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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4일 토요일

100세 의사의 장수 비결





 



 
◆‘100세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의 장수 비결 

의료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대폭 늘어났지만 100세까지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물며 100세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런 점에서 일본 성누가국제(聖路加國際) 병원의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100) 이사장은

 ‘수퍼 할아버지'다.

 오전 6시30분 기상,

오전 8시 출근 후 각종 회의,

오후에는 강연·회진·특별외래,

저녁 6~9시 귀가,

밤 11시~새벽 2시까지 서류 정리나 글쓰기.

히노하라 이사장의 하루 일과다.

여기에다 지금도 국내외에서 연간 100건 이상

 강연하러 다닌다.

게다가 2시간 가까이 꼿꼿이 서서 강연한다.

최근 가천의과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에 온 그를 인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정정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타고난 체력이 대단하시네요.”

라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나이로 보면 올해 10월 4일로 100세가 됐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매우 허약해 내가 100세까지 살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지요.”

● 정말 의외인데요.

 “어릴 때는 운동을 좋아했는데 열 살 때

신장염을 앓아 모두 포기했어요.

 의대에 들어간 후에는 결핵에 걸려

몇 년간 요양했어요.

그래서 남들은 내가 의사를 못 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지요.”

●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이렇게 건강하시지요.

 “체질도 변해요.

특히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따라 건강이 달라져요.


저는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선

식사,  

습관,  

마음의 

삼위일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식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요.

 
“음식을 검소하게 먹는 것이 좋아요.

당뇨와 같은 성인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나쁜 식사 습관은 어떤 질병보다 치명적이에요.

동물성 지방, 설탕, 소금 섭취는

 가능한 한 줄이고

우유나 정어리 등 작은 생선, 콩류, 야채 등을

 매일 먹는 것이 좋아요.”

● 좋은 생활습관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잘 움직이기’

 ‘잘 먹기’

‘잘 쉬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운동부족은 노화의 지름길이에요.

걷기는 근육을 단련시키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주고,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요.

저는 1주일에 1~3회 출장을 가는데,

역이나 공항에서

 6~8㎏의 짐을 들고 항상 걸어갑니다.

 집에선 한쪽 다리로 바지를 입기도 하지요.

복식호흡,  

음악 감상,

명상,  

일기나 편지 쓰기 등도

 권하고 싶어요.

또 자신의 나쁜 습관을 알아보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 선생님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데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노화와 장수 비결을

 관찰했더니

신체와는 관련이 적고

마음의 건강이 영향을 미쳤어요.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의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앞으로 장수 비결은

신체보다 정신건강 유지에서 찾아야 합니다.”

● 정신건강은 어떻게 지켜야 합니까.

 “저는 2000년 일본에서 ‘신노인운동’을 시작했어요. 현재 회원이 1만2000명이에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의 나이에 대한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노인들도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였어요. 노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되자는 것이었어요.

또 노인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사랑 주고받기,

도전하기,  

인내하기’를

 실천하자고 강조했어요.

노인들 스스로

 ‘올드(old)’라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존경의 의미가 있는 ‘엘더(elder)’로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 도전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은퇴 후에 갑자기 확 늙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현역에서 물러나면

새로운 일을 해보세요.

신노인회 회원 중에는 70~80세에도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학교에서 자원봉사하면서

어린애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많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정열,  

꿈,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스트레스가 없는 평온한 노인이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에요.

적절한 수준의 ‘좋은 스트레스’는 종종 필요해요.

저는 마감일에 쫓겨

새벽까지 원고를 쓸 때가 많아요.

 피곤함보다는 달성 감으로

 몸과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공항에선 움직이는 벨트 옆을 빨리 걷습니다.

숨이 차기도 하지만

벨트 위의 사람들을 추월하면 ‘해냈다’는

 달성감에 흥분됩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칭찬하고,

인사를 받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모두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힘입니다.”

● 나이가 들면 병에 많이 걸리고,

가족 문제 등 어려운 여건에 처하기도 하는데요.

 “흔히 사람들은 중병에 걸리면 온종일

그 병만 생각하고 공포로 인해 병이 악화됩니다.

이럴 때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60대 중반의 암환자가 있었어요.

 너무나 무서워하기에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했어요.

그랬더니 

병도 좋아지고

10년 뒤에는 화가가 됐어요.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나도 정밀검사를 받으면

심장에 동맥경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건강하다고 생각하니까 큰 문제없어요.

혈당치,  

콜레스테롤,  

혈압 등의

수치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세요.

건강은 자신이 받아들이는

‘건강한 느낌’과

 어떤 환경에도

잘 순응하는

 ‘적응력’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파랑새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 그래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긴 힘들지 않습니까.

 “누구나 죽습니다.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어요.

매년 1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한 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정해서

 행동해 보세요.

오히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후회하지 말고

 미리 죽음을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59세 때 일본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해서 북한으로 갔던

요도호 사건을 직접 겪었어요.

그때 4일간 억류됐다가 김포공항에 내려

 땅을 밟을 때 느꼈던 감촉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그때부터 

죽었던 삶을 새로 산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그리고 누구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통증 완화를 위해 모르핀을 투여한

혼수상태로 죽음을 맞기보다는

건강한 마음으로 미리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지요.”

오대영 선임기자

히노하라 박사 약력
● 1911년 일본 야마구치현 출생
● 1937년 교토대학 의학부 졸업
● 1992~96년 聖路加(St. Luke) 국제병원 원장
● 2009년 현재 (재)라이프 플래닝 센터 이사장

聖路加(St. Luke) 국제병원 이사장 겸 명예원장
● 2005년 일본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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