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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1일 목요일

다가오는 여름, 즐겨 볼 만한 술은?

2015년도 어느덧 겨울과 봄을 지나 한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위가 심술부릴 준비를 단단히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무더위가 기승할수록 가장 수혜를 보는 주종은 바로 맥주. 실질적으로 더운 여름은 시원한 이미지의 맥주가 가장 잘 팔리는 시기로, 땀 흘린 후 마시는 짜릿한 생맥주 한 잔의 느낌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성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런 여름에 어울리는 주종은 오직 맥주 하나뿐일까? 전 세계적으로 여름에 마시는 주종은 맥주가 대세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만큼은 아직 살아있는 주종이 있다. 여전히 한여름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생막걸리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다양한 외국 주종과 매칭되는 우리 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맥주와 막걸리를 중심으로 각각의 주종을 체크해 보자.
짧은 발효를 통해 시원하고 생으로 즐기는 맥주와 막걸리맥주와 막걸리가 가장 비슷한 부분은 무엇보다 음용 시장. 모두 시원하게 마시는 것을 주로 하는 시장이다. 막걸리나 맥주는 일반적으로 숙성기간이 1달 전후로 짧고, 탄산이 주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맥주의 경우엔 용기 자체가 차가운 캔맥주 시장에 먼저 진출해서 여름 시장의 가장 강자 중 하나지만, 최근에 RTD시장이 커지면서 국순당의 아이싱이나 ㈜우리술의 미쓰리(me3)등의 캔막걸리 시장도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싱과 me3
아이싱과 me3
맥주와 막걸리의 큰 차이는 맥아냐 쌀 등이냐의 원료 본연의 차이도 있겠지만, 한국시장에서는 효모의 유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생이라 해도 마이크로 필터를 통해 효모를 걸러내지만, 막걸리는 간단한 여과만 진행하기에 발효를 하는 효모가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서 맥주는 생이라도 보존기간이 비교적 긴 반면, 생막걸리는 맛이 김치처럼 매일 바뀌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이제 막 출하된 것은 부드럽고 단맛이 강한데, 시일이 지나면 김치처럼 신맛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아진다.
이러한 부분은 판매하고 보관하는 부분에서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면 하나의 문화로써 즐기는 맛도 있다. 실례로 변하는 막걸리 맛을 느끼기 위해 막걸리 전문가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출하된 지 며칠째인지 알아맞히기도 하고, 배상면주가 직영 전통 술펍인 ‘느린마을’에서는 날짜에 따라 달라지는 막걸리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이름으로 메뉴에 넣어 소비자에게 날짜에 따라 골 라마실 수 있는 막걸리 상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배상면주가 운영 느린마을 막걸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각각 숙성기간에 따라 다른 맛을 나타내고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배상면주가 운영 느린마을 막걸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각각 숙성기간에 따라 다른 맛을 나타내고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참고로 맥주는 맥아를 끓여 즙으로 만든 후 효모를 투입하여 그 즙 속의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단행복발효’라 불리는 방식이며, 막걸리 등은 고두밥에 물을 넣고 누룩을 넣어 즙으로 만드는 과정과 효모가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여 ‘병행복발효’란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막걸리는 끓이지 않은 생물을 그대로 쓰는 데 반해 맥주는 한번 끓이는 과정을 거친다. 굳이 막걸리 편을 든다면 발효를 하는 효모가 살아있고 끓이지 않은 진짜 생(生)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곡물로 숙성기간을 거쳐 만든 일본의 사케와 한국의 약주
최근 일식이 상당히 보편화 되면서 일본 사케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사케(일본식 청주)는 원료도 쌀, 누룩도 쌀, 부재료를 거의 안 쓰는 단순의 미학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주로 오곡(쌀, 보리, 콩, 차조, 기장 등)을 이용하고 밀을 누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약이나 꽃, 과실을 넣기도 한다.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원래 탁주분류를 가지고 있으며(일본어로 니고리슈 또는 도부로크)발효가 짧은 막걸리 등에 비해 사케와 약주는 100일 이상의 숙성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알코올 도수도 13~15도가 주류이다.
 일본 사케를 거르는 모습. 빛에 반사되었지만 옅은 황갈색을 띄고 있다. 출처 아마부키슈죠
일본 사케를 거르는 모습. 빛에 반사되었지만 옅은 황갈색을 띄고 있다. 출처 아마부키슈죠
탁한 농도 보다는 맑은 농도를 중시하며, 숙성이 주는 향에 다양한 과실 향을 품고 있다. 투명도에서는 일본의 사케가 훨씬 맑아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한 여과의 차이이다. 우리 약주도 여과만 더 거치면 물같이 투명해질 수 있고, 사케 역시 여과를 덜 거치면 옅은 황갈색을 띈다.

