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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5일 화요일

“김정은, 종북 세력, 통진당, 천안함 관련 댓글이 선거 개입이고 적폐라는 문재인 정부

北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한 김관진을 포승줄에 묶이게 한 댓글 8862건 실체

“김정은, 종북 세력, 통진당, 천안함 관련 댓글이 선거 개입이고 적폐라는 문재인 정부”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 사이버사령부 전신은 노무현 정부 때 課 형태로 만들어져
⊙ 정치 중립 위반으로 지목된 8862건 댓글 중 2348건이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관련
⊙ 문재인 대통령 관련 댓글은 207건뿐… 이 댓글 때문에 2012년 대선서 낙선했다는 논리
⊙ 김관진 관련 댓글(88건)도 존재… “불법을 지시하면서 자신 이름 언급하라는 상관이 어디 있나”
⊙ 이석기·이정희·김재연 등 舊통진당 세력 관련한 댓글 다수
⊙ 천안함 괴담에 대응하는 댓글이 총선·대선에 영향 미쳤을까?
⊙ 文 정부 정권 잡자마자 TF 구성해 軍 댓글 공작 의혹 재조사
⊙ 北, 여전히 南·美 비난 내용 국내외 매체 기사 짜깁기하는 수법으로 ‘남한發 선동’인 듯 위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관진 전 실장(이하 직함 생략)은 뼛속까지 무인(武人)이다. 노무현 정부 합동참모본부(합참)의장도 지낸 김관진은 거의 평생을 국가 안보에 헌신했다.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날 그는 측근들에게 “적을 무찌르면 지금 죽어도 좋다”고 했다. 김관진은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혼자 생활했다. 남편의 위세를 등에 업었다는 오해를 받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던 부인의 곧은 성격이 한몫했다. ‘공관 하숙생’이란 별명이 붙었다.

  김관진의 말이다.

  “공직은 누리거나 즐기는 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직위가 오를 때마다 제가 잘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두려웠습니다.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왔지요.”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이란 평판 들어온 김관진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신세가 됐다.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 당시 인민무력부장 김영춘과 4군단장 김격식의 사진을 걸어놓고 “적장(敵將)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는 항상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고 했던 김관진이 포승줄에 묶인 이유는 8862건의 댓글 때문이다.


  사이버사 前身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져
 
국군사이버사령부 전신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다. 사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12월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농민사망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국군사이버사령부 내 심리전단 요원 121명은 2011년 11월~2013년 6월(19개월간) 사이 댓글을 72만 건 달았다. 심리전의 일환이었다.

  국군사이버사령부는 2010년 1월 1일 국방정보본부 산하에 창설됐다. 2009년 7월 7일 시작된 ‘7·7 디도스 공격’이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판단 아래 북한과의 사이버전(戰)을 위해서다.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장관의 직할 부대다.

  이 부대의 전신(前身)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다. 2004년 6월 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상호비방을 금지하기로 합의한 뒤, 한국군은 6월 15일을 기점으로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했다. 이때 북한은 장비는 그대로 두고 방송만 중단했지만, 한국군은 방송시설까지 모조리 철거하고, 국군심리전단의 병력도 대폭 축소했다. 이때 축소한 국군심리전단 병력을 합참심리전단 예하에 사이버전략 부서를 과(課) 형태로 만들어 편입시켰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맞서 댓글을 다는 등의 심리전을 펼친 사이버사령부의 주 업무를 정치개입 등 ‘적폐’로 규정했는데, 이는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이버사령부의 주 업무는 미국·중국에 이어 이스라엘·러시아와 맞먹는 사이버전 능력을 갖춘 북한에 맞서 댓글을 다는 등의 심리전이다.

  국내 한 보안 전문가는 “사드 찬반 여론이 들끓었을 때 반(反)사드 댓글을 단 사람들이 다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러시아가 미국 내 흑인이나 무슬림 등 소수자 단체로 위장한 것처럼, 북한이나 중국도 국내 단체로 둔갑해 여론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국내외 매체의 기사를 짜깁기하는 수법을 통해 ‘남한발(發) 선동’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이런 계정을 찾아내려면 직접 가입하고 반대 의견을 올려 반응을 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야 한다. 이른바 ‘공작’이 필수적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사이버방위군이 이런 활동을 한다.


