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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일 화요일

유휴인 온천 후 사케 한 잔, 가고시마 - 큐슈(九州)

日本 규슈


 [그래픽] 일본 규슈
인천공항에서 1시간 20분. 제주도 조금 지났는가 싶더니 일본 규슈(九州)의 가장 큰 도시 후쿠오카(福岡)에 내렸다. 한두 시간 지방 여행 가는 기분으로 길을 나서 온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규슈다. '불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온천이 많다. 연평균 기온이 16도 정도이며, 한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어 겨울 온천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규스이케이 협곡과 '꿈의 현수교'후쿠오카에서 렌트카를 이용해 온천 도시 유후인으로 길을 나선다. 규슈 동부 쪽으로 갈수록 평야가 산지로 서서히 바뀌더니 산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나타났다. 하얀 벽면에 검은 기와를 얻은 일본식 집들이 모여 있는 소읍(小邑)이나 일본 전통 복장을 한 허수아비가 논을 지키는 풍경도 간간이 눈에 띈다. 오이타(大分) 자동차도로를 타고 가다 고코노에 톨게이트로 빠져나와 국도로 접어드니 규스이케이 협곡이 나온다. 이 협곡은 규슈 지역에서도 깎아지른 절벽과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 나 있다.



협곡에서 20여분 정도 산길을 더 달리자 '꿈의 현수교'라고 불리는 '유메오쓰리바시'가 나온다. 나루코강의 깎아지른 계곡 상공 173m 높이에 길이 390m로 2006년 놓인 다리다. 폭 1.5m로 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보행자 전용 현수교다. 15분 정도면 왕복할 수 있지만, 다리 중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마치 하늘에 붕 떠서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마침 늦단풍이 사방을 천연색으로 물들이는 가운데 저 멀리 족히 100m는 훌쩍 넘을 폭포 2개가 수직 직하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단풍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온천 테마 마을, 유후인과 우레시노

 규슈 사가현 우레시노에 있는 야외 온천. 숲이 우거진 계곡에 료칸을 짓고 온천탕을 만들어 계곡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규슈 사가현 우레시노에 있는 야외 온천. 숲이 우거진 계곡에 료칸을 짓고 온천탕을 만들어 계곡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유메오쓰리바시'에서 일본의 대자연을 보았다면, 인근 온천마을 유후인에선 일본의 속살을 느낄 수 있었다. 료칸에서 온천물에 몸을 풀었으면 다다미방에서 전통 요리 가이세끼(會席)를 먹어볼 일이다. 맑은 국물, 사시미, 구이요리, 조림요리, 튀김 등 10여 가지의 코스가 나온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예술 작품 만들 듯 아기자기하게 꾸민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입술에 감기는 사케를 곁들이면 좋다.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일본의 전통을 맛보는 기분이다.

유후인은 마을 전체가 관광 상품이다. 나지막한 가옥이 늘어선 거리 곳곳에 잡화점과 기념품점, 갤러리 등이 늘어서 있다. 유후인 민예촌에서는 메이지 시대 때 가옥과 생활상을 복원한 모습과 규슈 전통 공예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긴린코 호수는 밑바닥에서 차가운 물과 온천수가 동시에 솟는데, 새벽녘에는 수면 위로 물안개가 자옥하게 피어오르는 장면을 연출한다.

규슈 북서부 사가현에 있는 우레시노 온천도 후쿠오카에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나트륨 성분이 많아 온천 후 피부가 매끈해져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우레시노 온천 마을 인근 계곡에 자리한 료칸에서 야외 온천을 즐겼다. 대나무숲이 우거진 계곡에 료칸을 짓고 온천탕을 만들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무 데나 파면 온천수가 나온다는 이곳에는 온천수를 이용해 만든 두부가 별미다. 후쿠오카와 유후인을 오갈 때 '유후인노모리'라는 관광열차를 타면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객차 바닥과 짐받이, 탁자를 나무로 만들었다. 열차 안에서 유후인 특산물로 만든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후쿠오카 포장마차촌

 후쿠오카 도심에 불을 밝힌 포장마차촌.
후쿠오카 도심에 불을 밝힌 포장마차촌.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규슈 여행의 출발지인 후쿠오카에는 포장마차 거리가 명물이다. 밤이 되면 도심 강변 100여m 구간에 일본식 등을 밝힌 포장마차들이 불을 밝힌다. 각종 생선 튀김, 어묵은 물론, 라멘을 철판에 볶는 야키라멘, 계란말이 속에 명란젓이 들어 있는 '명란젓 계란말이' 등을 맛볼 수 있다. 퇴근한 직장인과 연인, 외국 관광객들이 뒤섞여 무릎을 맞대고 연신 젓가락을 놀리는 풍경이 정겹다.