 전통방식으로 숙성시킨 약주를 거르는 모습. 용수란 긴 소쿠리를 넣고 맑은 술을 채집한다.출처 전통주 갤러리
전통방식으로 숙성시킨 약주를 거르는 모습. 용수란 긴 소쿠리를 넣고 맑은 술을 채집한다.출처 전통주 갤러리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사케와 비슷한 청주란 주종이 있지만, 전통주 분야로 취급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기존 주세법상의 청주란 주종는 전통누룩을 많이 쓰면 청주로 분류가 안 되기 때문이다.
원료의 풍미가 살아있는 증류주, 싱글몰트 위스키와 전통 소주
증류주란 이른바 막걸리, 맥주, 와인, 약주 등 자연 속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발효주란 주종을 가지고 증류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알코올을 뽑아 낸 것을 말한다. 술이란 물과 알코올이 함께 있는 것인데 이것 들은 서로 끓는점이 다르다. 물은 100도이고 알코올은 이것보다 더 낮은 78도 정도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알코올이 먼저 끓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이용해 먼저 끓는 알코올을 기체로 먼저 받아 다시 액화시키는 방식으로 알코올만 많이 뽑아내는 것이 주류의 증류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끓여서 맥즙을 만들고 이후에 알코올 발효를 시킨다. 산토리 위스키
우선 끓여서 맥즙을 만들고 이후에 알코올 발효를 시킨다. 산토리 위스키
증류기술은 9세기 전후 연금술을 시도한 이슬람화 학자들이 가장 먼저 시도를 했으며, 이것이 스코틀랜드에 전파되어 맥주를 증류한 위스키, 프랑스에는 와인을 증류한 꼬냑이 되었다. 중국에 가서 마오타이와 같은 술이 되고 일본에 가서 사케를 증류한 쇼츄(焼酎) 등이 되었다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몽골을 통해 막걸리나 약주를 증류한 전통 소주가 시작되었다. 

이 술의 특징은 모두 원료의 풍미가 살아 있고, 단식증류기를 이용한다는 것. 단식증류기란 증류했을 때 가지고 있던 다양한 향이 들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원료의 풍미가 살아있는 증류주가 나온다. 그리고 단식증류기로 만드는 대표적인 주종, 오직 몰트로만 한 증류소에서만 만드는 것이 바로 싱글몰트 위스키이다.