  문재인, 취임 직후 軍 댓글 공작 재조사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인 2017년 9월 8일 국방부 사이버댓글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의 댓글 공작을 재조사했다. 군 헌병대 수사관들은 72만 건의 댓글 중 8862건을 정치 중립 위반으로 지목했다. 전체의 80분의 1가량이다. 검찰도 이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TF는 연일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심리전 작전지침’을 시행했다는 등 대선과 총선에 개입했다는 식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월간조선》은 클라우드 기법(통신망 관리기법 일종)과 빅데이터 기법(많은 데이터를 이용, 패턴을 찾는 기법)을 활용해 8862건의 댓글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문건(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횟수 패턴 분석)을 입수했다.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 댓글이 가장 많아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이란 평판 들어온 김관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신세가 됐다.
  문건에 따르면 8862건의 댓글을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 관련 댓글이 2348건(26.5%)으로 가장 많았다. 사이버사령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3년 2월 13일 김병관을 국방장관 후보자로 임명한 후부터 전격 사퇴하기 바로 전날인 3월 21일까지 그에 대해 우호적인 댓글을 달았다.

  당시 사이버사령부가 김 후보자에 대한 댓글을 2348건이나 작성한 것은 “북한 도발 시 정권교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그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김병관의 국방부 장관 임명을 막기 위해 ‘댓글 공작’을 할 경우를 대비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로동신문》은 김 후보자에 대해 “괴뢰 호전광들은 이번 망발에 대해 즉시 사죄해야 하며 만일 계속 도전적으로 나올 경우 조국통일대전의 첫 번째 벌초대상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했고, 이후 민주통합당(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부대변인들은 앞다퉈 김 후보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냈다.

  김 후보자는 전역(轉役) 후 무기 중개업체 취업, 천안함 폭침 하루 뒤 골프, 부동산 투기 의혹,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미얀마 가스 자원개발업체 KMDC의 주식 보유 사실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알리지 않은 점 등이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본인의 의혹으로 사퇴했지만, 결과적으론 북한 의도대로 된 셈이다. 사이버사령부가 김병관에 대한 댓글을 단 것이 총선과 대선에 대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석기·이정희·김재연 관련 댓글

  김병관 후보자 다음으로 많았던 키워드는 ‘북한’(1210건, 14.1%)이었다. 북한과 관련한 댓글이 많은 것은 당연한 만큼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임수경(589건)·이석기(275건)·이정희(199건)·김재연(175건) 전 의원, 황선(26건)씨 관련 댓글도 다수였다.

  이석기·이정희·김재연 등 2014년 헌법재판소 선고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과 이 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인 황선, 민주통합당 임 전 의원에 대한 댓글이 왜 쓰였는지는 이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석기 전 의원은 2013년 현직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주사파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주축인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를 만들어 ‘북한이 남침할 경우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등을 타격하기 위해 총기 등을 준비해두라’는 식의 지시 등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법원은 이씨가 전쟁 발발 시 지하혁명조직 RO를 통해 북한과 동조해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 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한 혐의(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유죄로 보고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정희 전 의원은 1987년 학력고사에서 전국 여자 수석을 차지했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여성복지위원장을 지내는 등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전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 쌍용차 파업, 기륭전자 사태, 촛불시위, 용산 참사 등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의정활동을 했다. 2010년 7월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2011년 탄생한 통합진보당 대표도 맡았다. 2012년 제18대 대선 TV토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독설을 날려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박근혜 후보(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또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표현해 비판받기도 했다.

