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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일 목요일

癌세포는 왜 죽어도 죽지 않는가?

카오스재단 지상강의… 불멸의 암세포, 알아야 다스린다

암세포 못죽이는 이유는 '무한분열'
정상세포, 시간 지나면 성장 멈추지만
암세포는 분열 반복, 새 암세포 만들어

암세포는 왜 생기나


DNA 복제과정 10억번에 한 번 오류, 손상된 DNA 때문에 암세포가 탄생
"오래 살면 누구나 암 걸릴 가능성"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에볼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등 신종 질병이 꾸준히 등장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을 묻는다면 대부분 암(癌)을 꼽을 것이다. 암은 오랜 기간 불치(不治)병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단 기술과 수술법, 항암제 등의 발달 덕에 초기에 암을 발견해 완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심장질환이 암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 암 완치율은 높아진 반면, 심장질환 발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 진단과 치료법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에서는 여전히 암이 압도적인 사망 원인 1위다.

언젠가 인류가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올까. 애석하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암세포에는 '불멸(不滅)'이라는 특성이 프로그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상 세포는 어느 정도 분열을 하면 분열을 멈추고, 숫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세포마다 수명(壽命)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암세포는 분열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암세포 하나하나가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자손, 즉 새로운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그 자손들 역시 계속 분열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겨난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사람의 몸을 잠식하는 것이다. 이를 의생물학에서는 '암세포의 무한분열'이라고 한다.

암세포는 자기가 살아갈 환경도 직접 만들어낸다. 암세포가 뭉친 악성 종양 덩어리가 생기면, 그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혈관이 뻗어나온다. 이 혈관은 몸 속의 영양분을 흡혈귀처럼 쪽쪽 빨아들인다. 무한분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다. 사람의 세포는 원래 있어야 하는 곳에 머물도록 설계돼 있다. 피부세포는 피부에, 뇌세포는 뇌에 있다. 뇌세포가 위나 장으로 가는 경우는 절대 없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런 장벽이 없다.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닌다. 유방에 생긴 암세포는 뇌로도 가고, 골수로도 간다. 암세포가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무한분열을 시작하는 것을 전이(轉移)라고 한다. 수술이나 화학치료 등을 통해 암세포를 죽여도, 완치까지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하는 이유도 전이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
자료:美 듀크대
DNA 손상으로 생긴 불멸의 세포암세포는 도대체 왜 생겨나는 것일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암세포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폐에서 생겼느냐 유방에서 생겼느냐, 남성에게서 생겼느냐 여성에게서 생겼느냐에 따라 모두 다르게 생겼고 특성도 다르다. 같은 환자의 간에서 생긴 암세포조차 위치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함께 뭉쳐 있는 암세포 덩어리에서도 여러 종류가 나타난다. 암세포를 불멸의 세포라고 부르는 것은 이 많은 종류의 암을 빠짐없이 모두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세포가 생기는 원인도 한두 가지로 요약해서 말하기 힘들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암도 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HPV)이라는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주변 정상 세포의 구조를 바꾸면서 생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유전자(DNA) 손상을 지목하고 있다. 두 가닥의 나선 구조인 DNA는 사람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염색체를 구성한다.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DNA는 자신과 같은 놈을 복제해 분열된 세포에 같은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DNA 복제 과정에서 드물게 오류가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10억번 분열할 때 한 번 정도 큰 오류가 생기면서 완전하지 않은 손상된 DNA가 만들어진다. 분열된 세포에 잘못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들은 정상 세포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행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분열을 멈추거나,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머물러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다. 암세포의 탄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저명한 암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는 "우리는 오래 살게 되면서 언젠가는 모두 암에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암의 실체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사람은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하고 몸을 유지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포분열을 경험한다. DNA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손상이 10억 번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가 많을수록 DNA 손상이 일어나 암세포가 생길 확률이 당연히 높아진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암은 몸속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가장 확실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세포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이 암세포와 싸울 방법을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하고 있다. 암이 진화하는 만큼, 암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도 진화하고 있다.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암이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쉽게 치료하고 다스리는 질병이 될 날을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재단법인 카오스의 '기원(origin)' 강연 시리즈 중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현숙 교수가 진행한 '암의 기원'을 요약·재구성한 것입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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