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1년 3월 9일 수요일

남성갱년기증후군

1.남자도 '갱년기 고통' 겪는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권모(55·경기 화성시)씨는 한 달에 2~3회 가지던 아내와의 잠자리를 지난 몇달간 아예 건너뛰었다. 부부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은 데다가, 성기능 자체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 가게 일에도 관심이 떨어지고 무기력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200m 정도 치던 골프 드라이버샷도 20~30m 정도 줄었다. 권씨는 병원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성기능은 나아지지 않았고, 건강기능식품도 먹어보았지만 체력은 계속 약해졌다. 그는 결국 비뇨기과를 찾아가 상담하고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검사를 받은 결과,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진단= 여성이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폐경증후군)을 겪듯, 남성도 40대 후반~50대에 접어들면서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줄어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남성 몸 안에서 0.4~1.3%씩 줄어든다. 70대 이상 노인은 30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가장 왕성한 오전 9~11시 사이에 피를 뽑아 호르몬수치를 검사해 3.5ng/㎖ 미만이면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누구나 예외없이 폐경을 겪고 갱년기 증상을 느끼는 것과 달리, 남성은 50~70대의 30~50% 정도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증상= 폐경기 이후 급속도로 진행하는 여성갱년기와 달리, 남성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되는 데다가 모든 사람이 반드시 겪지는 않기 때문에 평상시 스스로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이다. 이와 함께 근력이 떨어지고, 우울감, 피로, 안면홍조, 골다공증 등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성격이나 행동이 여성스러워지는 경향도 흔히 보인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거들떠보지 않던 애완동물을 끌어 안고 이야기를 건다' 등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다른 질병과의 구별= 남성갱년기증후군은 일반적인 성기능 장애, 우울증, 만성피로 등 다른 질병과 대부분의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렵다. 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도 사람에 따라 성기능 등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갱년기증후군의 증상은 다른 질병의 증상과 약간 차이가 있으므로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잘 듣지 않아= 일반적인 발기부전은 비아그라 등 치료제를 복용하면 개선된다. 그러나 남성갱년기증후군은 발기부전치료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음경 안에서 발기를 방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다. 그러나 남성갱년기증후군에 의한 성기능 장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성적인 관심과 흥분 자체가 사라져서 나타나기 때문에 비아그라 등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어도 잘 듣지 않는다면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무기력해 하다가 버럭 짜증내= 남성갱년기증후군 환자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은 일반적인 만성피로(피로감)나 정신과적인 우울증(우울감)과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정신과적인 우울증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며 하루 종일 우울함을 느낀다. 반면, 남성갱년기증후군 우울감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과거에는 웃고 넘어가던 일에 '갑자기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 남성갱년기증후군의 피로감은 체내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므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없어도 나타난다. 이에 비해, 만성피로는 과중한 업무량, 과중한 스트레스, 육체 피로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 등 피로를 가져오는 외부 요인이 있다.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은 힘들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만성피로 환자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피로·우울증과 겹치기도= 남성갱년기증후군과 다른 질병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남성의학 전문의들은 만성피로·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30% 가량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함께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2.성생활의 효과


적극적인 부부관계를 가지면 남성갱년기증후군 해소에 도움이 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일반적으로 부부관계를 할 때 원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를 꾸준히 한다고 해서 노화에 따라 줄어드는 체내 호르몬 수치가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디고 감소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는 없으나, 지속적인 성행위를 한 쥐는 남성호르몬 분비량 자체가 증가한다는 외국의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는 "남성갱년기 상태에서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억지로 시도하면 심리적 우울감 등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럴 때는 아내의 협조를 받으면서 가벼운 스킨십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테스토스테론은 하루 중 오전에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밤보다 이른 아침에 부부관계를 시도하는 것도 요령이다.