  2001년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정치에 뛰어든 김재연 전 의원은 10년 만에 금배지를 달았다. 한때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게 곧 평화통일의 길”이라고 주장해 여의도를 발칵 뒤집었다. ‘북측이 공격해오더라도 참아야 하는가’란 질문엔 “맞불을 놓으면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北에서 출산한 황선과 ‘통일의 꽃’으로 불린 임수경

  황씨는 1998년 8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표로 평양에서 열린 ‘8·15 통일 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정부 승인 없이 방북했다. 그해 11월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고,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회합·통신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4년 2월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배 중이던 윤기진(43)씨와 결혼했다.

  황씨는 2005년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겠다며 만삭의 몸으로 평양에 갔다가 10월 10일 평양산원에서 딸을 낳았다. 이날은 조선노동당 창당 기념일이어서, 일부러 그날에 맞춰 출산했다는 ‘평양 원정출산’ 논란이 일었다. 황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 고향이 합법적으로 평양이 됐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상징하는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후 정치계로 입문해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을 맡았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선 민노당 비례대표 9번, 2012년 제19대 총선에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5번에 배정됐지만 당선되지는 못했다. 황씨는 2014년 11~12월엔 재미교포 신은미(57)씨와 개최한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미화해 ‘종북 콘서트’ 논란이 제기됐다. 그는 공개 대담에서 김정은을 세종대왕·이순신 장군에 비유하기도 했다.

  임수경 전 의원은 한국외대 불어학과 4학년이던 1989년 6월 밀입북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 학생축전’에 참석했다. 대학생이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악수까지 한 일이 알려지자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북한은 임 전 의원을 ‘통일의 꽃’이라 불렀다. 임 전 의원은 같은 해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해 체포됐고, 3년5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임 전 의원은 2004년부터 야권의 영입대상이었으나 고사해오다 결국 2012년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21번)로 당선됐다.


  김정은, 천안함, 제주 해군기지, 종북 세력 관련 댓글 달았는데…
 
정치 중립 위반으로 지목된 8862건의 댓글을 클라우드 기법(통신망 관리기법 일종)과 빅데이터 기법(많은 데이터를 이용, 패턴을 찾는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문건 내용 중.
  8862건 중에는 제주(368건), 해군기지(214건), 백선엽(108건), 천안함(148건), 김정은(130건), 종북 세력(327건), 공산주의(60건) 등 국방·안보 관련 댓글도 다수 존재했다.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남길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민주당의 반대로 예산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반대자들의 집회 및 시위, 소송, 공사저지 등 집요한 방해도 한몫했다.

  동북아 정세와 중국 어선의 해적 같은 행태를 볼 때 제주 기지의 필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제주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자가당착 태도를 보이더니 대선 공약으로 ‘구상권 소송 철회’를 공약했다. 형사 처벌받은 전문 시위꾼들도 사면하겠다고 했다.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한 댓글의 다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것을 왜 ‘친노’ 세력이 반대하느냐라는 내용이었다.
 
사이버사령부가 가장 많은 댓글을 남긴 때는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시기였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사망하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당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었다. 폭침 20일 만에 인양된 함미(艦尾)에서 어뢰 공격 흔적을 확인하고도 소셜미디어에는 지금까지 ‘잠수함 충돌설’ ‘미국 격침설’ 등이 나돈다.

  사이버사령부는 당시 〈“천안함 사건 북한 측 소행” 러시아 TV 방송 http://durl.me/rzsf9 종북좌빨들아 똑똑히 봐라!! 이래도 우길 거냐? 다들 어디 갔어 어디 숨었어? RT@tjrgns12: 천안함이 조작극이라고 핏대 세우며 떠들어대던 넘들 다 어디로 숨었나? 러시아 핑계 대더니 러시아가 북한 소행 맞다고 하니까 할 말이 없어졌지. 종북 세력이 확실히 드러났던 계기가 천안함 폭침에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친북 세력이 집요하게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천안함 조사 결과에 계속 흠집을 내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식의 댓글을 〈나꼼수 “천안함 모의실험 데이터 조작된 것”〉 〈“천안함 침몰, 합조단 결론 맞을 확률 0.0000001%”〉 등의 기사에 달았다.