 산토리 위스키의 다양한 위스키 증류기
산토리 위스키의 다양한 위스키 증류기
이와 비슷한 우리 술은 바로 전통 소주라고 할 수 있다. 전통소주 역시 단식증류기를 사용하여 원료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러한 소주들은 원료의 풍미가 살아 있기에 쌀 소주, 보리 소주 라고 원료이름을 붙일 수 있다. 물론 숙성기간이나 증류방식(압력을 낮춰 끓는점을 내린 감압방식, 그 외 상압 방식)등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원료의 풍미가 살아있는 증류주란 것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몽골군이 주둔했다는 평양, 개성, 안동, 제주도에서 전통 소주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것을 토대로 평양의 좁쌀과 수수로 만든 문배주와 두 번 증류하여 꿀과 한약재가 들어간 감홍로, 쌀 본연의 맛의 안동소주, 제주도의 좁쌀 술로 증류한 고소리술 등이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의 전남 담양 추성고을의 전통증류기. 모양은 다르지만 원리는 위스키와 같다
찾아가는 양조장의 전남 담양 추성고을의 전통증류기. 모양은 다르지만 원리는 위스키와 같다
싱글몰트위스키는 단식증류기로 두 번을 증류하는데 이유는 이른바 맥주(기존의 맥주와 다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맥주로 홉 등이 안 들어가는 원액)의 경우 도수가 높지 않아 증류해도 스카치 위스키의 기준인 알코올 함유량이 40%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한번 증류를 통해 나온 원액으로 한번 더 증류하면 물고 더욱 분리되어 보다 도수 높은 원액이 나오고, 이를 오크통에서 숙성을 진행하게 된다.
참고로 일반적인 보드카나 진, 소주는 영어표기로는 스피릿이라 불리는데 연속식증류기란 것을 통해 순수한 알코올만 뽑아내고 무색무취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영어로는 스피릿, 스피릿은 몸이 아닌 술의 영혼만 있는 알코올 중심의 주류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주종을 마신다는 것은 원료의 풍미를 느끼기보다는 순수한 물과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 된다. 주의할 점은 화학 소주, 공업용 알코올이란 부분은 본질과 다르다는 것. 순수한 알코올과 물이 중심이라 외국에서는 다양한 칵테일에 많이 사용되는 주종이다.
외국 주류로 우리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우리 술로 외국주류가 설명되어야
앞서 외국 술을 중심으로 우리 술을 소개했지만 실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막걸리를 중심으로 맥주를 설명해야 하고 약주를 중심으로 일본 사케를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한민국 주류시장의 90% 가까이는 이러한 맥주, 소주, 수입주류이며, 우리 전통주는 막걸리와 전통소주, 약주를 다 포함해도 10%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의 주류에 대한 이해도는 우리 전통주가 아닌 다른 주류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 수출하는 우리의 약주는 표기를 ‘코리안 사케’로 해서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시장점유율에서는 막걸리가 고군분투는 하고 있지만, 그것도 5% 정도이며 게다가 대기업이 중심이다. 이렇다 보니 문화가 깃든 전통주는 늘 명절에나 선물하는 주류로 자리 잡히고 한복이라도 입어야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인 전통소주 감홍로와 중요무형문화재인 문배주 명작.출처 전통주 갤러리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인 전통소주 감홍로와 중요무형문화재인 문배주 명작.출처 전통주 갤러리
하지만 최근에 젊은 3대, 4대를 이어가는 양조장 후세들의 노력과 뜻있는 전통주 유통 및 판매점의 도움으로 계속 전통주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스테이크와 막걸리를 같이 즐길 수도 있고, 강남과 홍대의 이자까야(일본식 선술집)에서 전통소주를 취급하는 곳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앞으로 전통주가 더욱 생활 속에 들어와 외국 주류나 대기업 주류만 즐기는 것이 아닌 전국에 2,000종류가 넘는 우리 술로도 충분히 선택권이 있음을 소비자가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문화가 깃든 전통주의 브랜드화는 갓 시작한 철저한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당장은 아닐 수 있으나 시장은 커지리라 본다. 언젠가는 이러한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져 맥주를 서양의 막걸리, 사케를 일본의 약주, 위스키를 유럽의 전통 소주로 소개할 날을 기대해 본다. 물론 우리뿐만이 아닌 외국인이 자국의 술을 설명할 때도 말이다.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전통주는 정말 위기일까? 위기와 도약의 기회를 맞은 전통주 시장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지난 연말을 보내며 가장 많이 나온 기사 중 하나는 아마 주류 관련 내용일 것이다. 주류 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기 중 하나인 연말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없이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막걸리나 전통주의 마케팅 활동은 무척 적은 편이다. 연말 특수 속 수요 역시 다른 주류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니다 보니 자본의 경제에서 밀리는 전통주는 화려한 연말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서인지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막걸리와 전통주의 위기설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전통주 위기고 어디까지가 기회일까? 전통주 시장을 토대로 지금은 어떤 상황인 것일까
문화적인 범위와 주세법적인 정의가 다른 전통주먼저 전통주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통주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수입쌀로 만든 저렴한 막걸리는 전통주인지, 청주와 소주는 어떤 범위에 속하지는 등이다. 문화적으로는 정확하게 정의가 안 되어 있지만, 주세법상으로는 정의가 되어 있다. 문화재청에서 인정한 중요무형문화재가 빚은 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정한 시도무형문화재, 농식품부에서 지정한 ‘식품명인’, 그리고 지역 농산물 등으로 빚는 지역 특산주만이 속한다. 그리고 주세를 50% 감면 받는다. 여기에 속해있는 주종은 전통 소주, 약주, 막걸리가 포함되며, 청주, 소주 등은 포함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넒은 의미의 전통주는 바로 전통소주, 약주, 막걸리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청주는 문헌에는 기록이 되어 있는 전통주지만 현행 주세법에서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 흩임누룩(입국)방식이어야만 하기에 전통주라고 부르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죽력고
2014 찾아가는 양조장 태인 주조장의 죽력고. 전북의 무형문화재이자 식품명인 송명섭 씨가 만들고 있다
일본 맥주 시장에서 나오는 최신 트랜드는 '차별화'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맥주의 성장세가 무섭지만, 일본 내에서는 기존의 일본맥주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워낙 많은 종류의 맥주가 있었지만 일본 역시 캔맥주 및 일반 생맥주 시장이 마켓 쉐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소비자들이 다른 맛을 찾고 있으며 기존의 시장에서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의 거대 맥주 기업은 소규모 크래프트 양조장을 도심에 세울 계획이다. 기존의 제품과 맛,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자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차별화하지 못했던 전통주는 위기?그렇다면 전통주의 시장은 어떠한가? 수입 쌀로 빚는 막걸리 등 차별화되지 못한 전통주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미 10년 전부터 다르고 특별한 것을 찾는 문화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해서 마시는 소비층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줄어들고는 있다. 좋은 어묵 하나 하겠다고 줄을 서고, 맛과 멋에 차별화된 것을 찾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특히 자본이 부족한 중소 양조장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다.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차별화된 전통주는 도약의 기회수년간 막걸리나 전통주의 도약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에는 상상도 못 했던 수만 원짜리 막걸리가 팔리고 있으며, 이러한 막걸리는 햅쌀에 장기옹기숙성, 전통 누룩 및 수제라는 타이틀로 차별화된 맛과 멋을 지니고 있다. 디자인만 봐도 기존의 페트병이 아닌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넣은 라벨로 차별화하고 있고, 시장은 이러한 것을 자연스러운 변화로써 받아들이고 있다. 균질한 맛, 납품일정 및 수량 등에 대한 부분은 아직 많은 성장이 필요하다. 즉 산업화에 대한 부분이 아직 덜 된 것은 맞다.