심봉석 교수는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인한 성기능 장애는 조루가 아닌 지루인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상당수 남성은 조루라고 착각하고 부부관계 시간을 무리하게 연장하려고 하는데, 남성갱년기증후군 극복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행위 자체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을 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부생활을 즐기는 편이 낫다는 의미이다.




3.남성갱년기와 골다공증


남성갱년기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골다공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는 폐경 여성이 주로 걸리는 질환이다. 그러나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윤석 교수는 "40대 후반 이후 남성갱년기가 찾아오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줄면서 체내 에스트로겐의 분비량도 줄어든다"며 "남성도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골 소실을 일으키는 싸이토카인 분비가 억제되지 않아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체내 에스트로겐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것과 테스토스테론이 몸안에 있는 효소의 작용에 따라 전환되는 것의 2가지가 있는데, 남성갱년기가 오면 테스토스테론에서 전환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이 줄어든다. 하지만 남성갱년기증후군을 겪는 남성 모두가 골다공증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남성갱년기를 겪고 있는 남성 중 골다공증이 생기는 경우는 7~10% 정도이고, 전체 골다공증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은 10% 정도이다. 정윤석 교수는 "체중이 평균보다 덜 나가는 사람, 가족 중에 남녀를 불문하고 골다공증 환자가 있는 사람, 술·담배를 심하게 즐기는 사람은 골다공증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크다"고 말했다

4.좋은 음식 & 나쁜 음식

평소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신체 활력 증진에 도움되는 음식을 고루 섭취하면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성갱년기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의 성분을 소개한다.

◆남성호르몬 분비에 도움되는 성분

아연= 남성호르몬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영양소이다.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타아제의 작용을 억제한다. 굴, 게, 새우 등의 해산물과 콩, 깨, 호박씨 등에 아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 갱년기 남성의 활력 증진에 도움되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굴, 새우, 등푸른 생선같은 해산물과 마늘, 토마토, 브로콜리 등의 녹황색 채소류에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셀레늄·마그네슘= 셀레늄은 남성호르몬 생성에 관여하고 노화를 막아 준다.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 마늘, 양파, 깨, 버섯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은 등푸른 생선, 견과류, 콩 등에 많이 들어있는데, 혈당을 조절하고 전신의 혈류를 원활하게 해서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산화물질= 마늘의 매운 맛을 내는 알리신은 노화를 방지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토마토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은 남성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은 전립선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항산화물질인 파이토케미칼을 많이 함유해 남성의 체내 테스토스테론 비율을 높이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약화시킨다.

비타민E·불포화지방산= 땅콩, 잣, 호두 등 견과류에는 비타민E와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남성호르몬 생성과 근력 유지를 돕는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성분

포화지방산= 육류, 버터, 치즈, 아이스크림, 마가린 등에 많이 들어있는 포화지방산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급격히 떨어뜨려 남성의 성욕감퇴를 유발한다.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춘다.

카페인=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이뇨, 부정맥, 불면증 등을 일으켜 갱년기 남성을 더욱 지치게 한다. 그러나 적당하게 섭취하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성욕을 증가시키고 정자의 운동성을 향상시켜 남성갱년기의 주요 증상인 성기능 약화를 개선하는 데 보조적인 도움을 준다.

알코올·니코틴= 술과 담배를 많이 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새로운 뼈를 만드는 세포(조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골다공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5.양·한방 치료법

남성갱년기증후군은 양방과 한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양방은 비뇨기과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치료법을 쓰며, 한방은 신허증(腎虛證)에 준해 치료한다.

◆양방: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

치료 대상= 남성갱년기 자가진단표의 문항 중 3가지 이상이 나오고 혈액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ng/㎖ 미만일 때 적용한다. 자가진단에서 남성갱년기에 해당되는 결과가 나와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ng/㎖ 이상이면 정상이므로 치료하지 않는다.