ⓘnformationJR규슈 레일패스규슈 지역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한 철도 자유이용 패스다. 일본의 잘 갖춰진 철도망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규슈 전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티켓과, 규슈 북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패스가 있다. 북규슈패스는 3일(7000엔)과 5일(9000엔) 패스가 있다. www.jrkyushu.co.jp/korea

렌터카 이용법
자유롭게 여행 동선을 짜고 대중교통이 닿기 어려운 곳도 방문할 수 있는 게 장점. 요즘은 렌터카에 한국어 안내가 나오는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된 경우가 많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안내가 나오기 때문에 일본어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다. 소형 차량은 하루 8000~1만엔. 예약은 한국 여행사나 www.toyotarent.co.krwww.nipponrentacar.co.jp 등 일본 여행 전문 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다.

자전거로 후쿠오카 돌아보기후쿠오카 번화가인 나카스에 있는 ‘후쿠차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시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092-292-8889

우레시노 온천사가현 한국어 홈페이지(www.asobo-saga.jp/lang/korean) 참고.

규슈지역 온천여행 상품내일투어 ‘규슈/유후인 가에데노쇼우자 노천객실 금까기’. 48만9000원부터. (02)6262-5050 ○여행박사 ‘우레시노+후쿠오카, 그녀들만의 女幸(여행) 그녀들이 좋아하는 온천+쇼핑’ 22만9000원부터. 070-7017-9758 ○온라인투어 ‘가을맞이 온천여행. 북규슈/벳푸/아소/유후인 3일’ 21만9000원부터. (02)3705-8120 ○웹투어 ‘료칸체험 매일 출발 유후인온천/후쿠오카 4일’ 27만9000원부터. (02)2222-2551 ○인터파크 투어 ‘유후인 여명. 먹고~자고~쉬고~ 온천 자유여행 3일’ 26만5000원부터. (02)3479-6452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길에 있는 ‘유메 오쓰리바시’.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길에 있는 ‘유메 오쓰리바시’.
九州旅行 九重 "夢"大吊橋(ここのえ"ゆめ"おおつりはし)"


일본 땅끝마을 가고시마(鹿兒島, 규슈 남단)


 가고시마에 있는 일본의 국가 명승지 선암원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화산.
가고시마에 있는 일본의 국가 명승지 선암원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화산.
갑자기 행인들이 한 곳을 가리키며 사진기를 들었다. 바다 건너 멀지 않은 산 위에서 커다란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화산 폭발'이었다. 일본의 '땅끝마을' 가고시마(鹿兒島, 규슈 남단)에 있는 사쿠라지마(櫻島) 화산이 분출한 것이다. 그런데 다들 싱글벙글한다. 실제로 겁나기는커녕 진기하고 재밌는 현상을 봤다는 느낌이었다.

가고시마 도심에서 4㎞가량 떨어진 곳이지만 화산 폭발의 영향은 없었다. 그 뒤로 계속 분화(噴火)가 이어지면서 밤에 봤다면 불꽃놀이 같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냐고? '절대, 절대, 절대 아니다'. 바로 그 산밑에 1500가구 5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산 중턱에 전망대가 2곳이나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분화가 1년에 1000번가량 일어난다니 이들에게 분화는 '사건'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인 셈이다.

일본은 어디 가도 화산, 온천, 눈(雪), 일본정식(화식·和食)이 있다. 가고시마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그 천편일률성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그냥 화산이 아니라 활화산(그것도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이다. 일본 내 80여개의 화산 중 7개가 이곳에 몰려 있다. 그냥 온천이 아니라 바닷가 모래찜질이 가능한 온천(모래 밑에서 열기가 올라와 원적외선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물 온천과 다르다)이다.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흑돈(黑豚) 샤부샤부와 돼지족발찜은 일본 내에서도 알아준다. 소고기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고베 와규의 원조 격이다. 여기서 6개월 키운 소를 고베로 보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재를 다수 배출한 '정기(精氣)' 서린 곳이기도 하다. 메이지유신 3걸(傑)인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기도 다카요시가 모두 이곳 출신이다. 한때 일본의 엄마들이 자식에게 정기를 받게 하려고 이곳으로 원정출산을 올 정도였다고 한다. 정유재란(1598년) 때 조선에서 끌려온 17개 성씨의 도공 43명이 후손을 남겨 도자기 마을을 형성한 것도 '문화관광'이 가능한 대목이다. 15대까지 이어진 심수관(沈壽官) 집안의 도자기 전시관도 이곳에 있다. 이도 저도 싫으면 제주올레를 본뜬 규슈 올레코스나 기리시마에서 화산 부근의 칼데라 호수를 따라 걷는 트레킹을 다녀와도 좋을 일이다.


인천공항에서 가고시마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이 있다. 12월 중순 이후부터 주 3회에서 매일 운항으로 바뀌어 한층 좌석에 여유가 생긴다. 가고시마는 남단이어서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다소 높은 편이다. 한겨울에도 눈이 거의 안 내려 골프나 트레킹에 지장이 없다. 세양여행사(02-717-9009)나 www.jroute.or.kr에서 여행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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