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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2일 토요일

民主主義는 누가 키우나 ?

입력 : 2014.04.11 14:33

위비클럽, 송호근 교수 초청… '교양시민은 있는가' 지식 콘서트
영국은 성인 80%가 시민단체 회원 
독일은 계급장 떼고 토론할 수 있는 풀뿌리 커뮤니티가 정당의 근간
한국은 '교양 있는 시민' 형성 안돼 
김수영이 자탄하며 꼬집었듯이 소소한 개인의 권리에만 집착


 송호근
위클리비즈 애독자 모임인 위비클럽은 조선비즈 북클럽과 함께 지난달 송호근<사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초청, '교양시민은 있는가 : 시민, 시민사회, 시민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지식 콘서트를 열었다. 강의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한국 사회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반면 정치나 시민의식은 경제에 비견하는 성장을 구가했는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결국 시민의식이 지탱하는 정치 체제인데, 한국 민주주의는 정치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주체인 시민을 양성하지 못했다.

시민은 원래 근대 유럽에서 천부인권 사상과 자유시장을 바탕으로 생성된 개념이다. 주권을 가진 개인이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공적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자유주의의 형성 주체다. 시민은 자유와 통제, 사익과 공익을 조화하는 지혜를 내면화한다.

1840년대 독일에서 형성된 교양시민이 전형이다. 전문가나 종교인·예술가·상공인들을 가리키는데 공적 윤리와 세속적 경건성을 겸비한 존재다. 기독교와 교양이 결합된 형태로서 교양시민(Bildungs b�rgertum)이 바로 독일 자유주의를 꽃피운 핵심이다. 교양은 '사욕(私慾)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을 토대로 하고 있다. 반듯하게 살면서 종교적 신심을 배양하는 것을 교양으로 수용한 것이다.

유럽에서 시민의 양식(良識)은 부르주아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이는 돈으로만은 살 수 없는 언어·의복·예술 등 생활양식을 포괄한다. 헤세, 괴테, 토마스 만으로 대표되는 교양 소설의 등장은 시민 계급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개인성과 사회성의 갈등과 조화, 그것을 통해 형성하는 내면 윤리에 긴장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 시민의 속성으로 경제력(아파트나 자동차 소유 여부 등)과 더불어 요리, 음악, 외국어 구사 등을 꼽는다. 미국은 여기에 여행과 재즈에 취미를 갖고 있는 정도가 곁들여진다. 반면 한국은? 아파트와 자동차만 있으면 그만이다. 경제력만으로 중산층을 평가하게 된 것은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부산물이다. '교양 없는 중산층'이 탄생한 것이다. 한국의 시민 계급은 '가문의 영광'이나 '청운의 꿈' 같은 출세 욕구를 통해 성장했다. 개발 시대 '성장에의 질주'를 통해 시민 계급의 신작로가 닦였지만, 정작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형만 시민인 비정상적 중간계급이 태어난 셈이다.

한국의 중산층이 가장 힘들게 여기는 일은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이 두 과제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민주사회의 주춧돌이 되어야 할 교양의 형성, 자기 성찰과 반성의 문화는 발육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와 '무엇을'은 빠져 있다. 그 해답의 실마리는 결국 시민계급의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영국에서는 성인 중 80%가 시민단체 회원이라고 한다. 얼마 전 강의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시민단체에 가입하고 있는지를 알아본 적이 있었다. 수강생 중 시민단체 회원은 1명도 없었다. 독일은 지역마다 계급을 떠난, 말하자면 '계급장 떼고' 지역 사회 현안을 논하는 모임이 많다. 대기업 임원에서 아파트 경비원까지 각계각층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이런 풀뿌리 커뮤니티에서 나온 얘기를 통해 정당의 정책이 출발하고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정당 정치의 근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반상회에는 주부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조찬 모임은 많지만, 모두 명망가 위주라 저변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엘리트 중심 민주주의가 한국 민주주의의 자화상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서울 서초동 일대가 난리가 났을 때 마침 인근에 살고 있어 이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지역 주민들이 과연 얼마나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지 궁금했는데, 예의 한국적 공식, 즉 처음엔 관(官), 다음은 군(軍), 그리고 난 다음 소수 주민이 나서는 양상이 나타났다. 주민이래봤자 자녀를 군에 보낸 주부들이 군인들이 고생하는 게 딱해서 나온 것이었다. 민주주의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19세기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은 당시 미국 사회를 돌아보고 난 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서 토크빌이 주목한 점은 미국의 시민사회, 그로 인해 제도가 갖춰진 미국의 민주주의였다. 당시 미국 사회는 어딜 가나 지역에 교회가 있고 이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마을의 당면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이를 통해 재난이나 질병, 범죄, 교육 등 사회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Weekly BIZ] 내집 마련·자녀 교육밖에 모르는 중산층… 民主主義는 누가 키우나
한국 사회도 갑오경장 이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자발적 결사체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민주주의의 맹아(萌芽)가 보였다. 그러나 이후 식민지화와 해방, 6·25전쟁과 근대화·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지는 압축적 발전 과정에서 자율성을 지닌 자발적인 시민계급 형성이 지체됐다. 민주화 이후 한꺼번에 폭발한 각종 권리와 이익의 주장은 권리와 평등 투쟁 일변도로만 향했다.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이 같은 정서를 대변하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시민 민주주의 (Civic Democracy)'로 요약된다. 이는 시민단체 회원권을 사거나 자발적 결사체에 동참하고(시민 참여), 권리와 책임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자각하며(시민권), 양보와 헌신에 입각한 공공선을 추구하는(시민 윤리) 체제다. 이런 행동 양식을 배양하고 시민적 공론을 반영하는 정당 정치 체제가 바로 시민 민주주의다.

시민 참여 부족을 비판하지만, 태안 기름 유출 사태에서 국민이 보여줬듯 우리에겐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이 잠재력의 휴화산에 불씨를 던지는 계기를 어떻게 마련해갈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사회의 품격이란 시민 윤리에서 나온다.

위클리비즈는 조선비즈 북클럽과 함께 매달 애독자를 대상으로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지식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4월 행사는 18일 오후 7시에 열리며,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성공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강연할 예정입니다. 간단한 절차를 통해 위비클럽 회원이 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은 info.webiclub.com 문의 (02)6925-2542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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