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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상상하는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입력 : 2013.12.07 20:21
 상상하는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3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0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를 대표하는 작품 <개미>처럼, 그의 일상은 일개미와도 같다. 개미처럼 분주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상상력의 성을 쌓고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년 만에 신작 장편 <제3인류>을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무려 여섯 번째 방한인데도 여전히 그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취재진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얼마 전 모 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는 4천 명의 독자가 모여들었다. 그가 유독 한국에서 유난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한국 사회가 가진 상상력의 결핍 때문이 아닐까?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 소설 <제3인류>를 통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구를 스스로 생각하는 인격체로 설정하고, 석유를 지구의 검은 피로 묘사했으며, 거인이 소인으로 진화하는 등 기발한 발상을 마구 쏟아냈다. 시리즈가 거듭되어도 좀처럼 고갈되지 않는 그의 상상력의 원천이 궁금했다. 하루 종일 공상과학영화를 본다든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공상에 잠겨 있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전형적인 프렌치 디너를 즐기며 매일 공상 토론에 빠져 사는 건 아닐까?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상상력을 만드는 힘이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말했다. 지금 독자들이 경탄해 마지않으며 읽고 있는 베르나르의 소설은 그가 지난 30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의 글을 쓴 결과물이다. 기발한 상상력은 성실함 없이 이뤄질 수 없음을 그는 증명하고 있었다.

개미처럼 상상력의 성을 쌓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맞아요.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10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요. 이렇게 지켜온 것이 벌써 30년이 됐네요. 이미 써놓은 10페이지를 고치는 작업을 하든 새롭게 쓰든 매일 10페이지 분량을 꼭 지키고 있어요. 오후 1시부터는 과학적인 정보를 주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사람들과 점심을 먹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규칙성’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규칙적 습관이 상상력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죠. 항상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도록 뇌를 훈련시켰더니 그게 이제는 스스로 작동을 하더라고요. 말하자면 뇌도 근육과 같아요.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기관이죠.
정해진 틀 속에서 매일의 일상을 반복하는 게 지겹지 않나요? 회사원도 아닌데….
제가 지켜온 규칙적인 생활이 거듭할수록 즐겁고 유쾌한 습관이 되고 있어요. 이것은 마라톤을 하는 이유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계속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피로보다는 성취감과 기쁨이 더 크게 남잖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의 글을 쓰는 습관도 매일매일 하다보니 피곤함이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게 됐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글 쓰는 일을 생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글 쓰는 게 즐거운데 이 일로 돈까지 벌 수 있다니! 스스로 놀라울 따름이에요. 여담이지만, 얼마 전 파리에 있는 발행인에게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내가 돈을 받는 게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더니 발행인이 “계약서를 재검토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농담이었다며 발을 뺐죠.(웃음)
오늘도 글을 썼나요?
물론이에요. 외국 출장을 와서도 정해놓은 틀을 무너뜨리진 않아요. 그래서 공식 일정은 전부 오후로 미루는 편입니다.
상상력의 원천 중 하나가 ‘꿈’이라고 하던데, 최근에 기억나는 꿈이 있다면요.
얼마 전 꾼 꿈이에요. 제 몸에 박쥐처럼 날개가 달려 있었죠. 인간 박쥐의 모습을 하고 센 강 수면 위를 헤엄쳐 가고 있었어요.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 않았고,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없었죠. 센 강가에는 작은 집들이 있었는데 강물 위를 헤엄칠 때만 볼 수 있는 집들이었어요. 센 강 위를 날면서 내내 ‘날갯짓하기 너무 아프다!’ 생각했는데 아마도 준비운동이 부족했던 모양이에요. 실제로 저는 조깅을 할 때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시작했다가 후회할 때가 많은데, 아마도 그 심리가 꿈에 작용된 것 같아요. 꿈속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날려고 하니 팔이 너무 아파서 추락하고 말았어요. 그러고 나서 잠이 깼어요.
과연 꿈이 비범하네요. 과학 기자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지금도 과학을 다루는 소설을 쓰고 있고요. 과학적 팩트가 상상력의 기반이 되기도 하나요?
