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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일 수요일

도둑놈을 찍을까요 빨갱이를 찍을까요 ?



'도둑놈'을 찍을까요?
'빨갱이'를 찍을까요?

2012.05.01<조선일보>

고위 공직자서 경찰·기업까지 부패에서 못 벗어난 보수 숙명
그동안 친북 동조 좌파세력은 국민의 10%대로 크게 늘어나
우리가 나아가려는 세상이 퇴행·부정의 암초에 걸려서야


김대중 고문
총선일인 지난 4월 11일, 투표장에 가지 않고 뭉그적거리는
30대 아들을 독려하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대답은
  "'도둑놈'을 찍을까요? '빨갱이'를 찍을까요?
저는 투표 안 하렵니다"였다고 한다.
아버지인 친구가 한숨과 함께 들려준 얘기다.

그 아들의 말을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 그 표현이
과장되고 개그성(性) 재치가 엿보여서라기보다
그 말을 일반화하면 우리 처지가
너무 비참하고 한심해서다.
그럼에도 선거로부터 20일이 지난 지금,
새삼 그 말을 떠올리는 것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일파만파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직 사회는 과연 온통 '도둑놈' 천지인가라는 자괴감과 낭패감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우파건 좌파건 역대 정권 대통령의 아들,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 대통령의 측근 등 권력층을
형성한 고위직이 줄줄이 부정한 돈을 받아 감옥에 간
우리의 현대사는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윗사람들이 그러니 아랫사람인들 물들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은 중고·짝퉁 부품을 납품받고 억대 뇌물을 먹었는가 하면,
가짜 무기 부품을 쓰고 돈을 챙긴 방산업계 사람들은
인간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고위 공직자가 고작 함바 비리에 연루되다니 꼴이 말이 아니다.
경찰관은 수십명이나 룸살롱 업자에게서 정기적으로 상납받았고
심지어 교육감까지도 부정한 돈을 주거나 먹고
구속되거나 유죄판결을 받는 지경에 왔다.
기업 비리도 끊이질 않는다. 대기업들이 회계 부정, 비자금 부정,
중소기업 업종 진출 등 떼돈 먹고 떼돈 챙기는 일에
혈안이 된 것처럼 비치는 것 역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지수(CPI)에서 작년
한국은 3년 연속
4단계 하락해 183개국 가운데 43위였다. 도미니카·바레인·르완다 등과
같은 반열(?)에 있다. OECD 34개국 가운데서도 꼴찌급인 27위이고,
홍콩 기업 컨설팅 조사로는 아시아 16개국 가운데 열한째다.
가히 세계적인 부패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기득권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살피기는커녕 그들의 몫을 건드리거나
그들의 노동력 위에 부당한 부(富)의 탑을 세우는 일은 역사의 고금을
통해 단죄되어 왔거늘 오늘 이 나라는 왜 아직도 그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한탄스럽다.
이것이야말로 보수(保守)의 숙명 같은 문제다. 조금 이겼다고 교만하고
숨 좀 쉴 만하면 자리싸움, 권력 싸움 해대며 여기저기서
'돈 먹는 하마'의 들끓는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이 근절되지 않는 한
보수의 집권은 의미가 없다.
국민 앞에 기득권의 '도둑놈' 이미지를 불식하고 이 땅에서 부정과 부패를
추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특단 조치를 내놓지 못하면
새누리당의 대선 싸움은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다.

한쪽이 '도둑놈'으로 치부되는 동안 다른 한쪽은 '빨갱이'로 몰리는
단순 구도는 우리나라의 불행이다. 결국 우리에게는 '부패'와
'친북(親北)'의 선택밖에 없다는 말인가?
확실히 우리 국민 중 친북 노선 동조자 비율은 크게 늘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대선 때 민노당이 얻은 표는 3.9%였다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대선 때는 3.0%로 떨어졌지만,
2008년 총선에서는 5.7%로 늘어났고 이번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 이름으로 10.3%를 얻어 10년 사이에 거의 3배로 늘었다.
여론조사에서도 2000년 3월 민노당 지지율이 0.7%이던 것이
2012년 4월 통진당 지지율이 7.1%로 늘어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좌파 세력은 국민의 10%대로 올라섰음을 알 수 있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에 따르면 종북(從北) 세력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종북 성향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 희석, 청년 실업 문제와
기득권 세력 및 일부 부유층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
전교조 세력의 지속적인 편향 교육, 북한 위협에 대한 과소평가,
조기 통일 반대 및 평화 공존 선호 등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런 요인들에 대한 집권 세력의 대응 조치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종북·좌파 세력에 대한 지지율은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 때에는
20%에 육박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체제'의 존립은
상당한 위험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젊은 유권자의 한탄 섞인 자조적(自嘲的) 푸념은 이제 우리나라가
중대한 시점에 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세상이 진취적·적극적·긍정적 궤도에 놓인 것이 아니라
부정부패와 시대착오적 친북 이념이라는
퇴행적·부정적 암초에 걸려있다는 신호다.
우리의 지도자와 정치권, 특히 보수 주류층은 우리 국민이 '도둑놈'과
'빨갱이'라는 악마적 선택의 기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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