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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3일 목요일

사막에 세운 20조원짜리 미래도시


처음엔 신기루 같았다. 사막 한가운데 도로를 20여분 달려 정유단지 한곳을 막 지나쳤을 때, 차창 밖 아지랑이 너머로 기묘한 도시 하나가 다가왔다. 얼핏 보면 천일야화 속 궁궐 같지만, 곰곰이 살피면 SF영화에서 보던 미래 도시를 닮았다. 아침 호텔방 TV에서 본 그날의 최고 기온은 섭씨 35도. 그런데 도시 안에 들어서자 건물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가 건설 중인 첫 탄소제로도시 ‘마스다르’다. 탄소제로도시란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 배출이 ‘0’인 도시다. 뉴욕타임스(NYT)는 180억달러(약 20조원)짜리인 마스다르를 “중세 아랍왕국의 요새와 디즈니 매직 킹덤의 투모로우랜드를 합쳐 놓은 곳”이라고 했었다. 마스다르시티의 앨런 프로스트 이사는 “앞으로 6~7년 내 면적 100만㎡에 상주 인구 4만명, 통근 인구 5만명 규모로 완성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각종 신재생에너지 첨단기술을 적용해 상용화 가능성을 살피는 거대한 실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budhabi, United Arab Emir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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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면도 높이 40m의 송풍탑을 통해 도심 광장 지역에 시원한 공기를 공급. 공기 온도는 물로 낮춰짐. 공기 순환속도를 높이는 좁은 골목길. 태양광을 받아들이되 차양막을 설치해 온도 영향은 최소화했다. 건물 지붕마다 설치된 태양광 발전판은 지붕을 시원하게 유지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중 용도다.
UAE 아부다비에 들어서
   
▲ 마스다르는 도시 전체가 약 7m 높이의 콘크리트 기단부 위에 세워진다. 뜨거운 지표열을 막고 바람의 소통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기단부속에는 개인고속이동(PRT) 차량이 설치된다. 마스다르 도시 내부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철저히 배제된다. 화물차를 포함해 차량은 모두 전기차로 대체된다.
UAE 수도 아부다비가 2007년 마스다르 건설계획을 발표했을 때, 세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부다비는 7개 토후국 중 부자(富者)이자 맏형 격인 토후국이다. 당시 아부다비의 바로 옆에서는 또다른 토후국인 두바이가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을 올리고 야자수잎 모양의 해양 리조트를 지으며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었다. 마스다르 건설 발표에 ‘두바이를 시샘해 벌이는 모방 사업’ ‘고유가로 넘치는 오일머니를 주체하지 못해 저지른 돈잔치’라는 식의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아부다비는 지난해 9월 마스다르 개발 계획 1단계 공사를 완공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의 협력을 통해 MIT 교수진과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신재생에너지 전문 대학원 ‘마스다르 과학기술원(MIST)’의 강의·주거·연구동 건물들이다. 넓이 3.5에이커(1만4000㎡) 정도인 1단계 지역에는 현재 약 180명의 교수·학생·연구원들이 입주해 있다.

도시 근처에 다다르자 건물 아래 깔려 있는 지상 약 7m 높이의 콘크리트 기단이 눈앞에 꽉 차게 들어왔다. 사막의 모래와 도시를 분리해 지표면의 열기를 막고, 공중의 시원한 바람은 더 쉽게 도시 안에 잡아 넣기 위한 구조물이다. 사막에 자리잡고 있지만, 이 도시는 사막에 발을 붙이지 않고 있었다.
   
   콘크리트 기단부는 도시 곳곳을 잇는 거대한 교통 네트워크의 입구이기도 하다. 도시 위로는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고, 다른 모든 교통수단은 이 기단부 속에 만들어질 교통망을 통해서만 움직이게 된다. 현재는 도시 입구와 마스다르 과학기술원 사이를 시험 운행 중인 ‘개인고속이동(PRT)’ 차량 터미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고시속 약 40㎞ 정도인 PRT는 전기로 움직이는 자기부상형 ‘온-디맨드(on-demand)’ 교통수단. SF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미려한 곡선의 차체가 흰색으로 반들반들하게 빛난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LCD 터치 패널을 조작해 목적지를 입력하자,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차량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험 탑승을 한 바레인 사람 아크바르 알 칼리즈가 “내가 PRT에 타고 있는 사진을 꼭 보내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한다. 
   