과학적 팩트에 기반을 두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하는 자연 관찰에 기반을 두는 경우도 있어요. 때론 과학적 팩트가 공상을 뛰어넘는 경우도 많아요. 한국에서 1월쯤에 출간될 <제3인류>의 3·4권 속에 등장하는 심해의 실제 현상들은 SF공상을 훨씬 초월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실제 심해에 사는 심해어들 중에는 몸 전체가 투명한 어종도 있고, 몸에서 빛이 반사되는 어종, 암수가 살면서 성이 바뀌는 어종, 노화 단계에 다다르면 다시 젊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어종 등 그 모습이 상상 이상으로 비현실적이에요. 이러한 팩트는 기발한 소설의 원천이 되죠. 중요한 점은 그것이 가상이 아니라 완전한 현실이라는 점이에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 책 <제3인류>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은 현실과 무관해 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가령 거인이 소인으로 진화하는 발상이라든지, 지구를 인격을 가진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로 다루는 발상 등이요.
과학을 포함한 어떤 분야라도 100퍼센트 확실한 건 없어요.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는 가정 하에서는, 우리가 가정을 하고 이론을 세우는 일이 가능하죠. <제3인류>에서 지구를 의식을 갖고 있는 생명체로 묘사했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는 과학자는 딱히 없을 거예요. 물론 지구가 의식이 있다고 증명할 과학자 또한 없겠죠. 확실한 사실은 인류가 지구를 훼손할수록 재앙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에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같은 것들은 인간이 석유를 지나치게 시추해서 지구가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과학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석유를 시추하면 할수록 지구의 내부는 물로 채워지게 돼요. 그런데 물과 석유에는 밀도 차이가 확연해서 지각 판의 균형이 어긋나는 거예요. 모든 과학적 발견도 소설적 직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개미>, <신> 그리고 <제3인류>에 이르기까지
신간 <제3인류>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주세요.
<제3인류>는 저에게 굉장한 대형 프로젝트예요. <개미>와 <신>에 이어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완성시킨 또 다른 작품으로서 <제3인류>를 집필했어요. 지구의 새로운 인류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구를 바탕으로 인류의 진화와 인류가 나아갈 모습을 이야기함으로써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판단했죠. 그 중심에는 인류의 진화라는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제3인류>의 메인 아이디어가 궁금해요.
‘예전에는 우리가 진화를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우리가 진화를 선택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제3인류>의 메인 아이디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에요. 과거에는 질병, 기후 조건 등을 스스로 변화시키거나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현세대에는 환경오염, 산업화, 인구 문제 등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진화해나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우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요.
독자들이 <제3인류>를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나요?
후대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하는 선택권을 손에 쥐게 된 것은 우리의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받아들이기만 했던 수동적인 발전상에서 우리의 손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발전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것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것인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죠. 우리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을 잘 지켜야 한다고 교육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모의 전통을 답습해서 산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발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돼요. <제3인류>의 여주인공 오로라는 부모 세대의 것을 답습하는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직접 건설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저는 독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 스스로 과거를 답습할 것인지, 미래를 바꿀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대표작 <개미>에서 <신>, <제3인류>까지 그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맞아요. 우선 <개미>의 다비드 웰스가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 그렇죠. <개미>가 출간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개미>의 연장선에 설 수 있게 의도적으로 다비드 웰스를 등장시킨 거예요. <개미>, <신>, <제3인류>의 접점이 되는 인물은 바로 에드몽 웰즈예요. 에드몽 웰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중심인물이기도 하고요. <제3인류>는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요. 10년씩 더해가며 계속 이야기할 거리들이 많으니까요.
기자, 소설가 말고도 영화감독을 했던 이력이 있잖아요. <제3인류>를 영화화한다면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둘 것 같나요?
지구가 의식이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영화 속에서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시각화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겠죠.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1권 말미에 인류가 ‘우리가 거대 인류를 배반했듯, 그들도 미니 인간들을 배반할 것이다’라는 지구의 독백이 나와요. 2권 이후에는 어떤 내용이 전개될까요?
뉴욕 하수도의 숨은 마이크로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갈 거예요. 그다음에는 독자들이 어느 정도 예상하는 대로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소형 인류가 동물 취급을 받는 게 아닌,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대우받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싸우는 모습이 묘사될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온전한 인류, 인간으로서 인정을 받는 내용도 나타나게 돼요.

