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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무서운 당뇨병



끈적해진 피, 모세혈관부터 막아서 온몸에 합병증 불러




당뇨병 이래서 무섭다
사구체 막히는 신부전증, 온몸 붓고 가려워… 투석 받아야
망막 모세혈관 막혀 실명 위험… 눈동자에 항체 주사 놔 치료



당뇨병(糖尿病)은 혈액에 당분(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된 병이다. 당분으로 끈적해진 혈액이 전신 혈관을 망가뜨려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 병에 걸리면 소변에 당분이 많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당뇨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혈당 과다증'이라고 이해해야 심각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혈당은 왜 높아지나

자동차가 휘발유를 연소시켜 주행하듯, 사람은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을 쓰면서 활동한다. 음식물은 위에서 분해되고 소장과 간을 거쳐 혈관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포도당은 혈액에 섞여 있다가 에너지원이 필요한 온몸 세포에 공급된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포도당을 혈관 바깥의 세포로 이동시킨다.

혈당치는 식사량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만, 늘 일정한 범위(70~150㎎/㎗)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해지면 포도당이 세포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에 과잉 상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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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은 왜 부족해지나

멀쩡히 작동하던 인슐린의 포도당 이동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당뇨병의 발원이다. 그러면 췌장은 인슐린을 정상보다 많이 분비하게 된다. 그러다가 췌장이 지쳐서 망가지면 인슐린 분비량은 거꾸로 줄어든다.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는 시점부터 당뇨병으로 본다.

인슐린 기능이 왜 고장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비만, 운동 부족, 고단백·고지방식 위주의 불규칙한 식사, 장기간의 심한 스트레스, 스테로이드성 약물 과용 등이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사실은 밝혀져 있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가족력이 강한 것은 분명하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이면 자녀의 25%, 둘 다 당뇨병이면 50% 정도가 당뇨병에 걸린다.

왜 무서운가

당뇨병은 합병증 때문에 무섭다. 고혈당으로 끈적해진 혈액은 온몸의 혈관과 신경세포를 병들게 한다. 가는 모세혈관으로 이뤄진 장기부터 막아서 망가뜨린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아래와 같다.

신부전증=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인 신장의 사구체는 모세혈관이 털 뭉치처럼 얽힌 덩어리이다. 사구체가 막히면 걸러지지 않은 노폐물이 심·뇌혈관 질환, 전신 부종 등 2차 합병증을 일으킨다. 신부전증이 악화하면 더러워진 피를 인공신장기로 걸러서 혈관에 다시 넣는 투석(透析)을 받야아 한다.

당뇨발=발의 말초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둔해지면, 발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이 감염돼 염증이 생겨도 잘 모른다. 당뇨병으로 손상된 혈관은 세균과 싸울 백혈구를 발까지 제대로 이동시키지 못해서, 한번 발을 다치면 잘 낫지 않는다.

망막증=망막은 눈이 받아들인 외부 사물의 상이 맺히는 '영화관 스크린'에 해당한다. 망막의 모세혈관이 막히고 시신경이 손상되면 결국 시력을 잃는다. 2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사람의 절반 정도는 망막합병증을 갖고 있다. 눈동자에 놓는 항체주사 등으로 치료한다.

심·뇌혈관합병증=혈관벽에 당이 쌓이면 혈관 탄력이 떨어져서 동맥경화증이 생기고, 이는 심근경색·뇌경색 등으로 이어진다. 또, 당뇨병은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을 망가뜨려 고혈압을 유발한다. 그러나, 고혈압이 당뇨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어떻게 진단·치료하나

혈액 검사로 진단한다. 공복 혈당이 126㎎/㎗ 이상인 경우, 다뇨(多尿·하루 소변량이 3~5L 이상), 다음(多飮·물을 많이 마심), 다식(多食·폭식하는 습관이 생김) 등 '3다 현상'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잰 혈당이 200㎎/㎗ 이상인 경우가 당뇨병이다.

진단받으면, 약물치료와 생활요법으로 평생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혈당강하제는 당뇨병 초기에는 잘 듣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약이 듣지 않으면 환자 스스로 놓는 인슐린 주사를 처방한다. 인슐린 기능이 고장나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근본 치료는 불가능하다.

약물치료와 함께, 금주·소식·유산소 운동 등의 생활요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생활요법을 소홀히 하면,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써도 병은 반드시 악화한다.
/ 이동혁 헬스조선 기자 dong@chosun.com 
도움말=이창범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재민 을지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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