치료할 수 없는 경우= 전립선암 환자,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4ng/㎖를 초과하는 사람, 소변을 원활히 보기 어려울 정도의 전립선비대증 환자 등은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으면 안된다.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키고 전립선암의 크기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을 앓은 사람도 완치 후 치료받을 수 있지만, 암이 재발할 경우에 대비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남성갱년기는 테스토스테론을 몸에 넣어주는 남성호르몬요법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한방에서는 신허증(腎虛證)에 준해 한약·침구·추나요법 등을 사용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 방법= 주사약, 바르는 약, 먹는 약 등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한다.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는 "주사약(환자의 80% 이상이 개선됨)이 가장 효과가 좋고, 바르는 약(70~80%), 먹는 약(70% 정도) 순"이라고 말했다.

주사약은 네비도·예나스테론 등이 있다. '예나스테론'은 2~3주에 한 번 병원에서 근육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를 맞으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바로 치솟았다가 다음번 주사를 맞기 전에는 최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증상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치료비는 1년 기준 50만~60만원 정도 든다. '네비도'는 3개월에 한 번씩 맞으면 되고, 3개월 내내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치료비는 예나스테론의 2배 정도이다.

바르는 약은 '테스토겔' 등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아침에 높았다가 밤에 떨어지는데, 이 약은 수치가 낮아진 매일 밤 한 번씩 가슴·배·어깨 등에 바른다. 치료비는 1년에 90만~100만원 정도이며, 부작용으로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먹는 약은 매일 식후 2~3회 복용한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먹는 약은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기름진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에 50만~60만원 정도 든다.

◆한방: 신허증(腎虛證) 치료

한방에는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이 따로 없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50대 전후 남성의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남성갱년기 증상과 유사한 의욕상실, 스테미너 감소, 오십견, 요통, 피로, 불면증 등이 나타난다"며 "따라서 신장 기능을 보충하는 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한약·침구·추나요법 등으로 한다. 양방과 달리,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특별한 검사 없이 치료한다.

한약= 신장을 보하는 한약재인 육종용·파극천·두충·동충하초 등을 쓴다.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팔미지황탕(八味地黃湯)도 처방한다. 신장이 약하고 몸이 쇠약하며 요통이 있는 증상 등을 개선한다. 육미지황탕은 숙지황·구기자·산수유·택사·목단피·백복령을 쓰며, 팔미지황탕은 계피와 부자까지 더해 몸이 찬 것을 보한다.

침구= 허리의 지실·요양관이나 복부의 관원 등에 침·뜸을 놓아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관절·근육을 이완시킨다. 2~3일에 한 번씩 15~20분 치료한다. 신장을 보하는 한약물을 정제해 만든 주사약을 침 놓듯 주입하는 약침치료도 있다.

추나요법= 요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면 추나요법을 통해 몸의 균형을 맞추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준다.

6.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우선 성장기에 성기의 발육을 돕는다. 또,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뼈의 성장을 도우며 근육량 증가 및 근력 강화에 관여한다. 고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근력이 세고 골다공증 환자가 훨씬 적은 것이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며 "복부지방을 감소시키고 뇌의 집중력과 기억력도 높여준다"고 말했다. 얼굴과 가슴, 음부, 겨드랑이 등에 털이 나도록 자극하는 것도 이 호르몬이며 사춘기 변성기에도 작용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일종의 스테로이드성 호르몬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자체가 신체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테스토스테론은 90% 이상 남성의 고환에서 생성된다. 고환 외에 신장 윗 부분에 위치한 부신에서도 소량 나오지만, 부신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를 더 많이 한다.

남녀 모두 부신에서는 상대방의 성호르몬이 조금씩 나온다. 나이가 들면 여성은 '씩씩'해지고, 남성은 '섬세'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남성의 경우 노화와 함께 고환에서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은 감소하는 반면, 부신의 에스트로겐 분비량은 큰 변화가 없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는 중단되지만 부신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은 여전하다. 따라서 고령이 될수록 상대방 쪽 성호르몬의 체내 비중이 높아져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가 진행된다. 

/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