제2의 조국, 한국
조국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주목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언론의 중심에 있는 기자 분들이 홍보를 잘해준 덕분이 아닐까요.(웃음) 저의 소설적인 아이디어나 작품이 프랑스보다는 한국에서 더 공감이 되고 이해되는 모양이에요. 프랑스에서는 제 작품의 독자층이 주로 젊은 층이에요.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비교적 전 연령에서 애독을 해주는 편이죠. 한국에서 유독 연령대,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 기성세대들이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호기심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고, 여전히 더 잘 살게 되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은 프랑스보다 더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 같아요.
한국은 스스로를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해요. 프랑스보다 한국이 더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인가요?
한국의 여러 측면 중 제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승리’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에요. 한국은 어려운 과거를 딛고 현재 세계적으로 뒤처지지 않는 역량을 지니게 됐어요. 그 부분은 제가 굉장히 경의를 표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예전에 한 미국 학자가 ‘자원 하나 없이 성장한 국가가 지구상에 단 두 나라뿐인데, 혹시 아느냐?’고 물어왔어요. 답은 이스라엘과 한국이었죠. 두 나라의 성공 비결은 젊은 층에서의 교육열, 그리고 기술 지향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석유, 가스, 광물자원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질과 인적 자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닐까요? 한 국가가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이들에 대한 창의성 재고와 교육열인 것 같아요.
소설에 한국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제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주로 처음에는 큰 문제에 부딪치다가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궁극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곤 해요. 이런 점이 한국의 역사와 굉장히 흡사하죠. 한국이 단기간에 성공을 거둔 비결 중 하나가 주변 강대국들의 압력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대국들이 보기에 위험성을 내재한 국가라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 또한 이스라엘과 공통점이죠. 둘 다 소국이지만 큰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주변국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발전해나간 사례이니까요. 제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다가 해결해나가는 양상이 한국의 모습과 비슷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제 작품이 이해가 더 잘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방한인데,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며칠 전 경희대학교에서 강연한 일이에요. 한자리에 무려 4천 명의 관중이 모였어요. 저에게 이런 기회는 조국인 프랑스에서도 없었던 일이거든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굉장히 잘 정돈되고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더욱 놀라운 건 제가 1분 동안 명상을 위해 침묵을 요구했을 때였어요. 4천 명의 관중이 무려(!) 1분 동안 침묵을 지켜주는 모습이란…. 프랑스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웃음) 만약 내가 죽는다 해도 그 강연에 참석한 분들의 기억 속에 나는 계속 살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한 나라를 잘 알고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광객으로서 박물관을 찾기보다 그 나라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강연에서 새로운 사람을 한 번에 수천 명이나 만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정말 짜릿했어요.
당신에게 한국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제2의 조국, 제2의 국적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관해서 좋은 기사가 나거나 좋은 일이 일어나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반대로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뉴스나 기사를 접하면 마치 제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같이 걱정이 되죠.

소설가로서의 카르마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10가지를 적고 그것을 실천해나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가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 또한 그래요. 오늘 하루는 개인적으로 완벽한 날이었어요. 아침에 글을 썼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출판사 관계자와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었고, 기자들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은 덕분에 답변도 즐거웠으니까요. 마치 꿀벌이 꿀을 만드는 것처럼 저의 역할을 잘 수행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제게 주어진 일을 올바로 수행해냈을 때 ‘자연의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당신에게 작가란 맡겨진 삶 같은 건가요.
저는 지금 저의 카르마(산스크리트어로 ‘업’)에 있다고 생각해요. 카르마는 인디언들의 표현인데, 말하자면 ‘내면적으로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바가 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에요. 가령 제가 1백 가지의 전생을 살았다면 앞의 전생에서 작가가 못 되었어도 그다음 생에 작가가 되었다면 그 전생도 의미가 있는 거예요. 저의 경우, 앞의 전생들이 지금의 작가의 길로 인도해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작가로서의 삶을 마감한다면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두말할 나위 없이 영화감독이에요. 이미 한 번 경험이 있긴 하지만요. 만약 영화감독도 소설가도 될 수 없다면 다시 기자가 될 거예요. 그렇지만 기자는 제게 너무 힘든 직업이에요. 기자 생활할 당시 온 사방이 상사였거든요. 조직 사회란 아무래도 저에게 너무도 힘든 환경인 것 같아요.
삶의 의무가 있다면요.
삶에 대한 의미를 매순간 생각해야 해요. 우리에게 가장 큰 기적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니까요! 항상 타인에게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해요. 저는 소설가로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려고 항상 노력해요. 그 영감을 바탕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삶의 의무니까요.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전희란 | 사진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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