 술아
여름을 넘긴다는 과하주를 복원한 전통주 술아.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백련, 가을에는 국화 등 전통주의 계절성 문화를 같이 담었다
애국심에 호소하기보다는 솔직한 마케팅이 롱런의 비결결국 지금의 막걸리와 전통주 시장은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늘 고리타분한 분위기에서 트랜디한 모습으로, 명절만 즐기는 문화에서 일상으로 즐기는 문화로, 저렴한 것을 찾는 문화에서 차별화된 문화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고르는 재미와 차별화된 제품을 즐기는 기쁨과 자부심을 줘야 한다. 수천 년을 넘어온 우리 민족의 고유의 술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이제는 시대에 뒤처지는 방법이다.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만들고 시장의 논리에 적용해 타 주류와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재료로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만들고 해당 지역의 문화를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히 기회는 있다. 전통주는 소비자와 이제 막 소통을 하는 불루오션 시장이고, 지역성, 역사성, 계절성, 그리고 사람의 혼이 담겨있는 차별화된 문화적 배경을 본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의 새로운 트랜드, 전통주와 한식 페어링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세상에서 가장 음식과 매칭하기 복잡한 주종(酒種)이 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몰라도 한국의 전통주이다. 전통주가 음식과 매칭이 복잡한 이유는 바로 다양한 주종이기 때문. 쌀 위주로 발효한 일본의 사케, 포도로만 발효한 와인과는 달리, 전통주는 막걸리, 약주(청주), 그리고 열을 가해 증류한 전통소주 등 3종에 과일 등으로 빚은 과실주(국산 와인 등)까지 넣으면 4종이 된다. 거기에 약재, 꽃, 꿀 등 부재료까지 달리 넣은 것을 구별한다면 그 종류가 어마어마해진다. 