   마스다르는 도시 내부에서 휘발유로 가는 자동차를 전혀 사용할 수 없도록 계획됐다. 화물차를 포함해 차량은 모두 전기자동차다. 현재는 아부다비 시내까지 셔틀버스가 다니지만, 완공 뒤엔 경전철이 아부다비 중심가와 마스다르를 직접 연결한다.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도 모두 도시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스다르 내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 마스다르 본부
도시에서 가장 큰 사무용 건물. 지붕의 태양광 발전판으로 소비량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2013년 완공 예정.
이 도시를 디자인한 사람은 영국 포스터 앤 파트너스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다. 영국 박물관의 그레이트 홀, 홍콩의 홍콩상하이 은행본사, 뉴욕의 허스트 타워 등 건물의 외관과 시스템에 첨단기술을 반영하는 ‘하이테크 건축’으로 널리 알려졌다. 마스다르에 최첨단 건축·환경 기술과 고대 아랍의 지혜를 융합해 지속가능한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창조했다는 평가다.
   
   고속 성장하는 도시가 대개 그렇듯, 오일머니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아랍 도시들 역시 급조된 도시 개발로 인한 비효율과 불완전함에 몸살을 앓았다. 도심에는 마천루가 전체의 조화를 내팽개친 채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올랐다. 빈민가의 흙집을 뭉갠 교외의 땅에는 전통 양식의 겉만 본뜬 국적 불명의 초호화 저택들이 늘어섰다. 노먼 포스터는 지역의 전통과 현대화가 더 이상 충돌하지 않는 도시를 꿈꿨다. 
   
   이를 위해 그는 시리아 고대 도시 알레포부터 진흙 마천루로 유명한 예멘의 시밤까지, 아랍의 전통적 주거형태를 집중 연구했다. 포스터는 NYT 인터뷰에서 “마스다르 디자인의 핵심은 본질로 회귀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과거 아랍 도시들이 높은 기단부 위에 지어진 경우가 많다는 데 주목했다. 도시를 높은 곳에 지으면 외부의 적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는 데 우위에 설 수 있다. 지표보다 더 강한 공중의 바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도 덤으로 얻는다. 마스다르의 골목길도 과거의 아랍 도시들처럼 대부분 좁고 길게 설계됐다. 해가 뜨고 지는 각도와 직각으로 길을 내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도록 하는 형태다. 이런 아랍 전통양식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도시 전체의 온도를 평균 5~6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포스터 앤 파트너스와 협력사들의 연구 결과다. 

 최신 신재생에너지 기술 실험 무대
   



▲ 아랍 전통양식과 첨단소재의 미래지향적 건물이 어우러진 마스다르 1단계 완공 지역. 거북 등딱지같이 생긴 건물은 도서관·회의실 등의 용도로 쓰이는 ‘지식 센터’다.
거북 등딱지를 닮은 둥근 천장의 ‘지식 센터’를 지나면 도시 안으로 들어선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의 건축가 위르겐 하프는 “마스다르 1단계 지역의 중심 건물인 ‘지식 센터’는 금속 대신 특수 처리된 목재를 골조로 사용해 치밀한 계산을 통해 아귀를 맞춘 구조”라며 “금속 자재를 사용할 때보다 오히려 내구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내부 건물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사막의 모래를 닮은 흙빛의 주거동 건물들이다. 건물 벽에는 바닷물처럼 굽이치는 형태로 ‘지느러미(fin)’로 불리는 외장재가 달려 있다. 겉모습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햇볕을 차단하고 건물과 핀 사이의 공기 흐름을 빠르게 해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도시 내 건물의 다른 한 부류는 차가운 금속 느낌이 나는 현대적 외양의 연구동 건물들이다. 연구동 건물을 특징 짓는 소재는 현대 건축가들 사이에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에틸렌-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TFE) 패널’이다. 반투명의 초강력 플라스틱으로, 건물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내구성도 높인다. 앨런 프로스트 이사는 “신기술 적용과 단열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기존 건축물에 비해 50% 이상 높였으며, 가장 뜨거운 여름에도 30% 정도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의실을 포함한 모든 건물은 자연광 채광을 극대화하도록 지어졌다. 내부 온도는 고집적태양광 냉방 시스템을 통해 쾌적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현재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되는 전력만으로 소비전력의 130%를 생산해 남는 전기를 밖으로 팔고 있다. 건물 안에는 미국 GE와 한국의 삼성이 함께 공급한 ‘스마트 가전제품(smart appliance)’들도 설치됐다. ‘스마트 가전’이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로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과 연동해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내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의 회전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가장 비용 효율이 높은 수준으로 늦추고, 전등의 조도(照度)도 외부 광량에 반비례해 낮과 밤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식이다. 
   
