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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7일 화요일

한국인 삶 위협하는 문제는 경기침체-사생활침해-노후불안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는 문명의 화산 위에 살아가는 '위험사회'다"라고 말했습니다. 물질문명과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양하고 익명화된 위험요인에 노출된다는 뜻입니다.

이를 테면 과학기술은 그동안 사회적 위험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돼 왔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학기술이 사회적 위험의 원인으로 변질돼 작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신상정보노출, 사생활 침해 등이 그것입니다. 이처럼 익명화된 위험은 그것을 계산해내거나 관리하거나, 또는 예방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개인이 이를 통제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어떤 위험에 불안감을 느끼십니까.

동아일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올해 7~9월까지 전국 1288명을 대상으로 벌인 '한국사회의 안전과 위협'이란 사회조사(설문) 결과를 입수해 소개합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사회위험지수분석은 처음입니다.

이번 조사는 자연재해 건강 생애주기 사회생활 경제생활 정치·대외관계 환경 등 7개 영역에서 각 개인이 불안감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각 영역은 다시 4개의 세부 요인으로 나눠져 총 28개 세부 위험요인을 측정했습니다. 국민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에게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얼마나 큰 불안을 느끼는 지를 엿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 결과 한국사회의 위험지수는 0~100 중 38.99로 평가됐습니다. 0은 완전히 평화로운 상태를 말하고 100은 극도의 불안과 위험이 판치는 것을 뜻합니다. 국민들은 과학과 IT 기술의 발달에 의한 사생활침해, 노후불안, 경기침체, 불량 먹거리 등이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키워드라고 꼽았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큰 위험으로 생각하는 것은 '경제생활(40.21)'이었습니다. 30~40대 여성이 특히 불안감을 나타냈는데 '경기침체 및 저성장'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또 주택 및 전세가격 불안, 실업 및 빈곤 등도 위험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각 위험요인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처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국민들은 경제생활에 대한 정부대처능력이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0(잘하고 있다)~7(잘못하고 있다)까지 정부 대처 능력을 묻는 항목에서 경제생활(3.97)은 생애주기(3.93) 환경(3.78) 등 다른 영역에 비해 가장 높았습니다.

이번 사회조사를 실시한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김상욱 센터장은 "본인에게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서도 경제생활이 첫째로 꼽혔다. 장기화되는 불황이 언제라도 자신의 생활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20대는 어땠을까요. 이들은 사회생활 영역에서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학기술 및 IT 기술발달에 따른 사생활 침해가 폭력범죄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생활(경기침체, 주택 및 전세가격 불안, 실업)도 이들을 불안에 빠뜨리는 요인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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