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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8일 월요일

한국 성인 1000만명 당뇨 증세


환자 70% 혈당관리 소홀… 130만명, 치료도 안받아
30~44세 젊은 환자 절반은 자기가 걸린 줄도 몰라
유럽은 국가적 관리… 당뇨 교육받아야 건강보험 혜택

의사들에게 건강한 장수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을 꼽으라면 다들 당뇨병을 지목한다. 당뇨병이 심장병·뇌졸중 등 거의 모든 심혈관 질환 발생의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투석 생활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증(腎不全症)이나 실명(失明)을 유발하는 망막 질환의 최대 원인도 당뇨병이다. 8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12 한국인의 당뇨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뇨 대란'이라 부를 만큼 우리의 상황은 심각하다.

당뇨병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 급증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심근경색증, 뇌경색, 망막질환 등 당뇨병 합병증 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은 한통속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발생 상승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당뇨병 자체 치료비도 문제지만 연이어 생기는 2차 합병증 치료 비용이 건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급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총진료비는 최근 5년간 47% 넘게 증가했다. 2010년에 1조3241억원에 달했다. 만성 신부전증의 약 70%는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한 투석 및 신장 이식환자의 외래 진료비용 총액도 7000억여원 들었다.

젊은 환자 절반이 모르고 지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세 명(27%)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임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특히 30~44세 젊은 당뇨병 환자는 절반(46%) 가까이 그렇다. 당뇨병학회 김대중 수석 부총무(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젊은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당뇨병이 적기 때문에 설마 자기가 당뇨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며 "진단 당시 이미 당뇨병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낮은 치료율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당뇨병 환자의 38%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매년 건강검진 등을 통해 자신의 혈당을 측정해 당뇨병 기준〈그래픽 참조〉이 넘는 고혈당이면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70%, 제대로 혈당 관리 안 돼

당뇨병 환자의 70%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서 혈당 조절 목표(당화혈색소 6.5% 미만·혈당관리 지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표는 당뇨병 합병증 발생을 막을 수 있는 혈당 관리 기준을 의미한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63%가 혈압 조절 목표(수축기 130, 이완기 80mmHg 미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의 당뇨병 발생 체형도 변했다. 예전에 우리나라 당뇨병은 체질적으로 '마른 비만'에서 주로 발생했다. 즉 환자 대부분이 체중은 정상 범위이지만 복부 비만만 있는 경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뇨병 환자 네 명 중 세 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 계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성 당뇨병 환자의 복부 비만율은 반수를 넘는 56% 수준이다. 남성은 41%다. 혈당 조절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에 의해 주로 이뤄지는데, 과다하게 쌓인 지방 조직들이 인슐린을 잡아먹거나 활성도를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을 자동차로 치면 엔진은 '티코'인데 차체는 트럭인 셈이다. 비만으로 인슐린에 과부하가 걸려 당뇨병 발생이 느는 것이다.

국가적 당뇨병 관리 사업 필요

국가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면 당뇨병 조기 발견 사업과 위험 그룹에 대해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대대적인 검진 사업이 필요하다.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혈당·혈압·콜레스테롤 등 심혈관 지표들이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잘 관리되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당뇨병 직전 단계인 공복 혈당 장애 그룹에 대해서는 보건소나 의료 단체 등을 통해 질병 인식 홍보를 활발히 벌여야 한다.

호주에서는 9개 항목의 당뇨병 관리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1년 동안 그 지표를 잘 관리하면 당뇨병 환자와 관리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환자가 당뇨병 관리 교육을 받아야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환자 320만·前단계 혈당장애 640만명 급증세
고령화·비만 영향… 합병증 '국가 재앙' 우려


고령 사회를 맞아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당뇨병 상태로 조사된 것이다. 당뇨병 전(前) 단계로 불리는 공복(空腹) 혈당 장애까지 합치면 노년 인구의 절반(47.4%)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당뇨병 임박 환자로 나타났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만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10.1%)이 당뇨병 환자였다. 그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65세 이상은 22.7%에 이르렀다.

이를 기준으로 학회는 현재 국내 당뇨병 환자 수를 320만명으로 추산했다. 전체 성인의 당뇨병 발생 비율(유병률)은 2001년 8.6%, 2005년 9.1%였다. 최근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에는 424만명, 2050년에는 59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학회는 전망했다.

당뇨병 단계는 아니지만, 음식으로 섭취한 혈당(血糖)이 적절한 인슐린 분비 작용으로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는 공복 혈당 장애도 대거 포진하고 있다. 당뇨병 직전 단계로 분류되는 잠재 환자들로, 노년층에서는 4명 중 1명꼴이다. 45~64세 중·장년층에서 당뇨병 환자는 11.9%였고, 공복 혈당 장애는 그 2배인 22.9%나 됐다. 국내 30세 이상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하면, 10명 중 3명(30.0%)이 환자이거나, 공복 혈당 장애로 당뇨병 직전 그룹에 속해 있다. 당뇨병 환자 320만명에 직전 단계 환자(약 640만명)까지 합치면 1000만명이 당뇨 증세를 앓고 있는 것이다.

학회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지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비만과 과체중 계층의 급증, 운동 부족, 지방질 과다 섭취, 과도한 스트레스 생활 등을 꼽았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20여년 방치하면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이나 실명(失明)에 이르는 망막 질환, 치매 등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은 당뇨 대란의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학회 차봉연(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사장은 "당뇨병은 급증하지만, 상당수가 당뇨병인 줄 모르고 지내면서 합병증을 키우고 있다"며 "당뇨병이 고령 사회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보건·의료 이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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