  한국 사회의 불순세력 선동 등에 대응하는 활동이 선거 개입이란 주장에 공감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김관진 관련 댓글 존재하는 이유

  김관진에 관한 댓글(88건)도 존재했다.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1명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우리 측 일반전방초소(GOP) 생활관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을 이유로 김관진의 사퇴를 요구한 박지원 의원에 대한 기사에, ‘북이 도발하겠다고 떠들어대는데 때마침 국방장관 사퇴시켜 북을 도와주고 싶은 게로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사퇴를 이야기하느냐’는 식으로 단 글 등이었다.

  검찰은 김관진이 사이버사령부가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여당에 유리한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는 등 정치 관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부하들에게 불법적인 ‘공작’을 명령하면서 자신과 관련한 댓글을 달아도 된다고 허락하는 지휘관이 있을까. 만약 문제가 되면 당장 이 부분부터 물고 늘어질 게 뻔한데 말이다.

  김관진 측 관계자는 “김관진 장관님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안보 사안에 대해 댓글을 작성하는 작전을 벌인 것이다. 만약 자신을 띄우기 위해 댓글 공작을 명령했다면 관련 댓글이 훨씬 많았어야 하고, 댓글 작전이 불법적으로 은밀히 수행하는 것이었다면 관련 댓글이 없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207건 댓글 때문에 2012년 대선 때 낙선했다는 文의 논리
 
문재인 대통령 관련 댓글은 207건뿐, 이 댓글 때문에 2012년 대선서 낙선했을까? 2012월 12월 30일 대선 패배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 5·18국립묘역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255건), 문재인 대통령(207건), 안철수 전 의원(321건) 관련 댓글도 있었다. 사이버사령부 댓글이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207건의 댓글 때문에 낙선한 것이 된다. 게다가 빅데이터 분석 문건에 따르면 2012년 4·11총선과 12월 대선 전후 각각 3개월 동안 오히려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에 의한 댓글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4·11총선의 공식 후보등록일은 3월 22일과 23일 이틀간이고, 선거운동기간은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였다.

  8862건 중 이 시기 달린 댓글을 날짜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월 22일(9건), 23일(1건), 24일(0건), 25일(0건), 26일(9건), 27일(16건), 28일(2건), 29일(3건), 30일(1건), 31일(9건), 4월 1일(10건), 2일(5건), 3일(22건), 4일(18건), 5일(18건), 6일(11건), 7일(3건), 8일(2건), 9일(5건), 10일(19건)〉


  총선 기간에 1일 평균 댓글 개수 고작 8건

  총선 후보 등록부터 선거운동 기간에 1일 평균 8건의 댓글이 달렸다. 하루 8건의 댓글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댓글이 한 건도 달리지 않은 3월 24일과 25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23일)도 마찬가지. 정치성 댓글은 334건 중 223건이 NLL(해상 북방한계선) 수호 의지에 대한 댓글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종북 논란에 대한 댓글이었다.

  목표가 있는 조직적인 활동인 경우에는 일정 기간 댓글이 격증 또는 점증하거나 특정 일자의 댓글 수가 많은 등의 현상이나 패턴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관진 측 변호인은 “조직적일 경우에 나타나는 데이터 패턴인 타깃, 기간, 행위자 등에 대한 응집, 군집, 연결, 허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거 또는 정치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다면 기간, 대상을 정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전체 댓글 작성 부대원 121명 중 22명(18.18%)의 부대원이 별지 범죄일람표 댓글 8862건 중 4525건(51.06%)의 댓글을 작성했다”며 “댓글 작성한 부대원의 댓글 수가 작성자별로 편차가 매우 심하다. 이런 패턴은 조직적인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조직적이었다면 하루 일당량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538개의 댓글을 남긴 부대원이 있지만 3개, 1개의 댓글을 남긴 부대원도 있었다.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최소한 드루킹 일당처럼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수만 건이 넘는 기사에 댓글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월 13일 대법원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씨에 대한 유죄 실형(징역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2016년 12월~2018년 3월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기사 8만여 건의 댓글과 추천 수 등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그는 ‘킹크랩’으로 포털사이트 온라인 기사 댓글 140만여 개에 ‘공감’·‘비공감’ 클릭 9970만여 회를 조작했다.