   마스다르 내부를 특징 짓는 또 하나의 구조물은 중심 광장에 세워진 40m 높이의 거대한 송풍탑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고공의 공기를 끌어들여 물로 식힌 뒤 도시 내부로 공급하고, 이렇게 도시에 들어온 바람은 좁고 긴 골목길을 따라 빠르게 순환하며 도시 전체의 온도를 끌어내린다. 건물이나 골목길은 태양광을 고루 받아들이도록 설계하되, 차양막을 설치해 온도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했다. 건물 자재로도 재활용 알루미늄, 저탄소 콘크리트, 지역 내 자재 등을 사용해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을 지향했다.

  “도시에 사는 것 자체에 자부심”
   



▲ 아랍 전통양식과 첨단소재의 미래지향적 건물이 어우러진 마스다르 1단계 완공 지역. 거북 등딱지같이 생긴 건물은 도서관·회의실 등의 용도로 쓰이는 ‘지식 센터’다.

   광장 한편에는 하얀 테이블보로 싼 둥근 식탁을 늘어놓았고, 한 다국적기업의 취업박람회 표지판이 서 있었다. 아부다비 외곽의 알 아인 출신인 여대생 훌루드 알 주나이비(22)는 마스다르 과학기술원에서 공부하는 행운을 얻은 선택받은 100명의 학생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 주민으로 산다는 것 자체에 구성원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학부를 마칠 때쯤 이곳 컴퓨터정보과학(CIS) 석사 과정에 지원했어요.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평소 관심이 많았거든요. 마스다르 과학기술원은 모든 전공이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연계돼 있는 유일한 대학원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교수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딸이 아랍사회에서 갖는 여성의 한계를 벗어나 성장하길 원했던 부모도 그의 결심을 적극 지원했다. 상대적으로 치안 상황도 좋고 안전할 뿐 아니라 커피숍, 식당, 여행사와 보험사 지점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한데 모여 있어 생활의 불편도 거의 없다. 그는 “가끔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러 외출을 하고 싶을 때는 정해진 시각에 아부다비 시내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도 있다”고 했다. 알 주나이비는 석사를 마치면 박사과정에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마스다르가 완공될 때에도 직장을 얻거나 학교에 남아 계속 이 도시에서 살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녀가 기대하는 마스다르의 완공 뒤 모습은 현재보다 더 놀랍다. 구획별로 개발되는 모든 지역은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마스다르 플라자로 명명된 중앙광장에는 40m 높이의 거대한 양산이 펼쳐진다. 태양광 발전판을 등에 단 54개의 차양막이 하루 중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펼쳐지고 닫히는 시스템이다. 큰 건물에는 빛을 투과시키는 재료로 만들어진 송풍탑을 통해 자연스러운 환풍 효과와 함께 부드러운 채광 효과도 거둔다. 도시 주변에는 위락시설, 발전시설, 주차장, 식량생산지역 등 각종 기반시설이 배치된다. 또한 나무를 심어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는다.

사막의 태양을 에너지로
   



▲ 골조를 특수처리한 친환경 목재로 지은 지식 센터 내부.
마스다르 도시계획 부지 주변에는 첨단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장들이 있다. 현재 가장 규모가 큰 실험장은 2009년 4월부터 8만개의 발전 모듈이 설치돼 운영 중인 22만㎡ 면적의 태양광 발전단지다. 시험 가동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중동 최대 규모다. 모듈 전체의 절반인 4만개는 중국 태양광 기업 선테크가 만든 다결정(polycrystalline·多結晶) 실리콘형 발전판이고, 나머지 4만개는 미국의 퍼스트 솔라가 만든 박막(thin film·薄膜)형 발전판이다. 발전단지의 책임자인 아시크 아시파리 박사는 “세계 최고의 태양광 기업인 두 회사가 이곳에서 마스다르 태양광 발전의 주력 협력사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지 기후에 최적화된 태양광 발전판을 시험하는 별도 시험장도 운영 중이다. 2년째 전세계 30여개의 내로라하는 태양광 기업이 40여종의 자사 최고 제품을 가져다 두고 시험을 받고 있다. 시험 책임자인 시몬 베로니크는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은 지속적으로 탈락시키고, 각 기업이 제안하는 신기술 적용 제품을 받아들여 끊임없는 교체가 이뤄진다”고 했다. 평가 과정은 모두 기밀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매달 ‘당신들 제품은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지 않을까 가슴을 졸여야 한다. 향후 10㎿급 태양광 발전단지가 본격 건설될 때 이곳에서 선별된 제품이 주력으로 공급되게 된다.
   