그렇다면 다양한 주종과 원료를 가진 전통주는 어떻게 한식과 매칭을 시켜야 할까? 흔히 이야기하는 막걸리에 파전, 또는 두부김치 정도일까? 물론 이들 역시 잘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둘만 가지고 한정을 짓기에는 우리의 음식문화가 너무 다채롭다.

이러한 문화를 현대에 맞게 분리하고 해석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통주 레스토랑 월향(가로수길 점)에서는 유명 전통주와 어울리는 한식 페어링 행사를 지난 화요일 진행하였다. 맥주와 같이 도수 낮은 막걸리부터 와인 및 사케와 비슷한 도수인 ‘맑은 술 약주’, 그리고 마지막에는 위스키 급의 알코올 도수 40도의 전통 소주와 다양한 한식이 제공되었는데 현장에서 나온 대표적인 페어링 몇 개를 소개해 본다.
 송명섭 막걸리와 오이고추소박이. 사진출처 배선희
송명섭 막걸리와 오이고추소박이. 사진출처 배선희
막걸리가 밥이 되는 순간 송명섭 막걸리에 오이고추소박이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막걸리. 알코올 도수도 비교적 낮고(6도 전후), 청량감이 좋아 일반적으로도 첫 잔에 많이 즐기는 주종이다. 페어링에 등장한 막걸리는 1,000종류가 넘는 지역 막걸리 중 가장 드라이한 것 중 하나인 ‘송명섭 막걸리’로 얼마 전 KBS 1박 2일에 명인의 막걸리로 등장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전북무형문화재이자 식품명인 송명섭 씨가 만드는데 오직 쌀과 물, 누룩 외에는 어떠한 감미료나 첨가물도 들어가질 않는다. 그래서 늘 쌀 자체의 풍미가 살아있고 달지 않은 맛, 흔히 이야기하는 드라이한 맛이 이 술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 막걸리는 쌀과 물로만 만들어진 밥과 가장 비슷한 막걸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막걸리에 페어링 된 음식이 바로 오이고추소박이. 송명섭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셔주며 오이고추소박이를 입안에 넣어주면 신기하게 드라이한 막걸리 맛이 담백한 맛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막걸리가 밥이 되고, 오이고추소박이가 반찬이 되는 순간이다.