  北 통첩장 발표 때 사이버사 댓글 집중

  2011년 11월~2013년 6월까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이 집중된 시기는 2012년6월 4일(203건), 5일(181건)과 2013년 3월 11일(272건), 12일(457건), 13일(14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12년 6월 4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공개 통첩장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언론사를 비난하며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성전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금 평양에서는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가 성대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명박 역적패당은 이 경사스러운 경축행사에도 심술 사납게 찬물을 끼얹는 망동을 부리고 있다. 역적패당에게 최후통첩을 보낸다. 우리 군대의 타격에 모든 것을 그대로 내맡기겠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사죄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나가겠는가. 스스로 최후의 선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5월 29일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채널A 방송과 KBS, CBS, MBC, SBS 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를 동원해 일제히 우리 어린이들의 경축행사를 비난하는 여론공세를 펴고 있으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는 새로운 악행에 매달리고 있다. (남측 언론은) 300만 학생 소년의 대정치축전을 ‘보여주기식 행사’ 등으로 깎아내리고 후대사랑, 미래사랑의 위대한 계승을 놓고 감히 ‘히틀러를 흉내 내고 있다’ ‘나치의 소년국민대 아이들을 키우는 정치쇼를 펴고 있다’느니 하면서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악담을 거리낌이 없이 내뱉고 있다.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고 어린이들을 모독하는 이명박 역적패당의 새로운 악행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군대의 육해공군 장병은 총대로 단호히 결산할 것을 청원해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와 관련 “북한이 그동안 반복해온 구태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北 사실상 준전시상태 때도 댓글 증가

  2013년 3월 11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평양시내에서 군사용 위장 그물을 덮은 차량과 열차들이 목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한국의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3월 북한은 준전시상태 선포(3월 8일)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성명(3월 12일)으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당시 준전시상태가 선포(최고사령관 명령)되자 3월 9일부터 평양 상공엔 미그기들이 편대 비행을 시작했다. 도로엔 기관총을 탑재한 군용 차량이 위장 그물을 덮은 채 달렸다. 낮에는 대피훈련 사이렌과 함께 방공호와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는 훈련이 반복됐다. 밤에는 공습경보 사이렌과 함께 집마다 검은 모포로 창문을 막는 등화관제(燈火管制) 훈련이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2013년 3월 11일에 준전시상태는 선포되지 않았지만, 북한 현지 분위기는 1993년과 매우 흡사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에 박근혜 청와대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남쪽 해역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인 3월 12일 국방부는 평양 시내 일부 버스의 위장막 설치 등과 관련, “평양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북한이 이렇게 전시에 대비하고 있다. 전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시위성으로 보여줌으로써 미국, 유엔에 대해 압박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고 했다. 또 “현재로서는 곧바로 도발할 징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이버사령부가 가장 많은 댓글을 남긴 시기에는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북한이 있었던 것이다.


  하루 평균 댓글 14개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 짧은 시간에도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시대다.
  댓글을 단 사이버 심리전단 부대원은 121명이었다. 이들이 19개월 동안 하루 평균 단 댓글 개수는 14건이다.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시대다. 2011~2013년에도 그랬다. 정치인과 관련한 댓글이 존재했지만, 극히 소수였다. 8862건의 댓글에서 언급된 키워드와 건수를 공개하겠다. 김관진이 과연 포승줄에 묶일 지시를 내렸는지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성명 키워드: 김병관(2348건), 임수경(589건), 이태하(418건), 안철수(321건), 이석기(275건), 노무현(255건), 문재인(207건), 이정희(199건), 박지원(182건), 김재연(175건), 박원순(166건), 김광진(155건), 김정은(130건), 김지윤(123건), 백선엽(108건), 김관진(88건), 이명박(81건), 박근혜(26건), 황선(26건), 이준석(6건), 김종인(5건), 우근민(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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