   인근에는 번쩍이는 거울들로 둘러싸인 높이 30m의 거대한 집열 타워가 있는 ‘집적형 태양열 발전(CSP)’ 실험장이 있다. 태양열 발전은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는 단점이 있지만, 비용 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좋아 클린턴 행정부 때 환경부 차관보를 지냈던 조지프 롬(Romm) 미국진보센터(CAP) 선임 연구원이 “인류를 구원할 기술”이라고 할 만큼 주목받는 기술이다. 마스다르 과학기술원의 마테오 치에스 교수가 현장의 가건물에서 안전모를 쓴 채 뛰어나와 방문객들을 맞았다. 2008년 건설을 시작해 지난해 9월 완공된 이 실험 시설은 하나의 집열 타워를 43개의 태양열 집열 모듈이 둘러싼 형태다. 각각의 모듈은 직사광의 방향에 따라 전자동으로 조절되는 33개의 거울로 구성된다. 목표는 효과적으로 태양열을 집열할 수 있는 최적의 ‘광학 효율’을 찾아내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달까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마치고 정밀 조율을 거쳐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태양열로 냉방을 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곡면 거울 집광기로 특수 오일을 덥힌 뒤 화학적 과정을 거쳐 냉풍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실험단지 일대를 관장하는 1700㎡ 면적의 현장 사무공간 냉방을 현재 이 신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지하 2.5㎞에서 지열로 덥힌 물을 활용해 냉방을 하는 ‘지오 클라이밋 쿨링’ 등의 시제품도 이곳에서 테스트되고 있었다.
   
    
   “도시 분열 가속” 지적도
   



▲ 마스다르를 달릴 미래형 교통수단 PRT. LCD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전자동으로 운행된다.
2007년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 완공 목표 시점은 2013년이었다. 이 목표는 계속해서 늦춰졌다. 지금 마스다르 관계자들은 누구도 명확한 완공 목표 연도를 얘기하지 않는다. 프레젠테이션과 현장 안내를 담당한 마스다르시티의 앨런 프로스트 이사도 “6~7년 내 완공될 것”이라고만 했다. 현지 언론들은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압박에다,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이 예상보다 더뎠던 것을 이유로 꼽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스다르가 ‘탄소 제로’를 포기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태양광 발전으로 90%, 폐기물 소각열 발전으로 나머지 10%의 에너지 소비량을 감당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너무 야심찼다는 것을 인정하고, 화력발전 요소를 덧붙이는 설계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마스다르가 전지구적으로 대도시에서 진행 중인 트렌드인 ‘도시의 분열’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현대 도시는 갈수록 부유층과 교육받은 중산층이 살고 즐기는 지역과,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 벽으로 가른 것처럼 구분되어 가고 있다. 이미 파리와 뉴욕 같은 메가시티의 중심가는 부유층과 여행객들만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로 변했다. 마스다르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작은 도시다. 인구 수백만이 사는 거대 도시에는 사실 적용할 수 없는 모델이다. 이 도시에 입주 허가를 받는 사람도 결국은 땅주인, 마스다르의 경우 아부다비 정부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YT의 건축 비평가 니콜라이 우르소프는 “마스다르는 사실상 대부분 세계의 평범한 서민들은 가닿을 수 없도록 공중에 들어 올려져 있는, 선택된 자들만의 폐쇄된 자족도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탄소제로도시’ 마스다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마스다르는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제로 도시로 계획됐다. 신재생에너지 전문 대학원 ‘마스다르 과학기술원’이 이미 문을 열었고 교수·학생 등 입주민이 거주 중이다. 완공되면 상주 인구 4만, 통근 인구 5만 규모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입주해 활동하게 된다. 도시 전체가 첨단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시험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된다. 
   
   모든 지역은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마스다르 플라자로 명명된 중앙광장에는 40m 높이에서 54개의 태양직사광 차단막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펼쳐지고 닫히는 지름 30m의 거대한 ‘양산’이 설치된다.
이태훈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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