 복순도가 막걸리와 항정살 구이. 예약하면 다양한 전통주 페어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복순도가 막걸리와 항정살 구이. 예약하면 다양한 전통주 페어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스테이크와 샴페인 이상의 조합, 복순도가 막걸리와 항정살 구이 막걸리 중에 가장 청량감이 강한 막걸리라 한다면 언양의 복순도가 막걸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막걸리는 발효 시 나오는 탄산이 일부 나갈 수 있게 뚜껑에 틈을 만들어 놓는데, 복순도가의 경우 그 틈을 없앴다. 그래서 탄산이 나가지 못하고 막걸리 안에 용해되어 있어 마시면 깨알 같은 탄산이 입 안의 텍스쳐를 화려하게 해준다. 뚜껑을 열 때 힘차게 올라오는 탄산의 모습에 막걸리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샴페인 막걸리로 통한다. 이러한 복순도가와 즐기는 음식은 불 맛이 느껴지는 항정살 구이. 조금 기름진 느낌의 항정살 구이에 입안에서 터지는 화려한 천연 탄산의 복순도가 막걸리가 들어가면 사람에 따라서는 스테이크에 샴페인 이상의 멋진 조합으로 느껴질 수 있다.


 월향 현미 막걸리와 배와 생강이 함유된 이강주, 단호박전과 치즈김치전
월향 현미 막걸리와 배와 생강이 함유된 이강주, 단호박전과 치즈김치전
유유상종, 담백한 것끼리 만난 현미 막걸리와 단호박전도정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모두 현미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그 옛 느낌을 살린 막걸리가 월향 현미막걸리이다. 충남 논산 100년 역사의 양촌 양조장에서 빚고 있다. 전체적으로 현미 특유의 담백한 맛이 살아있는데, 이 막걸리에는 단호박전이 제공되었다. 담백한 현미 맛의 막걸리와 단호박전. 끼리끼리 즐긴다는 유유상종의 개념에서 나온 페어링이다.

참치 뱃살에 생강 먹듯, 치즈김치전에는 생강 술 이강주(19도)참치뱃살은 가장 많은 기름기를 가지고 있는 생선 부위 중 하나인데, 이 기름진 맛에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슬라이스 된 생강이다. 이와 비슷한 컨셉이 바로 치즈김치전과 이강주(梨薑酒). 육당 최남선이 언급한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인 전통 소주 이강주에는 배와 생강이라는 그 어원답게, 배, 생강, 계피 등이 들어가는데 이강주의 생강 역할을 더욱 살리기 위해 곁들인 것이 바로 치즈김치전. 상큼한 배와 생강의 풍미가 살아있는 이강주에 조금은 맵고 기름진 치즈김치전의 궁합은 유유상종의 개념이 아닌 서로 다른 이가 만나 조합을 이루는 완충작용의 역할로 페어링 되었다. 


 40도 문배주과 두부요리. 문배주의 카리스마 있는 향미를 담백한 두부가 잡아준다
40도 문배주과 두부요리. 문배주의 카리스마 있는 향미를 담백한 두부가 잡아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와 상냥한 여성의 조화. 40도의 묵직한 문배주와 담백한 두부 요리개인적인 소견으로 전통 소주 중 가장 드라이한 것을 꼽는다면 아마도 중요무형문화재 이기춘 명인이 만든 문배주가 될 것이다. 이유는 문배주의 원료가 수수, 좁쌀, 밀 등 이른바 거친 느낌의 곡물이기 때문이다. 문배주는 전통 소주답게 원료 자체의 맛이 느껴지는 풍미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향미에 개성이 넘친다. 특히 거칠기도 하고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묵직한 향은 마니아들로 하여금 떠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준다. 이러한 남성적인 문배주 맛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은 바로 두부 요리. 두부만이 주는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마치 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를 커버해 주는 상냥한 여성적인 이미지로 느껴진다.
 
전통주 페어링에 정답은 없어, 그래서 누구나 가능이번 전통주와 페어링을 준비한 월향의 양희태 매니저는 결국 페어링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정답이고 그래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페어링이라고 말이다. 결국, 자신의 입맛과 철학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여름에는 전통주와 다채로운 우리 음식으로 주안상 한번 차려보면 어떨까? 하나하나 정성 들여 빚어진 우리술과 직접 만든 손수 요리가 만날 때, 단순히 먹고 마시기 위함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를 리딩하는 소통의 매개체로 더욱 빛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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