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8년 5월 10일 목요일

지구의 좌표: 위도(緯度)와 경도(經度): Latitude and Longitude


[경도와 표준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그리니치천문대에 기준선 그었어요
우리나라 1961년 동경 135도 확정… 北, 127.5도로 옮겼다 최근 원위치

우리나라와 북한의 시간이 같아졌어요. 과거에는 서울 시각이 오후 1시이면 평양 시각은 오후 12시 30분으로 30분씩 차이가 났지만, 이제는 서울과 평양 시계가 똑같은 오후 1시를 가리키게 됐답니다.

사실 서울과 평양은 지도상으로 거의 일직선상에 있어요. 이런 경우 보통 표준시 차이가 없는데, 왜 서울과 평양은 30분이란 차이가 생긴 것일까요?

◇선원의 생사가 걸린 '경도' 측정
중세 이후 사람들은 지구 모양이 '평평한 것'이 아니라 '둥근 구(球)'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여행이나 무역을 할 때 험난한 육로를 피해 바닷길을 이용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큰 배를 타고 멀리 나아가는 일이 잦아지자 배가 길을 잃고 침몰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했어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구 위에 위도(緯度)와 경도(經度)를 그린 지도예요.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특정 지점이 남북(南北)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로선'이에요. 적도부터 극지방까지 15도씩 0~90°(도)로 구분하는데, 적도 북쪽을 '북위'라 하고 남쪽을 '남위'라고 해요.

반면 경도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에 그어진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을 중심으로 동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 '세로선'이에요. 지구 둘레를 360°로 나눈 뒤 본초자오선 동쪽 180°까지 '동경'이라 하고 서쪽 180°까지 '서경'이라 불러요.

이렇게 위도와 경도를 이용하면 지구상 어느 지점도 쉽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답니다. 어떤 장소든 위선(위도 선)과 경선(경도 선)이 만나서 생긴 네모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평양은 위도 39°, 동경 125°에 있고 서울은 위도 37°, 동경 126°쯤에 있어요.

◇위도는 기후, 경도는 표준시 결정
위도와 경도는 각각 기후와 표준시에 큰 영향을 미쳐요. 먼저 위도는 그 지역이 열대 기후인지, 온대 기후인지, 한대 기후인지를 결정하는데요. 이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즉 태양이 수직으로 내리쬐는 저위도 지역(남·북위 0~30° 지역)은 대체로 1년 내내 더운 열대 기후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남·북위 30~60° 지역)은 온화한 온대 기후예요. 하지만 태양 빛이 넓은 지역에 걸쳐 비스듬하게 비추는 고위도 지역(남·북위 60~90°)은 1년 내내 추운 한대 기후이지요.
위도와 경도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경도는 각 나라에서 표준시(한 나라·지역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시각)를 결정하는 기준이 돼요.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씩 스스로 회전(자전)하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요. 그래서 사람들은 지구를 24개 세로선으로 나누고 시간을 정했답니다. 경선 하나마다 한 시간씩 차이가 나는데, 동쪽으로 가면 한 시간씩 빨라지고 서쪽으로 가면 한 시간씩 늦어지는 거예요.

재밌는 건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갈수록 경도 15도에 해당하는 거리가 작아진다는 거예요. 경도 1도는 세계 어디에서든 4분(1시간÷15도) 정도 시차를 나타내지만, 거리로 환산하면 적도에선 약 111.3㎞이고 북극이나 남극에서는 0㎞에 해당하지요.

◇그리니치천문대가 경도 기준 되다
위도는 지구 자전축과 수직을 이루는 적도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지구상 동서(東西) 위치인 경도를 구하는 일은 무척 어려웠지요. 위도처럼 자연적인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장소의 시간을 알아낸 뒤 그 차이를 통해 경도를 구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오늘날에는 두 개의 시계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진자(振子)시계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답니다. 배 위에서 진자의 진동 속도가 달라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1735년 시골의 이름 없는 목수였던 존 해리슨이 해상용 시계인 'H1(크로노미터)'을 제작합니다. 이 시계는 무엇보다 스프링(용수철)을 써서 흔들림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H1은 영국 포츠머스항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는 영국 군함 센추리언호에 실려 그 정확성을 검증받았고, 이후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오차를 크게 줄여나갔지요 .

1800년대 경도 문제는 국가 간 분쟁으로 옮아갔습니다. 많은 나라가 경도와 위도를 사용한 지도를 제작하기 시작했지만 각기 자기 나라를 기준으로 경도를 표시했기 때문이지요. 이에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경도대회에서 영국의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경도를 '본초자오선(기준 경도)'으로 삼기로 결정했어요.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국 대표들을 설득한 결과였지요. 이에 따라 전 세계 각국이 자기 나라에서 가장 근접한 경도를 기준으로 1시간 단위(15°)로 표준시를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로 자리 잡았어요.

우리나라 표준시 기준의 경우 대한제국 말부터 동경 127.5도와 135도를 오가다 1961년 일본과 같은 '동경 135도'로 최종 확정했어요. 이에 따라 서울 표준시도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9시간(135÷15) 빠른 시각으로 정해졌지요. 북한도 오랫동안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사용해 왔지만, 2015년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는 이유로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시각이 달라진 거예요. 이번에 남북이 함께 시간을 맞춘 만큼 앞으로 여러 가지 다른 점들을 좁혀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서금영·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