무 다른 존재가 만나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언제가부터 깨닫게 되었고 내가 부족한 것을 지적하며 보완해주는 능력을 아내가 놀랍게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값비싼 보물보다도 소중하다는 자각과 동시에 분에 넘치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부족과 허물과 모자람을 아내라는 보물을 옆에 두어서 하루가 지날 때마다 모나고 뽀족하고 보기 흉한 것을 차츰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비밀을 하나님은 마련하셨다. 호흡을 같이 하면서 우리의 거칠은 모습은 마음과 정성이 모여지는 순간을 통하여 비로서 부부라는 새로운 존재로 변모해 왔다. 부부의 의미는 보완과 비판을 통한 자아 발전을 이루며 둘이 하나가 되는 산고의 고통과도 비슷한 노력을 하는 관계라고 생각된다. 세상에서 서로 마음을 통하고 함께 살면서 눈물과 기쁨을 나누노라면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다. 고독한 존재인 한 개인이 그 깊은 외로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배우자를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장 행복한 인간이 아닐까? 진정으로 하나님이 짝 지어 준 귀한 아내라는 존재는 필설로 표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다. 오래 된 물건일수록 값지게 느끼는 것이 인간의 사고인데 아내란 하루가 갈 수록 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영적인 우리에게 이제는 육적인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두 영혼이 서로를 아끼고 위해서 헌신하는 생활에서 영적인 만족과 고마움을 느낀다. 어느 하나 우리네 삶에서 귀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만 인간 관계는 언제나 두려움과 존경 그리고 성실한 마음으로 대하고 공생해야 함을 자각하게 되었다. 염화시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말할 필요 없이 눈치로 느낌으로 상대방의 마음과 형편을 읽고 서로를 사랑하며 한평생을 산다면 세상적인 욕심과 사조는 크게 개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주위의 친지들과의 사귐도 같은 비중으로 대하고 지내야 하지만 수신제가의 원칙이 출발점이기에 가정의 화목과 사랑같이 귀하고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없다.

눈을 떠서 옆에 있는 귀한 존재를 매일 아침 감사함으로 쳐다 보는 흐믓함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넉넉한 마음이다. 아내의 건강이 여기 저기 좋지 않은 것 때문인지 안쓰럽고 도와 줄게 없다는 것이 아쉽다. 앞으로 몇 년을 둘이 주의 은혜 안에서 위하고 사랑하며 살런지는 모르나 부모님의 경우와 비교하여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누려왔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기에 순간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겸손과 이해 그리고 사랑으로 남은 삶도 주위에 덕을 끼치며 무익하지만 쓰임받는 그릇으로 살려고 한다. 셀 수 없는 은혜에 감사 찬양을 주께 드리며 오늘도 선한 길을 걷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